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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340화 (340/612)
  • < 승자와 패자(3) >

    대악마 사탄, 베리알 등과 겨루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어둠의 마력.

    ‘아니, 그 이상의 순도다.’

    안 그래도 잔뜩 굳어진 오르엠의 표정이 더 딱딱하게 굳는다.

    그가 알고 있는 바로, 대악마 이상의 순도를 지니고 있는 인물은 이 세계에서 오직 단 한 명뿐이었다.

    악마들의 왕.

    모든 것을 죽음으로 되돌릴 수 있는 권능을 지닌 죽음의 사신.

    마왕, 루시뷀트.

    그렇기에 오르엠은 눈앞에 있는 사내의 존재를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그가 보기에 놈은 명백한 인간이었다.

    판도라로 이동되기 전, 알테리아 대륙부터 줄곧 봐왔기에 100% 장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이란 건 한없이 나약하고 허약하여 힘을 빌려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마냥 보잘 것 없는 존재였다.

    제약이 풀려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는 하나 루시뷀트와 비등한 순도의 어둠의 마력을 지니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아니, 그것을 떠나 천족은 어둠의 마력에 무척 예민하다.

    지금까지 어떻게 힘을 숨긴 것이란 말인가.

    ‘대체 어떻게...’

    오르엠은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놈의 마력이 예상외의 것이라고는 하나, 마력이 힘의 척도를 결정하는 모든 것은 아니었다.

    스킬과 스텟. 그리고 싸움법까지.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야 진정한 강자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극상성의 마력인 신성력까지 지니고 있는 오르엠은 유세현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니, 정확히 짚어보면 오르엠의 입장에서는 되려 기습이 성공할 확률이 오른 셈이었다.

    강한 신성력에 노출된 마족은 그에 견주는 힘을 갖추고 있지 못할시 육체가 약화되어 버리니까.

    그리고 오르엠은 신이다.

    그 누구보다 순도 높은 신성력을 지닌 천족의 신!

    파앗!

    오르엠이 신성력을 맹렬하게 내뿜으며 검을 내지른 순간이었다.

    휘익-

    엘리아크가 갑자기 그 육중한 몸을 확 틀며 신성력으로 늘어난 검신을 피했다.

    “?!”

    동시에 오르엠을 향해 날아가는 양팔.

    후웅-

    오르엠도 이것을 아슬아슬하게나마 회피했다. 허나, 그것과는 별개로 그의 눈가는 미친 듯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명령도 내리지 않았는데 스스로 움직이다니?

    엘리아크가 다급하게 유세현을 살폈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신 거죠?]

    유세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엘리아크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은 그 누가 봐도 진짜 자식이 아버지를 대하는 행동이었다.

    이내 잔뜩 치켜 올라간 눈꼬리로 오르엠을 노려보는 엘리아크.

    이전에서는 결코 볼 수 없던 격한 감정표현이었다.

    [감히 아버지를 노리다니...죽고 싶은 거냐?]

    “......”

    [아버지 제가 저놈을 처리해도 괜찮을까요?]

    유세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애초에 유세현이 엘리아크에게 내리려고했던 명령이었다.

    트득-

    지이잉.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엘리아크의 개방된 포문에서 뿜어져 나온 입자빔이 오르엠을 향해 사정없이 빗발쳤다.

    엘리아크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직접 움직여 오르엠을 노리기까지 했다.

    후웅!

    거대한 손이 아슬아슬하게 오르엠의 턱 끝을 스친다.

    “크으으!”

    한번이라도 제대로 적중당한다면 그냥으로는 끝나지 않을 상상할 수 없는 위력!

    사고를 가지고 행동하는 엘리아크의 움직임은 이전에 비해 한차례 차원이 다른 매서움을 선보였다.

    상대하는 자가 오르엠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아니었다면...

    “신이시어!”

    “큭! 저 인간을 죽여라!”

    미카엘, 우리엘, 라파엘, 세 명의 대천사들이 오르엠의 명령에 따라 엘리아크의 어깨에 올라타고 있는 유세현을 노렸다.

    “천벌의 망치!”

    쏟아지는 각종 스킬!

    허나 엘리아크는 고대병기, 밸런스를 파괴하는 생명체다.

    지잉-

    콰아앙!

    격추되는 각양각색의 스킬들.

    유세현은 타이밍을 살펴보다가 외쳤다.

    “티탄들은 일어서라! 거신을 크로마스에게서 탈취했다! 거신은 이제부터 우리편이다!”

    “크으윽...거, 거신을?”

    지상에 쓰러져 있던 티탄들이 몸을 움찔거렸다.

    미카엘과 우리엘의 협공에 반쯤 초죽음이 되어 있던 타르탄이 상공을 살폈다.

    천천히 호선을 그리는 입가.

    그가 이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네놈에게 그때 당했던 것이 천운이었구나! 모두 일어서라! 이 전쟁을 끝내라!”

    알그하브도 힘차게 외치며 거들었다.

    “고대병기가 우리와 함께한다! 전군! 놈들을 처단하라!”

    티탄들은 비틀거리면서도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섰다.

    희망을 본 그들의 눈빛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 반면, 크로마스와 천사들은 갑자기 바뀐 거신의 태도에 반쯤 얼이 나간 눈빛이었다.

    -캬아아!

    되살아난 시체들이 크로마스와 천사들을 향해 쇄도했다.

    천사들은 애써 정신을 가다듬고 황급히 신성마법을 시전했다.

    “신성한 빛이여! 망자를 구속하고 있는 어둠을 몰아내라! 세인트 라이트!”

    [세인트 라이트]

    그건 3티어에 속하는 신성마법으로서 천사라면 누구나 할 줄 아는 기본적인 것이었지만, 언데드에게는 무척 유용하게 작용하기에 천사들은 구울이 전부 정화 될 것을 예상했다.

    허나.

    -캬아아아!

    날아든 구울 한 마리가 중급천사의 팔을 깨물었다.

    “크으윽!!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천사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세인트 라이트 마법이 모든 구울을 제거하지 못했다.

    “크윽! 뭐, 뭐냐 이 구울들은! 뭔 놈의 저항력이...”

    지탱하고 있는 마력의 순도가 워낙 높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다.

    유세현은 과거 신물파편을 얻기 위해 왕궁 지하 유적에 들어갔을 때, 보다 나은 효율과 움직임을 위하여 구울에 대한 마력 주입방식을 내공심법처럼 바꾸었다.

    그래서 유세현의 구울은 일반적인 구울과 달리 마력이 몸 전체에 고르게 분포되어있지 않고, 배꼽에 뭉쳐있었다.

    한데 뭉쳐있는 어둠의 마력이 신성력의 침투를 조금이라도 더 막아주어 살아남은 것.

    그가 사용하고 있는 언데드 레이즈는 사실 더 이상 언데드 레이즈라고 볼 수 없었다.

    “크윽...더 상위 마법을 사용해라!”

    “전부 재로 만들어 버려라!”

    이곳저곳에서 번쩍이는 빛.

    유세현이 검을 치켜세웠다.

    루베르크의 검신 끝에서 뿜어져 나온 어둠이 나풀나풀 춤을 추자 오르엠의 턱이 살짝 벌어졌다.

    ‘저건!’

    [부패의 어둠.]

    후웅!

    어둠은 주위에 있던 천사들을 덮쳤다. 어중간한 천사들은 뚫리지 않도록 정말 안간힘을 다해야만했다.

    “어, 어떻게든 버텨라!”

    서로의 능력이 극상성인 만큼, 뚫렸을 시 일반적인 생명체보다도 더 많은 피해를 입기 때문.

    그렇기에 마족화를 한 유세현도 기분 나쁜 감각을 계속해서 받고 있었지만 그는 그런 것 따위는 가볍게 무시했다.

    지금 중요한건 이 전투에서 뽕을 뽑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뽑는 것이었다.

    안 그러면 힘을 보여준 것과 목숨을 걸고 포츈카드를 던진 것에 대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알테라그! 네가 오르엠을 맡아라! 나는 대천사를 맞겠다!”

    “그러도록 하지!”

    골렘의 어깨에 서 있던 유세현은 그대로 몸을 날리며 케르트란을 흘깃 바라봤다.

    놈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분명 어떻게 해야 될지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이겠지.

    이틈을 타 죽일 수 있으면 참으로 좋으련만 티탄이 많이 당해 아직까지는 밀리고 있는 형편인지라 그럴 여유 따위는 없었다.

    만약 여유가 있었으면 유세현이 직접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어서 움직인 타르탄이 우리엘을 맡았다.

    “크으으! 다 죽어가는 놈이...”

    “내가 아무리 다 죽어간다 해도 네놈 따위에게 1:1로 지진 않는다. 날파리!”

    “큭!”

    이에 혀를 찬 미카엘과 라파엘이 본격적으로 유세현을 노렸다.

    유세현은 영역선포를 외침과 동시에 암흑투기를 개방했다.

    쿠우우우웅-

    “크으으윽!”

    두 개가 합쳐진 스킬의 압박감은 가히 장난이 아니었다.

    “숭고한 세례!”

    오르엠이 재빨리 대처하지 않았다면 대천사와 최상급천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지...

    “네놈은 대체 뭐냐!”

    쾅!

    미카엘과 유세현이 격돌했다.

    “크윽!”

    힘에서 밀리는 유세현.

    까놓고 말하자면 유세현의 스텟은 마족화를 했음에도 미카엘에 비하자면 아직도 많이 부족했다.

    그러나.

    지이잉-

    콰아앙!

    엘리아크의 훌륭한 견제와

    “선배님!”

    동료들의 보조.

    그들 덕에 유세현은 대천사를 상대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를 으득 간 미카엘이 황금의 불길을 내뿜었다. 창끝으로부터 발사되어 모든 것을 불사르며 유세현에게 날아가는 불기둥.

    그런데 그 순간.

    김주희가 허공에 창을 그었다.

    미카엘의 발 아래로 순백의 얼음조각이 맺힌다.

    이어서 공간을 매서운 속도로 얼리며 솟구치는 거대한 얼음덩어리.

    “?!”

    그건 미카엘조차도 감히 자리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냉기였다.

    ‘어떻게 인간이 이정도의 빙계 마법을!’

    흡사 냉기계열의 1인자, 화이트 드래곤이 발현하는 마법의 느낌.

    이어서 운디네가 조종한 물의 창이 미카엘의 날개를 스쳤다.

    푸욱-

    일부가 찢어져 나가자 미카엘의 그 잘생긴 얼굴이 와락 구겨진다.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인간은 하나같이 정상적인 인간들이 아니었다.

    겉모습은 인간이긴 하지만, 완전히 다른 종.

    “미카엘! 저년들부터 죽여라! 이놈은 내가 상대하고 있겠다!”

    유세현에게 접근한 라파엘의 외침에 미카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어딜!]

    지이잉-

    “크윽! 이런 빌어먹을!”

    지성을 가지고 있는 엘리아크의 움직임은 정말 예사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루시아가 새빨간 핏빛을 발하고 있는 악몽검 가르쉬우스를 휘둘렀다.

    쿠와아아앙!

    일대를 집어 삼키는 심마의 절규.

    정상적인 상황, 대열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대응이 가능했겠지만 지금 크로마스와 천족은 엘리아크의 공격을 받아내며 티탄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찼다.

    “끄아아악!”

    제대로 적중당한 천사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엘리아크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마력으로 뭉친 입자빔을 발사.

    엘리아크의 가슴에 박혀 있는 보랏빛의 수정구가 빛을 발하자 죽은 천사들의 시체가 순식간에 가루처럼 분해되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거신이 지니고 있는 최대의 능력, 유기물흡수.

    두통을 이겨낸 미카엘은 루시아를 노려봤다. 어둠의 마력과 비슷하지만 다른, 이질적인 힘.

    ‘크윽 접근만 가능하다면...’

    압도적인 힘 차이로 단숨에 찢어버릴 있을 터인데!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봐도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빠악!

    “크윽!”

    알테라그의 정권 찌르기에 가격당한 오르엠의 육신이 지면에 처박혔다. 이어서 날아오는 마력포를 다급히 피한 오르엠.

    현재 그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 상태였다.

    ‘이건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케르트란에게서 빼앗은 아이템이 아직 품안에 남아있긴 했다

    허나, 아무리 봐도 이 아이템이 인간을 ‘아버지’라고 인식하게 만들어준 아이템의 효과를 덮어쓰진 못할 것 같았다.

    “크으윽!!”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야 된다.

    오르엠은 막혀있는 공간이 어떻게 해야 열릴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전투를 끝내야 된다.’

    그것밖에 없었다.

    그럼 전투를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오르엠의 눈이 자연스럽게 카르가스에게 향했다.

    모든 일을 꾸민 것은 카르가스였다.

    ‘놈을 죽인다.’

    알그하브와 타르탄을 죽이는 방도도 있겠지만, 이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오르엠은 신성력을 이용해 여러 개의 창을 만들어냈다.

    < 승자와 패자(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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