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140화 (140/612)
  • < 군체종족 알베타스(2) >

    유세현이 이끌고 있는 팀에서도 무려 두 명이나 실종된 상황.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왜 발자크씨와 모니카씨가...”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영문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유세현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생존자들 대부분의 마력량이 서로 비슷비슷한 탓에 뒤섞여 버리면 눈치 채기 힘들기 때문.

    때문에 여기서 어디에 있는지 확정할 수 있는 인원들은 큰 마력을 지니고 있는 볼프강 가(家)의 자제들이나 가신, 혹은 베크릭을 포함한 대형 길드의 인원뿐이었다.

    “어제, 발자크씨와 교대하신 분이 누구죠?”

    “저랑 에이브람씨입니다. 그때까지는 분명 잘 있었어요. 그죠?”

    “아...예. 맞습니다. 분명히 있었어요.”

    줄곧 유세현의 주시하고 있던 에이브람이 동료의 말에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만 보자면 꽤 당황한 모습이었다.

    “흠...이강호, 넌 이번 실종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

    “글쎄...”

    제정신이 박혀있는 암살자들이라면 이런 식으로 일을 구태여 벌이지 않는다. 타겟이 되는 사람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 너무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에서 이번 실종은 이해도, 그 의도도 전혀 파악 되지 않았다.

    “각 팀의 분대장께서는 이쪽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긴급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유세현은 그 말에 발걸음을 옮겼다.

    각 대형 길드를 이끄는 길드장과 그 휘하 길드원, 그리고 필립과 베크릭까지.

    전부 미간이 좁혀져 있는 것이 그 누구 하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일개 분대장에 불과한 유세현이 대충 사람들 틈에 껴 자리를 잡자 곧바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대형 길드, 프렉쉴더의 길드장 에드윈 체임버였다.

    “빠르게 집계를 해본결과 실종자들의 대부분은 자정 이후에 숲으로 들어간 것이 확인 되었습니다.”

    “아무 말도 없이 말입니까?”

    “예. 경계병의 말로 따르자면 볼 일을 보러가는 줄로만 알았다고 합니다.”

    “......”

    잠시 무거운 정적이 일었다.

    숲에 들어간 뒤 사라졌다라...

    “블러드울프에게 습격 받은 건...역시 아니겠죠?”

    “그렇죠. 만약 그런 상황이 닥쳤다면 함성이라든지 비명이라든지 소리를 질렀을 겁니다. 때문에 생각해볼 수 있는 건 단번에 숨통이 끊어진 정도뿐인데...일반 용병이

    라면 몰라도 우리 길드원이 블러드울프에게 그렇게 허무하게 당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에드윈의 말에 일부 사람들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일반 용병에 포함되는 자들이었다. 평소 대형 길드가 소규모 길드를 깔본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었으나, 이

    런 때까지 노골적으로 까 내릴 줄이야.

    이에, 필립이 살며시 입을 열었다.

    “에드윈, 불필요한 언사를 꺼내 물의를 일으키지 말아주었으면 하네.”

    “...죄송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다른 인원들이 목격담에 대해 떠들어댔으나, 결국 에드윈이 한말과 너무도 유사했기에 별 특별한 것은 없었다.

    서서히 와해 되가는 분위기.

    일단은 마수 퇴치를 계속 해나가야 했기에 필립이 회의를 끝내려던 찰나였다.

    병사 한 명이 헐레벌떡 대형 천막 내부로 뛰어들어 왔다.

    “시, 실종되었던 인원들이 돌아왔답니다.”

    “뭐?”

    회의장이 술렁였다. 필립이 재차 물었다.

    “그게 정말인가?”

    “예! 공자님!”

    “흠...알았다. 그럼 일단 회의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필립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수많은 가신들이 뒤를 따랐다. 그중에는 유혜인도 있었다. 전장이라서 그런지 메이드복이 아닌, 간소한 방어구와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형

    태.

    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유세현은 일단 본래의 장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시작된 사정청취.

    “어딜 갔다가 지금 돌아오신 겁니까?”

    “아, 음...그게...”

    발자크는 어물쩍 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깨어나니깐 모니카씨랑 같이 숲에 쓰러져 있었어요. 저희도 깨어났을 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

    사람들의 미간이 좁혀져 갔다. 믿을 수 없다는 의미. 그러나 우습게도 이러한 말을 한 것은 둘 뿐만이 아니었다.

    대다수의 실종자들이 그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나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자들의 설명도 뭔가 붕 떠 있을 뿐이다.

    덕분에 재차 소집된 회의에서는 이전과는 달리 여러 가지 가설이 튀어 나왔다.

    “환각계열 스킬을 사용하는 엘토라가 있는 것일 수도 있겠는데요?”

    “아닙니다. 엘토라는 동쪽에 서식하죠. 차라리 가능성을 꼽자면 북서쪽에 있는 레비칸 쪽이 확률이 더 높습니다.”

    “흠...”

    이야기를 듣는 개인용병들은 똥 밟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토벌의 난이도가 갑자기 확 올라갔다고 느낀 것이다.

    “아무튼 1시간 후에는 토벌을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각 팀의 팀장께서는 조금 더 유의해서 팀을 통솔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 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유세현은 천막 밖으로 빠져나갔다.

    필립은 용병들의 총책임자가 되는 베크릭, 에드윈과 못 다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충 내용을 들어보니, 적색산맥근처에 나오는 마수들의 종류를 종합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흠...딱히 강한 마력을 지닌 놈은 보이지 않는데...’

    무심코 뒤도는 순간, 누군가와 어깨가 강하게 부딪친다. 먼 곳에 포진해 있을 마수의 마력 흐름을 읽고 있던 턱에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후...이건 좀 주의해야겠어.’

    아무 생각 없이 간단히 사과하고 끝내려던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이 새끼가 감히 지금 내가 가는 길을...어?”

    발렌이었다. 그 뒤로는 기사들과 시녀가 포진해 있었다.

    “너, 그 새끼 아니야? 그...”

    “유세현입니다.”

    “그래, 유세현! 뭐야? 네놈도 토벌에 참가한 거냐?”

    발렌이 킥킥 웃었다. 보상을 그렇게 거절하더니만 결국 공적이나 마석 때문에 이곳까지 온 것인가.

    “그나저나 감히 내 어깨를 쳐? 정신 똑바로 안 차리냐. 새꺄?”

    발렌이 잘 걸렸다드는 듯 검지로 유세현의 이마를 톡톡 쳤다.

    유세현은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그저 한심스러웠다. 얼마나 제멋대로 자랐으면, 이렇게 될 수 있는지.

    발렌의 뒤에 위치해 있는 리체를 흘겨본 그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미쳐보지 못했습니다.”

    “허, 못 보면 끝이냐?”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던 갈굼. 맨날 되도 않는 소리로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던 무능한 군대 고참이 떠올랐다.

    유세현은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것은 모름지기 제 뿔에 지칠 때까지 놔두는 게 효과적이다.

    “야, 말 좀 해보지? 평민?”

    “......”

    “이 새끼가 진짜? 내 말을 감히 무시해?”

    자동적으로 커지는 언성. 그 큰 목소리가 필립의 귀에 닿자 그가 하던 말을 끊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발렌, 무슨 일이냐.”

    “아니, 형님 저놈이...”

    “어? 자네는?”

    필립은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고 있는 발렌과는 반대로 반가운 얼굴을 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그가 발렌을 꾸짖었다.

    “발렌, 누누이 말 하지 않았느냐. 이자는 자유 신분이다. 우리의 아래가 아니야.”

    “후...”

    발렌이 이를 으득 곱씹었다. 저놈의 설교, 과연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그래 참자, 참아...’

    이미 계획은 세워두었다.

    앞으로 5일 뒤, 협곡에 들어서는 순간 필립의 최후를 볼 수 있으리라.

    발렌은 터벅터벅 걸어 저편으로 사라졌다. 필립이 관자놀이를 짚었다.

    “후...내, 미안하네. 동생을 대신해 사과하지.”

    “아닙니다.”

    “하하, 아니긴...그보다 자네 토벌에 참가했던 건가?”

    “예. 일반 용병 쪽으로 참가했습니다. 지금은 분대장을 맡고 있습니다.”

    또박또박 답하자, 턱을 짚은 필립이 미간을 좁혔다.

    “호오...그런가? 그렇다면 뭔가 좀 이상하군. 총책임자와 주측 간부는 분명 실력이 높은 사람으로 뽑으라고 명 했을 텐데?”

    그가 뒤에 있는 카트린을 지긋이 바라보자, 카트린이 조심스레 말했다.

    “이자는 스스로 직책을 거절했습니다.”

    “뭐? 거절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유세현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하자, 필립은 입맛을 쩝 다셨다.

    “음...뭐, 당사자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자네는 어디에 소속되어 있지?”

    “제2연합 용병단 A소속 제 3분대입니다.”

    “흠...알겠네. 아! 레비칸이 서식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전투시 조심하고.”

    “예,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보도록 하지.”

    필립이 몸을 돌리자, 유혜인이 아주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하라는 그리고 잘 가라는 의미가 한데 섞여 있는 인사였다.

    그렇게 잠시 뒤 토벌이 다시 진행되었다.

    * * *

    다시 찾아온 밤.

    운 좋게 같은 경계조가 된 유세현과 이강호는 의견을 나누었다.

    본래라면 지금쯤 리체에게 접촉했어야 했지만, 경계가 삼엄해진 탓에 행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우선 행여나 있을 다른 것을 먼저 대비하기로 했다. 유세현이 지도의 한곳을 가리켰다.

    “흠...암살자들이 타겟을 노린다면 여기쯤인가?”

    “그렇지, 협곡이야말로 매복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니까. 더군다나 몬스터까지 같이 등장한다면...”

    “그렇다면 그전에 빠져야겠군.”

    그들은 본래, 무리하는 척 하다가 실종이 될 생각이었다. 조금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간혹 발생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과욕 때문에 죽는 사람들.

    그들은 이를 위해서 접근성이 유용한 높은 직책을 버렸다.

    헌데, 베크릭에 의해 유세현이 힘을 과시하게 되면서 일이 꼬여버린 것이다. 유세현이 카트린에게 존재를 들킨 것.

    그렇기에 그들은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만 했었다.

    허나, 천운일까 사람들이 모종의 이유로 실종되다가 돌아왔다.

    그러니, 이제는 언제 없어졌다가 돌아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내일 빠지자.”

    “좋아.”

    계획을 짠 그들은 전방을 주시했다.

    -트드드득.

    그때 미세한 움직임이 귓가에 포착되었다. 유세현과 이강호는 동시에 소리의 근원을 잽싸게 하나씩 낚아챘다.

    “뭐지 이건?”

    손바닥 한 뼘 만 한 작은 크기.

    4개의 발이 달려있는 놈의 몸통은 무척 납작했으며, 등에는 눈으로 보이는 무수한 알갱이가 박혀있었다.

    언뜻 보면 거미처럼 보일 수도 있는 생명체.

    유세현은 그 괴물에게서 위화감을 느꼈다.

    놈의 체내에는 마력이 1%도 있지 않다.

    괴물의 외형을 살핀 이강호의 눈이 점점 커져갔다.

    “뭐야, 아는 괴물이야?”

    “이, 이건...알베타스!”

    “알베타스?”

    군체 종족 알베타스.

    모든 생명체들은 모름지기 독립된 성향을 띠고 있다. 같은 인간일지라도 사람마다 생각과 행동이 다른 게 그 이유.

    허나, 알베타스라는 종족은 하나의 군체가 휘하의 모든 것을 조종한다. 탄생한 병사들은 강제력에 의해 거부도 대응 할 수도 없다.

    그저 지시에 따라 장기 말처럼 움직여야 되는 것이다.

    “그런 종족이 있다니...지금 잡은 건 뭔데?”

    “감염충이야. 놈이 생산할 수 있는 것 중 하나지.”

    감염충은 케르가나라는 모체에서 탄생한다.

    가지고 있는 특수능력은 잠식으로, 등급에 따라 최소 D랭크부터 최대 B랭크까지의 숙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뭐? 잠식이라고? 그렇다면 어제 실종된 사람들은?”

    “그래, 네가 생각하는 게 맞아. 분명히 감염 됐을 거다. 아직 완전히 먹힌 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유세현의 표정이 착 가라 앉았다. 그는 차분하게 궁금한 점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감염충이 생산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했는데, 그 말은 다른 놈도 만들 수 있다는 거야?”

    “응. 맞아.”

    알베타스는 고블린이나 인간처럼 일반적으로 하나의 외형을 가진 종족이 아니다. 하늘을 날며 독침을 쏠 수 있는 병사, 칼 같이 예리한 팔을 가지고 있는 병사 등 그 종

    류는 무척 다양하게 많다.

    더군다나 생산력도 다른 종족의 비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 환경만 갖춰진다면 계속해서 병사를 생산해 낸다.

    유세현은 거기까지 듣는 순간 어느 한 게임이 떠올랐다.

    전략시뮬레이션게임, 별들의 전쟁.

    인간, 외계인이 서로 뒤엉켜 영역다툼을 벌이는 그 게임에서는 이와 비슷한 특성을 지닌 특수한 종족이 있었다.

    “후...그런 종족이 실존하다니...왜 미리 안 알려 준거야?”

    “그건...”

    알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알베타스는 본디 판도라 최북단에 위치하는 종족.

    최남단 쪽에 위치하는 인간측이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흠...그렇다면 이놈들은 원래 이곳에 있을 수 없다는 건데 도대체 어떻게...”

    “아마도 이 근처에 시공의 균열이 뚫린 것 같다.”

    시공의 균열은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더 나아가 공간과 공간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일단 들어가 보지 않으면,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그 특성상 대부분의 종족은 위기감을 느끼고 균열이 사라질 때까지 봉쇄하는 조취를 취하지만, 군체만 살아있으면 되

    는 알베타스는 이와 상관이 전혀 없기에 정보를 얻을 겸 병사를 보낸 것이 분명하다.

    “이럴 때 알베타스가 나타나다니...”

    놈이 생산한 병사의 대다수는 그 강력한 특수특성 덕에 마력이 허락되지 않았다.

    < 군체종족 알베타스(2)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