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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512화 (49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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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우두머리인 로드를 없애, 놈들의 패닉을 이끌어낸다.

    그가 보기엔 지금 방도는 이것밖에 없었다.

    콰아아아-

    파앗-

    마음을 정한 유세현이 곧장 쏟아지는 애쉬드 브레스를 향해 도약했다.

    ‘음?’

    드래곤들은 순간 그런 그를 미친놈 보듯 바라봤다.

    위압감에 짓눌려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것인가?

    브레스를 향해 돌진하다니?

    슈우우-

    그러나 몸에 닿기 직전, 유세현이 툭 발길질을 했다.

    스칠 듯 말 듯, 유세현은 정말 아슬아슬하게 브레스의 사정범위 밖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일부 드래곤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떡 벌렸다.

    ‘저걸 저렇게 피한다고?’

    ‘무슨...’

    유세현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마치 뱀이 목표물을 휘감듯 브레스의 경계라인을 타고 주위를 빙그르르 돌며 그대로 아슬아슬하게 계속해서 질주해나갔다.

    ‘미친!!’

    이에 브레스를 사용한 블랙드래곤은 브레스의 궤도를 꺾어 어떻게든 그를 맞춰보려 했지만...

    슈슈슈슉-

    유세현은 닿을락 말락 결코 맞지 않았다.

    ‘큭!! 무슨!!’

    결국 잔뜩 당황한 블랙드래곤은 화들짝 놀라 브레스를 끊고는 황급히 자리를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있다간 유세현의 먹잇감이 될 게 불보듯 뻔한 탓이었다.

    ‘제길! 제길!!! 어떻게 브레스를 저런 식으로 피할 수가!!’

    유세현은 곧바로 궤도를 꺾어 드라프나우어에게로 향했다.

    드라프나우어가 그렇게 나올 것을 마치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바로 옆에 있던 트랄바루체를 향해 손짓했다.

    “조심하도록 하거라.”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개 숙여 공손이 인사한 트랄바루체가 곧장 수하 다섯을 대동한 채 유세현을 향해 나섰다.

    유세현은 드라프나우어의 뒤에서 튀어나온 여섯의 블랙드래곤을 보고는 살짝 혀를 찼다.

    ‘쯧, 그렇게 나온 건가.’

    유세현은 사기진작을 위해 드라프나우어가 직접 나서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부러 그런 아슬아슬한 곡예까지 선보이며 드래곤들을 동요하게 만든 것인데.

    ‘뭐 어쩔 수 없지.’

    슈슈슉-

    격돌하는 여섯의 블랙드래곤과 유세현.

    쉬이익-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그들의 실력을 알아볼 심산으로 유세현이 제일 최전방에 있던 트랄바루체를 향해 루베르크를 횡으로 휘둘렀다

    쿠웅!

    검과 건틀릿이 부딪치자 주위로는 마치 핵폭발과도 같은 큰 폭음과 함께 거센 충격파가 일었다.

    트드득-

    건틀릿을 양쪽으로 교차해 가드해낸 트랄바루체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스슥-

    스스슥-

    동시에 위 아래, 양 옆에서 동시에 튀어나오는 네 명의 블랙 드래곤.

    ‘끝이다.’

    이것은 그들이 단 한명을 상대할 때 즐겨 쓰는 공격방식으로 처음부터 예정되어있던 협공이었다.

    ‘어눌했군. 감히 어설프게 실력을 떠보려고 하다니.’

    이건 미리 예측하여 대비하지 않는 한 웬만해선 막지 못한다.

    4명의 동시공격에 유세현이 몸을 살짝 뒤로 뺀 찰나였다.

    지금까지 신형을 숨기고 있던 마지막 블랙드래곤이 유세현의 등 뒤로 나타나 곧장 그의 머리를 노렸다.

    아니, 노리려고 했었다.

    파지직-

    ‘...!!’

    ‘이건!!’

    어느새 유세현을 중심으로 위, 아래, 좌, 우 그리고 등 뒤에서 발생한 다섯 개의 흑뢰가 각 드래곤들의 머리를 향해 정확히 뻗어나갔다.

    드래곤들은 그 어마무시한 위력에 다급히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큭!”

    ‘우리가 나타나자마자 뇌전이 날아왔다. 우리가 이렇게 나오리란 것을 처음부터 예측하고 있었다는 건가?’

    협공을 간파당한 드래곤들의 눈빛에는 긴장감이 감도는 반면, 트랄바루체의 복부를 발로 뻥 걷어차 밀쳐낸 유세현의 표정은 처음 그대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섯이 동시에 협공을 가해오는 형태면 처음 할 짓은 뻔하지.’

    드래곤의 예상대로 그는 처음부터 공격을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짐작했기에 대응이 가능한 것이었지, 하지 못했다면 그는 큰 부상을 입었을 터였다.

    안타깝지만 놈들은... 확실히 강자들이었다.

    유세현은 놈들이 전열을 가담들을 새를 주지 않고 공격에 들어갔다.

    노리는 자는 이들의 총 지휘관으로 보이는 트랄바루체!

    쉬이익-

    순간적으로 다가간 유세현의 검격이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이어졌다.

    챙!

    채재재쟁!

    트랄바루체는 그것을 전부 받아냈다.

    유세현은 본디 오른손잡이, 이전 왼손도 많이 사용했기에 검술을 운용하는데 무리는 없었지만, 100%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무리였다.

    채재재재재쟁-

    하지만 유세현은 낙심하지 않고, 더욱 검격에 박차를 가했다.

    투정을 부리는 것은 유세현의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현재의 상태를 인정하고 현재에 최선을 다한다.

    슈우욱-

    좌측 목을 노리던 검신의 궤도가 갑자기 휘어지더니 트랄바루체의 왼쪽 어깨를 노렸다.

    후웅!

    목을 가드 할 생각이었던 트랄바루체는 황급히 몸을 틀어 이를 피해냈다.

    타다닥-

    트랄바루체는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그런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이 자식... 어떻게 왼쪽 한 팔만으로 이정도의 실력을... 아니 것보다도 대체 뭐냐 저 이상한 움직임은...’

    천마의 검술을 상대한자들이 느끼는 공통점.

    [기괴함]

    그것을 트랄바루체도 피하지 못하고 몸으로 직접 체감하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트랄바루체님.”

    “괜찮다. 천천히 몰아붙이도록 하자꾸나.”

    안정을 되찾은 트랄바루체가 자세를 다잡았다.

    이에 유세현은 인간 진형을 쓱 훑었다.

    또 한 명이 그새 당한 것 같았다.

    시간은... 역시 적들 편이었다.

    ‘어쩔 수 없지. 이건 드라프나우어를 상대할 때 사용할 생각이었지만...’

    루베르크를 들고 있던 왼쪽 팔을 치켜든 유세현이 작게 읊조렸다.

    [영역선포]

    * * *

    쿠구구구-

    안 그래도 어둠으로 물든 보랏빛의 대지 일부에 완벽한 어둠이 찾아왔다.

    ‘이건...’

    수많은 드래곤들이 있었지만, 이것에 대해 반응을 보인 이는 실버와 골드의 지휘관, 실라우벨과 알리크스 등등 상위의 극소수의 드래곤들뿐이었다.

    ‘이건...!!’

    이것을 직접 경험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많이 않았지 때문에.

    마왕의 힘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절대자만이 선보일 수 있는 능력.

    ‘영역선포?!’

    트랄바루체와 그 수하들의 눈동자가 일순간 파르르 진동했다.

    그들 또한 이것에 대해 알고 있는 드래곤들이었다.

    ‘흑암에 더해 영역선포까지... 이놈은 대체...’

    고오오오-

    유세현의 전신에서 더욱 강한 암흑투기가 뻗어 나오기 시작하자, 트랄바루체와 수하들은 순간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칫...’

    암흑투기는 공포에 의해 압박이 더해지는 능력이다.

    그렇기에 암흑투기는 상대를 두려워 하지 않는 한 일정 수준의 압박 밖에는 받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께름칙한 건 사실이다만 그들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유세현에게 공포는 딱히 느끼지 않고 있었다.

    천천히만 싸워도 무조건으로 이기는 상황인데 무서울 게 뭐가 있으랴!

    하지만 영역선포는 그런 암흑투기의 위력을 강제적으로 증가시킨다.

    그들의 입장에선 신경질이 안 날래야 안날 수가 없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이정도만으로는...’

    트랄바루체가 그렇게 생각한 찰나, 유세현의 전신이 어둠으로 뒤덮였다.

    ‘...저건?’

    [마족화]

    당장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유세현의 핏빛 눈동자가 트랄바루체와 나머지 드래곤들을 응시했다.

    트랄바루체는 순간 흠칫하여 몸을 움찔거렸다.

    유세현이 입 열어 말했다.

    [보여주마. 내 진정한 힘을.]

    그것은 마치 이 세상의 모든 공포를 긁어모은 듯한 음색이었다.

    ‘...큭.’

    이에 한층 움츠러드는 트랄바루체와 그의 수하들.

    유세현의 노림수였다.

    생명체는 본디 분위기를 타는 존재니까.

    파앙!

    유세현의 신형이 튕겨져 나가듯 회전하며 트랄바루체에게로 날아갔다.

    회전력을 제대로 머금은 내려찍기가 트랄바루체의 어깨를 노린다.

    ‘어딜...!’

    쿠웅-!

    트랄바루체는 양손을 치켜세워 생각보다 쉽게 가드 해냈지만, 안타깝게도 그 내려찍기는 천마군림보와 천근추가 합쳐진 것으로 일반적인 내려찍기가 아니었다.

    ‘크윽! 무슨 힘이... 플라이 마법이 못 버틴다!’

    트드득-

    피빗-!

    ‘이런!’

    플라이 마법이 해제된 그는 순간적으로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유세현은 그런 그를 뒤로한 채 곧바로 옆에 있는 다른 드래곤을 노렸다.

    타겟이 된 블랙 드래곤, 트로벨은 곧장 마법을 사용하며 항전했다.

    블랙드래곤의 종족특성, 강력한 산성을 담은 수많은 마법이 유세현을 향해 쏟아진다.

    유세현은 그것을 묘기 부리듯 아슬아슬하게 회피해냈다.

    “이게!”

    유세현이 접근하자, 접근을 허용한 트로벨이 그의 검격에 맞서 건틀릿을 내질렀다.

    치지직-

    맞붙은 건틀릿과 검신에서는 연신 스파크가 발생해 이리저리 튀었다.

    유세현이 잠시 정지되어있는 그 찰나의 틈을 타 트로벨이 강대한 마법을 몰래 시전했다.

    부글부글-

    유세현의 등 뒤에 생성되기 시작하는 강력한 독액!

    마법 시전에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기에 마법의 종주인 드래곤만이 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공격법이었다.

    허나.

    ‘죽어라!’

    “트로벨 피해라!”

    독액이 거의 다 생성되어 형체를 잡기 직전 트로벨의 뒤에서 고함이 울려 퍼졌다.

    ‘베르체른? 갑자기 왜...’

    영문을 알 수 없었던 트로벨이었지만 그녀는 동료 베르체른의 충고를 무시할 수 없어 공격을 포기하고 블링크를 타려했다.

    하지만 그 순간.

    콰과과과과-

    하늘에서 거대한 낙뢰가 떨어지며 유세현과 트로벨를 덮쳤다.

    “꺄아아아악!”

    고통의 비명을 지르는 트로벨.

    반면, 함께 덮쳐진 유세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묵묵히 검을 내질렀다.

    [천마광룡참]

    스슥-

    추락하던 트로벨의 허리가 그대로 반으로 갈라졌으나, 코인은 튀어나오지 않았다.

    스탯이 너무도 뛰어나, 이제 허리가 잘린 정도로는 대리자들은 즉사하지 않았다.

    “이런! 괜찮나! 트로벨!!”

    “으으으... 저, 저놈이...”

    “말하지 마라! 체력만 낭비된다! 여기서 벗어나 치료를 하자!”

    트로벨의 하체를 회수한 베르체른은 빠르게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이를 본 트랄바루체는 입술을 살짝 곱씹었다.

    ‘이런...’

    이렇게 허무하게 두 명이 리타이어하다니.

    트랄바루체는 생각을 다잡았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다.’

    트랄바루체는 느낄 수 있었다. 처음보다 유세현이 느려졌다는 것을.

    ‘필히 엄청나게 무리를 하고 있는 거겠지.’

    하기야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까지 활동해온 게 있는데 이렇게 행동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버티면 놈은 지친다.’

    그는 더욱더 장기전으로 이끌어갈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판단은 옳은 생각이었다.

    ‘이런...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빨리 놈을 처치하고 드라프나우어까지 끝을 내야 돼.’

    슈슈슉-

    더욱 거칠게 몰아치기 시작하는 유세현.

    그는 30초도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드래곤을 리타이어 시킬 수 있었다.

    빠악-

    “커헉!”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진(眞)마(魔)의 특성을 자신의 의지대로 다루는 것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체력을 잡아먹는 일이었다.

    유세현의 움직임이 느려지자, 반격이 가해졌다.

    퓨슛!

    콰과과광!

    큰 부상을 입는 일은 없었지만, 충격은 계속해서 차곡차곡 쌓여갔다.

    진마眞魔(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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