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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361화 (361/612)
  • 루시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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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호에게 일전에 전해들은 바가 있었지만 듣는 것과 직접 본 것은 느낌이 천지차이.

    원근감이 원체 느껴지지 않는다.

    때문에 암흑지대에서의 전투는 보다 더 각별히 주의를 요해야만 했다.

    단순히 눈으로만 쫓다가는 지형지물에 들이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약자와의 싸움이라면 몰라도 강자와의 전투라면 이는 목숨과 직결되는 치명적인 실수다.

    “그럼 다시 이동해볼까?”

    일행은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전투가 발생했다.

    영체화의 영향으로 기척에 민감해진 망자들이 습격을 가한 것이었다.

    -그어어...

    -사, 살아있는 자!

    -몸...몸.을 내.놔.라!

    “...역시 그냥은 안 보내 주는군.”

    이강호가 제일먼저 다가온 영체 한 마리를 베어 넘겼다.

    이어 망자들이 한데 뭉쳐 폭풍처럼 몰아쳤지만 일행의 상대는 되지 않았다.

    수의 문제가 아니었다.

    수는 수 백 수 천, 무수히 많았으니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망자들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이답지 않게 약했다.

    벤시처럼 특수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물리적인 힘이 강한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잘 쳐줘봐야 B랭크 하위 수준.

    이는 어른과 갓난아기 정도의 확연한 차이다.

    놈들은 코인도 주지 않았다.

    -몸을...넘겨 줘. 난, 난...가야해 그에게 돌아가야 해...

    때문에 대리자들은 망자들을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의문을 가지게 되어있었다.

    대체 왜 이들은 쓸데없이 약한 것일까? 어떤 의도로 이곳에 배치되어있는 것일까?

    그때 한 망자가 외침이 일행의 귓속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이...강.호.

    “......”

    -널...증.오.한.다.

    일행이 망자 앞에서 그의 이름을 언급한 적이 없건만 망자는 그를 정확히 부르고 있었다.

    [망자.]

    그들의 정체는 판도라에서 사망한 이들이었다.

    인간부터 시작하여 오크, 트롤 등등 육체를 잃은 자들이 이성이 나간 상태로 이 지대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현재 내뱉고 있는 말은 원한 갈망 등 그들이 죽기 직전까지도 집요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서걱-

    날카로운 창의 날이 망자를 정확히 일자로 가른다.

    이강호는 망자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인류를 강제적으로 이끌며, 이종족과의 전쟁을 강제적으로 일으킨 순간부터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으리라는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촤자작-

    망자들은 채 20분도 되지 않아 깨끗이 정리되었다.

    유세현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놈들이 이 시나리오의 큰 폭을 차지 한다는 거지...”

    대다수들의 이종족들은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했을, 그들만이 지니고 있는 고위 정보였다.

    세밀한 부분까지 따지자면 따라올 종족은 아무도 없으리라.

    망자들의 왕, 크람베르.

    이후의 밝혀질 이야기지만 이 세계를 뒤덮고 있는 높디높은 방벽은 크람베르를 봉인 및 탈출을 방지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었다.

    스토리로 따지자면 크람베르는 조금씩 힘을 되찾아가고 있는데 이후에는 봉인을 완전히 깨부수고 세상 밖으로 빠져 나온다.

    그때 크람베르는 망자들에게 힘을 부여하여 세상에 마수를 뻗히는데 그때 놈을 완전하게 제거, 혹은 봉인하는 것이 대리자들이 이뤄야 될 목표였다.

    이에 이강호는 완벽하게 아이템을 모아 놈을 완벽하게 봉인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건 엄연히 나중의 이야기였고 지금 중요한 것은 마지막 남은 달의 빛을 얻는 것!

    나침반은 암흑지대의 더더욱 깊은 장소를 가리키고 있었다.

    * * *

    꽤나 많은 지역을 거쳤다.

    8개 이상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맥을 3개나 넘었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칠흑의 강도 건넜다.

    그렇게 딱 이 지대에 들어 온지 한 달이 되었을 때였다.

    지역을 이동한 유세현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천사가 있다.’

    천사가 오르엠이나, 대천사처럼 힘을 숨기지 않은 덕분이었다.

    빠르게 파악해 보건데, 천사의 순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중급천사 정도로 아무리 잘 쳐줘봐야 중상급 수준에 불과하다.

    허나.

    ‘뭐냐...’

    그것과는 별개로 유세현의 목뒤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천사의 순도는 분명히 낮았다. 그런데 지니고 있는 총량이 장난이 아니었다.

    일행 중에서도 최고 많은 마력량을 지니고 있는 이강호의 마력 총량을 아늑히 뛰어넘는다.

    최상급 천사 그 이상의, 대천사 급이었다.

    ‘어떻게 중급천사 급의 신성력을 지니고 있는 천사가 이정도의 양을...’

    직위가 낮아 신성력의 순도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 이상의 신성력을 지니고 있는 천사는 꽤 있었다.

    순도는 권능이지만 총량은 랭크와 퍼센트로 결정되는 것이니까.

    아무쪼록 그래봤자 상급천사가 최상급 천사의 근처에 근접하는 정도다.

    중급천사가 대천사급에 달한다는 건 원체 말이 되지 않았다.

    오르엠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천사를 중급의 직위에 놔두지도 않았을 테고.

    ‘뭐지 대체?’

    혹시 몰라 주위 마력 흐름을 유심히 읽어본 유세현은 큰 사실을 한 가지 더 깨달을 수 있었다.

    ‘주위에 다른 천사가 없다.’

    물론 마을 때와 달리 오르엠과 대천사들이 힘의 갈무리를 더더욱 완벽하게 한 것일 수도 있었다.

    문득 고속으로 천사를 향해 이동하고 있는 다수의 마력이 느껴졌다.

    어둠의 마력을 지니고 있는 종족.

    마족이었다.

    ‘이대로라면 격돌할거 같은데...’

    지금 일행과 천사와의 떨어져있는 거리는 불과 10km정도였다.

    현대였으면 무지하게 먼 거리지만, 지금은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의 무척 가까운 거리.

    “뭔데? 무슨 일이야?”

    유세현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자 이강호가 물어왔다.

    유세현이 털어놓자 좁혀지는 이강호의 미간.

    “흠, 정말 말이 안 되긴 하는데...가까이 가보자.”

    “응? 가까이?”

    “응, 대충 볼 수 있을 정도만. 들킬 정도로 너무 가까이 가지는 말고.”

    “흠...그럼 그럴까.”

    일행이 은밀하게 움직여 접근했다.

    콰아아앙!

    가까이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파공성 소리가 점점 더 거세져갔다.

    전투를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일행은 각자 확대 만원경을 들어 올려 눈에 갖다 대었다.

    본래 아퀼라의 제 3의 눈이 보다 더 선명하고 확실했으나 그것도 흑마법의 일종이었기에 들킬 염려가 있어 이번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일대는 초토화 되어 있었다.

    덕분에 장애물이 사라져 지켜보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상황.

    유세현은 시선을 옮기자 지면에 처박혀 있는 수많은 마족들의 모습이 망막에 맺혔다.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달려든 마족들의 마력 수준은 상급정도였었으니까.

    마침내 천사의 모습이 시야에 잡혔다.

    제일먼저 눈에 띈 것은 우월함을 뽐내고 있는 3쌍의 거대한 날개.

    유세현은 얼굴을 살피려 했으나 각도가 맞지 않아 당장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장비와 머리카락 정도였다.

    붉은 빛의 문양이 새겨져있는 백색의 갑주.

    나선형으로 꽈져 특이한 모양새를 자랑하는 이지창.

    그리고 곧게 뻗어있는 황금빛 감도는 은발.

    대천사들의 모습과 비교한 유세현은 마음속을 생각했다.

    ‘역시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천사다.’

    천사는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마족이 달려들면 천사가 반격하는 형식이었는데, 되려 마족들이 힘을 쓰지 못했다.

    유세현이 행여나 알까 이강호에게 물으려는 찰나였다.

    이강호가 중얼거렸다.

    “루시퍼...”

    “루시퍼?”

    “응. 틀림없어.”

    루시퍼.

    벨제뷔트의 밑으로 들어가 어둠의 마력을 손에 넣은 후 루시펠이란 천사의 이름을 버린 타락천사.

    그 당시, 그녀의 힘은 판도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기 그지없었다.

    “힘도 힘 때문이지만 사실 순수한 힘보다는 가지고 있는 하나의 성물 때문이었지.”

    “성물?”

    “응. 오르엠이 직접 제작한 단 하나뿐인 창.”

    신이 직접 제작한, 그래서 신도 꿰뚫을 수 있는 창, 롱기누스.

    루시펠이 지금 들고 있는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 붉은 색의 이지창이 롱기누스였다.

    유세현은 루베르크를 바라봤다.

    “마신구랑 같은 건가.”

    “비슷하지만 달라.”

    “뭐가? 그냥 부여되어있는 권능의 종류가 다른...”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롱기누스는 특이해.”

    “어떤 점이?”

    “음...예를 들자면 너의 검에 붙어있는 부패의 어둠이라는 스킬. 그건 네 권능수준에 따라서 위력이 달라지잖아?”

    그 말에 유세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스모데우스와의 전투에서 그 점이 판명이 났다.

    “왜 그런 거라고 생각해?”

    “글쎄...다른 사람이 쓸 걸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서?”

    “그렇지. 보통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무기를 사용하는 걸 고려하지 않지.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너의 검에 부여되어 있는 권능은 부패의 권능 일부를 완전히 쪼개서 넣어 놓은 게 아니라, 너와 접촉했을 때 권능이 너에게서 검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해 발현되도록 장치를 넣어 놓은 정도라고 생각해.”

    “흠...타인이 쓴 경우가 있긴 했었지만...뭐, 제 파워를 낼 수는 없었으니 아무튼 그렇다 치고. 롱기누스는 아니라는 거야?”

    “응, 아니야.”

    이강호가 표정을 굳혔다.

    “오르엠은 롱기누스에 자신의 권능 중 일부를 절반이나 쪼개 넣었어. 권능의 종류는 강화.”

    “...강화?”

    “응.”

    어둠의 마력의 주 효과가 죽음과 이어져 있듯이 신성력은 탄생, 즉 생명과 이어져있다.

    어둠은 공포를 자극해 적의 육신을 약화시키는 반면, 신성력은 자체적인 힘을 올려준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힘을.

    “물론, 이 능력을 사용하진 못해.”

    신성력은 어둠의 마력과 상극, 루시퍼도 어둠의 마력으로 전환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결론이면 말도 꺼내지 않았을 거야.”

    그 효과가 롱기누스에게도 자체 적용이 된다.

    그것도 지니고 있는 자의 마력과는 상관없이.

    무엇이든 꿰뚫는 창에 가장 근접해 있는 창이 롱기누스인 것이다.

    유세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믿음직한 방어구를 일격에 꿰뚫을 수 있게 되면 그것만큼 큰 위협도 없다.

    “어떻게 할까?”

    마음 같아서는 죽이고 롱기누스를 뺏고 싶었다. 저 창을 이강호나 김주희가 사용하면 누구보다도 좋을 것이기에.

    허나, 아무리 봐도 지금 상황에서 튀어나가 루시펠을 죽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의 능력도 능력이거니와, 이 주위는 딱 봐도 마족이 점령한 땅.

    강자의 마력은 딱히 느껴지지 않지만 언제 벨제뷔트라는 툭 놈이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콰아아앙-

    또 한 번의 대폭발.

    이번에 마침내 루시펠의 몸과 얼굴이 드러났다.

    천사 특유의 청초한 외모와 봉긋 튀어나와 있는 가슴부위.

    김주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여자?”

    “맞아. 루시퍼는 여성체 천사야.”

    유세현은 보다 자세히 루시퍼의 주위를 살폈다.

    마족들은 쓰러져 있되, 목숨만은 붙어있는 상태였다.

    그 말은 즉 슨.

    ‘일부러 죽이지 않았다.’

    루시퍼가 마음을 먹었다면 전부 조각이 나있어야 정상이었다.

    유세현은 루시퍼가 왜 살려두는 것인지 어렴풋 짐작이 갔다.

    단신.

    그리고 마족이 몰려오도록 일부러 개방한 힘.

    이강호가 해준 이야기만 알고 있으면 초등학생일지언정 추측해낼 수 있는 일이다.

    ‘고위 마족과 접선하려는 속셈이군.’

    아무리봐도 루시퍼는 지금 마족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신경 끄고 우리의 할 일이나 하자.”

    “그러자.”

    일행은 다시 본분으로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침반을 꺼내 바라보는 이강호.

    그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왜 그래 강호야?”

    유세현이 나침반을 응시했다. 나침반은 어느 한 장소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루시펠이 있는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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