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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317화 (317/612)
  • < 천족(3) >

    출구 앞에 선 이강호가 아쉬움의 입맛을 다셨다.

    현재 그의 시선은 구슬을 향해 있었다.

    ‘이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군.’

    그들은 길을 찾아야 된다는 명목 하에 인원들을 움직여 통로를 완전 정복했다.

    큰 통로가 아니고, 길도 단순하여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빠르게 빠져나가려던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체된 건 지체 된 것이었다.

    사람이라면 당연한 반응.

    허나, 이강호는 곧바로 털어냈다.

    가까스로 찾아낸 던전이 이미 정복되어 있는 등 판도라에서 허탕 치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휘이잉-

    바깥으로 빠져나가자 이번에는 눈보라까지 동반하여 한파가 몰아쳤다.

    만약 문지기의 가죽으로 만든 방한 장구류가 없었더라면 순식간에 전신이 얼어붙었을 정도의 기온.

    후욱-

    입김이 입 밖으로 뿜어져 나오기 무섭게 얼음조각으로 변한다.

    이강호가 길을 걸어 나가자, 사람들이 뒤를 따랐다.

    * * *

    같은 시각.

    콰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일행이 지나쳐온 도시 내로 모종의 생명체가 들이닥쳤다.

    그들은 인간과 무척이나 흡사하게 생겼지만 인간은 아니었다.

    머리위에 둥둥 떠 있는 고리와 등에 돋아있는 순백의 날개.

    판도라 최상의 포식자, 천족.

    수는 대략 30명가량 되었는데, 지상으로 착지한 그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둘렀다.

    “후우, 다중결계라니...최악이군요.”

    “운이 좋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허나, 내뱉는 말과 달리 그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어찌어찌해도 발견한건 발견한 것이었으니까.

    “회수하러 가자.”

    “예.”

    거대한 날개가 펄럭이자 그들의 몸이 재차 날아올랐다.

    그들이 향한 곳은 이 도시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는 최고 높은 건축물로, 이곳 또한 이미 일행의 발길이 닿은 장소였다.

    점점 가까워지기 무섭게 표정이 굳기 시작한다.

    “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럴 리가! 침투의 흔적은 없었다!”

    빙백신공으로 구멍을 정말 완벽하게 막아 놨기 때문이었지만, 이를 모르는 그들의 리더는 이를 부정했다.

    허나, 그것도 잠시.

    장소에 도착한 천족들의 표정은 이내 완벽하게 일그러졌다.

    줄곧 찾아 헤맸던 문지기, 설인이 죽어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간발의 차로 놓친 것.

    거기서 화가 들끓어 오른 것이다.

    상세한 조사가 시작되었고, 녹아내린 눈에 찍혀 있는 발자국을 본 천족 한 명이 말했다.

    “흠...구루메 종족인 것 같습니다.”

    구루메 종족은 유인원을 닮은 설인형의 종족이었다.

    지능이 낮았지만, 이 세계에 와서 자아를 완벽히 깨우친 종족.

    “구루메?”

    “예. 적어도 500명이 넘는 대규모로 움직인 것 같은데 설산에서 이정도의 집단을 이루고 있는 이들은 구루메 밖에 없지 않습니까.”

    “확실히...하지만 놈들 치고는 발 크기가 살짝 작은 것 같지 않나.”

    “흠...것도 그렇습니다만...나머지는 더 크지 않습니까?”

    그 말에 나머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더가 말했다.

    “그럼 일단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구루메 부족부터 치도록 하지.”

    * * *

    서걱-

    유세현의 검에 던전의 보스, 칼람이 쓰러졌다.

    놈은 빙계 마법을 사용하는 보스였는데, 막대한 마력코인과 마법 저항력 코인을 주었다.

    보상을 살핀 레피아가 혀를 찼다.

    “쩝...그다지 좋은 아이템은 아니네.”

    이번에 얻은 전리품은 유니크 A랭크의 허름한 로브였다.

    물론, 애초부터 스텟이 목적이었던 만큼, 유세현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유세현은 던전을 떠나기 전 스테이터스 창을 살폈다.

    이름: [유세현]

    성별: [남]

    나이: [28]

    키: [181cm]

    체중: [75kg]

    <주요스텟>

    힘: 50.9% [S Rank]

    민첩: 48.1% [S Rank]

    체력: 36.2% [S Rank]

    내구력: 36.4% [S Rank]

    어둠의 마력: 40.6% [S Rank]

    <저항력>

    물리저항: 20.3% [S Rank]

    마력저항: 18.2% [S Rank]

    <속성저항>

    화: 52.2% [A Rank]

    수: 80.8% [B Rank]

    풍: 79.1% [B Rank]

    독: 60.3% [A Rank]

    냉기: 80.7% [A Rank]

    어둠: 100% [SSS Rank]

    <스킬>

    암흑투기 [레전더리 C Rank][숙련도: 81%]

    언데드 레이즈 [레전더리 D Rank][숙련도: 98%]

    키메라 제조술 [레전더리 B Rank][숙련도: 5%]

    마족화 [레전더리 B Rank][숙련도: 90%]

    천마신공(天魔神功) [에픽 SSS Rank][평균 숙련도: 72%]

    <특수특성>

    마(魔)

    올리기 정말 힘든 속성스텟만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스텟이 S랭크 중간 궤도에 올라섰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던전이 벌써 3번째 도는 던전이었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기에 그의 시선은 빠르게 스킬부분으로 향했다.

    입꼬리가 살며시 호선을 그린다.

    주력으로 사용하는 스킬 중 이제 E랭크 이하의 스킬은 없었다.

    그는 한때 무척이나 걱정했었다.

    더 강해져야 하건만, 레전더리 등급으로 스킬의 격이 상승한 이후 숙련도의 증가 속도가 정체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는 1% 올리는 것도 정말 힘들었다.

    허나, 알베타스와의 전투에서 3차 권능을 개방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마치 가로막고 있던 벽이 깨진 것처럼 스킬의 숙련도가 무척이나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처음부터 랭크가 높았던 마족화는 A랭크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

    일행은 3일 뒤 또 다른 던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자 이강호에게 한걸음에 뛰어간 레피아가 거칠게 그를 끌어안았다.

    “대박!”

    이강호는 살며시 그녀를 밀어내려 했지만 레피아는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되려 그의 얼굴을 덥석 붙잡더니 양쪽 볼에 격렬하게 입술을 맞췄다.

    “이런 복단지 같으니! 내 빌어먹을 인생 중에 최대의 행운은 이강호 네가 날 찾아온 거야!”

    이강호의 눈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행여나 남궁시영이 오해할까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는데, 레피아의 과장된 행동을 보고 있는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다.

    “알았으니 이만 좀 떨어졌으면 좋겠는...”

    “흐음~지금 부끄러워하는 거야? 그럼 딱 세 번만 더하자!”

    마침내 레피아가 떨어지고 이강호가 얼굴에 묻어 있는 침을 닦았다.

    유세현도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이런 소소한 것은 그나마 몇 안 되는 즐거움이었다.

    그들은 빠르게 던전을 클리어 했다.

    그리고 기분 좋게 다시 판도라로 돌아왔을 때는...주위 지형은 이전과 많이 달라져있었다.

    * * *

    운석이 충돌하기라도 한듯 움푹 파여 있는 땅과 그 주위로 흩뿌려져있는 뼈와 살.

    그들은 이 주위에서 전투가 발생했다는 것을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그 도중이란 것도.

    잽싸게 시체를 살핀 레피아가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사람은 아니네.”

    죽어있는 이들은 구루메 종족이었다.

    잽싸게 주위 마력을 살핀 유세현이 살짝 인상을 구겼다.

    기분 나쁜 마력.

    유세현은 그 마력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이건...’

    신성력.

    어둠의 마력과는 상반된 힘을 지닌 마력으로,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적을 통틀어서 이 힘을 가지고 있는 적은 드물다.

    ‘그런데...’

    지금은 그 힘을 지니고 있는 적이 무려 30명이나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수가...’

    좀 더 감각을 끌어올리자, 유세현은 차이점을 알 수 있었다.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니다.’

    몸에 내재되어있는 순수한 마력, 그 자체가 신성력이었다.

    그렇다면?

    ‘천족!’

    그것밖에 없었다.

    꽤나 가까이 있는 덕분에 마찬가지로 마력을 느낄 수 있었던 이강호가 눈 속에 몸을 파묻기 무섭게 유세현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야, 세현아. 이 바로 앞에 있는 놈들...”

    “응, 천족이 분명해.”

    그 말에 이강호의 표정이 뻣뻣하게 굳었다.

    동시에 그의 뇌리 속에는 의문이 몰아쳤다.

    ‘왜, 이곳에 천족이 있는 거지?’

    그가 알고 있는 바로 이 장소는 중요한 게 전혀 없는 장소였다.

    그런데 지금 초토화된 주위를 보자면 천족은 대놓고 적을 학살하고 있었다.

    코인을 위해서 일수도 있지만, 최소 S랭크 90%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는 놈들이다.

    게다가 놈들은 마족과 드래곤에게 견제를 받고 있다.

    즉 슨.

    ‘이건 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강호가 유세현에게 재차 질문 했다.

    “놈들의 수준이 어떻게 되는 거 같아?”

    “글쎄...순수 신성력을 측정하는 건 처음이라...강해. 하지만...”

    유세현은 질 느낌이 들지 않았다.

    불쾌함.

    소위 말하는 순도가 그리 높은 느낌이 아니었기 때문.

    “그럼 하급 천사인가 보네.”

    “하급?”

    “응.”

    마족에도 서열이 존재하듯 천사들 또한 계급이 존재한다.

    그건 천사, 대천사, 권천사, 능천사 등등으로 부르기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판도라의 생명체들은 부르기 쉽게 그들의 계급을 좀 더 단순화 시켰다.

    최하급,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

    그리고 일반적인 자들은 절대로 대적할 수 없는 대천사와 신.

    그들은 포복으로 슬금슬금 접근해나갔다.

    그렇게 50m쯤 나아갔을까.

    휘이잉-

    눈보라 속에서 그들의 모습이 내비쳤다.

    몸을 완전히 뒤덮을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날개.

    그들은 사람이 보기에는 무척이나 화사했으며 하나 같이 고귀해 보였다.

    “와...”

    적이라는 것을 떠나 한순간 넋을 놓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허나.

    “크아아악!”

    “제, 젠장 빌어먹을 천사놈들!!”

    구루메들이 내뱉는 아비규환에 그들은 1초도 지나지 않아 현실로 되돌아왔다.

    “죽어라! 벌레들아!”

    큰 목소리와 함께 한줄기의 빛이 지면에 내려 꽂혔다.

    콰앙!

    400m가 넘게 떨어져 있건만 그로인해 인해 피와 살점이 일행이 있는 장소까지 튀었다.

    눈가를 쓰윽 훔친 유세현이 이번에는 이강호를 향해 물었다.

    “처리할까? 꽤 좋은 스킬을 줄 거 같은데.”

    이강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이내, 1분이 지나지 않아 대다수의 구루메들은 시체가 되었다.

    남은 구루메의 수는 10명.

    남성 구루메의 머리를 짓밟은 천사 한 명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놈들이...”

    보통이라면 들렸겠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눈보라가 심해 잘 들리지 않았다.

    이를 해결해 준 이는 음공을 익힌 이한별이었다.

    그녀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천사들과 구루메들이 나누는 대화를 그대로 전해주었다.

    “지하 도시의 설인을 잡고 얻은 아이템을 내놔라. 그럼 살려 주겠다.”

    “고, 고귀하신 천사이시어! 저희는 지금 천사께서 무슨 말을 하시고 계신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흠...그래?”

    콰직-

    천사의 발에 짓눌린 구루메의 머리가 힘없이 박살났다.

    대표 구루메의 표정이 사색으로 물든다.

    이번에는 여성체 구루메를 인질로 잡자, 대표 구루메는 머리를 아예 눈 속에 파묻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이곳에 불려와 고생만 죽도록 한 아이입니다.”

    그 행동에 제대로 인질을 잡았다는 것을 깨달은 천사의 입꼬리가 피식 올라갔다.

    “제대로 답해라. 그렇지 않으면 이 구루메도 죽을 것이다.”

    “어, 어느 안전이라고 제대로 답하지 않겠습니까!”

    “좋다. 그럼 다시 한 번 말하지. 이곳에서부터 사막 방향으로 약 700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던 지하도시다. 잘 생각해봐라.”

    허나, 돌아오는 대답은...

    “저, 정말 입니다! 저희는 지하 도시는 커녕, 최근 외곽으로 나간 적이 아예 없습니다. 제, 제발 제 딸을 살려주십시오.”

    그 말에 일행들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사막과 지하도시.

    비록 100%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지나쳐온 장소와 너무도 흡사했기에.

    “외곽으로 나간 적이 아예 없다고?”

    “예! 그렇습니다! 저희는 최근 옆 부족과 함께 몬스터 사냥을 했었습니다. 하, 함께 가시면 확인시켜 드릴 수도 있습니다.”

    구루메는 정말 필사적으로 항변했다.

    천사가 지그시 혀를 찼다.

    진짜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정말인가 보군.”

    “예, 예! 그렇습니다!”

    “후우...알겠다. 약속은 약속이니...살려주도록 하지.”

    천사가 발을 떼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구루메는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렸다.

    허나.

    콰직-

    피가 튄다.

    약속한 천사 대신 옆에 있던 천사가 밟은 것이었다.

    < 천족(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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