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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359화 (359/612)
  • 예상치 못한 습격(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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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이터스 창을 켠 로리엔이 개화된 고유특성을 바라봤다.

    [특성명: 집착]

    그녀가 실험해 본 바, 이 특성은 다양한 차원에서 여러 가지 활용이 가능한 좋은 능력이었다.

    마법위력을 일정수준 증가시킬 수도 있었고, 다른 보조 마법에 적용하면 소비하는 마력에 비해 더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적용 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은 탐지였다.

    적에 대한 증오심, 찾고 싶다는 갈망 때문에 개화된 특성이라 그런지 위력을 배로 증가시키는 것.

    거기에 더불어 그녀는 스킬의 사용과 무관하게 일정 범위 안에 존재하고 있는 생명체의 숨결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젠 집중력만 잃지 않는다면 적이 아무리 기척을 잘 숨겨도 찾아낼 수 있다.

    그때 로리엔의 곁으로 이 팀을 이끌고 있는 상관, 퀴르가스가 다가왔다.

    “조금이라도 수상쩍은 게 느껴지거든 바로 보고를 올려라.”

    이전 그녀의 감각을 무시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행동.

    그녀가 스스로의 능력을 밝힌 덕분이었다.

    근신은 단번에 풀렸고, 경계 및 탐색부분에서 만큼은 팀장에 달하는 권한을 얻었다.

    “예. 알겠습니다.”

    로리엔이 고개를 숙여 답하자, 퀴르가스는 제 할 일을 하기 위하여 발걸음을 돌렸다.

    그녀는 주위를 쓱 훑었다.

    하이윈드의 하부조직에 속해 있는 엘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본래는 이곳에 있을 짬이 아니었지만 꽤나 주요 아이템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찾아내기 위해 동원된 것이었다.

    동족이 탐사에 힘쓰고 있는 동안 로리엔은 맡은바 역할을 다했다.

    다른 엘프들이 지키고 있는 초소를 일일이 순찰해가며 확인, 개미새끼하나 지나갈 수 없도록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부대원 10명과 함께 일대를 순찰하고 있던 로리엔의 미간이 한 순간 꿈틀거렸다.

    이윽고 제자리에 멈춰서는 로리엔.

    “왜 갑자기 멈춘 거지?”

    선배 부대원이 질문했지만 로리엔은 답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들리지 않았다.

    바로 근처 풀숲에서 화염, 냉기, 그리고 어둠침침한 감각이 느껴지고 있었다.

    소수로 이루어진 팀이었다.

    몇 번이고 되돌려본 영상이 뇌 내에 펼쳐진다.

    사용하는 스킬의 특징, 주 장비, 생김새, 더 나아가 놈들의 머리카락 길이까지.

    숨어있어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로리엔은 이 순간 확신했다.

    ‘놈들이다!’

    두근-

    심장이 요동쳤다.

    어떻게 해야 할까?끓어오르는 분노와 별개로 로리엔의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복수에 눈이 멀어 무조건 달려드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놈들은 강하니까.

    ‘지금 싸우면 100% 당한다.’

    물론, 고서클의 마법을 기습적으로 발현하여 적중 시키는 게 가능하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마법은 엘프를 강자의 반열에 올려준 스킬.

    제대로 적중당하면 즉사, 아니면 체력저하로 인해 본래의 힘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문제는 적이 쉽게 맞아주지 않을 거라는 거.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그러니 확실히 한다.’

    고유특성을 발현한 그녀가 그 힘을 더욱 끌어올렸다.

    집착.

    질기고 질긴 엉겨 붙는 힘.

    무색, 무취의 인식할 수 없는 무형의 힘이 적이 위치한 장소를 뒤덮었다.

    지금까지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기에 믿고 발현한 능력이었다.

    이 능력을 뒤집어 쓴 물체는 생명체건 비 생명체이건을 떠나 일정범위에서 벗어날 때까지 일주일 동안 그녀가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일을 마친 로리엔이 언짢은 표정을 하고 있는 선배 부대원을 향해 답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기분 탓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빨리빨리 답해라.”

    “알겠습니다.”

    슈슉-

    장소를 벗어나는 엘프들.

    자취를 완전히 감추자 일행이 참았던 숨을 그제야 내뱉었다.

    “후우...들키는 줄 알았네. 저 엘프 이전에 그 엘프 맞죠? 감이 장난 아니게 뛰어난데요?”

    “...그러게.”

    김주희의 말에 동의를 표한 유세현의 표정이 착 가라앉았다.

    방금 전, 아주 한순간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처리하기위해 몸이 움직일 뻔했다.

    루시아도 심정을 밝혔다.

    “뭔가 찝찝하네요.”

    그녀 또한 총 2번씩이나 근처를 서성거린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과연 정말 우연일까?

    “사실은 알아챈 게 아닐까요?”

    “흐음...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강호가 부정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주관적인 생각이 아닌, 논리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녀가 속해있는 집단은 강자들의 집합체인 하이윈드.

    그리고 그녀의 옆에 있던 자들은 전부 수준급에 달하는 대리자였다.

    선제타를 가하면 유리한데다가, 자칫 예상이 빗나가 비등비등하더라도 근처에 동료들이 있어 버티기만 한다면 지원으로 인한 우위를 점할 수 있기에 그들이 공격을 감행하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만약 마력 파악이 가능하다면 말은 달라지겠지만...

    마력의 종족이라고 불리는 드래곤이나 유세현 수준 정도가 아닌 바에야 내공심법 때문에 평소 상태에서 마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무공이 없는 루시아가 자칫 문제일 수도 있지만 고유특성, 아이기스의 방패로 힘의 유출을 틀어막고 있기에 괜찮았다.

    “...확실히 그렇긴 그러네요.”

    꺼림칙한 감각을 뒤로하고 수긍하는 루시아.

    이강호가 말을 이었다.

    “게다가 설사 눈치를 챘다 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이곳에 봉인되어있는 아이템, 달의 거울은 미로의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들어가는 길은 여러 곳.

    그리고 이강호는 이 길을 전부 외우고 있었다.

    엘프가 먼저 진입했다고는 하나, 놈들과 부딪치지 않게 이동하여 몰래 빼내는 건 일도 아니다.

    아이템을 얻은 뒤 장소를 유유히 빠져나온다면?

    그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 것이다.

    아니면 내부에서 싹 전멸시키던가.

    허나, 후자는 별로 선택하고 싶은 방법이 아니었다.

    일반 엘프들은 몇몇 살아남을 것이고 보고로 인해 추적자가 따라붙을 확률이 높으니까.

    마족의 눈에도 띄었는데 재차 엘프의 눈에도 띄는 것은 극구 사양이다.

    이강호가 다시 길을 걸어 나갔다.

    * * *

    보고를 들은 퀴르가스가 턱을 어루만졌다.

    그는 현재 로리엔이 보여준 기록용 구슬까지 살핀 상태였다.

    “예외적인 인간이라...확실히 그런 보고를 받은 바가 있었지. 그놈들이 이놈들이고 지금 이 근처에 있다는 건가...”

    “예. 움직임을 보아하니 우리가 노리고 있는 아이템을 똑같이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일단 수색은 일시 중지한 뒤 전부 몰아쳐 처리하는 게 좋은 방법인 것 같...”

    “조용. 판단은 내가한다.”

    퀴르가스가 로리엔의 말을 잘랐다.

    로리엔은 마음속으로 빌었다. 제발 자신의 말을 듣기를.

    장고 끝에 퀴르가스가 입을 열었다.

    “지르크.”

    “예.”

    “팀의 절반인 스무 명과 일반엘프 오십, 다 합쳐 70명의 병력을 내어주마. 로리엔과 가서 놈들을 처단해라.”

    “예, 알겠습니다.”

    부팀장 지르크가 답했다.

    로리엔은 입술을 질끈 곱씹었다.

    왜 전부를 보내지 않는 것인가.

    위험하다고 그리 알렸는데.

    대답은 간단했다.

    “분명 다섯이라고 하지 않았나?”

    “예. 그렇습니다만...”

    “놈들도 체력과 마력에 한계가 있다. 제 아무리 놈들이 날고 긴다고 해도 대규모로 쏟아지는 광역마법을 전부 버텨낼 수 있으리라고 보나? 게다가 지금은 그 특이한 언데드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

    “......”

    “시간은 금이다. 허투로 쓸 수 없는 법이지. 이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하, 하지만...놈들의 스텟이...”

    “로우윈드, 그리고 네 오빠 제르펠이 당했다고 해서 놈들을 너무 과대평가 하고 있군. 얌전히 명령에 따라라.”

    퀴르가스는 뭐라 해도 뜻을 굽힐 생각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에 로리엔은 설득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켜보기로 했다.

    정말 그의 말처럼 승리할지.

    아니면...

    퀴르가스가 한마디 덧붙였다.

    “아! 언데드를 다룬다는 그놈...죽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만약 숨이 붙어있다면 생포해 와라. 카시우스에게 넘겨줄 것이니.”

    * * *

    자세를 낮추고 잘 걸어 나가고 있던 유세현의 눈이 별안간 번뜩 빛났다.

    지금까지 행동패턴과는 다른 움직임을 눈치 챈 것.

    ‘뭐지? 엘프들이 한데 뭉쳤다.’

    대다수가 일반 엘프였지만 그중에서 힘을 어설프게 숨긴 강자들의 기운도 느껴졌다.

    유세현은 그들을 예의주시했다.

    혹시 모르는 거니까.

    허나, 우려와 달리 그들은 다시 흩어졌다.

    ‘괜한 생각이었나?’

    그 생각이 든 찰나였다.

    북, 동, 남쪽으로 퍼진 엘프들이 일제히 엄청난 속도로 이동을 개시했다. 일행이 위치해있는 곳은 서쪽.

    일행을 둘러싸는 반원의 형태로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세현은 깜짝 놀랐다.

    ‘위치가 발각 된 건가?’

    계속 이동했는데 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허나,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엘프들의 체내에 있는 마력이 요동친다.

    광역, 혹은 고서클의 마법을 시전 할 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뛰어!”

    유세현이 보법이 없는 루시아를 들쳐 메기 무섭게 질주를 시작했다. 영문도 모른 채 뒤따라오는 동료들.

    “선배님! 갑자기 무슨 일...”

    “달리기나 해!”

    파앗-

    그 순간 하늘에 새까만 먹구름이 끼었다.

    ‘이건!’

    쏟아지는 무시무시한 눈보라.

    무려 8서클.

    과거 셀론이 보여주었던 최상급의 냉기마법!

    트득-

    쩌저적!

    쾅! 콰광!

    칼바람이 꽁꽁 언 나무들을 산산조각 부서트린다.

    허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구역을 미리 나눠놓기라도 했는지 다양한 마법이 빗발쳤다.

    어떤 곳은 불의 비가 내렸으며, 어떤 곳은 칼날의 돌풍이 몰아쳤다.

    일행이 제 아무리 달려도 완벽하게는 회피 불가능한 그런 광역 공격이었다.

    ‘완전 작정하고 사용했군.’

    다급히 전부에게 보호막을 씌운 루시아가 외쳤다.

    “세현씨!”

    어떻게 할 거냐는 함축된 의미가 담겨있는 말이었다.

    이강호와 유세현의 시선이 교차했다.

    둘이 동시에 말했다.

    “처리하죠.”

    무사히 물러난다면 더 강한 병력이 보충될 가능성이 높다.

    재수 없으면 카시우스 본인이 직접 나타날 수도 있는 것.

    아무이유도 없이 위치가 발각되었으니 그건 일행에게도 엄청난 부담이었다.

    그러니 그전에 끝낸다.

    바로 지금.

    이강호가 오더를 내렸다.

    “저와 세현이는 중심부를...”

    나머지는 일반 엘프들을 타개.

    루베르크를 입에 문 유세현이 팔을 들어올렸다.

    ‘좌표마법에는 정교함이 필요하지.’

    콰아앙!

    뻗어나간 붉은 빛이 적이 있는 엘프들이 있는 장소를 휩쓸었다.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닌 틈을 만들기 위한 공격.

    “제가 방어를 맡을게요!”

    김주희가 일으킨 물과 냉기가 부조화를 이루며 머리 위를 감쌌다.

    “정면은 막지 마!”

    “예! 알고 있어요!”

    이어서 이강호, 루시아, 아퀼라도 스킬을 선보였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절기.

    광역 공격이 조금이나마 수그러든다.

    불길을 도약하여 회피한 지르크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이 상황에서 정확히 반격을 가해오다니...’

    보통은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정말 예사 놈들이 아니군.’

    지르크가 활시위를 당겼다. 지금까지는 장애물 때문에 쏘지 않고 있었던 것이지 그는 여건만 된다면 5km가 넘는 거리에서도 정중앙을 맞출 수 있는 실력자였다.

    쉬이익!

    몽둥이 두께만 한 화살이 유세현의 종아리를 향해 날아간다.

    파괴의 화살.

    바람의 힘을 가득 담고 있기에 제대로 적중당하면 그냥은 넘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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