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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362화 (362/612)
  • 루시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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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쯧.”

    유세현이 혀를 찼다.

    차마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의 상황은 두 가지의 경우를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하나는 마족이나 루시펠이 물건을 지니고 있는 경우.

    또 하나는 단지 경로에 서있는 것에 불과한 경우.

    후자라면 괜찮지만 전자일 경우에는...

    ‘안 좋아.’

    유세현은 마음속으로 곱씹었다.

    불안감이 든다.

    아무 이유 없이, 그저 막연하게 드는 생각이 아니었다.

    확률상의 문제.

    놈들이 물건을 지니고 있지 않은 바에야, 나침반이 놈들의 위치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을 확률은 무척 낮다.

    그리고 그런 유세현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확실히 하기위해 이동을 개시하자, 나침반의 바늘이 큰 폭으로 꺾이며 루시펠이 서 있는 위치를 가리킨 것이다.

    이강호가 중얼거렸다.

    “난감하군.”

    놈들 중 누군가가 달의 빛을 지니고 있다.

    “어떡하죠?”

    “후우...”

    김주희의 물음에 모두의 입에서 짙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마땅한 방법이 없다.

    최악의 수가 선택된 이상 선택지라고 두 가지 뿐이었다.

    첫째는 포기하는 것.

    두 번째는 무리해서라도 잡는 것.

    두 번째의 경우, 루시펠이 아닌 마족이 아이템을 지니고 있을시 시체만 회수하여 도망치는 선택지도 생긴다.

    “흠...”

    힘 스텟 만큼은 대천사 급에 도달한 유세현과 이강호다. 나머지 셋은 그보다는 낮았지만 그것도 일반적인 종족들은 감히 도달하기 힘은 수준이었다.

    5대 1일이니 잡으려 한다면 어찌어찌 잡을 수 는 있을 터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유세현은 잠시 고심하다가 말했다.

    “접근해보고 루시펠이 지니고 있으면 포기하자.”

    그의 입장에서는 이게 옳은 것이었다.

    자신의 팔 때문에 모두를 위기에 빠뜨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허나 이강호의 의견은 달랐다.

    “아니, 잡아보자. 루시퍼가 벨제뷔트의 수하가 되면 더더욱 잡기 힘들어져. 지금 안하면 정말 먼 훗날에서야 팔을 되돌릴 수 있을 거야.”

    “...알고 있어. 하지만 너무 위험해. 만약 네가 말한 벨제뷔트나 최고위 악마들이 중간에 끼어든다면...”

    “그래도 어찌어찌 벗어날 수는 있을 거야.”

    벨제뷔트나 다른 악마들이 루시퍼의 의중을 모르고 있을 터기 때문이었다.

    입장차 때문에 악마들은 루시펠에게도 공격을 가할테고 그 틈을 타 도주하자는 것이다.

    “......”

    유세현의 입이 꾹 닫혔다.

    무척 찜찜한 표정이었다.

    이강호가 그의 어깨를 살포시 톡톡 두드렸다.

    “하자. 아니 해야 되는 거야.”

    안전한 길을 최대한 찾는다. 하지만 그 길만 걸을 수는 없다.

    천마 때와 똑같다.

    나머지 세 명 모두 한마디씩 덧붙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선배님.”

    “하죠, 세현씨.”

    “군주께서 한시라도 빨리 팔을 되찾으시길 염원하는 바입니다.”

    “......”

    유세현은 검을 꽉 쥐어 잡았다.

    그렇게까지 말해준다면...

    그는 모두의 얼굴을 한 번씩 둘러본 뒤 말했다.

    “그래, 잡자.”

    결정이 떨어지자 행동은 무척 재빨랐다.

    일행은 큰 원의 형태를 그리며 루시펠을 감쌌다.

    시간이 촉박하다고 해서 무작정 공격하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다.

    준비가 끝나기 무섭게, 일행은 곧장 쇄도했다.

    루시펠이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일정범위 내로 들어가면 어차피 걸릴 것이기에 기척 같은 건 숨기지 않았다.

    처음부터 전심전력!

    슈우우욱!

    칼날소리와 같은 매서운 바람소리가 일대에 휘몰아쳤다.

    유세현이 먼저 힘을 개방했다.

    그러자 그 힘을 읽었는지 루시펠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멈추세요 벨제뷔트! 나는 그대와 싸우기 위해 온 게 아니에요!!”

    영락없이 착각한 느낌.

    이는 유세현이 의도한 바였다.

    단순 마력이라면 적이라고 판단하고 반격을 가할테지만, 상대가 벨제뷔트라면 그러지 않을 확률이 높기에.

    유세현이 시선을 끄는데 성공하자 이강호를 포함한 동료들이 마력을 개방했다.

    어둠의 장향 속에서 피어나는 무공의 절기!

    루시펠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위화감.

    이상함을 눈치 챈 것이었다.

    “마족이 아니야?”

    콰아앙!!

    “크아아아악!”

    비명이 광활히 울려 펴졌다.

    악마들의 목에서 튀어나는 목소리였다.

    암흑투기를 사용해 육신을 옭아맸음에도 루시펠은 절기에 적중당하지 않았다.

    거리가 제법 멀었던 만큼 예상했던 상황이기에 유세현은 곧장 다음 행동에 들어갔다.

    높이 솟아오른 그녀의 앞에 나타나는 유세현.

    그의 등장과 동시에 더욱 짙은 어둠이 세상을 감쌌다.

    루시펠은 적잖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이건 대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유세현이 그녀의 머리를 향해 온 힘을 다해 검을 내리쳤다

    “하압!”

    매서운 일격!

    루시펠은 이에 재빨리 롱기누스를 들어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쿠웅!!

    창과 검이 격돌하자 충격파가 울렸다.

    밀릴 법도 하건만 한 손이라 그런지 루시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유세현은 새삼 그녀의 힘 스텟이 얼마나 높은지 체감했다.

    ‘마족화에 암흑투기, 그리고 마족 고유 특성까지 사용했는데도 이렇다니...’

    그때 루시펠이 중얼거렸다.

    “이 힘...암흑투기인 건 분명한데...벨제뷔트는 절대 아닐 테고...정말 신기하군요. 그대는 대체 뭐하는 분이시죠? 어떻게 이 정도의 순도와 권능을 지니고 있으신 거죠? 이건 보통의 생명체는 분명 절대 지니고 있을 수 없는 힘일 터인...”

    난데없이 그녀의 말이 뚝 끊겼다.

    사방에서 쇄도해오는 공격 때문이었다.

    루시펠이 주문을 외웠다.

    “성광의 장막.”

    8티어 고위 신성방어마법.

    웬만한 스킬들은 근처에 다다르는 것만으로도 무효화 되어 사라지지만 일행이 운용한 무공은 그렇지 않았다.

    치지직-

    불길이 일렁이는 이프리트의 창끝과 맞닿은 부분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

    루시펠이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설마 뚫린다 하더라도 이렇게 순식간에 부서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이어서 김주희, 루시아, 아퀼라가 틈을 동시에 공략하자 신성마법은 완전히 산산조각 나며 허공에 흩어졌다.

    유세현이 한 순간 만들어진 틈을 노리려는 순간이었다.

    자세를 고쳐 잡은 루시펠이 제자리에서 회전하며 창을 크게 휘둘렀다.

    후웅!

    쿠우우웅!

    그녀를 중심으로 하늘을 가를 듯한 엄청난 풍압이 뻗어나간다. 충격파가 어찌나 강한지 이강호조차도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비틀거릴 정도였다.

    유세현은 정신력에 감탄했다.

    ‘암흑투기의 힘에 최대로 저항하고 있다.’

    부족한 신성력 때문에 완벽하게 방어하진 못하고 있지만, 그 정도가 낮았다. 겁을 전혀 집어먹지 않고 있다는 것도 한 몫 한다.

    이는 예비 타락천사 루시펠이 자신 스스로의 힘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

    루시펠의 눈이 한 순간 번뜩 빛났다.

    쉬이익-

    루시아를 향해 나아가는 창. 그녀가 이 중에서 제일 약한 체술을 보유하고 있단 걸 알아챈 것이다.

    치지직-

    강대한 힘을 받아낸 루시아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유세현이 재빨리 가세하려던 순간이었다.

    루시펠의 고개가 유세현을 향해 홱 돌아갔다.

    지이잉-

    공간에 특수한 마법진 생성되면 그 속에서 수십 개의 빛의 창이 소환되었다.

    7티어 신성마법, 은자의 백창.

    쉬쉬쉬쉭-

    유세현은 곧바로 재빨리 부패의 어둠으로 대응했다. 천마광룡참으로 잘라버릴 수도 있었으나 신성마법에는 상극스킬인 이것만큼 좋은 효율을 자랑하는 게 없었다.

    [흑뢰검.]

    루베르크에게서 어둠이 흩뿌려지고 흑빛의 뇌전이 반발하자, 루시펠의 눈동자가 다시 한 번 커졌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이 힘...역시 닮았어.”

    치직!

    콰아앙!10보 밀려난 유세현이 이강호를 바라봤다. 그는 막 나침반으로 루시펠에게 물건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끝낸 상태였다.

    이강호가 포켓 속으로 나침반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역시 루시펠이 지니고 있어.”

    “......”

    만일 마족이 지니고 있었다면 시체만 들고 도망칠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죽여야 되는 게 확실해졌다.

    일행이 협공을 가하기 위해 자세를 다잡은 순간, 유세현을 응시한 루시펠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이 싸움을 잠시 멈추면 안 되겠습니까? 나는 그대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

    일행 중 그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

    그저 이강호의 신호에 맞춰 달려들 뿐이었다.

    루시펠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윽고 전신에 터져 나오는 광명.

    신성력을 끌어올려 자기 자신에게 여러 가지 버프를 추가로 걸고 있는 것이었다.

    김주희가 부조화의 특성을 이용해 물보라와 백색의 얼음조각이 뒤엉키며 기다란 칼날을 만들었다.

    이강호도 극도의 화염을 구사했다.

    아퀼라는 환각을 걸 타이밍을 쟀으며 루시아는 필살의 일격인 심마의 일격을 언제고 날릴 준비를 끝마친 상태.

    단번에 끝낸다.

    “...흠.”

    특이성을 느낀 것인지 루시펠은 정면대결을 피하고 더 높이 날아올랐다. 제일먼저 김주희가 창을 내질렀다.

    쿠구구구!

    상공을 얼리는 칼날의 물결이 소용돌이치며 날아갔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루시아가 묵묵히 창을 쥐고 있던 자세를 바꾼 것은.

    지금까지 정자세였다면 지금은 역수인, 투창자세를 했다.

    그녀가 손을 휙 뻗었다.

    코오오오오오!

    그러자 롱기누스는 상상도 하지 못할 속도로 낙하를 시작했다.

    단순히 던진 것이 아닌, 신성력을 이용한 증폭과 각종 마법이 건 것이다.

    트드득!물결이 일자로 갈라진다. 웬만한 것은 그냥 쌈 싸 먹어버리는 고유특성을 담은 김주희의 빙공이 밀린 셈이었다.

    “으으으으!”

    김주희는 지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버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때였다.

    “피해! 김주희!”

    슈욱-

    유세현의 외침에 김주희가 화들짝 전방을 살폈다. 그대로 돌파할 것 같았던 롱기누스가 김주희의 바로 앞에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것을 잡고 있는 루시펠.

    반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롱기누스가 갑주를 스쳐지나가자 닿은 부분이 푸딩처럼 푹 파였다.

    0.01초만 반응이 늦었어도 가슴이 갑옷 째로 베여나갔을 터였다.

    ‘엄청난 절삭력.’

    김주희는 다시 한 번 체감했다.

    저 아이템이 얼마나 굉장한 무기인지.

    이어서 일행의 협공이 펼쳐졌다. 루시펠은 신성력을 이용한 신성마법을 아낌없이 퍼부으면 대응했지만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루시펠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암흑투기를 맞고 있다고 하나 루시펠의 힘 스텟은 여전히 그들보다 우위에 있었다. 전체적인 스펙은 비교 불가능.

    민첩의 차이는 약 40%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이는 엄청난 격차였다.

    민첩은 반사신경과 동체시력, 그리고 세밀한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니까.

    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제어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

    사실상 일반적인 생명체였다면 지금쯤 5명은 땅을 기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허나.

    ‘개개인의 실력과 오랜 시간 합을 맞춘 듯한 협공...’

    그리고 특수능력이 그것을 커버해주고 있다.’

    그들의 스킬은 루시펠이 느끼기에도 하나하나가 전부 위협적인 것들이었다.

    줄곧 초연하던 루시펠의 눈빛이 한순간 흔들렸다.

    문득 패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하압!”

    일행은 행동을 더욱 빨리해 루시펠을 더더욱 궁지로 몰아붙였다. 행여 모를 특수한 아이템을 사용할 시간 따위는 주지 않았다.

    조금만 더하면 끝!

    불청객이 등장한건 그로부터 딱 10초 뒤였다.

    유세현과 루시펠의 고개가 동시에 홱 꺾였다. 둘은 한곳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유세현의 입에서 별안간 거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제기랄!”

    그답지 않은 모습.

    덕분에 굳이 묻지 않아도 동료들은 일이 났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누구야! 천족? 마족?”

    “...천족.”

    천족들은 현 상황에서 마족보다도 껄끄러운 상대였다.

    마족이야 놓치면 대충 놓쳤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천족은 일전의 일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쫓아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천사들의 위치는 불과 80km로 남짓한 남서쪽, 가까이에 있었기에 사실상 더 이상의 전투는 불가능했다.

    유세현은 침음성을 내뱉었다.

    팔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튀자.”

    허나, 그는 깔끔히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그것이 동료를 위한 옳은 판단이었다.

    되려 격렬하게 반응한건 김주희였다.

    “하지만!!”

    “괜찮아. 가자.”

    유세현은 루시펠을 흘끗 살폈다.

    지지리 운도 좋은 천사.

    ‘아니, 내가 운이 없는 건가.’

    유세현은 반대편을 향해 곧장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몇 번이고 생각했다.

    ‘그래...원래부터 오래 걸릴 일이었다. 상심하지 말자.’

    한손으로도 잘 싸울 수 있다.

    그렇게 순식간에 100m를 이동했을 때였다.

    김주희의 경악 어린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

    “뭐, 뭐야? 왜 따라와?”

    루시펠이 고작 10m의 거리를 유지한 채 일행을 뒤쫓아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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