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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479화 (46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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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투기는 생물에 따라 그 정도의 편차가 분명 존재하긴 했지만 통하지 않는 경우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

암흑투기는 생명체라면 당연히 지니고 있는 원초적 본능, 공포를 토대로 작용하는 힘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는 무생물이라면 몰라도... 지능을 지니고 있는 이상 이 힘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터인데.

‘설마 나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아니, 아니야. 지금껏 그런 자세를 취한 놈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런 놈들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어... 대체 어떻게 된 영문...’

슈슉!

그 순간 사방에서 생성된 붉은창이 유세현에게 쏟아졌다.

유세현은 당황을 뒤로하고 땅을 발로 힘껏 짓눌렀다.

쿠구구궁!

쿵! 쿵! 쿵! 쿵!

수십 개의 벽이 일순간 융기하며 창을 가로막는다.

찰나의 틈을 통해 유세현이 벗어나자 세레나가 감탄을 흘렸다.

“호오, 지형조작 능력인가? 좌표가 꼬여있는 이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니 굉장하군. 갑주의 효과는 아닌 거 같고 부츠에 내장 된 스킬인가?”

“......”

후웅!

쾅!

창의 비를 돌파한 유세현이 세레나를 향해 루베르크를 힘껏 내려쳤지만 그 공격이 제대로 닿는 일은 없었다.

계속된 돌파와 무리한 마력재생, 체력을 거의 소진한 유세현의 공격속도는 굉장히 감소하여 세레나의 속도에 도저히 미치지 못했다.

팔을 교차시켜 여유롭게 방어한 세레나가 툭 말했다.

“그보다도 암흑투기는 이제 그만 거두는 게 낫지 않겠나? 통하지 않는다는 걸 체감하고 있을 텐데?”

“...당신... 어째서 이 힘의 영향을 입지 않는 거지?”

“글쎄... 왜일까? 내가 답하리라 생각하고 물은 건 아니겠지?”

“......”

파치지직!

건틀릿과 맞대고 있는 루베르크의 검신에 검은 번개가 일었다.

웬만한 전기저항력 따위는 무시해버리는 권능과 마법이 조합된 마왕의 스킬.

“흑뢰군. 오랜만에 보는 걸.”

콰과과광!

그러나 그런 흑뢰조차도 세레나에게 마땅한 타격을 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의 몸은 수많은 고서클의 배리어로 둘러싸여져 있었다.

“후욱... 후욱...”

유세현은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느꼈다.

동시에 그는 깨달았다.

‘못 벗어난다. 지금 상태로는 절대로.’

차이는 그만큼 너무도 명확했다.

눈앞에 여자는 쌩쌩한 반면, 유세현은 이제 다리에 힘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근육은 괴성을 지르고 있었고, 무리하게 사용한 마력 재생 때문에 심장은 갈기갈기 찢어진 감각이었다.

‘......’

유세현의 시선이 일순간 데프하우어가 막고 있는 통로를 향했다.

“지금의 너는 저런 데프하우어조차도 뚫지 못한다. 포기해라.”

유세현이 아직 희망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 세레나가 그렇게 말했지만, 그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

“......”

유세현이 쳐다본 것은 통로가 아니었다.

그 너머에 있을 동료들.

이강호, 김주희, 루시아, 아퀼라... 그들이 얼굴이 아른거린다.

계획이 틀어져 그들도 많이 힘겨워 하고 있으리라.

유세현은 문득 김주희와 루시아가 미친 듯이 보고 싶어졌다.

그녀들의 환하고 밝은 미소가 특히나.

파앗-

콰앙!

그러나 유세현은 그것은 이제 이룰 수 없는 꿈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세레나의 일격을 받아낸 팔이 당장이라도 부러질 듯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이만 끝내도록 하지. 네가 흑암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좀 더 버틸 수 있었을 텐데 반쪽이라 그런지 흑암은 사용할 수 없나 보군.”

꾸구구국!

압도적인 힘에 무릎이 서서히 굽혀져 간다.

유세현은 마음속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안녕.’

* * *

권속이란 주인을 모시는 자, 신하된 자였기에 이어져있다 한들 본래 권속이 주인의 감정을 읽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예외로 가능한 때가 있다면 그것은 주인의 생명이 한없이 약해졌을 때.

죽기 직전, 가까이 근접해 있을 때다.

“아...”

격렬하게 전투를 치르고 있는 아퀼라의 뺨 위로 대뜸 눈물이 흘러내린다.

유세현이 느끼는 감정이 그녀에게 전달되어 가슴을 들쑤시고 있었다.

“아... 아...!!”

“가, 갑자기 왜 그래 아퀼라!!”

“나의 군주님이... 세현 오빠가... 이강호오오오오오!!”

아퀼라의 목소리가 처절하게 울렸다.

‘뭐, 뭐냐? 가, 갑자기... 뭐... 뭘 한건가?’

대적자 제크릭이 깜짝 놀라 움찔거리는 반면, 이강호는 유세현에게 뭔 일이 생긴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허나.

‘지금은 도저히 자리를 뜰 수 없다.’

끝없이 거세게 몰아친 덕에 귀찮기 그지없는 키르쉬나를 처리하기 직전이었다.

지금 유세현에게 이동하게 되면 찬스를 완전히 놓쳐버리게 되는 것.

게다가 화염동화를 사용하고 나면 이강호에게는 남게 되는 잔여마력이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이동한다 한들 짐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강호오오오!! 군주님을 이대로 죽게 놔둘 셈이냐아아아!”

“방법이 없잖냐아아아!! 대체 지금 나보고 어쩌란거냐아아!!”

이강호의 입에서 격렬한 외침이 화산 터지듯 터져 나왔다.

그의 이런 감정 표현은 튜토리얼, 그들이 함께하게 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키르쉬나가 때를 놓치지 않고 도발했다.

“훗, 꼴을 보아하니 동료가 위기에 쳐했나 보지? 세레나님께 간 놈인가?”

감정의 동요를 일으켜 빈틈을 만들기 위함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큰 실수였다.

이강호는 분명 냉정한 자였으나, 그것은 너무도 많은 처절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 뿐이었다.

그의 힘의 원천, 고유특성은 화염.

열정, 분노다.

쿠구구구!

당장이라도 꺼질 것 같던 푸른 불꽃이 주홍빛의 불꽃을 잡아먹으며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닥쳐.”

동시에 이강호의 창이 가속했다.

촤자자작!

“꺄아아악!”

사정없이 키르쉬나의 전신을 난도질한다.

견고한 에픽 갑주가 부서짐과 동시에 녹아내리고, 찔린 피부 사이사이로 피가 뿜어져 나오기 무섭게 증발했다.

키르쉬나는 죽지 않기 위해 목과 얼굴을 팔로 보호하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스스슥-

이윽고 살벌하게 벼려진 이강호의 창이 마무리를 위해 움직였다.

키르쉬나는 눈동자에 비치는 창끝을 보며 그 순간 죽음을 직감했다.

* * *

팅!

창이 아슬아슬하게 닿기 직전 키르쉬나의 얼굴 바로 앞에 다량의 배리어가 나타나 일격을 튕겨냈다.

“허억... 허억...”

키르쉬나는 자신의 목이 아직 붙어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급히 구원자를 응시했다.

그리고 잔뜩 환색했다.

“베... 베라스트라!”

베라스트라, 그렇게 불린 드래곤은 재해 처리반에 속해 있는 드래곤이었다.

즉 슨.

키르쉬나는 이강호를 보며 실성한 듯 미친 듯이 웃어재꼈다.

“크흐! 흐흐흐흐! 흐하하하하!! 재해를 처리하러 갔었던 동포들이 돌아왔다! 넌 끝이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베라스트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키르쉬나! 그렇게 웃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된다! 세레나님은 어디에 계시냐!”

“...뭐?”

키르쉬나에게는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무... 무슨 소리냐? 왜 우리가 도망을...”

“설명할 시간 없어! 곧 놈들이 온다! 빨리 말해!”

“노... 놈들이라니?”

“키르쉬나!!”

“...!!”

상황의 심각함을 느꼈기 때문일까?

아니면 드래곤의 특성인 것일까.

키르쉬나의 상태는 순식간에 진정되어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아, 아직 의식장에 계신다!”

“아직도 의식장에?”

“아마 마왕의 힘을 구사하는 놈과 싸우고 계실 거다!”

“큭! 알았다! 세레나님께는 내가 전할 테니 너는...”

그 순간이었다.

휘이잉-

머리를 차갑게 만드는 서늘한 바람이 저편에서 불어왔다.

* * *

‘어...’

유세현의 눈이 연신 깜빡였다.

익숙한 인물이, 보고 싶었던 인물이 지금 그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루시아...씨?”

유세현은 순간 정신계 공격에 당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의심했다.

그만큼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유세현이 그녀와 헤어진 층은 이전 층인 5층, 아무런 접점이 없었으니까.

아니, 당최 고유특성을 사용하려는 순간 딱 나타나 도와준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게다가 그녀가 등장한 곳은 통로도 아닌 꽉 막혀있는 벽이었다.

“세현씨...”

그러나 유세현은 정신계 공격에 걸린 것이라 단순 치부하기엔 그 또한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런 걸 보여줘서 대체 뭐에 써먹으려고?’

포획?

데프하우어에게 한 것처럼 자신에게도 뭔가를 하여 수족으로 만들려는 것인가?

머리가 복잡하다.

정신계 공격에 대단한 면역력이 있는 유세현이었으나, 현재 그는 많이 약화된 상태였다.

걸린 것인지 아닌지 본인 스스로 판단을 내리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이건 환상? 아니면 현실?

‘갈팡질팡하면 안 된다.’

냉정한 그는 현실적인 결론을 내렸다.

‘이건 환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루시아씨가 지금 이렇게 딱 맞춰 도와주러 올 수 있을 턱이 없어. 고유특성을 사용해야 된다.’

그런데 그때였다.

“다행이에요... 늦지 않아 정말 다행이에요...”

뒤돈 루시아가 유세현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녀의 살 내음이 코끝을 타고 흘러들어온다.

과거 알베타스에게 쫓길 적, 그녀를 끌어안고 최후의 수단으로 흙구덩이에 몸을 숨겼을 때와 같은 내음이었다.

“잠시 쉬세요. 저 둘은 우리가 상대할게요.”

“우리?”

파지지직!

콰릉!

지금껏 벽이었던 세레나의 뒷면 공간이 갑작스레 열리며 그곳으로부터 벼락이 쏟아져 나왔다.

세레나가 회피하자 모습을 드러낸 스토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질린다는 듯 한마디 했다.

“괴물이군... 이것에 반응하다니...”

타닥-

이에 데프하우어의 옆에 자리 잡은 세레나도 루시아와 스토크를 경계어린 모습으로 번갈아 바라봤다.

세레나가 물었다.

“그곳은 분명 막힌 공간인데... 어떻게 거기서 나타날 수 있던 거지? 아이템의 효과인가?”

“...당신에게 대답해줄 건 아무것도 없어.”

루시아가 자신의 검, 가르쉬우스를 들어 올리며 자세를 취했다.

스스스-

그녀의 독특한 마력이 마치 부패의 어둠처럼 검에 실려 넘실거린다.

이전과 같은 검붉은 색... 그러나 마력의 본질을 볼 수 있는 유세현은 무엇인가가 바뀌었다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뭔가 한층 더...

루시아가 힘차게 일합을 내지르자, 입자는 거센 충격파를 발산하며 흉흉하기 그지없는 기세로 세레나가 있는 곳을 덮쳤다.

화염구를 슬쩍 던져 위력을 확인한 세레나가 닿기 직전 데프하우어와 함께 공간을 도약했다.

쿠구구궁!

스스스스-

모든 것을 파괴할 듯 맹렬한 기세를 보이던 입자는 신기하게도 벽에 닿기 무섭게 분해되어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은 채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그러자 데프하우어와 함께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녀가 툭 감상평을 토해냈다.

“흥미롭군. 벽에 이어 사물을 파괴하지 않는 기술이라니. 부패의 어둠처럼 피아식별이 가능한 건가?”

“......”

루시아는 말없이 다음 공격에 들어갔다.

사실 방금 그녀가 정면에서 세레나를 공격한 이유는 입자를 이 공간에 흩뿌리기 위해서이지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위해서 아니었다.

루시아는 정신을 집중하여 악몽의 힘을 끌어올렸다.

무공 창시(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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