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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360화 (360/612)
  • 예상치 못한 습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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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간에 꽂히면 대개 즉사였으며, 관절에 맞으면 그 부위가 걸레조각처럼 떨어져나갔다.

    웬만한 방어구들은 그대로 기능을 상실.

    잽싸게 화살을 하나 더 꺼내든 지르크는 확신했다.

    유세현이 이걸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신경 써야 될 곳이 너무 많아 시선이 분산 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활을 쏘았다면 경계심이 높아져 반응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반응하지 못한다.’

    그가 이번엔 김주희를 겨냥한 순간이었다.

    제자리에서 천마혈사장을 쏘아대고 있던 유세현이 고개가 정확히 화살이 날아오고 있는 방향을 향해 홱 돌아갔다.

    ‘...!!’

    콰아아앙-

    천마혈사장이 화살을 집어삼켰다. 화살은 처음에는 일정부분을 꿰뚫으며 돌파했지만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는 그 기세를 이겨내진 못했다.

    유세현이 소리쳤다.

    “지금이다!”

    “예!”

    신호와 동시에 사방으로 흩어지는 일행.

    지르크는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도주가 아니라 쳐들어오는 걸 선택하다니!’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르크는 냉정해졌다.

    ‘적은 분명 마력이 다했다.’

    그렇지 않으면 도무지 감당하지 못할 포화였다.

    ‘근접전투에 어지간히 자신이 있나본데...’

    다가지 오지 못하게 만들면 된다.

    지르크가 손을 들어 올리자 하이윈드의 팀원들이 손을 치켜세웠다.

    지이잉-

    마법진의 발현과 동시에 요동치기 시작하는 지축.

    쩌쩍-

    쩌저적-

    지르크가 서 있는 장소를 경계로 대지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어스퀘이크.

    적의 진형을 완전히 뒤집어 놓는, 땅을 걸어 다녀야 되는 생명체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상위마법.

    지르크는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봤다.

    지금이라도 뒤로 빠지는 것이 정상적인 판단이었으나 달려오고 있는 두 명의 인간은 돌아갈 생각이 없는지 더욱 가속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진심으로 부서진 지면을 넘어 오려는 생각인건가?’

    지르크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악수 중에서도 최악의 수였기에.

    허나, 그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갈라지던 땅이 다시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일대에 전부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었고, 유세현의 발걸음이 향하고 있는 장소만 그랬다.

    지르크는 정말 놀란 표정이 되었다.

    ‘저건 설마 지형간섭?’

    공간의 부츠에 내장되어있는 최고위 술식의 힘!

    잘 달리던 유세현이 별안간 높이 도약했다.

    지르크는 이를 멍한 얼굴로 쳐다보다가 이내 짙은 미소를 지었다.

    왜 도약했는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아무쪼록 이건 어마어마한 실책이었다.

    공중에 뜬 다는 건 무방비가 된다는 뜻이니까!

    “놈을 격추시켜라!”

    외침과 함께 유세현을 향해 화살의 세례가 빗발쳤다.

    지르크보다 뛰어난 실력은 아니었으나, 엘프는 활의 종족.

    일반적인 종족이 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적중력을 자랑한다.

    좌우측에서는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불덩이가 유세현을 노렸다.

    정면은 화살, 양 옆은 마법!

    지르크가 보기에는 아무리봐도 피할 방법 따윈 없었다. 쳐낸다 하더라도 팔이 한 개 밖에 없기에 전부 쳐내는 건 불가능.

    그런데 닿기 직전 유세현이 허공에 발을 박찼다.

    단숨에 방향이 전환되어 더욱 높이 솟아오르는 유세현의 육신.

    지르크를 포함한 엘프들의 표정이 경악에 물들었다.

    ‘뭐냐 저건!’

    플라이, 블링크 그 어떤 것도 아닌 그들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마법이었다.

    유세현이 손바닥을 뻗었다.

    지르크는 설마설마했다.

    ‘그럴 리가! 아무리 마력이 많아도 전부 사용했어야 정상...’

    생각을 마칠 새도 없이 검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콰아아앙!

    충격에 대비했으나 노린 곳은 우습게도 지르크가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아퀼라나, 김주희, 루시아가 향한 장소!

    마력이 전부 떨어진 그들을 지원 해준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불어.

    ‘이쯤이면 도망치지 못하겠지.’

    무형의 힘이 일대를 장악한다.

    지르크는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내뱉었다.

    ‘이, 이건!’

    엄청난 중압감. 일전 느껴본 적 있는 감각이었다.

    ‘암흑투기!’

    지르크가 이를 갈았다.

    ‘어떻게...어떻게 이럴 수가!’

    구울이야 그렇다 쳐도 암흑투기의 사용은 상상조차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휘이잉-

    흩날린 흙먼지가 바람에 쓸려 사라지자 마족화로 변화 된 유세현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 어떤 마족보다도 붉은빛을 띠고 있는, 피처럼 새빨갛기 그지없는 눈동자.

    슈우우웅!

    콰아앙!

    유세현의 신형이 가장 가까이 위치해있는 엘프를 향해 뚝 떨어졌다.

    엘프는 기겁을 했다.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다급히 보호마법을 사용했지만 루베르크의 비정한 검신은 마법을 그대로 찢어발겼다.

    “커, 컥...”

    목을 꿰뚫린 엘프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대로 부패의 어둠이 침투하며 절명.

    “크아아악!”

    이강호도 벌써 2명의 엘프를 베어 넘긴 상태였다.

    쉬이익-

    귓가에 울리는 파공성을 포착한 유세현은 그 근원지를 향해 죽은 엘프의 시체를 걷어찼다.

    그것으로 막을 생각이었던 것인데.

    퍼엉!

    팔을 관통한 화살의 위력은 조금의 기세도 줄어들지 않았다.

    “흡!”

    유세현은 잽싸게 몸을 틀어 피했다. 허나, 이미 너무 가까이 와버린 덕에 완벽한 회피는 불가능했다.

    트득.

    스친 루크루프의 갑주에 균열이 간다. 이윽고 지면위로 떨어지는 조각.

    ‘레전더리 C랭크의 아이템인데...’

    거기에 특별한 기능 없이 단단한 게 특징인 아이템이었다.

    그런 갑주가 단 일격에 부서졌다.

    실로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스텟은 그때의 마족보다도 저놈이 더 낮을 텐데...’

    유세현이 지르크를 노려보자, 지르크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지르크는 마음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젠장...안 좋다.’

    너무 가까이 붙어버린 탓에 도주도 불가능.

    활과 마법은 쉽게 맞아주지 않는다.

    그나마 약간 위로할 점이 있다는 건 마법폭격으로 인해 놈이 많이 지쳐있다는 점이었다.

    “모든 힘을 이끌어내 놈을 처리하라!”

    후웅!

    하이윈드 소속 엘프들이 몸을 움직였다. 암흑투기에 당하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다른 이들보다는 재빨랐다.

    올려둔 어둠속성 저항력과 착용하고 있는 여러 저항력아이템 덕분이었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상대가 되진 못했지만.

    “크윽.”

    한쪽 팔이 잘려나간 하이윈드 소속 엘프가 치를 떨었다.

    “크으으으! 그 눈동자 색과 이 힘...네놈! 정말 인간이냐?”

    힘의 차이도 차이였지만 유세현이 펼치는 검술이 그로써는 더더욱 지옥이었다.

    믿을 수없는 괴상한 움직임은 예측이 되지 않았고, 급소나 관절을 향해 파고드는 예리함은 검이 몸 자체인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

    유세현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엘프가 한 대사는 내부에 진입한 이후 너무 많이 들어 식상해진 그런 대사였다.

    순간적인 찌르기를 이용해 뇌를 파괴한 유세현이 이번에는 지르크에게 향했다.

    지르크는 분전했다.

    틈을 만들기 위해 마법을 난사하고, 화살로 한 방을 노리고.

    허나 전부 무용지물이었다.

    유세현이 발을 뻗자 지면이 솟아오르며 지크르의 퇴로를 완전차단 되었다.

    지르크의 뇌리 속에 로리엔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필사적이었던 목소리.

    퀴르가스의 판단보다도 로리엔의 판단이 옳았다.

    전부를 사용했어야했다.

    일반 엘프의 어설픈 5~6서클 마법이 블리자드 급 정도에 해당하는 고위 마법을 일제히 퍼부었어야 승산이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지르크는 문득 깨달았다.

    ‘없다.’

    로리엔이.

    ‘알고 빠졌구나.’

    “후우...후우...”

    죽음을 눈앞에 둔 지르크의 눈동자가 잔잔하게 떨렸다.

    천사, 드래곤, 마족, 그 외의 고위종족에게 당했으면 당했지, 인간에게 당하리라고는 상상 조차도 하지 못했었다.

    ‘아니, 인간이 아니다. 마족 중에서도 대악마 이상...’

    그는 모든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냥 죽을 생각은 없었다.

    죽을 땐 죽더라도 적에게 극심한 피해를, 동족에게 이 위기를 알리리라.

    그러나 그는 하던 행동을 마저 할 수 없었다.

    어느새 얼굴 바로 앞까지 도달해 있는 루베르크.

    활대를 들어 다급히 방어했지만...

    스스슥-

    날카로운 날에 의해 믿고 있던 활대가 잘려나가며 지르크가 보고있던 세상이 새까맣게 변했다.

    * * *

    일행은 기세를 몰아 곧바로 엘프를 덮쳤다.

    퀴르가스를 포함하여, 미궁 수색을 위해 흩어져 있던 엘프들은 생각지도 못한 습격에 거의 손도 써보지 못하고 목숨을 내어주었다.

    달의 거울을 획득.

    아이템을 회수한 일행이 지역을 완전히 벗어나자 한 여성 엘프가 그들이 있던 미궁을 찾았다.

    로리엔이었다.

    차가운 시체가 되어 쓰러져있는 퀴르가스를 발견한 로리엔이 그를 내려다봤다.

    충고를 듣지 않은 자의 말로.

    침이라도 뱉을 표정이었으나 기록용 수정구슬에 퀴르가스의 모습을 담은 그녀는 말없이 돌아섰다.

    ‘처음부터 제대로 맞붙었어도 높은 확률로 패배했을 싸움이었다.’

    변수는 한 인간이 지니고 있던 능력.

    인간 남성의 전신에서 어둠의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그 장면이 로리엔은 도무지 잊혀지지가 않았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아른거린다.

    ‘그건 분명 마력재생이었어. 아이템에 저장해둔 마력을 사용한 게 아니야.’

    그래서 그녀는 의문이 들었다.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는 그녀가 알고 있는바 판도라에서 단 두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오르엠 그리고 루시뷀트.

    대악마, 대천사도 감히 흉내 내지 못한다.

    그 능력은 근원을 지니고 있는 존재가, 근원에 부하를 걸어 사용하는 기술이니까.

    ‘대체 어떻게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거지?’

    생각한다고 떠오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이것만큼은 분명했다.

    그 인간은 지금까지의 근간을 뒤집어엎는 존재라는 거.

    일행에게 걸어둔 고유특성을 이용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대략적으로 확인한 로리엔이 본대가 위치해 있는 장소를 향해 은밀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나침반의 바늘이 가리키고 있던 곳은 일행이 발자취를 남겼었던 장소 중 하나였다.

    달빛을 집어 삼키는 새까만 안개와 울창한 숲.

    경계지대에 내부로 들어선 이강호가 재차 나침반을 확인하기 무섭게 말했다.

    “역시 암흑지대쪽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에 유세현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그렇단 말이지.”

    암흑지대는 죽은 망자들의 혼이 갈 곳을 잃고 떠도는 장소로 문라이트보다도 더한 위험도를 자랑하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그가 필요로 하는 3개의 아이템은 본래는 전부 문라이트에 숨겨져 있는 물품들이었다.

    즉, 달의 빛 아이템을 얻은 종족은 자의로 암흑지대로 향했다는 뜻이 되는데 이는 그들이 적잖은 힘을 지닌 종족임을 암시한다.

    ‘이곳을 가리키는 게 아니길 바랐는데.’

    아무쪼록 누가 지니고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이대로 멈출 수는 없는 법이었기에 일행은 입구로 향했다.

    [심연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자, 대가를 바쳐라.]

    미리 준비해둔 물품들을 내려놓자 연기가 길게 늘어지며 길을 만든다.

    통과하자 전혀 다른 세상이 그들을 반겼다.

    -으어어어!

    귓가를 울리는 망자들의 울음소리.

    올려다본 하늘에는 벤시와 비스무리하게 생긴 정체모를 몬스터들이 배회하고 있었고, 땅 근처에는 도깨비불이 떠다녔다.

    주위를 둘러본 유세현이 손끝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땅을 쓸었다.

    재질을 모래와 흙이었으나 음영이 없어 겉보기에는 블랙홀처럼 보였다.

    풀이나 나무, 바위라고해서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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