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311화 (311/612)
  • < 알그하브의 부츠(6) >

    최악의 카운터 능력!

    ‘크으...이런 스킬을 지니고 있다니...’

    하지만 스토크는 힘을 거두지 않았다.

    되려 고육특성을 더욱 발현시켜 전격을 끌어올렸다.

    그것을 잡아먹고 더더욱 커져가는 흑뢰검의 뇌전.

    그 뇌전은 이윽고 검을 떠나 주위에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했다.

    치직- 치지직-

    푸슛-

    이리저리 튀는 작은 불똥에 지면이 그을린다.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주위로의 접근은 그 누구도 불가능!

    챙! 챙!

    그때 숨 막히듯 검격을 쏟아내고 있던 유세현의 이마에서 식은땀 한 방울이 찔끔 흘러내렸다.

    부르르 떨리고 있는 루베르크.

    더 이상 커지지 않는 흑뢰.

    본능적으로 알아챈 것이다.

    흑뢰검의 흡수력이 최대치에 달했음을.

    부하를 더는 이겨낼 수 없음을.

    ‘이 정도라니...’

    파앗-

    쿠구구구궁!

    콰아앙.

    이윽고 뇌력을 더 이상 가당하지 못한 루베르크의 검신에서 뿜어져 나온 흑뢰가 광활하게 주위를 뒤덮었다.

    “으윽!”

    그 여파로 튕겨져 나가는 둘.

    스토크는 그 틈을 타 재빨리 진형을 정비했다.

    그리고는 경악했다.

    ‘그새 이정도의 피해를 입다니...’

    스텟이 대체적으로 낮던 병사들이 상당히 많이 당했다.

    하지만 피해가 이것뿐이었다면 이해가 갔을 터였다.

    자신들은 티탄족과 싸우던 상태에서 기습을 당한 것이었으니까.

    허나.

    털썩-

    반으로 잘려나간 스토르 벤 종족의 인원이 지면에 쓰러졌다.

    그 인원은 스토크가 자랑하는 10인의 정예 중 한 명이었다.이로서 쓰러진 정예는 벌써 3명.

    ‘대체 각각 어떤 힘을 지니고 있기에...’

    그들은 몸이 둔해졌을지언정 스텟의 우위가 있는 만큼 결코 이렇게 당할 인원이 아니었다.

    게다가 스토크가 보기에 이곳에서 스텟이 제일 높고 강한 인원은 자신이 상대했던 인물이었다.

    훙훙훙!

    처적-

    스토크의 시선과 막 정예를 처치한 장본인, 이강호의 시선이 서로 교차했다.

    과거 때와는 사뭇 다른 상황.

    이강호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그는 살짝 고양되어 있었다.

    ‘이길 수 있다.’

    친우 유세현 덕분에.

    반대로 스토크는 눈가를 씰룩였다.

    “네놈들 정말 어디서 온 놈들이지?”

    “훗.”

    이강호가 손가락을 까딱이며 이를 비웃었다.

    다분한 도발.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한 행동이었으나 스토크 또한 판도라 내부에서 버텨온 수준급의 대리자였다.

    쿠오오오-

    “침입자 놈들아 갈기갈기 찢겨 넝마쪽이 되어라!”

    후우웅!

    콰과과과-

    티탄족의 장군의 검 끝에서 발현 된 거대한 검기가 지면을 깨부수며 스토르 벤과 일행들을 덮쳤다.

    둘 세력은 재빨리 대처했다.

    하지만 거기에 이어 발산된 정예 티탄들의 스킬.

    콰광!

    그 중 상당수는 스토르 벤 종족에게 향했다.

    먼저 이 장소에 침투한 인원들이 스토르 벤 종족이기도 하거니와 수가 일행보다도 훨씬 많았기 때문.

    물론.

    -캬야아악!

    지능이 상대적으로 낮은 구울들은 여지없이 그 여파에 휩쓸렸지만 말이다.

    유세현은 재빨리 언데드 레이즈를 사용하여 구울을 충원했다.

    그에게서 흩뿌려진 어둠의 마력에 의해 시체가 되살아나자 스토크는 지그시 혀를 찼다.

    ‘저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니...’

    레오릭과 너무도 똑같다.

    분별이 가지 않을 만큼.

    아니, 저 능력의 수준은 시체를 백골화시켜 스켈레톤 병사를 소환하는 레오릭 이상이었다.

    지능은 엇비슷하지만 죽은 육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상상할 수 없는 시너지가 발휘되니까.

    “후우우...”

    스토크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잔뜩 짜증난 표정이 되어 그 누구에게도 듣지 못할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후유증 때문에 쓰기 싫은 스킬인데 말이지...”

    파직-

    파지직-

    콰광!

    동시에 스토크의 육체로 한줄기의 뇌전이 쏟아졌다.

    유세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스킬은 이강호가 특히나 주의하라고 알려준 스킬이었다.

    스킬명, 질풍신뢰(疾風迅雷).

    사납게 부는 바람과 빠른 번개라는 뜻을 지닌 스킬답게 이걸 사용한 놈의 육신은 엄청난 반사신경과 육체에 내재되어있는 힘을 끌어 낼 수 있게 된다.

    스토크가 발을 살며시 뗐다.

    파앗-

    마치 공간에서 사라진 듯,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오는 스토크.

    승패를 가르는 전투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아린과 이벨린이 곧장 보조에 나섰다.

    “뿌리여! 적을 움직임을 봉해라! 인탱글!”

    “마찰이 사라질지어다. 그리스!”

    마땅한 공격력이 존재하지 않는, 어찌 보면 자질구레한 마법.

    하지만 1:1 전투에서는 이러한 요소가 승패를 가르는 큰 요인이 된다.

    “크! 보조계열 마법이군!”

    하지만 스토크도 경험할 것은 대부분 경험해본 이였다.

    능숙하게 두 마법을 회피.

    치지직-

    유세현의 루베르크와와 스토크의 쌍검이 맞닿는다.

    순식간에 밀리는 유세현.

    애초부터 순수한 힘 대결에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유세현은 낙담하지 않고 검법 운용에 집중했다.

    무식하게 받아치지 않고 흘린다.

    맹공을 퍼붓던 스토크의 이마에 힘줄이 불룩 돋아났다.

    질풍신뢰.

    이것을 사용한 그는 분명 유세현 보다도 강했다.

    하지만.

    “죽어라! 침입자 놈들아!”

    밑도 끝도 없기 공격을 가해오는 티탄족 장군과

    “프로텍트 쉴드!”

    자꾸만 발현되는 적의 보조마법.

    그리고 유세현의 기묘한 검술 때문에 스토크는 마땅한 일격을 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감정이 있는 생명체라면 화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

    허나, 분노를 터트리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다.

    스토크는 어떻게 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냉철하게 판단했다.

    ‘우선은...’

    스토크의 눈이 번뜩 빛났다.

    ‘마법을 사용하는 놈들부터 처리한다.’

    슈슉-

    스토크는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 이벨린과 아린이 있는 장소를 향했다.

    하지만.

    화르륵-

    콰아앙!

    이강호가 내뿜은 화염이 아슬아슬하게 스토크의 머리카락을 스쳐지나갔다.

    눈치 채고 멈추지 않았으면 당했을 터.

    “크!”

    하지만 스토크를 가로 막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지잉-

    아름다운 선율이 공간을 잔잔히 울린다.

    이한별.

    음공의 대가로부터 무공을 전수받은 그녀의 검이 허공에 아름다운 각인을 수놓았다.

    그곳으로부터 발현되는 절기.

    지이잉-

    콰앙!

    과거 그녀가 주로 사용했던 레어스킬, 파멸의 울음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음파가 스토크와 그 뒤에 있는 적들을 휩쓸었다.

    그 과정에서 구울도 일부 부서져 나갔지만 신경 쓰는 사람들은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스토크는 그 순간 자신을 제외한 개개인의 스킬 수준은 눈앞에 있는 적들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스토크님 저놈들은 지금부터 저희 둘이 전담하겠습니다! 마법은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래 믿는다.”

    콰광!

    콰과광!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 제 4관문.

    부하에게 뒤를 맡긴 스토크는 줄곧 귀찮게 하던 티탄족 장군을 노렸다.

    치지직-

    콰앙!

    쿠웅-

    그의 뇌격과 쌍검술 아래 이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티탄족 장군.

    “크으...왕께서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유세현은 놈이 말하거나 말거나 코인을 흡수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건 그로서는 상당한 이득이었다.

    스토크에 살짝 못 미치는 코인을 흡수했다지만 스텟이 낮은 자신이 증가폭이 훨씬 높으니까.

    스토크가 쌍검을 재차 겨눴다.

    유세현은 심경을 건드리기 위해 처음으로 말을 내뱉었다.

    “코인. 정말 고맙군.”

    “크! 이놈이!”

    상황이 점점 인간 측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기에 효과는 생각보다 뛰어났다.

    슈우욱-

    쿠웅!

    스토크와 격돌한 유세현은 때가 온 것을 느꼈다.

    ‘마력재생.’

    쉬이이-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위압감을 선사하는 기분 나쁜 어둠의 마력이 유세현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스토크가 그것을 인지한 순간이었다.

    쿠웅-

    스토크의 다리가 한순간 휘청거렸다.

    ‘크윽...몸이 더 무거워 졌다.’

    안 그래도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건만...

    공포에 비례하여 강해지는 암흑투기.

    생각하기도 싫은, 패배라는 단어가 스토크의 머릿속을 휘젓는다.

    유세현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정신적인 마무리 일격을 가했다.

    ‘영역선포.’

    파앗!

    유세현의 육신으로부터 시작되어 공간을 잠식해나가는 어둠.

    스토크를 포함하여 티탄족, 스토르 벤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건...’

    이길 수 없다.

    퍼억-

    “크헉.”

    잠시 넋 놓고 있던 스토크의 복부로 유세현의 발길질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연계되는 공격.

    사선베기에 이어져 내려찍기를 가하기 무섭게 유세현의 포켓으로부터 빠져나온 라 아닐더가 스토크의 후방을 노렸다.

    스토크는 가까스로 전부 반응했다.

    유세현은 살짝 감탄했다.

    이번 공격은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스토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후욱 후욱 후욱. 너는 정말로 뭐지? 레오릭조차도 이런 힘을 지니고 있진 않다.”

    유세현은 말없이 몸을 움직였다.

    스토크가 이를 으득 갈았다.

    “크으으... 또 무시냐!”

    콰광!

    5번의 공방이 오고갔다.

    스토크는 분발했으나, 한 번 공포를 인식한 시점에서 승산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 공격으로 끝낸다.’

    그런데 그때였다.

    철컥-

    그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았음에도 두터운 철문, 보스방을 봉쇄하고 있던 자물쇠가 덜컥 열렸다.

    그걸 보지 못한 유세현은 일단 무시했다.

    누가 열었다고 한들, 보스는 보스룸 내부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정설이었기에.

    놈들을 처리하고 휴식한 뒤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허나.

    끼이익-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거대한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누가 짐의 성에서 난동을 피우는가!”

    이내 얼굴을 드러내는 티탄족.

    유세현은 그걸 본 순간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정설이 깨진 탓이 아니다.

    놈이 지니고 있는 마력이 이곳에서 가장 많은 마력을 지니고 있는 스토크를 훨씬 웃도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기 때문.

    끼기기긱-

    문이 완전히 열렸다.

    놈의 복장은 지금까지 조우한 적과는 차원이 달랐다.

    불타오르고 있는 판금 부츠와 꿈틀거리며 형상변화를 하는 갑옷.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아이템은 두 개였는데, 머리에 쓰고 있는 태양의 문양이 새겨진 황금왕관과 오른손에 들고 있는 철퇴였다.

    순식간에 중단되는 두 종족의 전투.

    둘 다 느낀 것이다.

    뭔가 예사롭지 않음을.

    이 상황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이강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놈이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

    그것들은 그가 유세현에게 설명해준 아이템이었다.

    태양왕 타르타스가 만든 태양의 투구와 폭군 카르탄이 만든 신의 철퇴.

    현 티탄족의 왕, 타르탄의 커다란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더 내부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묻겠다. 너희들은 무슨 연유로 이곳까지 온 것이냐!”

    유세현은 그사이 견적을 냈다.

    마법사 종류의 보스라면 마력이 기본적인 스텟을 웃도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봐온 티탄족은 마력이 곧 스텟이었다.

    즉 슨.

    ‘저건 순수 힘으로는 죽어도 못 잡는다.’

    그럼 스킬을 쏟아 부으면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천마광룡참과 갖갖이 무공이 적중하면 가능할 터다. 아니, 놈이 재생력만 없다면 천마광룡참으로도 충분하다.

    허나, 과연 놈이 순순히 맞아 줄까?

    ‘이건 빼는 게 맞다.’

    유세현이 일행에게 살며시 신호를 보냈다. 이강호도 이번만큼은 동의했다.

    적인 스토크도 마음이 맞았는지 병력들을 향해 수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태.

    하지만.

    “크하하하하! 괜한 걸 물어봤군! 거기 숨어 있는 거 다 알고 있다! 나와라! 알테라그 하벤타르브!”

    그 말에 그간 유세현의 말에 따라 숨어 있던 알테라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쾅!쾅!쾅!쾅!쾅!

    그와 동시에 저절로 굳게 닫히는 문.

    “젠장!”

    휘익-

    챙!

    잽싸게 문을 향해 검을 휘두른 유세현은 그간의 경험에서 내뺄 수 없다는 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이젠 이놈을 잡아야 된다는 것인데.

    ‘너무 강하다.’

    난이도가 말도 안 되게 확 올랐다.

    이건 게임으로 치자면 일종의 밸런스 붕괴였다.

    “크흐흐흐. 알테라그...아니, 알그하브. 티탄족 역사상 최고의 왕이라 일컬어진 네가 타종족에 기대다니! 떨어질 대로 떨어졌구나!”

    < 알그하브의 부츠(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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