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139화 (139/612)
  • < 군체종족 알베타스(1) >

    “15221번 승!”

    유세현은 그 후로 상대방보다 약간 더 강한 면모를 보이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렇게 승리하기를 2번.

    “15221번 유세현님과 15229번 베크릭 아르벤님께서는 경기장위로 올라와주시기 바랍니다.”

    발을 움직여 익숙해진 경기장위로 올라서자 이제는 익숙해진 8:2가르마가 눈에 띈다. 유세현의 입에서 한숨이 살짝 터져 나왔다.

    ‘잘 피해갔다 생각했는데 하필 마지막에 걸리다니...’

    남들의 눈에 띄는 건 최대한 피해가려 했지만 아무튼 이렇게 된 거 절대 질 수는 없다.

    “잘 부탁드립니다.”

    베크릭이 먼저 예를 취했다.

    “예,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주시 했다.

    심판이 팔을 들어 올리자 베크릭의 손이 자연스레 손잡이로 향한다. 그는 이때까지만 해도 무척 여유가 있었다. 분명 이 토너먼트에서는 자신의 상대가 되는 사람이 없

    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허나.

    “흡!”

    그 여유는 시작과 동시에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유세현.

    마땅히 비전 검술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합리적인 움직임을 위해 항상 고뇌해온 덕에 그의 검은 무척이나 날카롭기 그지 업었다.

    챙! 챙!

    하지만 안타깝게도 베크릭은 금방 차분함을 되찾았다. 상대방이 이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은 정말 의외였지만 그래도 스텟의 차가 제법 나기 때문.

    -팅!

    휙휙휙, 툭!

    이윽고 강대한 힘에 유세현의 루베르크가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큭!”

    탄성을 들은 베크릭은 그 순간 승리를 확신했다.

    -타다닥!

    유세현이 주먹을 들고 남성을 향해 질주한다. 그 모습은 마치 패배자가 최후의 발악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끝이군.”

    휘양찬한 결투를 잠시 지켜보던 관중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틈을 찾은 남성이 마무리를 위해 검을 내지르는 순간이었다.

    유세현의 두 눈이 번뜩 빛났다.

    -쿵.

    일순간 한없이 느려지는 베크릭의 육신!

    베크릭은 그 순간 정말 깜짝 놀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 이게 무슨...’

    지진을 일으키는 눈동자 속으로 날아오는 팔꿈치가 보인다.

    ‘큭!’

    베크릭은 황급히 몸을 뒤로 뺐으나, 안타깝게도 유세현은 이미 코앞까지 접근한 상태였다.

    -빡!

    결국, 베크릭은 경기장에서 떨어져 장외 탈락이 되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아직도 뭘 당했는지 모르는 눈치.

    “이야~저 남자 운도 좋아. 마지막에 저런 마구잡이 공격이 성공하다니.”

    “그러게.”

    다른 사람의 눈에도 그저 운 좋게 공격이 성공한 것처럼 보일뿐이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유세현은 땀을 닦는 척 하며 지면에 떨어진 루베르크를 회수했다.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던 심판이 유세현을 향해 손을 치켜 올렸다.

    “15221번 유세현 승! 최종통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 *

    토너먼트를 거쳐 뽑힌 용병의 인원은 총 1000명. 그들은 곧바로 부대를 이끌 총책임자와 간부 선출에 나섰다. 아무리 강하다지만, 통제가 안 되는 것은 단순한 잡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후보자에 오른 인원들은 전부 쟁쟁한 힘을 보여주던 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그 쇼를 했건만, 유세현은 정말 재수 없게도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유세현, 페르탄, 칼롬님께서는 내부로 들어와 주시기 바랍니다.”

    최종 선출은 기사들과의 면접에 의해 결정된다.

    쟁쟁한 경쟁을 뚫은 사람들 중에서 총책임자나 간부가 된다는 것은, 잘만하면 황금빛 길이 펼쳐져 있을 수 있음으로 사람들은 전투를 치를 때보다도 더 긴장하는 모습

    을 보였다.

    물론, 유세현은 곧바로 사퇴를 표할 예정이었지만.

    내부로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 몇 명이 눈에 띄었다.

    필립을 지키고 있던 노기사, 카트린 에멀.

    “허허...이렇게 또 보게 되는군.”

    카트린이 아는 체를 하자 나머지 2명의 눈이 휘둥그렇게 커졌다. 귀족가의 고위기사와 친분은 정말 엄청난 인맥이 아닐 수 없다.

    카트린은 곧바로 간단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인사 때문에 짧은 타이밍을 놓친 유세현은 일단 정석대로 답하며 기회를 엿봤다.

    “그래, 알겠네. 뽑힌 사람에게는 내일쯤 통보가 갈 것이네.”

    “예! 알겠습니다!”

    두 명이 힘차게 대답했다. 과연 저렇게 해서 뽑힐 수 있을 런지.

    유세현은 방을 나서기 전 정중하게 사퇴를 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카트린을 포함한 기사들의 눈이 휘둥그렇게 변했다. 이 좋은 자리를 스스로 걷어차는 자려는 자가 존재했다니.

    “왜지? 이유를 말해줄 수 있겠나?”

    “별 큰 이유는 없습니다.”

    기량이 안 된다. 그는 정말 정석적이면서도 간단한 답을 내놓았다. 살짝 아쉬운 표정이 된 카트린이 입을 열었다.

    “흠, 기량이라...알겠네. 나가보게.”

    “예, 수고하셨습니다.”

    -끼익, 탁.

    유세현이 바깥으로 자취를 감추자 양옆에 있던 기사들이 중얼거렸다.

    “공자님을 구해주셨다던 사람의 이름과 똑같군요. 같은 분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흠...그렇다면 좀 아쉽군요. 그나마 신뢰 있는 인물이 총책임을 맡아야 되는데...”

    “본인이 그렇다는데 어쩔 수 없지요. 거절한 사람에게 권유해봤자 역효과만 일으킬 가능성이 높죠.”

    “하긴, 것도 그렇지요. 그렇다면 그나마 남은 재목이...”

    기사의 눈이 미리 분류해 둔 종이를 향했다.

    [베크릭 아르벤]

    그곳에는 유세현에게 패배한 남자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 * *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저녁.

    발레르크 가(家)의 저택을 나와 외진 건물로 들어간 알폰스가 남성을 보기 무섭게 인상을 구기며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베크릭씨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요? 이전에 말했던 계획과는 아무리 봐도 다른 것 같은데.”

    “계획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허!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알폰스의 입가가 씰룩였다.

    “그럼, 패배도 계획이 일환이었던 거요? 자칫 일을 다 그르칠 뻔했는데?”

    베크릭은 그 말에는 답하지 못했다. 확실히 이번 것은 조금 위험했음으로, 알폰스가 발 빠르게 대처해주지 도움을 주지 않았더라면 총지휘자에 오르기는커녕 토벌대에

    도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건 분명 변수였습니다. 하지만 암살과 전투는 다른 영역입니다. 줄곧 말씀 드렸을 텐데요.”

    “흠...그건 그렇지만...”

    미덥지 못하다. 알폰스는 그런 눈을 하고 있었다.

    생각을 읽은 베크릭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

    “그렇게 못미더우시면 지금당장 계약을 해지해도 됩니다만?”

    “...아닐세. 되었네.”

    베크릭의 암살단은 시도를 안했으면 안했지, 실패한 적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흑접사가 약을 이용해 상황을 만든다면, 이들은 타겟이 있는 곳으로 침투해 빈틈을 찾아낼 때까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잘해주게.”

    “예. 걱정 마십쇼. 그보다 발렌 경에게는 미리 언질 해 놓으셨겠지요?”

    “그렇다네.”

    베크릭과 알폰스는 잠시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할 말을 끝낸 알폰스가 건물을 빠져나갔다.

    “......”

    긴 정적이 감돈다. 베크릭은 차분히 턱을 짚었다.

    뭔가 찜찜한 것이 확실히 기분이 좋진 않다. 설마 자신을 이기는 자가 일반 용병에 있을 줄이야.

    더 나아가 그 이상한 스킬. 아니, 그것이 스킬이 맞긴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단순히 위압감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겁을 먹었다는 건가? 그 놈에게?’

    -딱.

    손가락을 튕기자 주위에 숨어있던 대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베크릭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툭 말했다.

    “에이브람. 그놈과 같은 조에 넣어 줄 테니 정기적으로 보고를 올려라.”

    “예, 알겠습니다.”

    어느새 출정식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태였다.

    * * *

    엄청난 수의 인원들이 북쪽을 향해 진군해 나갔다. 목표지점은 최외각에 있는 마을, 폴타론보다도 북쪽에 위치해 있는 적색산맥.

    남쪽과 북쪽을 일자로 나누고 있는 이 산맥은 나무나 이파리 등의 색이 피처럼 온통 새빨갛기 때문에 이 이름이 붙여졌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 때문일까?

    적색산맥에 등장하는 마수 또한 그 대부분이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크기만 3m가 넘고 늑대의 모양을 띠고 있는 블러드울프.

    두 발이 있어 걸어 다니는 괴상한 물고기, 블러스피셔.

    그중에서도 블러드울프는 계체수가 늘어나면 남쪽으로 진군해오는 것이 특징이었는데 이놈들을 토벌하기 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국군과 귀족들은 곧바로 구역을 나눴다.

    유세현이 속해 있는 볼프강 가(家)가 맡은 구역은 최 좌측 부.

    임시진지를 구축한 그들은 잠시 동안 회의를 가진 뒤 곧바로 몬스터 탐색에 나섰다.

    풀숲을 헤쳐 가는 용병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 죽을 거라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기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블러드울프의 무력수준은 D랭크 중간급으로 일반 병사와 비등비등 한데, 물량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하하하! 죽어라 괴물들아!”

    -서걱!

    블러드울프들은 병사들과 용병에 의해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적당히 주위와 어우러져 놈들을 상대하던 김주희가 툭 말했다.

    “이놈들 많이 약하네요?”

    “뭐, 그렇지.”

    일반 용병들이 들으면 기겁할 말이었지만, 이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진짜 힘든 곳은 서쪽이나 동쪽이었다. 그곳에는 고블린이나 코볼트같은 이 종족이 분포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북쪽이 약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산맥을 넘어가는 순간 마수들의 수준이 확 늘어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적색산맥은 바리게이트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후우...지치는군.”

    “오늘은 여기까지랍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한바탕 일을 끝낸 용병들이 합을 맞춘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등의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어느새 석양이 지고 있었다.

    * * *

    -끼룩끼룩.

    보초병을 제외한 모두가 잠이 든 밤. 감시자가 근무교대를 위해 떠나는 것을 마력을 통해 확인한 유세현이 그제야 조심히 입을 열었다.

    “이번토벌. 확실히 뭐가 있긴 하네.”

    “그래, 그건 거의 확정이다.”

    유세현은 베크릭이 총지휘자로 부임했을 때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토너먼트에서 떨어진 자가 총지휘자라니.

    더 나아가 자신에게만 감시자가 붙었다. 무척 자연스러운 것이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솜씨.

    제법 되는 마력량 때문에 주시하고 있지 않았다면 미처 알아차리지 못 했을 것이다.

    그때였다.

    -푸드득.

    때마침 익숙한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레피아가 보낸 마법전서구.

    유세현은 천막 밖으로 빠져나와 소변을 보는척하며 마법으로 만들어진 종이를 받아들었다.

    종이에는 추가로 요청한 발레르크 가(家)에 대한 것이 적혀있었다.

    제법 방대한 양이었기에 언제 다 읽나 했지만, 레피아는 눈치가 무척 빠르다.

    [알폰스 론 발레르크, 암살단과의 접촉흔적 발견.]

    핵심을 찌르는 한 문장.

    유세현은 둘에게 이를 알렸고 이윽고 시간은 지나 날이 밝았다.

    분대장들은 자신의 대원들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어?”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당황 섞인 목소리.

    밤사이 무수히 많은 인원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 군체종족 알베타스(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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