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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513화 (499/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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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쩔 수 없군...’

    유세현은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뒀던 마지막 힘까지 개방할 것을 마음먹었다.

    [마력재생]

    쿠구구구구-

    고갈되었던 마력이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한다.

    심장에 무리는 가지 않으면서도, 예전보다도 훨씬 빠르게.

    유세현은 그 마력을 천마군림보에 듬뿍 쏟아 부었다.

    ‘단번에 끝낸다.’

    스슥-

    순간적으로 가속한 유세현의 신형이 공격을 막 가하려던 블랙드래곤, 프루트리아의 좌측으로 돌아갔다.

    느려진 유세현의 속도에 적응해 있던 프루트리아는 그가 이전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자 당황을 금치 못했다.

    ‘이런! 어떻게 지금 상태에서 저런 속도를...!! 이건 못 피...’

    서걱-

    “크윽!”

    프루트리아의 왼쪽 팔을 사선으로 단번에 잘라버린 유세현의 검이 그대로 더욱 가속해 그녀의 허리를 노렸다.

    “이익!”

    핏-!

    프루트리아는 마력을 쏟아 부운 블링크를 이용해 황급히 내뺐지만 완벽한 회피는 할 수 없었다.

    “으으윽!”

    그새 허리가 반 이상 잘려나갔다.

    “제길...”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분통을 터트렸으나, 유세현의 공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콰아아앙!

    “...!!”

    이전 카르페리온 때처럼 프루트리아가 모습을 나타낸 장소로 진즉에 발사된 천마혈사지가 날아오고 있었다.

    ‘미친! 대체 어떻게? 내가 이곳에 나타날 줄 알고?’

    그녀는 감히 대처할 수 없었다. 천마혈사지는 이미 코앞까지 도달해있는 상태였다.

    ‘주, 죽는다!’

    신체가 정상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니면 특성이 완벽해져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

    유세현의 두 눈에는 마력의 흐름이 이전보다도 훨씬 더 또렷이 보이고 있었다.

    “이런! 프루트리아!”

    파밧-

    그러나 줄곧 주시하고 있던 그녀의 파트너, 파셀라오스의 연속 블링크 덕에 그녀는 간신히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다.

    “허억... 허억... 파셀라오스...”

    푸슛-

    퓨슈슛-

    갈라진 프루트리아의 허리 사이로 피가 마치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엄청난 출혈이다. 빨리 치료를 해야 해...’

    파셀라오스는 다급히 그녀의 허리에 대고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치료마법 중 최고의 치료마법을 사용했지만 그녀의 상태는 조금도 호전되지 않았다.

    ‘왜지? 어째서...’

    프루트리아는 엄청난 스텟을 지니고 있는 대리자.

    아무리 허리를 베인 게 치명상이라지만,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어째서...’

    이에 피를 닦아내고 상처부위를 살핀 파셀라오스의 눈가가 일순간 경련을 일으켰다.

    그녀의 허리에는 어둠이 잔여하고 있었는데, 그 어둠은 그녀의 세포를 파괴하며 부패시키고 있었다.

    ‘이건... 이건...!!’

    모든 것을 부식시키는 부패의 권능.

    “큭! 트랄바루체님!”

    “됐으니 프루트리아를 데리고 벗어나라.”

    “예!”

    트랄바루체가 명령을 하달하기 무섭게 파셀라오스는 프루트리아를 데리고 전장을 이탈했다.

    이에 유세현이 트랄바루체를 응시하며 툭 말했다.

    “그래도 되겠나? 혼자 남게 되는 것인데?”

    쿵-

    말에 힘이 담겨있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유세현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한 트랄바루체의 육신이 일순간 휘청거렸다.

    ‘어?’

    트랄바루체는 그 행동에 스스로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털었다.

    ‘이런, 말도 안 된다. 내가... 내가... 놈에게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고?’

    다음 생각을 이어갈 틈도 없이 어느새 다가온 유세현의 공격이 곧장 이어졌다.

    트랄바루체는 다급히 정신을 가다듬고는 분전했다.

    ‘그럴 리가 없다. 능력 때문에 정말 일순간 놀랐을 뿐이야.’

    챙챙-

    채재재쟁-

    경렬한 공방이 이어진다.

    트랄바루체는 로드의 최측근답게 실력이 무척이나 출중했다.

    남들보다도 빠른 마법캐스팅과 견고하게 다져진 체술.

    파바밧!

    샤샤샥!

    트랄바루체는 중구난방으로 마법을 사용해 유세현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것으로 그를 공략하려 했다.

    10개의 헬 파이어를 미끼로 사용한다!

    ‘지금이다.’

    헬 파이어를 회피한 유세현의 자세가 일순간 무너지자 눈을 빛낸 트랄바루체가 곧장 복부를 향해 정권을 내질렀다.

    타악-

    ‘아니?!’

    자신만만한 공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그 일격은 유세현에겐 통하지 않았다.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몸을 우측으로 돌려 아슬아슬하게 회피한 유세현이 팔을 쭉 뻗었다.

    분명 자세가 무너져 있어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야 될 터인데 검은 이상하게도 맹렬하게 트랄바루체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큭 이런! 하지만 이 정도쯤은...!!’

    트랄베루체는 허리를 젖히는 것으로 유세현이 그러했던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그것을 회피하려 했다.

    허나 목 근처에 닿기 직전 검의 궤도가 쓱 어깨로 꺾이며 트랄바루체의 갑주를 뚫고 좌측쇄골을 스쳤다.

    ‘큭! 아니?!’

    그리고 거기에 곧장 더해지는 부패의 어둠.

    “크으윽!”

    어둠이 상처로 스며들자 극심한 통증을 느낀 트랄바루체는 오른손으로 상처부위를 붙잡고는 일순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렇게 발생한 찰나의 틈을 유세현은 놓치지 않았다.

    슈슈슈슉-

    엄청난 속도로 놈을 향해 쇄도한다.

    노리는 것은 오직 목!

    “크으! 어딜!”

    정신을 차린 트랄바루체가 곧장 방어하기 위해 다급히 양팔을 들어 올렸으나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천마군림보에 엄청난 마력을 쏟아 부운 유세현의 검은 이미 트랄바루체의 목 근처에 있었다.

    ‘끝이다.’

    유세현이 눈을 빛내며 검을 휘두른 순간, 트랄바루체 또한 눈을 번뜩였다.

    ‘제길, 어쩔 수 없군!’

    꿀렁- 꿀렁-

    스슥-!

    ‘으음?!’

    이윽고 유세현의 검이 트랄바루체의 목을 완벽히 가르며 지나쳤지만, 유세현의 표정은 별로 좋지 못했다.

    ‘무슨...’

    벤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니, 벤 느낌이 들긴 들었지만 뼈를 베고 목을 자른 느낌이 아니었다.

    이 감각은...

    0.1초, 놈을 스쳐지나가는 엄청나게 짧은 시간 속에서 유세현은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정확히 노렸던 목 부분이 액체화 되어 있는 것을.

    마치 정령의 육신처럼.

    ‘이건?’

    퍼어엉!

    그 순간 트랄바루체의 육체 일부가 액체로 변하며 일순간 주위로 비산했다.

    트드드득-

    바로 옆에 있던 유세현은 그것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다.

    치이이익-

    ‘...!!’

    액체가 닿기 무섭게 유세현이 황급히 몸을 털었다.

    액체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액체가 아니었다.

    ‘이건...!’

    독.

    그것도 일반적인 독이 아닌 블랙드래곤의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맹독.

    “큭!”

    유세현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어둠과 암흑투기로 보호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자칫 죽을 뻔했다.’

    이것은 트랄바루체의 고유특성이었다.

    특성명, 트랜스포이즌.

    그것은 신체를 자신이 지니고 있는 독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이었다.

    ‘이런 무시무시한 능력을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니.’

    유세현은 즉시 다가올 공격에 대비했지만, 트랄바루체는 이상하게도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트랄바루체가 지니고 있는 트랜스포이즌은 정말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었지만 그만큼 큰 패널티를 지니고 있었다.

    ‘지원군이 있는 상태라 천만 다행이군.’

    그는 전환시킨 독을 일정수준까지 다시 수복하지 않는 한, 몸을 자유로이 컨트롤 하는 게 불가능했다.

    아예 움직일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기에 전투는 지속 할 수 없는 것!

    ‘뭐지?’

    이에 유세현이 모종이 위화감을 느낀 찰나였다.

    피잇-

    콰라라라라-

    사방에서 그를 향해 엄청난 양의 애쉬드브레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세현은 그것을 회피하는데 온 신경을 다해야 했기에 트랄바루체에겐 더 이상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마치 곡예를 펼치듯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던 유세현이 브레스를 사용하고 있는 한 블랙드래곤을 향해 검 끝을 겨눴다.

    츠즈즛-

    강대한 어둠의 마력이 루베르크의 검신 끝에 집중된다.

    루베르크는 곧 검붉은 폭풍을 토해냈다.

    콰아아아아앙-

    천마혈사장(天魔血死掌)의 응용 천마혈사검(天魔血死劍).

    천마혈사검은 흡사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맹렬한 기세로 적을 향해 나아갔다.

    “막아 주거라.”

    그때 드라프나우어가 툭 한마디 내뱉었다.

    천마혈사검의 경로 앞에는 순식간에 드래곤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방어막이 자리 잡았다.

    트드득-

    쨍그랑!

    한 겹이 깨지고.

    트드드드득-

    쨍그랑!

    두 겹이 깨지고.

    콰과과과과과-!

    천마혈사검은 수많은 배리어를 깨트리며 나아갔지만, 모든 것을 깨트릴 순 없었다.

    아무리 어둠의 마력으로 증폭된 천마신공이 대단하다고 한들, 다수가 만든 마법 앞에서 한계는 존재하는 법이었다.

    “...대단하군.”

    하지만 이정도만으로도 드래곤들에게는 충분히 큰 충격이었다.

    ‘미친, 대체 뭔 위력이냐.’

    ‘8서클의 배리어가 1초도 버티지 못하다니.’

    ‘저 스킬... 대체...’

    트랄바루체가 그새 사라진 것을 알아챈 유세현이 천마신공이 막히기 무섭게 드라프나우어를 겨눴다.

    그는 대놓고 도발을 했다.

    “블랙드래곤 로드 드라프나우어는 들어라! 네가 보낸 드래곤들은 전부 나를 상대하지 못하고 큰 부상을 입었다! 네가 정녕 로드이고 다친 부하들에게 책임을 느낀다면 나와서 나와 싸워라!”

    자 이제 놈이 어떻게 나올까.

    ‘제발, 걸려들어라.’

    드래곤들은 자존심이 무척 높기에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

    “왜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냐! 자신이 없느냐? 하하하하!! 너의 명령을 듣고 나에게 달려든 네 부하들이 불쌍하구나!”

    체면에 스크래치를 내며 자존심을 살살, 아니 박박 긁는다.

    이에 블랙드래곤들은 잔뜩 열 받아 하며 큰 분노를 보였다.

    “저, 저놈이 지금 뚫린 입이라고 감히 로드께 막말을!!”

    “죽여버리겠다!”

    “그만.”

    그러나 그러한 상황은 드라프나우어가 단 한마디를 내뱉는 것으로 순식간에 종결됐다.

    드라프나우어가 유세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대단하구나. 설마 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무척 차분한 음색.

    그건 도발에 당한 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유세현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놈... 별로 개의치 않아하는 스타일인가?’

    그렇게 생각할 때 드라프나우어가 또 다시 입 열어 말했다.

    “방금 책임을 느낀다면 나와서 싸우라고 했나?”

    “......”

    “좋다. 네가 말하는 대로 그러도록 하지.”

    드라프나우어가 한 발 뻗어 앞으로 나왔다.

    이에 유세현이

    ‘착각이었나?’

    사실 겉으로만 저럴 뿐 많이 분노해 있는 상황인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 찰나였다.

    “단, 네가 상대해야 될 자는 나뿐이 아닐 것이다.”

    드라프나우어가 손을 쓱 들었다.

    ‘...!!’

    유세현은 그것이 무엇을 위한 행동인지 단번에 알아채고는 자세를 다잡았다.

    슥-

    마침내 드라프나우어가 손을 내리자 그의 뒤에서 튀어나온 드래곤들이 거칠게 유세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덤벼라. 인간. 난 트랄바루체와는 좀 다를 거다.”

    선봉에 선 블랙드래곤은 트랄바루체와 거의 동급인 존재, 베트리아의 부대였다.

    유세현은 혀를 차며 달려오는 베트리아를 향해 마찬가지로 나아갔다.

    ‘쯧, 저렇게 나오다니.’

    드라프나우어의 방금 전 선택은 유세현이 상정하고 있던 수중에서 가장 최악의 수였다.

    같잖은 자존심 때문에 1:1로 나서기를 바랐는데 되려 협공이라니?

    ‘하지만. 방도가 없진 않다. 얼마 사용은 불가능 하겠지만...’

    그는 베트리아와 싸우는 척 하다가 슬쩍 스쳐 지나쳐 그대로 드라프나우어에게 향했다.

    프라프나우어는 직접 나서기로 선언 한 만큼 공격을 감행해오고 있었기에, 유세현이 그에게 접근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유세현은 놈의 주위에 다가가기 무섭게 모든 정신력을 끌어 모아 곧장 힘을 전개했다.

    [흑암(黑暗)]

    마력재생으로 뻗어 나오는 어둠이 공간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유세현은 잠시 시간을 끌다가 놈들의 오감이 차단되면 그때 공격을 가할 생각으로 주의를 빙글빙글 맴돌았다.

    허나.

    “역시 그렇게 나오는군.”

    드라프나우어가 손가락을 툭 튕기자 기다렸다는 듯, 베트리아를 포함한 드래곤들이 분주히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손에 작은 거울 같은 조각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이윽고 정당히 퍼지자 베트리아가 조각을 하늘 높이 치켜세웠다.

    파앗-

    스스스스스-!

    조각에선 환한 빛이 새어나와 어둠을 물리기 시작했다.

    드라프나우어가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엄청나군. 어둠의 힘이 이 정도밖에 약화되지 않다니.”

    그의 시선은 유세현을 올곧이 향해있었다.

    “허나, 지금은 이 정도로도 충분하겠지.”

    “...!!”

    콰라라라라라-

    드라프나우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둠을 뚫고 외부에서 수많은 브레스가 내부로 뿜어져 들어왔다.

    마치 흑암 내부에 있는 인원이 휘말리던 말든 상관없다는 듯이.

    ‘이런, 이놈들...’

    “왜, 당황스럽나?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진마眞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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