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136화 (136/612)
  • < 사냥개시(4) >

    ‘이, 이놈이...’

    역도발.

    그들이 하사받은 수라검마공은 음영대에게 있어 최고의 자부심이었다. 무공에 재능이 없어, 일개 삼류무사로 밖에 지낼 수 없는 운명을 떨쳐 준 것이 바로 이 마공.

    수라검마공은 그 특성상 최고수가 되기 힘들었지만, 잘난체하는 정파의 고수나 후기지수를 처리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리고 이는 판도라로 이동한 후로도 비슷했다.

    웬만한 마수들은 상대가 되지 못했으며, 제국의 기사라고 하는 자들도 내공만 몸에 잔뜩 지니고 있었지 제대로 활용을 못하는 자들이었다. 간혹 스킬이라는 것을 이용

    해 무공과 비슷한 능력을 구사하긴 하지만, 위력 면에서는 미치지 못했다.

    지금까지 중에 그나마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느낀 자들은 검기를 구사할 수 있는 소드마스터 뿐.

    그 이외에는 적수를 찾아보지 못했다.

    허나.

    먼지가 서서히 걷혀가며 주위 사물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강호의 앞으로는 두터운 흙의 벽이 여러 장 만들어져 있었다.

    3서클 방어마법 스톤 월(Stone Wall).

    그 옆으로는 정형화 된 물이 살아 움직이듯 대기를 유영한다.

    끝없이 물을 뿜어내고 있는 에르토락스의 트라이던트의 아래에는 2명의 음영대원들이 쓰러져 있었다.

    몸을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직 목숨이 붙어있는 모양이지만.

    -푹.

    김주희가 창을 내려찍는 것으로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었다.

    눈동자를 굴려 주위를 순식간에 살핀 유세현의 입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절기를 사용하기 위해 독을 막아주고 있던 마력의 막을 약화시키다니, 이는 정말 최악의 수라고 할 수 있었다.

    급하게 제압하려 하지 않고 계속 몰아붙이며 향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으면 되었을 터인데.

    음영대주가 입술을 질끈 곱씹었다. 설마 내공을 쏟아 부어 날린 절기가 막힐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자신이 있었고 여태까지 잘 해왔다.

    다만, 간과한 것이 있다면 상대가 괴물이라는 것.

    이강호는 무수히 많은 괴물들과 전투를 해왔다.

    강하다고하나 주로 무림인들끼리 싸워온 그들과는 경력이 다르다.

    그리고 김주희. 정령화한 그녀는 잠시 동안 이강호조차도 접근하기 힘든 존재가 된다.

    후우웅!

    솨아아.

    물줄기가 이리저리 휘몰아치며 둘러싸던 진형을 부숴나갔다. 유세현이 곧바로 흑뢰검을 사용해 뇌전을 발산했다.

    음영대주는 그것을 피하려 황급히 도약했지만, 노림수는 다른 쪽에 있었다.

    치지직.

    날린 뇌전이 물에 닿자 강한 전력을 머금는다. 뒤쫓은 물줄기가 음영대원의 발에 살짝 닿았다.

    치지직!

    “끄아아악!”

    퍽.

    감전에 의해 균형이 무너진 대원의 몸이 나무몸통에 들이받더니 그대로 지면으로 떨어졌다.

    김주희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순식간에 머리를 꿰뚫었다.

    이것으로 인해, 지금까지 처리하는데 성공한 인원은 7명.

    -서걱.

    아니, 방금 적을 베는데 성공한 이강호에 의해 8명이다.

    유세현은 음영대주에게 어디 갈 틈을 주지 않고 거칠게 몰아 붙였다. 음영대원들의 검이 날카롭게 파고들었으나 특제 향 때문에 몸이 마비 된 덕에 밀리지 않았다.

    그들은 너무 내력(마력)과 무공에만 집착했다.

    힘과 민첩 스텟이 마력에 따라갔더라면, 전투는 훨씬 고달팠을 것이다.

    슈우욱!

    빈틈을 본 유세현의 검신이 음영대주의 목을 향해 쇄도했다. 입을 악문 음영대주가 황급히 허리를 좌측으로 굽히자 아슬아슬하게 겉 피부를 스쳐지나간다.

    “크윽!”

    “대주님!”

    장곽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상황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적은 완벽하고, 자신들은 불완전하다.

    더 나아가, 적의 스텟이 정말 장난이 아니게 높아졌다.

    잠도 줄여가며 계속 미친 듯이 마수 사냥을 한 결과.

    “대주님! 일단은 잠시 퇴각하시는 편이...”

    -슈슈슉!

    장곽이 말을 끝낼 새도 없이 무수히 많은 화살이 유세현과 김주희, 이강호를 향해 쏟아졌다.

    너무 비효율적이라 구름섬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만큼, 정말 오랜만에 보는 무기였다.

    유세현은 재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쉭! 쉭! 쉭!

    그의 검이 궤적을 매끄럽게 지나갈 때마다 정확히 화살대가 반으로 잘리며 지면으로 떨어진다.

    허나, 어찌나 많은지 전부 쳐낼 수는 없었다.

    ‘쳇!’

    결국 유세현은 지면을 데굴데굴 굴러 자리를 빠져나왔다. 암흑투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마법이나, 장거리 공격이 그로서는 제일 껄끄럽기 그지없다.

    자세를 다잡은 그가 마력을 살폈다.

    동그랗게 포진하여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엄청난 수의 병력.

    우측에는 검을 치켜세우고 있는 한 여성이 있었다.

    “드디어 만났구나! 감히 우리 실버어레스트를 건드리고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 한건 아니겠지!”

    동생을 죽인 앙숙을 만난 레니칼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유세현이 입가에 살며시 조소가 걸렸다.

    “큭, 인간쓰레기의 언니인가?”

    “...너, 너 이 새끼!”

    그녀는 어떻게 알아냈는지 등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저 분을 터트릴 뿐이다.

    그리고 이는 유세현이 일부러 도발한 이유였다.

    “저 개새끼들을 당장 내 앞으로 끌고 와라!”

    레니칼의 외침과 함께 병사들이 사방에서 빗발쳤다. 대부분은 D랭크의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C랭크의 인원도 배치되어 있었다.

    누가 누군지 모르게 하기 위한 전략.

    허나, 무수히 많은 인파에 의해 시야가 가려지자 음영대주의 눈이 순간적으로 파르르 떨렸다. 적의 노림수를 깨달은 것!

    “모두 자리를 이탈...”

    -피잉.

    콰과광!

    말을 채 끝낼 새도 없이 저편에서 발산된 검붉은 빛이 음영대가 위치해있는 곳을 향해 날아왔다.

    먼저 몸을 날린 장곽과 몇몇의 수하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원이 전부 빛에 집어삼켰다.

    “크윽! 저놈이! 살아남은 인원은 몇 명이냐!”

    “저를 포함 도합 12명입니다!”

    “으으!”

    한순간에 무려 10명을 잃었다. 본래는 퇴각하여 재정비하고 다시 올 참이었지만, 이 정도의 인원이라면 추후를 도모할 수 없다.

    무척 치욕적인 일이지만 이제는 실버어레스트와 협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대기해라! 저들이 힘이 다했을 때 다시 움직인다!”

    “충!”

    그들은 재빨리 기척을 감췄다.

    “무, 무슨...”

    한편, 레니칼은 광역스킬에 넋이 나가있는 상태였다. 달려들던 병사도 깜짝 놀라 거리를 벌려 검만 겨누고 있다.

    고개를 흔든 레니칼이 크게 외쳤다.

    “방금 것으로 인해 적의 마력은 거의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니 잡아라! 포획하는 자에게는 내가 직접 포상을 내릴 것이다!”

    “우아아!”

    그 말에 사람들이 이구동성이 되어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레니칼도 유세현을 향해 몸을 던졌다.

    챙!

    검과 검이 맞부딪치며 스파크가 튄다.

    마력의 회복을 위해 잠시 암흑투기를 거둔 상태라 그런지 레니칼은 무지막지하게 몰아쳤다.

    “이 자식! 곱게 죽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마라!”

    사지를 잘라버리고 노예로 만든 뒤, 몇 번이고 몇 백번이고 고문할 것이다.

    절대 죽이지 않는다.

    동료가 괴로움 속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짖는 것을 정신이 붕괴할 때까지 보여줄 것이다.

    그래, 동료 여자가 강간당하는 것을 바로 앞에서 관람하게 하는 것도 괜찮겠지.

    허나, 그녀가 아무리 도발해도 원래대로 돌아온 유세현의 표정은 변화하지 않았다. 그저 툭 한 마디 말할 뿐이다.

    “역시 쓰레기 다운 생각이군.”

    “이 새끼가아아!”

    그녀의 팔뚝이 팽창하며 힘줄이 솟아올랐다. 그와 비례해 점점 빨라지는 공격.

    레니칼이 검을 높게 치켜세웠다. 루베르크를 들어 방어하면 양옆에서 협공해오는 병사에게 찔리게 된다.

    유세현은 스텝을 밟아 좌측에 있는 병사를 재빨리 제압한 뒤 정면을 막아서게 했다.

    -서걱.

    시퍼런 음색과 함께 병사의 몸이 일자로 갈라진다. 유세현은 그 찰나의 틈을 이용해 우측에 위치한 병사의 목을 베었다.

    “으...이 자식이!”

    거친 저항에 레니칼이 이를 으득 갈았다. 유세현이 손가락을 튕겼다.

    이어서 터져 나오는 한마디

    “너희들이랑은 여기까지다.”

    * * *

    -캬아악!

    무수히 많은 몬스터들이 쏟아졌다. 이전처럼 좋은 스텟을 고루 갖추고 있는 키메라는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명령이 달랐다.

    [생명체는 모두 죽여라.]

    물론, 이강호와 김주희는 예외.

    그 결과로.

    -콰득.

    “끄아아악!”

    실버어레스트의 병사들은 피의 향연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주, 죽어!”

    베어도 베어도, 공포를 모르고 달려든다.

    터져 나오는 내장과 물어뜯기는 사지. 그 행동을 본 레니칼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켰다.

    ‘어, 언데드?’

    마족과 계약한 흑마법사, 네크로멘서만이 사용할 수 있는 흑마법. 허나, 이 흑마법은 판도라로 이동되며 모두 실전되었다.

    마족과의 계약이 끊겨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놈이 어떻게 언데드를 다룰 수 있단 말인가!

    “네, 네놈 도대체 어떻게!”

    “......”

    유세현은 굳이 답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포켓에서 나무 지팡이를 꺼내들 뿐이었다.

    클락에룬 수정구가 박혀있는 스태프!

    비축시켜놨던 어둠의 마력이 유세현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무림인이 등장한 순간부터 실버어레스트를 직접 상대할 마음이 없었다. 그저 언데드군단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끌은 것뿐이다.

    이제는 마무리를 할 시간이었다.

    유세현이 김주희와 이강호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신호를 알아들은 둘 사람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쿠구궁!몸을 옭아매는 압박.

    “너...지금 무슨...”

    -파앗!

    순식간에 몸을 뒤돈 유세현이 앞으로 질주해나갔다. 마음 같아서는 죽이고 가고 싶었지만, 무림인들은 눈치가 무척빠르기 때문에 약간의 시간도 지체할 수 없었다.

    “헙!”

    장소가 단번에 발각된 것을 깨달은 음영대주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기척을 최대한 숨겼는데 어떻게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이렇게 많은 인파 사이에서!

    검을 뽑은 음영대주의 뒤에서 마수가 튀어나왔다.

    -서걱.

    지능이 없기에 처리하는 건 순식간.

    허나, 그사이 유세현을 포함한 일행은 이미 근처에 다다른 상태였다. 새까만 연기가 그들을 향해 밀려들어왔다.

    ‘이건!’

    장곽에게 설명을 들은 적 있던 음영대주가 황급히 자세를 다잡았다.

    이 연기는 확실히 위험하다.

    음영대주가 눈짓을 하자, 음영대 일원 5명이 팔을 옆구리에 붙이고 찌르기 자세에 들어갔다. 수라검마공 중에서도 최상에 속하는 절기.

    [수라혼검회(修羅昏劍繪)]

    바람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송곳이 어둠을 꿰뚫으며 유세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정면으로 맞게 된다면 최소 치명상, 혹은 사망이다.

    -파밧!

    유세현은 곧바로 천마군림보를 사용하여 허공을 발로 차 절기를 피했다. 애초에 흑암도 이를 유도하기 위해 사용한 것.

    진짜는 따로 있다.

    -쉬익!

    -퍼버벅!

    화염으로 이루어진 창이 아직 검을 회수하지 못한 5명의 머리에 정확히 꽂혀 들어갔다.

    제 3서클 마법 파이어랜스.

    절명하여 지면에 떨어진 대원을 보는 음영대주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위치를 알아내는 것부터 마수를 다루는 것까지. 이놈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

    이로서 남은인원은 총 7명. 적은 지치기는 커녕 더욱 쌩쌩해졌다. 물론, 대원들도 약기운에서 제법 회복은 되었다지만...

    장곽이 황급히 외쳤다.

    “대주님! 일단은 본교로 돌아가서 지원을 받는 편이...”

    “큭!”

    음영대주는 그 말을 들어줄 수 없었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무능하다는 낙인과 처분 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탓이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애초부터 단 한 가지였다.

    “아니! 퇴각은 없다! 어떻게든 붙잡는다! 목숨을 걸어라!”

    “충!”

    -파바밧.

    챙! 챙!

    이윽고 일행과 음영대원들이 격돌했다. 땀이 온몸을 적시고 심장이 맹렬하게 펌프질한다. 또한 입에서는 단내가 났다.

    적은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틈을 내보이는 순간, 죽음으로 직결되게 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자들이 바로 눈앞에 있는 음영대였다.

    여태까지 무수히 많은 몬스터들을 잡고, 사생결단을 벌여왔지만 암흑 투기에 의해 힘이 격하되어도 이렇게 잘 대응하는 자들은 보지 못했다.

    무림인.

    그들은 스스로 자만하는 게 허락될 정도로 무척 강했다. 단,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열심히 몬스터 사냥을 해 강해졌더라면 유세현은 음영대를 당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허억 허억...선배님...저 마력이...”

    김주희가 숨을 헐떡였다. 허나, 이는 유세현도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때가 왓다는 것을 깨달은 음영대주가 옆에 서있는 대원을 향해 지시했다.

    “멸사화(滅獅火)를 사용하겠다. 틈을 만들어라.”

    “...충!”

    대원들이 자세를 다잡았다. 유세현은 허세라고 결론을 내렸다. 마력이 고갈 된 것을 육안으로 집적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쉬이익.

    물웅덩이를 파내듯 몸속에서 마력이 솟아오른다. 유세현은 그 순간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회복 하고 있는 건가?’

    유세현은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마력은 그들이 평소 지니고 있던 마력과 뭔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진원지기(眞原眞氣).

    그들은 여태까지 이뤄낸 것들을 깎아서 마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낌새를 느낀 이강호가 앞으로 나섰다.

    “진원진기(眞原眞氣)를 쓴 모양이군. 괜찮겠나? 이젠 죽지야 않겠지만 마력을 다시 재건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비될 텐데?”

    “......”

    장곽을 포함한 대원들은 답하지 않았다. 이강호가 두 사람을 향해 속삭였다.

    “처음 것만 피해. 두 번째로 날아오는 건 내가 처리할게.”

    “...알았다.”

    이강호는 마력을 아껴둔 상태였다. 물론, 그래봤자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네놈들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하지.’

    -치이익

    각인이 새겨진 오른손이 붉게 물든다. 조금의 지나자 붉은 색은 청색으로 돌변했다.

    태양신공의 양기를 머금은 마력으로 발현시킨 스킬과 개화하여 있는 고유특성.

    [수라혼파장(修羅昏波掌)]

    장곽을 포함한 대원들이 장풍을 쏴 날렸다.

    < 사냥개시(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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