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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414화 (4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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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우욱-

    엄청난 속도에 의해 발생된 파공성이 전장을 뒤흔든다. 연합군은 전장에 뛰어들기 무섭게 순식간에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저놈들은?”

    “공격해라!”

    피잉-

    콰과광!

    곳곳에서 마족들이 발사한 스킬들이 순식간에 날아들었다.

    이에 연합군은 누가 일러주지 않았음에도 회피하거나 방어를 하는 등등 각자 알아서 대응을 했다.

    “흡!”

    천마신공, 천마반탄기!

    마력을 담은 유세현의 검이 스킬을 쳐낸다.

    총알처럼 날아온 스킬이 되돌아가자, 스킬을 발현한 적들은 순간적으로 당황을 금치 못했다.

    “이걸 쳐내?!”

    쿠궁!

    “크악!”

    유세현은 베고 베고 또 베어나가며 이 광활한 전장 속에서 오직 뚫는 데만 중점을 뒀다.

    하지만.

    ‘역시 쉽게는 지나칠 수 없군.’

    수가 너무 많다.

    물량이 장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게다가 무작위로 날아다니는 마법과 여러 스킬들, 유세현이 크라베스와 임시동맹을 맺었다고는 하나 적이 너무 많은 터라 망령과 사도들은 그들을 염두하고 능력을 사용하지 못했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마족뿐만이 아닌 놈들에게도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군.’

    유세현은 검 끝에 마력을 모았다.

    그의 바로 앞에 서 있던 마족이 목을 노려온 순간이었다.

    “죽어라아아!”

    눈을 번쩍 빛낸 유세현이 일장을 내질렀다.

    피잉-

    콰과과과광!

    천마혈사장이 흉흉한 검은빛을 내뿜으며 일대를 잠식했다. 이에 범위 안에 있던 이들은 기겁을 하며 사도고 마족이고 다급히 방어로 공수를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드람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여기서는 마력을 좀 사용하게 되더라도 빨리 뚫는 게 훨씬 이득이지!!”

    투다다다다!

    전방을 향해 여러 광역 마법이 빗발쳤다.

    연합군의 진형은 자연스레 화살표 모양으로 바뀌었다.

    일점돌파!

    콰앙!

    그 과정에서 몇몇 엘프와 델바람들이 발목을 붙잡혔다.

    “이런! 드라구스!”

    “제길! 먼저가라! 곧 따라 갈 테니! 지금 멈추면 너까지 발목 잡히게 된다!”

    “큭! 그럼 안에서 보자!”

    마침내 연합군이 북적이는 공터에서 빠져나왔다.

    부서진 입구를 지키고 있던 적들은 연합군이 날아들기 무섭게 오만인상을 구겼다.

    “크으으! 어째서 천사까지!!”

    콰과광!

    공수가 오가자 안 그래도 부서져있던 외벽이 우수수 무너져 내린다.

    그 와중 루시펠을 본 마족이 정말 놀란 얼굴이 되어 외쳤다.

    “루시퍼! 어떻게 네가 저놈들과 함께하고 있는 거냐!”

    “제가 그걸 당신께 말해줄 의무 따윈 없어요.”

    “뭐라?!”

    놈은 페드라스라는 마족으로 루시펠의 상태를 알고 있던 마족이었다.

    이에 단번에 눈빛이 변모한 미카엘과 라파엘이 순식간에 싸움에 껴들어 페드라스의 손과 발을 봉쇄했다.

    페드라스의 목을 움켜쥔 가브리엘이 지그시 읊조렸다.

    “오르엠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지?”

    “커...컥! 가, 가브리엘!”

    “여태까지 사냥한 마족들은 루시펠의 존재조차 모르는 떨거지들이었다. 하지만 넌 아니란 걸 잘 안다. 자 그러니 말해라! 오르엠님은 어디계시지?”

    유세현은 다른 놈들을 상대할 뿐 굳이 참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크...큭큭큭!”

    페드라스가 비릿한 조소를 흘렸다. 자신이 여기서 끝이라는 걸 깨닫고 그들을 조롱하기 위함이었다.

    가브리엘이 손아귀에 더 힘을 더 주자 페드라스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커...커...컥컥!”

    “당장 죽고 싶지 않으면 쳐 웃지 말고 묻는 말에나 답해라.”

    “크크큭! 어차...피 죽일 거면서...”

    “......”

    “뭐, 좋다. 특별히 알려주지. 큭큭큭! 오르엠은... 이미 밥이 되었다.”

    “뭐?”

    가브리엘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파르르 흔들렸다.

    “뭐라고 한거냐 지금.”

    “크크크, 말 그대로다. 놈은 크람베르의 밥이 되었다. 죽었다는 거지. 완전한 소멸 말이다!”

    “...거짓말......”

    “크크크, 그래 믿기지 않겠지! 하지만 사실이다! 저 엄청난 망령들을 봐라! 우리가 너희를 공격 했을 때 망령들이 우리를 따랐나?”

    가브리엘의 눈동자는 이제 흔들리다 못해 지진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는 이곳까지 오며 사실 매번 불안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있었다.

    오르엠, 그는 완전무결한 신이었으니까.

    하지만...

    “크크크! 한때 신이라 불리었던 자가 나보다도, 아니 잡졸보다도 먼저 갈 줄 누가 알았을까! 너희 천족은 끝났다. 완전히 끝났다고!”

    “닥...쳐라...”

    “하하하하하! 알겠나? 끝났다! 너희는 끝났단 말이다아아아!”

    “닥쳐라아아아!”

    퍼억-

    가브리엘의 주먹이 페드라스의 안면을 짓이겼다.

    허나 그럼에도 페드라드는 광기어린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크하하하하! 그리고 네놈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벨제뷔트님에게 다다를 수 없...”

    퍼억!

    퍼억!

    분노한 가브리엘의 주먹이 안면을 몇 번이고 강타한다. 페드라스는 피떡이 되면서도 마음속으론 웃었다.

    ‘그래! 증오해라! 벨제뷔트를 더!’

    페드라스는 이곳에 배치된 순간부터 자신이 버려진 패라는 걸 알고 있었다.

    벨제뷔트를 따르게 되면 크게 성장할 수 있을 줄 알았기에 마왕을 배신한 것인데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증오스럽다. 증오가 들끓어 참을 수가 없다.

    페드라스가 진실을 털어 놓으며 가브리엘을 자극한 이유였다.

    “크으윽...”

    가브리엘의 이가 뿌드득 갈렸다. 저편을 응시하는 그의 눈동자에는 분노가 가득 차있었다.

    그가 혼잣말하는 중얼거렸다.

    “벨제뷔트... 반드시 죽인다.”

    이를 본 유세현은 마음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 * *

    쿠구궁!

    쿵!

    외부 전투로 인한 격렬한 땅울림이 이강호의 발밑을 자극한다.

    그들은 현재 지하 2층에 당도한 상태였다.

    차폐막을 부수고, 함정을 파훼하며 이곳까지 어찌어찌 오긴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었다.

    핵심 연구동이라 불리는 곳은 조사해 본 바 지하 3층에 있기 때문이었다.

    고작 1층 내려가면 되는 것이라지만 이 연구소는 외부에서 본 것처럼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게다가 그곳에 당도한다고 해도 바로 핵심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또한...

    ‘이놈들을 슬슬 떼어내야 된다.’

    지금까지 그들은 나름의 트러블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괜찮은 연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목표를 목전에 두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델바람, 엘프들에 비해 이강호 측은 김주희를 포함하여 단 두 명으로 인원이 턱없이 불리했다.

    지금이야 이렇게 잘 다닌다 하더라도, 언제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르는 것이다.

    아니,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뒤통수를 후려쳐도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가만히 있는 것은 어차피 핵심에 다가서도 자신들이 유리한 것을 알고 있기에, 또한 이곳에서 괜히 분열이 일어날시 여태까지 많은 걸 보여준 이강호가 혹시라도 무슨 짓을 일으킬지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틈을 절대 주지 않는군.’

    견제가 어마어마하다.

    이 건축물의 구조를 완벽하게 알고 있는 것이라면 몰라도 이 상태로는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그렇다면 상황을 만들 수밖에.’

    이강호는 김주희에게 신호를 보냈다.

    모름지기 이런 일은 김주희가 제격이었다.

    “어? 선배! 여기 못 보던 물건이 있는데요?”

    “함부로 건들지 마라. 괜히 건드렸다가...”

    “그래도, 살펴볼 건 살펴봐야죠. 혹시 모르잖아요.”

    “야야!!”

    이강호가 미처 뭐라 하기도 전 김주희가 과학기구처럼 보이는 장비에 손은 얹었다.

    그리고 그 순간 천장이 열리며 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카시우스를 포함한 연합군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건?!”

    “피해라! 폭발한다!”

    콰아아아앙!

    일대는 순식간에 불바다가 됐다.

    “김주희!”

    이강호가 곧바로 찌릿한 시선을 보냈다. 김주희가 다급하게 사죄를 했다.

    “죄, 죄송해요. 선배...”

    누가 봐도 고의라고는 생각하질 못할, 정말 완벽한 콤비네이션 연기였다.

    미약하게나마 피해를 입은 로리엔이 김주희를 째려보며 말했다.

    “야, 함부로 만지지 말라는 말 못 들었냐?”

    “아, 그래서 조심스럽게 만졌잖아. 아니면 니가 조사하던가. 몸도 약해빠져서 대신 해주면 감사하게 여겨야지.”

    “뭐? 이게 진짜 참아주니까...”

    “그만. 확실히 처음 보는 물품은 조사를 안 할 수가 없다. 다만 김주희, 다음부터는 좀 더 주의를 기해줬으면 좋겠군.”

    “쳇, 알았다고요. 알았어.”

    사실 이강호가 했으면 의심받았겠지만 김주희는 연합군 안에서 감정적인 인물로 인식이 자리 잡혀 있었기에 의심받지 않은 것이었다.

    이것이 평소 이미지의 중요성.

    그러나.

    ‘이 정도는 괜찮은가보네.’

    그건 그녀의 진면모를 모르기에 그렇게 생각이 가능한 것이다.

    그녀는 사실 누구보다도 계산적인 인물이었다.

    오르엠이 그냥 신이라면 그녀는 연기의 신.

    나아가는 내내 수많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터졌다.

    정보가 없기에 연합군도 함정에 걸리기 일쑤 인지라 김주희는 딱 의심받지 않을 정도까지만 했다.

    그렇게 발견한 지하 3층으로 향하는 통로.

    ‘후우... 이대론 위험한데...’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던 김주희가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산전수전을 전부 겪은 대리자답게 너무도 능숙하게 함정에 대응했다.

    ‘3층에서는 꼭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내리라.

    김주희가 딱 계단에서 내려온 순간이었다.

    꾸물 꾸물 꾸물-

    갑작스레 세상이 신기루처럼 일그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김주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다급히 눈을 비비는 것으로 봐선 이 공간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런 공간이 또 꼬인 건가?”

    “제길... 이건 좀 역겹군.”

    나아가던 델바람 한 명의 몸이 비틀거렸다.

    몇 십 번을 회전해도 구역질은 커녕 작은 어지럼증조차도 느끼지 않는 대리자의 감각기관도 이것에는 버티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김주희도 마찬가지였다.

    ‘어, 어지러워.’

    내공으로 정신을 최대한 맑게 해보려 하고 있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마치 연구소가 살아 숨쉬며, 침입자들을 배제하려는 것 같다.

    “서, 선배님... 죄송한데 저 머리가...”

    “......”

    이강호도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드래곤의 정신마법까지 버티는 그였지만 이건 확실히 무척이나 괴로웠다.

    그렇다면 다른 이들은 훨씬 더 괴로울 것이 분명하다.

    이강호는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느끼고는 은근슬쩍 김주희에게 다가갔다.

    지금 대열에서 이탈하지 못한다면 아마... 끝까지 함께 해야 될 것이다.

    “김주희...”

    “선배...”

    김주희도 이강호가 뭘 할지 깨닫고는 곧바로 디네를 불렀다.

    그 의심스러운 행동을 본 카시우스가 아차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저들을 잡...”

    “아쿠아 웨이브!”

    쿠구구구궁!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순식간에 밀폐된 공간을 가득 메웠다. 마력을 머금은 물살이 일행을 연합군에게서 분리시킨다.

    카시우스가 잽싸게 화염마법을 사용하여 물을 기화시켰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밀폐된 공간에서 저항하지 않고 격류에 몸을 맡기면 물살을 타고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알아서 판단하여 움직인 디네가 말했다.

    “어때? 나 좀 하지?”

    “후우... 그래 그래, 네가 최고다 최고야.”

    그런데 김주희가 엄지를 들어주는 순간, 천장이 우르르 부서져 내리며 한 인물이 등장했다.

    “빌어먹을 건물 같으니...”

    그 자는 둘 다 익히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어? 이거 누구야~ 정말 오랜만이잖아?”

    카그네프 제벨.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있던 그가 두 사람을 발견하기 무섭게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철의 성(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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