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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478화 (46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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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무공서는...”

    세레나의 손이 양무원의 포켓으로 향했다.

    “큭...”

    양무원은 세레나가 무공서를 회수해가는 꼬라지를 눈뜨고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그는 스스로가 무언가를 하려는 순간 그 즉시 목이 날아갈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 아...!!”

    양무원이 허무하게 당하자 줄곧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술법사들은 잔뜩 사색이 되어 도주하기 시작했다.

    파바밧!

    아무리 술법사라고 하나, 그들도 상승무공을 익히고 있는 마교의 일원.

    그들의 속도는 빠르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딱-

    파직!

    “끄아아아아악!!”

    세레나가 손을 한 번 튕기자 술법사들의 육체는 너무도 허무하게 갈기갈기 찢겨 지면에 나뒹구는 신세가 되었다.

    그것을 본 양무원은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하... 하... 뭐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냐... 애초에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던 거잖냐...!!”

    “사실 그렇다. 내가 지금까지 너희들을 키우고 있었다는 걸 다른 자들에게 들키게 되면 일이 복잡해지게 되서 말이지.”

    세레나는 의외로 순순히 인정했다.

    “이...!!”

    양무원은 열이 뻗칠 대로 뻗쳤다.

    농락당했다는 감정이 화산의 분화구마냥 터져 나온다.

    “크으으으! 드래곤에게 있어서 약속은 절대적인 것이라 하지 않았나! 넌 걸레 같은 년이다! 드래곤으로서의 자존심도! 명예도! 아무것도 없는!!”

    그건 보통의 드래곤이라면 듣자마자 격분하여 당장에 양무원을 찢어 죽였을 만한 모욕이었다.

    양무원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죽을 마당에 각오하고 한 말이었고.

    “흠... 자존심과 명예라...”

    허나 세레나의 반응은 굉장히 시큰둥하기 짝이 없었다.

    양무원은 그 순간 세레나가 보통의 드래곤과는 뭔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이게 이 년의 본 모습인가...’

    “네년...”

    “뭐, 네 말이 맞다. 난 약속을 이행할 마음이 애초에 없었으니 자존심과 명예가 없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자존심과 명예가 그렇게나 중요한 건가? 난 잘 모르겠군.”

    “......”

    “아무튼 네가 만든 절대 무공, 잘 사용해주도록 하마.”

    슈슈슉-

    세레나가 무공서를 흡수했다.

    양무원은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어떻게 만든 건데... 내가 이걸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그리고 이건 돌려주도록 하지. 뭔가 큰 함정이 있는 것 같으니.”

    세레나는 위조된 두 개의 무공서를 양무원의 가슴팍 위에 휙 던졌다.

    “큭...”

    그것을 끝으로 세레나는 양무원을 마무리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자비가 아닌, 마무리를 할 가치조차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보이는 행동이었다.

    양무원은 새삼 비참함을 느끼며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감았다.

    * * *

    슈슉!

    데프하우어와 거의 동시에 통로에서 빠져나온 유세현은 늦었음을 체감했다.

    ‘쯧.’

    무공은... 완성되었다.

    순식간에 주위를 훑은 유세현의 눈에 쓰러져 있는 양무원과 여성형의 레드드래곤이 포착됐다.

    유세현은 순식간에 상황을 유추해냈다.

    ‘양무원이 만든 걸 저 여자가 빼앗았겠군.’

    그는 즉시 몸을 돌렸다.

    작전이 실패한 이상, 이제 그가 여기에 있어야 될 이유는 1도 없었다.

    ‘애들과 함께 이곳에서 탈출해야 한다.’

    허나, 그가 채 한 발을 내딛기도 전에 그의 머리 바로위로 블링크를 해온 세레나가 물리적으로 유세현을 공격해왔다.

    콰앙!

    ‘칫!’

    어마어마한 파괴력에 의해 땅이 뒤집히고 흙먼지가 일어난다.

    회피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제길, 이 여자...’

    유세현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놈이 데프하우어처럼 결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었다.

    만약, 결정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이런 빠르기를 낼 수 없을 뿐더러 구태여 접근전을 걸어오지 않았을 터였다.

    ‘온전히 힘을 낼 수 있는 놈이 이로써 다섯...’

    이 작전은 이강호가 미래에서 가지고 온 정보를 토대로 적이 아직 결정을 지니고 있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행해진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정보는 틀렸고, 놈들은 무려 다섯 명이나 완벽한 힘을 낼 수 있을 정도의 결정을 지니고 있었다.

    놈들의 등장이 늦어 깊게 진입한 뒤에야 알았기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작전을 수행하긴 했지만, 수세인 쪽은 유세현의 팀 쪽이었다.

    “후우...”

    유세현은 차분히 호흡을 골랐다.

    확실히 현 상황이 좋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망적이냐 하면 그것 또한 아니었다.

    놈들의 수준을 보건대 제넥과 김주희가 합류만 하면 죽이지는 못할지언정 충분히 벗어나 볼만 했다.

    그렇기에 현재 최대의 변수는 눈앞에 있는 여성형 드래곤이었다.

    유세현은 3합을 더 나누며 실력을 가늠했다.

    ‘상당하다.’

    여타 드래곤과 달리 여자는 상승무공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었다.

    한 차례 공방을 끝내고, 두 사람의 거리가 살짝 벌어졌다.

    유세현이 슬쩍 데프하우어를 흘기자 세레나가 툭 말했다.

    “공격 명령을 해제 해놨으니 지금 데프하우어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

    유세현의 눈썹이 일순간 꿈틀거렸다.

    “그 말, 지금 네가 데프하우어를 조종하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

    “......”

    세레나의 수긍에 유세현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런 걸 구태여 말해주는 것일까.

    함정? 놈과 벨제뷔트과 함께 짜고 치고 있는 것인가?

    ‘아니, 그건 아니다. 이곳에 벨제뷔트는 없어.’

    단순히 탐지가 되지 않아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벨제뷔트는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심법 없이도 기척과 마력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는 강자였으니까.

    확신하는 이유는 상황 때문이었다.

    벨제뷔트는 용의주도하며 자신을 무척이나 아끼는 인물, 그런 그가 단신으로 드래곤과 거래를 하는 위험을 감수할 리가 없었으니까.

    게다가 데프하우어의 저 상태.

    눈앞의 여자가 벨베뷔트의 능력을 깨부수기 위해 무리하게 조치하여 저렇게 된 거라고 치면 앞뒤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었다.

    유세현이 차갑게 말했다.

    “호오, 그런 걸 구태여 알려주다니... 내게 뭐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흠, 별로? 너에 대한 건 이미 대략적으로 꿰고 있는 상태다. 천마의 후예여.”

    “......”

    양무원에게서 정보를 캐낸 것인가.

    세레나가 무미건조하게 계속 말했다.

    “내가 너에게 데프하우어에 관해 일러준 이유는 별거 없다. 네가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

    유세현의 주위로 수많은 구체가 나타났다.

    미리 캐스팅을 하고 있던 게 아니었다.

    그랬다면 마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유세현이 눈치 채고 즉각 반응을 했을 터다.

    여자는 말 그대로 순식간에 마법을 만들어냈다.

    콰과과광!

    곧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뭉게구름이 피어나며 폭풍이 몰아친다.

    위력을 체감한 유세현은 그것이 단순한 폭발마법이 아니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체 또한 어렴풋이 짐작이 가능했다.

    이건... 이것은...!!

    다음 순간, 세레나가 쭉 손을 뻗었다.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눈치 챘나 보군.”

    “... 이건...”

    “그렇다. 무공이다. 그리고 너도 알고 있는 무공이지.”

    [귀혼마패공(鬼昏魔覇功)]

    과거 장사월이 사용했었던, 천마신공을 제외하고 마교에서 최고라 칭송된 무공.

    콰과과과!

    파앙!

    물기둥이 치솟듯 유세현의 발아래에서 피처럼 새빨간 점액이 거칠게 솟아올라 그를 덮쳤다.

    치이익-

    점액에 닿는 것들은 순식간에 녹아 없어졌다.

    재빠르게 회피한 유세현은 이를 악물었다.

    ‘크윽!’

    여자가 사용하고 있는 귀혼마패공은 순수한 귀혼마패공이 아니었다.

    마치 유세현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 마냥, 세레나가 말했다.

    “그렇다. 무공을 마법과 접목시켰다. 어디 한 번 계속 피해봐라.”

    쿵! 쿵! 쿵!

    점액이 끝없이 솟아오른다.

    세레나는 지금껏 전투에 나선 적이 없던 만큼, 체력, 마력 모든 면에서 유세현 보다 우세했다.

    슈슈슈슈!

    피로 이루어진 검, 귀혼마패공(鬼昏魔覇功), 귀마혈청(鬼魔血靑)의 응용이 연이어 날아와 목숨을 위협했다.

    장사월이 사용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이었다.

    “후우우...”

    유세현은 자세를 다잡으며 각오를 다졌다.

    * * *

    ‘늦다... 너무 늦어...’

    적을 밀쳐낸 이강호가 흘깃 좌측을 바라봤다. 그곳은 김주희와 제넥이 있는 방향이었다.

    ‘아무리 라플라스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김주희는 절대 당해낼 수 없다.’

    그러니 본래라면 아무리 늦어도 지금 쯤 이곳에 당도해야 정상이었다.

    ‘헌데 왜냐... 왜 오지 않는...’

    그 순간 이강호의 뇌리에 어떤 하나의 가능성이 스쳐지나갔다.

    ‘설마... 라플라스도? 라플라스도 결정을 지니고 있는 건가?!’

    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다는 가정 하에 그렇게 생각해야만 말이 들어맞았다.

    ‘젠장... 만약 라플라스도 결정을 지니고 있는 거라면... 안 좋아. 굉장히 위험하다.’

    최악의 가능성을 떠올린 이강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 *

    라플라스와 격돌하고 있는 제넥.

    “허억... 허억...”

    “후욱... 후욱...”

    제넥과 라플라스는 서로를 마주본 채 거친 숨을 내쉬었다.

    벌써 경과된 시간만 15분.

    라플라스는 대놓고 제넥을 조롱했다.

    “후우... 후우... 큭큭큭... 분명 3분 안에 끝낸다고 하지 않았나? 3분은커녕 10분이 훨씬 지났다만?”

    “허억... 허억.. 이, 이 미꾸라지 같은 놈이...!!”

    “미꾸라지? 나를 미꾸라지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힘들어하고 있는 거 아닌가?”

    “......”

    명치를 후드려 패는 라플라스의 입담에 제넥의 입이 굳게 닫혔다.

    다물어질 수밖에 없었다.

    제넥은 지금 김주희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오기를 부리지 않고 그녀의 말처럼 2:2의 싸움을 했다면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르는데...

    ‘만약 2:2로 싸웠으면 큰일 날 뻔했군.’

    실제로 라플라스는 속으로 내심 안도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결정을 지닌 이는 그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놈들... 정말 무지막지하게 강하다. 인간이라는 게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

    만약 2:2로 붙게 되었다면 버티기가 지금보다 10배는 힘들었을 터였다.

    “크크크, 4분 남았다. 이렇게 된 거 그냥 포기하는 게 어떻겠나? 4분 뒤면 어차피 풀려 날 텐데.”

    “......”

    제넥은 감정을 추스르고는 창을 다잡았다.

    이미 16분이 경과했지만 놈의 말처럼 포기하는 건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어떻게든...

    ‘놈을 죽인다.’

    후우웅!

    회전의 묘리를 실은 그의 창이 다시금 라플라스를 향해 강렬하게 쇄도했다.

    * * *

    쿵!

    유세현은 남은 마력을 끌어모아 영역선포를 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눈앞의 여자는 정말 기이하게도 암흑투기의 효과를 좀처럼 받지 않았다.

    공간이 어둠에 둘러싸이자 세레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반응했다.

    “흠. 영역선포인가? 대단해. 그 정도라면 예비 마왕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겠어.”

    “......”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태연자약하기 그지없다.

    거기에 더불어...

    “큭!”

    세레나의 움직임을 본 유세현의 동공이 일순간 파르르 흔들렸다.

    아까에 비해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다.

    ‘어째서?’

    이유는 당연히 생각나지 않았다.

    ‘설마... 통하지 않는 건가? 내 암흑투기가?’

    무공 창시(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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