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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286화 (286/612)
  • < 역경의 길(8) >

    “크아아악!”

    흔히 막싸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선수를 취하고 취하지 못하고는 그 격차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게다가 그들은 당연히 습격할 생각만 갖고 있었지 역으로 허를 찔릴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덕분에 대응은 이전 기습을 당했을 때보다 더 늦게 이루어졌고, 피해는 더 크게 발생했다.

    물론.

    “그래봤자 놈들은 소수다! 막아라! 막으면 승리한다!”

    병력을 나눠 운용하던 울락 때와 달리 인원들을 집중한 상태라 인원들은 아직도 차고 넘쳤다.

    무려 5만 명이 넘는 막대한 군세!

    그들이 일제히 스킬을 발동시키자 하늘에 내리는 폭우처럼 각종 스킬들이 쏟아져 내렸다.

    너무도 촘촘해 회피할 장소 따위는 없었다.

    버티거나 방어해야 된다.

    일행들은 미리 계획해두었던 구울들을 방패로 사용하며 달려 나갔다.

    퍼버버벙!

    터지고, 잘려나가고.

    정면에서 날아오는 스킬을 확인한 유세현이 재생된 마력을 듬뿍 담아 루베르크를 휘둘렀다.

    [천마반탄기]

    팅-

    검에 닿기 무섭게 적을 향해 되돌아가는 스킬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천마혈사장을 난사했다.

    콰아아아앙!

    끔찍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위력!

    이에 유세현의 몸을 붙잡고 있는 이태광의 팀원들이 입에서 자동적으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와...”

    “어떻게...”

    저런 극강의 무공을 어떻게 연이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리체나 이태광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 순간, 후방에서도 무수한 스킬이 날아왔다.

    트레크라의 주위에 있던 병력도 절벽을 넘어 가세하기 시작한 것.

    유세현은 몸도 틀지 않고 팔만 뒤로 뻗었다.

    재차 발동되는 천마혈사장.

    차오르던 마력이 몸에서 확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유혜인이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친오빠를 응시했다.

    유세현의 마력 스텟이 아무리 높다고 가정 한들 A랭크 70% 정도일 터였다.

    그런데 그가 사용하고 있는 마력의 총량은 아무리 봐도 그 이상이었다.

    게다가 이 말도 안 되는 이동속도.

    어둠이 몸을 감싼 것도 그렇고,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분명히 한계를 돌파하는 모종의 스킬을 사용한 것이리라.

    그리고 그런 한계돌파 스킬에는 대개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었다.

    ‘제발, 별 부작용이 없어야 될 텐데.’

    그사이 아린을 따라잡은 유세현이 있는 힘껏 외쳤다.

    “인원들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네!”

    유세현은 몸에 붙어있던 5명을 순식간에 떼어내 인원들을 향해 던졌다.

    “오, 오빠?”

    “후우...이따가 보자.”

    유세현의 시선이 재차 정면을 향했다. 많이 죽였음에도 아직도 많다.

    자신이 어떻게든 길을 뚫어줘야 된다.

    그때.

    두근-

    심장이 욱신 아파왔다.

    아니, 이건 심장이 아니다.

    이제는 몸의 일부가 된, 마심원.

    본디 [마력재생]이란 것은 힘의 근원인 마심원을 억지로 쥐어짜내는 스킬이다.

    때문에 적당히 마력을 소비하며 재생시켜도 후유증으로 체력의 소비가 막심하다. 그래서 유세현은 마력재생을 사용한 이후에도 항상 일정 선은 지켜왔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을 깨고 마력을 정말 물 쓰듯이 쓰고 있다.

    평소보다 부하가 훨씬 심하게 걸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마력재생이 끝난 이후 얼마나 큰 후폭풍이 불어올까?

    재수 없으면 발작으로 쓰러질 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유세현은 마력 사용을 아끼지 않았다.

    5명이 못 움직이는 상황이니 만큼 최대한 구울이 커버해 주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

    주위시체들을 전부 일으킨 유세현은 적을 향해 달려 나갔다.

    “막아라!”

    연합군도 지지 않고 달려들었다.

    수만 명의 대군과 단신이 격돌하는 모습.

    서걱-

    푹-

    “크아아악!”

    유세현은 그야말로 대적할 수 없는 허리케인과도 같았다.

    몸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다.

    너무 빠르다.

    아니 자신들이 너무 느려졌다.

    “젠장! 이게 대체 무슨 스킬이냔 말이다!”

    암흑투기에 짓눌린 연합군들은 분에 겨워했지만 현 상황을 타파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유세현은 미친 듯이 움직이며 적을 베고 베고 또 베어나갔다.

    레잔과 퀴린이 혀를 찼다.

    “허...무슨 저런 놈이...”

    순수한 검술만으로 벌써 1천이 넘는 인원들이 죽어나갔다.

    스킬까지 합산하면 4천.

    게다가 인원들이 쓰러질 때마다 지치지도 않고 끝없이 일어나는 시체들.

    아라크네의 대표, 알리퀴르가 잔뜩 격앙된 표정으로 언성을 높였다.

    “왜 끝도 없이 살아나! 이건 말이 안 되잖아!”

    허나, 그 말에 답해줄 인원은 아무도 없었다.

    당황스러운 것은 지켜보고 있는 그들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어쩔 거야? 이러다간 얼마 안가서 뚫린다고!”

    “...후우...”

    계획이 완전히 틀어 졌다.

    눈앞의 인간은 자신들의 노림수를 알고 있었고 예상보다도 더 강했다.

    그리고 그런 자가 움직였다는 것은 빠져나갈 확률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놓칠 수는 없지.’

    레잔이 시미터를 뽑자 알리퀴르는 더욱 흥분했는지 얼굴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설마 싸우겠다는 거야? 이길 자신 있어? 몸이 이 정도로 무거워졌는데?”

    “그럼 그냥 내비 두겠다는 건가? 놈이 이곳을 빠져나가면 무슨 일이 발생할 지 예상이 될 텐데?”

    “그, 그건 그렇지만...”

    “트레크라는 놈의 변형이 오래 못 갈 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건 나도 그리 생각한다. 저런 힘을 계속 사용할 수는 없는 법이지. 가지고 있는 스크롤을 모두 사용하면 시간을 끄는 건 가능할거다.”

    “버티다가 놈의 변형이 풀리면 그때 처치하자고?”

    “그렇다.”

    “...후...그 방도 밖에 없는 건가.”

    알리퀴르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가면 필히 100%의 확률로 죽을 것만 같은 느낌.

    출발 전 레잔이 부대장 격 인물들에게 특수명령을 내렸다.

    “부대장들은 인질들을 찾아서 공격해라.”

    “예? 저희도 같이 가세하는 게...”

    “아니, 이편이 훨씬 도움이 될 거다. 그러니 내가 말한 대로 해라.”

    굳이 함정인걸 알고도 계획을 강행 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놈이 인질을 아끼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었다.

    인질이 곤경에 처하게 되면 필히 뒤로 물러나겠지.

    “퀴린, 알리퀴르 너희 애들도 그쪽으로 일부 보내주기 바란다.”

    “알았다. 따라주지.”

    “좋아, 그럼 가자.”

    스크롤을 배분한 대표 세 명이 유세현이 있는 장소를 향해 도약했다.

    * * *

    거친 숨을 내뱉는 유세현의 안색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지금 상태만 지속된다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 순간 흔들리는 공간.

    “?!”

    쿠우웅!

    이윽고 공기가 무거워지며 엄청난 압력이 몸을 덮쳤다.

    격한 움직임으로 체력이 저하 되어있던 유세현이 무릎이 한순간 휘청거렸다.

    ‘이건?’

    경험 해본 적 있는 스킬이었다.

    운 좋게 드래곤이 뱉어낸 스킬을 손에 넣은 오크, 카취가 사용하던 마법.

    [그래비티(Gravity)]

    스킬의 등급도 레전더리나, 에픽 급으로 무척 높은지 위력도 장난이 아니다.

    이중에서 이런 고위마법을 지니고 있는 놈이 있었다니?

    스크롤을 발동 시킨 알리퀴르가 마법을 유지시키며 외쳤다.

    “퀴린! 레잔!”

    달려드는 두 생명체를 확인한 유세현은 곧바로 천마대멸겁을 운용했다.

    우드득. 우드득.

    마력이 흩뿌려지기 무섭게 몸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쓰러지는 무수히 많은 적.

    허나, 안타깝게도 대표 3명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트득-

    쨍그랑.

    몸을 둘러싸고 있던 방어마법이 충격을 전부 흡수해 줬기 때문이었다.

    유세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이걸 막아?’

    엄청난 마력을 쏟아 부었다. 피하지 않은 이상 꿰뚫렸어야 정상이었다.

    ‘대체...무슨...’

    유세현도 당황스러웠지만 사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대표 세 명이었다. 드래곤이 그 어마어마한 마력을 담아 직접 제작해준 스크롤이다.

    등급도 무려 에픽.

    그런데 한방에 뚫리다니?

    유세현의 몸에서 흩뿌려지던 어둠이 점점 줄어들며 마력재생의 끝을 알려왔다.

    “허억...허억...허억...”

    마족화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숨이 격하게 차오른다.

    예상대로 후유증은 어마어마했다.

    몸이 당장에 산산조각날 것만 같다.

    그냥 차라리 기절하고 싶은 느낌.

    허나, 유세현은 멀어져가는 정신의 끈을 애써 붙잡았다.

    이곳에서 패배해면 동생이 죽는다. 모두가 죽는다.

    그러니 절대 질 수 없다.

    힘겹게 손을 들어 올린 유세현이 읊조렸다.

    “네놈들은...여기서 전부 죽는다."

    * * *

    영역선포가 발동되자 그를 중심으로 뻗어 나간 어둠은 안 그래도 어두운 세계를 완전히 새까맣게 물들였다.

    이에 각 대표들과 병사들은 놀란 눈이 되었다

    아직도 뭔가 더 있는 것인가?

    효과는 얼마안가 알 수 있었다.

    “모...몸이...”

    “크윽...이제 와서 스킬 강화라니...”

    몸 상태를 확인한 레잔의 눈가에 암운이 드리웠다.

    적이 지쳐 약화된 상황에서 스크롤을 아낌없이 상용했음에도 간신히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구속력이 더 강해지다니.

    유세현은 흡사 귀기처럼 미친 듯이 적을 도륙해가며 알리퀴르를 향해 나아갔다.

    목숨의 위협을 느낌 알리퀴르는 직책에 맞지 않게 비명을 지르며 스크롤을 찢었다.

    “으아아아! 오지 마!”

    파앗.

    눈앞으로 펼쳐지는 수많은 화염구.

    어찌나 열기가 강한지 이강호가 고유특성을 담아 발현한 스킬처럼 느껴진다.

    유세현도 사람인지라 짜증이 났다.

    저 종이쪼가리만 없었어도 진즉 끝났을 싸움이었는데.

    ‘하지만 이번에는 잘못 사용했다.’

    천마군림보를 이용해 회피한 뒤 순식간에 접근한 그의 검이 알리퀴르의 목을 노렸다.

    “으아아아!”

    알리퀴르는 경기를 일으켰지만 그런다고 해서 방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서걱-

    싸늘한 음색과 함께 지면으로 떨어지는 목.

    곧장 발로 머리를 짓밟아 깨부수자 알리퀴르의 몸에서 튀어 나온 순도 높은 코인이 유세현의 몸 안으로 흡수되었다.

    사색이 되는 퀴린.

    “제, 젠장! 얼마나 더 버텨야 되는 거야? 이건 승산이 없어!”

    퀴린은 전장에서 이탈하려했다.

    허나, 유세현이 먹잇감을 놓칠 리가 없지 않는가.

    서걱-

    결국 퀴린의 목도 땅을 뒹구는 신세가 되고 이제 이곳에 남은 인원은 레잔 뿐이었다.

    레잔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저편을 바라봤다.

    꼴을 보니 구울과 암흑투기 때문에 인질 습격도 실패한 모양이었다.

    “허...”

    짜증이 나기보단 어이가 없었다.

    지금 이 던전에 들어온 연합군들은 A랭크로 전부 한 가닥 하는 놈들이었다.

    그런데 단 한 명.

    고작 단 한 명의 인간을 당해내지 못해서 이 꼴이 나다니.

    “강하구나. 정말...”

    서걱-

    유세현의 비정한 검이 레잔의 목을 쳐내자 적들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이 되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만큼 큰 쇼크를 먹었다는 증거였지만 유세현의 시선을 그들을 향해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세, 세현!”

    구울과 함께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척 지친데다가 악몽으로 인해 다 죽어가는 안색이었으나 그래도 모두 무사한지 표정만은 나름 괜찮았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조금만 더 하면 나갈 수 있다.

    지속되고 있던 마족화가 풀리며 유세현의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유세현은 방심하지 않고 곧바로 마력분포도를 살폈다. 상당히 지친만큼 그는 적 등장 타이밍에 맞춰 마족화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허나.

    파르르 떨리는 유세현의 동공.

    적은 이미 자신의 머리위에 있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하강하고 있는 세 개의 거대한 마력.

    ‘어떻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마력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회피할 시간 따윈 없었다.

    유세현은 황급히 마족화를 시전하며 검을 들어 올려 방어자세를 취했다.

    < 역경의 길(8)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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