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312화 (312/612)
  • < 알그하브의 부츠(7) >

    신경을 건드리며 조롱하는 타르탄.

    분노로 가득 찬 알테라그의 이가 뿌득 갈리는 소리가 내부를 울린다.

    알테라그가 무기를 치켜세웠다.

    “타르탄...넌 오늘 이곳에서 죽는다.”

    “크흐흐흐! 뭐? 내가? 누구에게? 설마 너에게?”

    당장이라도 전투가 시작될 것 같은 긴박한 분위기.

    그 와중 빈틈을 살피고 있던 유세현의 고개가 한순간 갸웃 젖혀졌다.

    ‘잠깐...알그하브라고?’

    알그하브.

    티탄족의 왕 중 가장 강력했었다는 왕으로서 어찌나 유명한지 이강호조차도 알고 있는 인물.

    그리고 타르탄이 방금 한 말에 따르자면 알테라그가 곧 알그하브라는 의미였다.

    자연스레 생긴 의문이 머릿속을 자극한다.

    ‘정말로 그 알그하브가 맞는 건가? 만약 맞는 거라면...’

    왜 저 정도의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이지?

    그때 인원들을 흘깃 살핀 타르탄이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크크크크. 알테라그...설마 이들을 믿는 것이냐? 이들이 정녕 나에게 대적이 가능하리라고 판단한 것이냐!”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다.”

    “크극! 어두운 철창에만 계속 갇혀 있다 보니 눈도 같이 흐려진 모양이구나!”

    쿵!

    타르탄이 손을 살짝 들었다가 내리자 신의 철퇴의 지면을 후려치며 지축을 뒤흔들었다.

    그 행동에서 놈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대략적으로나마 상상이 된다.

    유세현이 눈동자만 굴려 스토크를 바라봤다.

    스토크도 때마침 유세현을 보고 있었다.

    “잠깐 휴전하도록 하지.”

    “좋다.”

    파앗-

    둘은 알테라그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나뉘어져 있는 아군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순간 타르탄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크흐흐흐! 벌레들아! 마음껏 발버둥 쳐봐라!”

    타르탄이 무릎을 굽힘과 동시에 철퇴를 들고 있는 오른팔을 휘둘렀다. 그건 무척이나 큰 동작으로서 상당히 틈이 많은 행동이었다.

    허나.

    “?!”

    일행은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의 철퇴는 곧게 뻗은 타격무기가 아니라 지지대와 쇠사슬 그리고 뾰족한 구체로 이루어져있는 무기였는데, 구체부분이 어느새 그들의 눈앞에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로 경이로운 속도!

    퍼버벅-

    달려들던 구울이 흡사 분쇄기에 분쇄되듯 산산조각 박살난다.

    “허억 허억...”

    가까스로 회피한 일행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유세현이 잽싸게 암흑투기를 타르탄에게 돌리지 않았다면 피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그런 공격이었다.

    몸의 이상을 감지한 타르탄이 인상을 와락 구겼다.

    “이건 뭐지?”

    “......”

    “뭔데 내 몸을 옭아매느냔 말이다!”

    콰과과광!

    놈의 몸이 흡사 폭주기관차와 같이 움직였다.

    콰직-

    피해자는 구울과 스토르 벤 일족 일부.

    구울이야 그렇다 쳐도 스토르 벤 일족 또한 몸이 짓이겨져 절명할 때까지 비명 한 번을 내지르지 못했다.

    그만큼 빨랐다는 것이다.

    “혜인아! 절대 다가가지마! 너가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 스킬을 사용해!”

    “하지만 오빠 틈이...”

    틈이 보이지 않는다.

    놈은 허술하지만 완벽했다.

    이 세계의 최강을 마주한 듯한,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그들을 잠식한다.

    “크으...무, 무슨 저런 괴물이...”

    “사, 상대가 안돼...너무 강하다.”

    스토르 벤 일족들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들도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건 생명체로서의 본능이었다.

    “크!”

    혀를 찬 스토크가 심호흡을 했다. 암흑투기의 영향에서 벗어난 현재, 이곳에서 가장 순수하게 빠르고 강한 이는 그였다.

    쉬익-

    번개처럼 빠른 육신이 타르탄을 향한다.

    “큭! 버러지가!”

    후웅!

    “크으!”

    타르탄이 휘두른 철퇴가 아슬아슬하게 그의 머리칼을 스쳐지나간다.

    “큭! 꽤나 잽싼 벌레로구나!”

    곧바로 후속타인 왼쪽 주먹이 날아왔다.

    스토크는 몸을 뺐다.

    저것까지 회피하면서 들어갈시 완전히 균형이 무너져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

    “타르탄!”

    이어서 알테라그가 달려들었다.

    그것을 시발점으로 스토크의 친위대와 이강호, 김주희, 이태광, 레피아 등등 몸놀림에 자신 있는 인원들 또한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세현은 놈의 신체가 크다는 점과 마력재생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적극 이용했다.

    쉬이이-

    루베르크의 검신에서 부패의 힘을 가득 어둠이 넘실거린다.

    후웅!

    이내 휘두르기 무섭게 타르탄을 향해 날아가는 어둠!

    “크! 가소롭구나!”

    타르탄은 살며시 손을 뻗었다.

    그가 착용하고 있던 장갑에서 빛이 일렁이더니 흡사 칼날과도 같은 바람의 폭풍이 뿜어져 나왔다.

    어둠이 밀려나 되돌아온다.

    “프로텍트 쉴드!”

    아린과 이벨린, 루시아가 잽싸게 방어마법을 걸어주지 않았더라면 인원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무리를 했을 테고 균형이 무너졌을 터였다.

    유세현이 입술을 질끈 곱씹었다.

    확실히 바람계열 스킬은 부패의 어둠의 카운터가 맞았다.

    허나, 무려 마왕의 권능이다.

    마력을 전부 퍼붓진 않았으나 앵간한 바람으로는 이 어둠을 받아칠 수 없었다.

    ‘뭔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기에...’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유세현은 천마반탄기를 운용해 마찬가지로 바람의 칼날을 되돌려 보냈다.

    그러자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는지 타르탄이 무척 민감하게 반응했다.

    “네놈...어떻게...”

    그 순간이었다.

    어느 샌가 등뒤로 접근한 스토크가 치켜든 팔을 힘껏 내리그었다.

    “낙(落)!”

    “뢰(雷)!”

    콰아아아앙!

    회심의 공격처럼 느껴지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었던 보랏빛의 번개였다.

    이강호와 유세현의 눈빛이 번뜩 빛났다.

    이건 결코 피하지 못한다.

    ‘일격에 죽인다.’

    그들은 순식간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지잉-

    자동적으로 타르탄의 머리위로 나타나는 한 개의 마법진.

    그것은 기하학처럼 생긴 마법진과는 사뭇 다른 형태였다.

    치지직-

    번개가 흡수 된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른 장소에 벼락이 내리쳤다.

    위치는 스토르 벤 병사들의 바로 머리 위.

    “끄아아아악!”

    새까맣게 그을린 병사들은 그대로 땅에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공간왜곡?”

    이강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격변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이동시키는 공간왜곡 마법은 에이션트 드래곤 중에서도 로드급 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능력이었다. 그런데 타르탄 종족이 이 능력을 사용하다니?

    ‘놈의 능력은 절대로 아니다. 분명 무슨 장치가 있을 터...’

    “알테라그!”

    “이방 전체에 술식이 걸려있다. 지금 해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현재 한 번에 발현할 수 있는 공간왜곡 마법진의 수는...대략 3개 정도까지인 것 같으니 이점을 유의해라.”

    “크흐! 한 번에 파악하다니! 하지만 그래봤자 바뀌는 건 없다!”

    지잉-

    콰아앙!

    말과 동시에 타르탄 주위에 생성된 5개의 마법진에서 거대한 화염구가 튀어나왔다.

    재빨리 스킬을 운용해 대응하긴 했지만...

    “허억...허억...”

    유세현의 입에서 거친 호흡이 터져 나왔다.

    유세현은 주위를 둘러봤다.

    서로 목숨을 걸고 피터지 게 싸운 덕에 두 세력 전부 체력이 온건한 상태가 아니었다.

    상황은 흐르면 흐를수록 더 암담해지리라.

    ‘마력재생이 끝나기 전에 끝내야 된다.’

    유세현은 스토크에게 다가갔다.

    그는 경계하지 않았다.

    지금 그나마 이목을 끌어주고 있는 자신을 죽이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스토크. 방금 전의 그 낙뢰, 다시 한 번 사용할 수 있나?”

    “너...어떻게 내 이름을...”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 사용할 수 있나?”

    “...그렇게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아니다. 하지만 딱 한 번이라면...”

    “좋아. 기회를 만들어주겠다. 알테라그가 한 말은 너도 들었겠지?”

    “물론이다.”

    두 인원이 타르탄을 바라봤다. 놈은 알테라그를 후려패고 키메라와 구울을 난자하며 미친 듯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하하하하! 알테라그! 다시 감옥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네 힘! 내가 죽을 때까지 잘 이용해주마!”

    “으으!!”

    “크크! 그리고 네놈이 감옥으로 돌아가면 얼마 남지 않은 너의 추종자들을 눈앞에서 전부 처형시켜주지!”

    “타르탄. 네노오옴!”

    “이만 얌전히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라. 방해된다!”

    빠악-

    타르탄이 내지른 주먹 한 방에 알테라그의 큰 육신이 그대로 붕 뜨더니 성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기절했는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알테라그.

    하지만 이건 기회였다.

    큰 동작으로 인해 약간이나마 틈이 생겼으니까.

    “하아아아압!”

    제일먼저 앞으로 달려든 것은 고유특성 광전사로 인해 스텟이 증가한 이태광.

    동시에 공격이 분산되도록 사방으로 퍼진 인원들이 달려들었다.

    [광혼마신공(狂昏魔神功) 광신살격(狂神殺激).]

    날카롭게 벼려진 붉은 기운이 거대한 검신이 되어 놈을 향해 날아갔다.

    동시에 발현되는 이용석과 리체, 검은 꽃들의 무공.

    그리고 연이어 스토르 벤 종족이 발생한 스킬들이 일대를 가득 메웠다.

    “크크! 마지막 발악이냐!”

    그중 3개는 알테라그의 말처럼 왜곡되어 인원들을 덮쳤다.

    “으으으!”

    “하하하! 스스로의 능력에 짓밟혀 죽어라!”

    트드득-

    깨져가는 보호막.

    루시아가 모든 정신력을 쏟아 부운 고유특성으로 일행을 지켰다.

    유세현은 상쇄되고 있는 스킬들을 보았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왜곡 말고도 다양한 방어 마법이 걸려있었다.

    아직까지는 계산 내의 범주.

    “혜인아!”

    “하아아압!”

    유혜인의 검에서 새하얀 광명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익힌 무공은 선녀옥공(仙女玉功).

    이는 무공 중에서도 여성의 신체에 특히나 특화된 무공으로, 과거 여성의 몸으로 무림을 쥐어 잡았던 천녀가 사용한 무공이었다.

    대륙의 붕괴 이후 홀로 은거하고 있던 계승자를 우연히 발견하여 도와주고 손에 넣은 비급서.

    위력은?

    당연히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후웅!

    깔끔한 반월베기.

    레피아와 이한별의 무공과 합세 된 그것은 완벽하게 타르탄의 장비에 걸려있던 방어결계를 깨트렸다.

    “흡!”

    당황으로 물드는 눈.

    그 순간이었다.

    아퀼라가 환각을 걸었다.

    “하! 이딴 것에 내가 속을 줄 아느냐!”

    비록 얼마 버티지는 못했지만 틈은 더욱 커진 상황.

    그러자 지금까지 줄곧 기회만을 엿보고 있던 김주희의 창이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훙훙훙!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아름다운 동작들.

    타르탄의 발밑으로 원이 그려졌다.

    [빅백신공, 백련화(白蓮火)]

    쉬익!

    트드득-

    순식간에 타르탄의 몸을 얼려나가는 순백의 얼음.

    하지만 그것은 보는 것처럼 순수한 얼음이 아니었다.

    “크으으...이건 뭐냐...”

    차갑지만 뜨거운.

    이강호의 불꽃의 위력을 약화 시키지 않는 화염의 성질을 지니고 있는 이형의 얼음.

    “이놈들이!!”

    타르탄이 발악했으나 기다리고 있는 것은 스토크의 혼신의 힘을 담은 낙뢰였다.

    “뒈져라!”

    치지지직-

    콰아아앙!

    “크아아아!”

    물 성분이 낙뢰의 힘을 더욱 증가시킨다.

    얼음에 대응하던 육체가 더더욱 경직되었다.

    실로 완벽한 연계!

    트득-

    놈의 몸을 지켜주고 있던 갑주가 일부 부서져 내렸다.

    그때였다.

    파앗-

    안되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놈이 쓰고 있는 왕관이 빛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A랭크의 화염에 대한 저항력을 지니고 있는 이강호조차도 흡사 태양과 마주하고 있는 것을 떠올리게 할 정도의 맹렬한 열기!

    얼음이 녹는다.

    하지만 더 빠른 건 일행 쪽이었다.

    이강호와 유세현 두 사람이 동시에 무공을 발산했다.

    [태양신공, 멸천지화(滅天地火)!]

    [천마신공, 천마광룡참(天魔狂龍斬)!]

    콰아앙!

    몸이 녹아버린다고 생각될 정도의 청염과 고요하면서도 날카로운 검기가 공간을 자르며 날아간다.

    타르탄은 그 순간 흠짓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불꽃도 불꽃이지만, 검기는 맞으면 끝이라고 뇌가 외치고 있었기에.

    “가디언 소환!”

    그의 앞으로 온몸을 독특한 갑옷으로 뒤덮고 있는 다섯 구의 거대괴수들이 등장했다.

    가디언들은 손을 뻗으며 필사적으로 앞을 막았다.

    치지지직-

    파지직-

    쨍그랑!

    서걱-

    입고 있는 갑주의 술식이 파괴되기 무섭게 잘려나가는 거대괴수의 몸.

    쿠우웅!

    장애물이 없어 한층 빠르게 다가간 청염이 타르탄의 몸을 뒤덮었다.

    허나, 타르탄은 몸이 타들어가도 청염에 신경 쓸 수가 없었다.

    가디언에게 입혀놓은 상급 장비를 전부 파괴한 천마광룡참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기 때문!

    “크아아아!”

    온힘을 다해 휘두른 신의 철퇴와 천마광룡참이 맞붙자 공간이 흔들리며 엄청난 파공성이 일었다.

    < 알그하브의 부츠(7)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