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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232화 (232/612)
  • < 요새전(4) >

    루위드가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펑! 펑!

    날붙이가 부딪칠 때마다 공간이 요동친다.

    파동만으로도 내벽이 붕괴될 정도!

    유세현은 놈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몸을 굴려야 했다.

    기간트를 탑승한 루위드의 속도는 그만큼 장난이 아닐 정도로 빨랐다.

    본체 자체는 암흑투기의 영향을 받아 스텟이 현저하게 다운된 상태였지만, 기간트는 암흑투기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

    그리고 기간트의 스텟은 유세현보다 최소 35%가량은 더 앞서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머리칼을 스쳐지나가는 루위드의 롱 블레이드.

    라 아닐더가 측면을 노렸으나 넓게 확산되는 어둠에 의해 무마되고 말았다.

    루위드의 눈동자에 경악이 서렸다.

    타종족의 뼈와 살 그리고 코인을 갈아 넣어 만든 이 기간트의 종합적인 스텟은 A랭크 30%에 달한다.

    그리고 기간트의 공정 효율이 본체로 코인을 흡수하는 것보다 훨씬 좋음에도, 이 육체를 만들기 위해 B랭크 80%이상의 최상급 육신을 3만 명 이상 갈아 넣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 기간트와 동급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이는 없었는데.

    놈의 스텟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힘도 기간트에게 눈에 띄게 밀린다.

    그런데 저 기묘한 움직임.

    기간트에 내장되어있는 보조 프로그램도 저 움직임만큼은 해석하지 못하고 있었다.

    “루크루프의 팔찌와 그 힘...어떻게 너 같은 놈이 지금까지 눈에 띄지 않았던 거지!”

    기간트의 팔과 어깨, 허벅지에 위치한 포문이 일제히 개방되었다.

    투두둥!발사되는 각종 미사일.

    유세현이 천마등공의 물질을 띄우는 성질을 이용해 방향을 틀었다.콰과광!

    전혀 엉뚱한 곳에 부딪치자 루위드의 이가 악물렸다.

    ‘크...저건 또 뭐냐!’

    이 비행정은 그의 재산이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내부를 파괴한 것이 지금도 가슴이 쓰라릴 정도로 아픈데 더 망가뜨리다니.

    여하튼 방금 전의 것으로 함장실에 있던 제어기기가 완전히 작동을 멈췄다.

    자폭 프로그램을 멈춰야 하기 위해서는 제어실로 가야 되는 것.

    그때 파동격에 의해 생긴 커다란 구멍을 통해 선체 내에 있던 수많은 마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루위드님!”

    루위드는 잽싸게 명령을 내렸다.

    “이놈을 죽여라! 놈은 자폭 프로그램을 가동시킨 침입자다!”

    “헉! 그럼 역시 그 방송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마크들은 설마설마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설마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부터 나는 자폭프로그램을 해제하러 가겠다. 그때까지만 시간을 끌어라! 이후에는 내가 직접 처리하도록 하마!”

    “예!”

    말을 마친 루위드는 곧바로 제어실로 향하는 길을 뚫기 시작했다. 물론, 가만히 있을 유세현이 아니었으나.

    수백 명에 달하는 마크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한 마리 한 마리 전부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강자.

    투두두두!

    수천 개의 마력 탄환 세례가 이어졌다.

    빈약한 공간을 보자면 회피는 절대로 불가능.

    어둠을 흩뿌리는 것으로 어느 정도 방어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유세현은 더 좋은 쪽을 택했다.

    마력뿐만 아니라 각종 마법까지 튕겨낼 수 있는 천마의 비전무공.

    [천마반탄기(天魔反彈氣)]

    우우웅!

    어둠의 마력이 얇게 검신을 감싸자 루베르크가 고고하게 진동을 일으켰다.

    빙그르르 회전하는 유세현의 몸.

    피비비빙-

    검과 닿은 탄환은 궤도가 바뀌며 왔던 장소를 순식간에 되돌아갔다.

    정확률을 50%정도로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었지만, 최초 사용 당시 방향을 아예 잡지 못한 것에 비하자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천마신공에 대해 하루도 빠짐없이 탐구하고 또 탐구한 결과물.

    “커. 컥...무슨...”

    한쪽 무릎을 꿇은 마크들의 눈에는 경악이 서려있었다.

    판도라세계를 탐험하며 무수히 많은 방어기술을 봐온 그들이었지만, 고스란히 튕겨내는 스킬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허나, 이 잠깐 사이에도 마크들은 더 몰려든 상황.

    ‘어쩔 수 없지. 이것도 마력이 상당히 소비되지만...’

    유세현의 몸에서 마력의 입자가 얇게 퍼져나갔다. 특수한 감각센서를 가진 마크들은 그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순수한 마력이 아닌, 모종의 술법이 깃들어있기 때문.

    “다, 다들 뒤로 물러서! 뭐, 뭔가 온...”

    유세현이 손을 움켜쥐었다.

    [천마대멸겁(天魔大滅劫)]

    트드득!

    콰직!

    뒤틀리고, 으깨지고.

    마크들의 몸체가 아작 나는 것은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아...아...”

    유세현은 반쯤 넋이 나가 저항하지 못하는 마크의 머리를 깨부쉈다. 무수히 많은 코인이 튀어나와있었지만, 칩이 전부 부서진 것은 아니라 그런지 많이 부족했다.

    그는 남아있는 마력량을 확인했다.

    천마광룡참, 천마대멸겁, 암흑투기 등 최대한 효율 적으로 사용했음에도 이제 남은 잔여량은 약 40%정도.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천마광룡참에 모든 것을 쏟아 붇는 게 나았었겠군.’

    그는 드래곤을 상대할 때처럼 천마광룡참을 사용하지 않았다.

    마력을 쏟아 부우면 함선이 크게 잘려나가 버리는데 마크들이 그곳을 통해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천마광룡참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첫 공격을 피한 것은 정말 예상 밖의 일.

    덧붙여 놈이 이정도의 스펙을 지닌 기간트를 가지고 있는 것도 몰랐다.

    기간트는 루크루프가 자체 개발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놈들이 특성을 살려 나름대로 발전 했다는 뜻.

    몸에 코인이 스며든다.

    상당히 높은 순도임에도 불구하고 개당 0.01%도 오르지 않았지만 막대한 양이 모든 것을 커버했다.

    [스테이터스]

    힘: 0.0069% [A Rank]

    비로소 A랭크로 올라간 힘 스텟.

    그 외에도 민첩 스텟이 바로 아래에서 A랭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힘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B랭크 99.99%와 A랭크 0.001%의 차는 고작 해봐야 0.011%지만 엄연히 벽이 존재했다.

    랭크가 올라가면 그 순간 힘이 5%정도 단번에 증가하기 때문.

    그리고 5%는 서열 구도를 한순간에 뒤바꿀 정도의 힘이다.

    ‘가볼까.’

    코인을 전부 흡수한 유세현의 신형이 루위드를 쫓아 자취를 감췄다.

    * * *

    “좋아...거의 다됐다. 거의 다...빨리...빨리...”

    루위드의 입가와 안면근육이 씰룩였다.

    시스템 장악률. 97.06%. 97.89%. 98.23%.

    지금이 순간에도 점점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다.

    마침내 도달한 100%.

    루위드는 황급히 자폭 프로그램 서버에 접속했다.

    이제 해제 부분에 들어가 버튼만 누르면 끝이었다.

    허나.

    지지직-

    콰과광!

    난데없이 내려친 흑빛의 벼락은 루위드의 자그만 한 소망을 앗아갔다.

    제어불능이 된 인터페이스.

    어떤 것을 눌러도 먹통.

    반면 숫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남은시간은 15분.

    루위드가 유세현을 돌아봤다.

    “하하...하하하...”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표정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가 선언했다.

    “5분...”

    “......”

    “5분 안에 네놈을 죽여주마.”

    그리고 직접 연결해서 자폭 프로그램을 해제한다.

    루위드가 손을 뻗자 4방향으로 나뉜 라 아닐더가 검의 형상을 이뤘다. 유세현은 자세를 다잡았다.

    0.1초.

    숨이 턱 막이는 정적이 이어졌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상태.

    곧 거센 바람이 제어실 내부에 몰아쳤다.

    스스스.

    미끄러지듯 낮은 자세로 돌격해오는 루위드.

    머리 위로는 4개의 검이 보좌하고 있었다.

    챙!챙!챙!

    팔이 6개가 아닌 바에는 막을 수 없는 맹공격이 이어진다. 라 아닐더의 측면공격을 확인한 유세현이 몸을 틀려는 순간.

    천마의 검법이 눈앞에 다른 경로를 나타냈다.

    회피가 아닌 적에게 파고드는 대담한 수법. 유세현은 단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것을 따랐다.

    루위드의 눈가가 씰룩였다.

    ‘크...저 놈 그새 더 강해졌다.’

    과거 유세현은 스텟이 20% 가량 더 높은 뱀파이어를 상대하기 위해 이강호와 함께 쌩쇼를 해야만 했다.

    지금은 곁에 이강호가 없을 뿐더러 스텟의 차는 더 컸다.

    허나, 질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아지경.

    천마의 검법은 모든 것을 깨부수는 패도를 지향하지만, 벽창호같이 패도만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천마는 무림에서 천하제일인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받을 수 없는 검은 흘린다.

    그리고 반격한다. 그 과정에서 힘이 유실 되지 않게 한다.

    콰앙!

    트드득.

    “크으으으.”

    양손을 교차시켜 유세현의 검을 받은 루위드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A랭크의 30%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항상 30%를 전부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균형이 잡혀있어야 온건히 힘을 실을 수 있는 것인데, 유세현의 검은 항상 이 균형을 무너트리고 있었다.

    치지직-

    유세현이 흑뢰검을 사용하자 루위드는 입을 악물었다.

    이 흑빛의 뇌전은 기계인 그에게는 정말 최악이었다. 슈트를 입고 있어서 그렇지 맨몸으로 받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황금빛 눈이 강렬하게 빛을 발하자, 연동률이 높아진 라 아닐더의 공격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고열을 이용해 기간트의 오른쪽손에 장착된 검을 베어버린 유세현은 잽싸게 몸을 틀어 회피했다.

    그러나.

    ‘이건 몰랐을 거다!’

    땅바닥을 뒹굴고 있던 창 하나가 두둥실 떠오르더니 유세현의 심장을 향해 쏘아졌다. 미리 분열시켜놓은 라 아닐더였다.

    이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각도.

    퍽-

    유세현이 입고 있던 철제 갑주가 꿰뚫렸다. 루위드는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심장을 꿰뚫린 인간은 얼마안가 전투불능이 되기 때문.

    허나.

    -챙!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로 가로막힌 창이 튕겨져 나왔다. 그 순간 루위드는 눈이 튀어나올 뻔 했다.

    ‘무, 무슨! 아무리 분열했다지만 라 아닐더가 못 꿰뚫다니!’

    루위드는 황급히 왼쪽 팔을 내리 그었다.

    아슬아슬하게 닿으며 반으로 갈라지는 절체갑주.

    속에 감춰져 있는 흑빛의 갑주가 드러난다.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루위드의 눈동자가 좌우로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 그건! 전쟁갑주!”

    인간이 날린 최후의 일격을 막아내고 작렬이 산화한 물건.

    “한 개도 아니고 어떻게 두 개 씩이나!”

    유세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동요는 틈을 만들어주니까.

    “받았다. 루크루프에게서.”

    “...?!”

    아니나 다를까 반응이 장난이 아니었다.

    “뭐, 뭐라고? 받았다고? 놈이...놈이...살아있기라도 한다는 거냐!”

    콰과광!

    거세게 몰아치는 루위드.

    그의 입에서 갑작스레 억 소리가 튀어 나왔다.

    루베르크의 검신이 관절 틈을 비집고 들어온 탓.

    부패의 어둠이 내부를 좀 먹는다. 마력방호가 관통 당한 지금 막을 방도는 없었다.

    그는 결국 긴급탈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크...몸이...’

    무겁다.

    A랭크 스텟을 지닌 것 갖지 않게 무척이나. 유세현은 틈을 주지 않고 파고들었다.

    목을 향해 나아가는 검.

    루위드는 3세대. 몸을 수복시키는 것은 가능하나 이동시킬 수는 없는 세대다.

    이것이 닿기만 한다면...

    그때.

    퍼버벙!

    무수히 많은 쇳조각이 유세현을 향해 비산했다.

    저편에서 들려오는 득의양양한 목소리.

    “하하하! 루위드. 꼴이 말이 아닌데?”

    새롭게 등장한 놈도 기간트를 타고 있었다.

    황금빛의 눈동자와 대조되는 은빛의 머리카락.

    ‘역시 이곳으로 오고 있던 놈은 프랑코스였던건가.’

    선제타에 실패한 유세현이 마력을 회복을 개방시켜 섣불리 마족화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였다.

    마력회복은 사용하고 나면 체력이 어마어마하게 소비되니까.

    프랑코스의 등장으로 목숨을 건진 루위드가 그를 향해 말했다.

    “너가 왜 이곳에...”

    “하하하. 너가 포격 요새를 유흥에 사용할 거라는 소문이 돌아서 말이야...한 소리 해주러 온 건데 본의 아니게 목숨을 구해준 셈이 됐군. 불만 있냐?”

    “...없어.”

    “흐흐, 그러시겠지. 그나저나 저놈은 뭐지? 뭔데 밀리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마스터 카드가 안 긁히던데 이건 또 무슨 일이고?”

    “...보는 대로 인간이다. 그리고 다 저놈 작품이지...저놈이 해킹했다.”

    “...해킹? 지식도 없을 텐데 무슨 수로...”

    “저놈의 오른쪽 팔목을 봐라.”

    루위드의 말에 유세현의 팔목을 본 프랑코스의 시선이 흔들렸다.

    “저건...”

    “그래, 루크루프의 팔찌. 게다가 저것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야. 저놈입고 있는 갑주도 루크루프꺼야.”

    “......”

    프랑코스는 그제야 표정이 심각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흐흐. 저놈을 죽이면 다 우리 꺼가 되겠네?”

    “그렇지. 하지만 저놈이 내 요새에 자폭 프로그램을 발동시켰...”

    말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을 때였다.

    [자폭 프로그램이 정지합니다.]

    루위드의 표정이 일순간 멍하게 바뀌었다.

    < 요새전(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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