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133화 (133/612)
  • < 사냥개시(1) >

    수도 칼벨로움. 아르카드의 제국의 중심지인 이곳은 다른 도시와는 웅장함이 사뭇 남달랐다.

    높게 올라간 첨탑으로 시작하여 중심지에 위치한 커다란 왕성까지.

    병사들은 빈틈이 없도록 빽빽이 배치되어있었으며, 그 사이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스텟은 다른 도시에 위치하는 보통의 주민들보다도 훨씬 높았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스텟이 D랭크 중반이라면,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최소 C랭크.

    그리고 그래서일까?

    대화를 하거나, 물건을사고파는 주민들의 표정에서는 여유가 넘쳤다. 그들은 흔히 말해 상위 1%에 속하는 자들이었다.

    유세현과 김주희는 사람들에게 물어 길드 조합장이라는 곳을 찾았다.

    -딸랑 딸랑.

    문에 걸려있던 방울이 잔잔한 음색을 발산하자, 여직원이 둘을 반갑게 맞이했다.

    “조합관리원 나타샤 람피에르입니다. 어떤 일로 방문하신 건가요?”

    “길드에 가입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혹 알아보고 오신 길드가 있으신가요? 만약 대형 길드에 들어가시려고 하시는 거라면...”

    나타샤가 프로답게 빠르게 종이 몇 장을 두 사람 앞으로 내밀었다. 그 종이에는 대형 길드의 이름과 조건이 적혀있었다.

    길드명: 아르페우스

    필요조건: D랭크 50%, 레어 랭크 이상의 광역스킬 2개 이상.

    길드명: 카르타냐

    필요조건: D랭크 55%, 레어 랭크 이상의 광역스킬 1개, 화염스킬 2개 이상.

    ‘호오...이런 식인가’

    유세현이 유심히 살피는 모습을 보이자 나타샤가 말을 덧붙였다.

    “만약, 조건이 되신다면 저희 쪽에서 면접을 주선해 드립니다.”

    “음...면접도 보는 겁니까?”

    “예? 예. 당연히 봅니다만...”

    유세현의 말에 나타샤는 살짝 당황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납득할 수 있었다. 오른손에 새겨져 있는 문양을 확인한 것이다.

    “아, 새로 온 여행자셨군요. 제가 잘못 안내해드렸군요.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말한 나타샤는 자리에서 일어서 어딘가로 향하더니 곧 먼지가 쌓인 종이뭉치를 품에 않고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잘 쓰질 않다보니...”

    길드 가입은 다른 도시에서도 가능하다.

    또한 새내기들은 그 특성상 가입이 잘 안되기 때문에 지인끼리 뭉쳐 자신만의 길드를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험난한 여행의 특성상 3개월 만에 칼벨로움에 도달하는 새내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아니 정확히는 안온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머무를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없거니와 입구도시인 프라비아, 알루만, 퓌레푸스 등까지만 도달해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기 때문.

    그런 연유로 눈앞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의외의 인물들이라 할 수 있었다.

    ‘신기하네. 여기까지 오다니. 그런 사람이 있긴 또 있었지.’

    나타샤의 머릿속에 막 누군가가 떠오르려던 찰나였다.

    “이 팀에 가입하고 싶습니다.”

    “아, 벌써 정하신건가요? 천천히 하셔도...”

    “아뇨, 이 팀에 가입하겠습니다.”

    나타샤가 유세현이 내민 종이를 살폈다.

    길드명: 리버티

    필요조건: 유세현, 김주희라는 성과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 선착순 2명.

    실로 말도 안 되는 조건이었다. 나타샤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어느 한 남자가 스쳐지나갔다.

    ‘이 사람들...’

    눈앞에 있는 자들은 여간내기가 아니다.

    이름을 대신하는 문양을 확인한 나타샤가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판도라로 넘어오기 전 미리 짜오셨나 보군요.”

    “예, 혹시 몰라서 말을 맞춰 놨던 건데...요긴하게 쓰이는 군요.”

    이런 치밀한 자들은 마수에게 어이없게 죽어나가는 여타 생존자들과 달리 꽤나 잘 적응할 여지가 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강호는 아쉽게도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다른 일을 처리하다 늦은 덕에 먼저 활동을 시작한 것이리라.

    “약 2일 정도 뒤에 돌아오신다고 되어있군요. 조건에 부합하면 수속을 밟으라는 남겨놓은 메세지에 따라, 바로 처리를 해드리겠습니다. 제가 말하는 곳에 지장을 찍어 주시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틀 뒤면 돌아온다는 것.

    양식을 작성한 뒤 팀 리버티의 일원이 된 둘은 곧바로 여관을 잡았다. 수도권의 마수들은 이미 진즉 퇴치되어, 이틀 동안 사냥을 나설 수도 없었기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기다리는 것 뿐.

    물론, 두 사람이 마냥 넋 놓고 기다리고 있을 리는 없었다.

    김주희는 마력이 되는대로 정령화를 사용해 물을 보다 더 세밀히 컨트롤하는 법을 연습했고, 유세현은 심법에 대한 탐구에 들어갔다.

    마력을 숨길 수 있었던 무사. 그것은 분명 심법에 의한 힘이었으리라.

    현재 그의 심법 숙련도는 30%.

    5%였던 이전에 비해 많이 늘었으나, 그래도 부족하다. 자신도 무사만큼의 운용이 가능해야만 했다.

    흉흉한 어둠의 마력에 더욱 강한 패도의 힘을 담아야 했다. 더 나아가 이 심법을 완전히 자신을 것으로 만들어야 훗날 제대로 천마신공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천(天)에서 비롯된 기가 혼원을(混元) 이루니 그에 따라 지(地)가 형성되노라.]

    마력이란 무엇인가. 천마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하고자 했던 말이 무엇인가.

    이해가 가는 듯 하면서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아리송한 느낌.

    뭔가, 커다란 벽에 막힌 느낌이었다.

    ‘후...힘드네.’

    그는 더욱 열심히 운용하는데 힘을 썼다.

    침대에 눈을 감고 앉아 있는 그의 몸이 미세하게나마 진동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것에 열중하고 있던 김주희는 이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 * *

    “오, 드디어 온 거냐. 너 기다리다가 눈 빠지는 줄 알았다.”

    “방귀뀐 놈이 성낸다더니 늦게 온 놈이 말이 많군. 왜 늦은 지나 설명해봐라.”

    장장 두 달에 걸친 재회.

    이강호는 무척 강해져 있었다.

    추정마력 C랭크 15%.

    탐지로 적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사냥한 자신과 비슷한 수치다.

    유세현은 그에게 그간 있었던 간추려 설명하기 시작했다.

    실버어레스트 지부의 파괴. 무사와의 전투.

    “그래서 말인데 강호야...내 동생 말인데 발견했다.”

    “뭐?”

    “말 그대로야. 동생을 찾았어. 지금 생각해보자면...운이 정말 좋았던 거 같아.”

    “아, 그래서...”

    이강호는 이해했다. 가족에 대한 집착을 보였던 그라면 충분히 그럴만한 일이었기 때문.

    다만, 조금 아쉬운 건 타이밍이었다.

    지금 해야 될 일은 리체 케머런을 신속히 찾는 것이 우선인데.

    동생의 구출에 정신이 팔린다면...

    “그리고 리체 케머런도 찾았어.”

    “뭐? 어디에서?”

    이강호도 유세현과 같이 지부 하나를 괴멸시켰지만 아쉽게도 리체 케머런의 발자취는 찾지 못했다

    “볼프강 가(家). 그곳에 내 동생이랑 리체라는 여자가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봐.”

    이강호의 미간이 좁혀졌다.

    * * *

    “그렇군. 그렇게 된 거로군.”

    이강호는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성노예와도 같은 시녀 생활. 당연히 그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았으리라.

    사실 외모만 따졌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은 되었다. 다만, 동료가 되었을 때의 무력 수준이 상당했기에 성노예 보다는 전투 병력 쪽에 비중을 더 크게 두고 있었다.

    “아, 리체라는 그 여자 그러고 보니 마력이 제법 높긴 했어.”

    “응? 마력이 높다고? 지금?”

    “응, 내동생보다도 높던데. 대략 C랭크 5%정도?”

    “흠...이상하네.”

    그 정도의 마력 양을 지닌 자는 수도권의 주민 정도다. 또한 다시 생각해보자니 그녀의 성격에 목을 따고 처형당하면 당했지 자신의 육신을 남에게 허락할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뭔가 있군...아니면 모종의 이유로 나중에 성격이 바뀐 거라던가.’

    아무튼 이렇게 빨리 발견하게된 것은 희소식이었다. 적어도 4개월은 넘게 걸릴 줄 알았는데.

    “그래서 말인데 강호야. 노예에서 풀려날 수 있는 방법만 좀 알려줘.”

    유세현은 이강호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았다.

    그는 안 그래도 어깨에 너무도 큰 짐을 짊어지고 있었으니까. 때문에 유세현은 그가 동생을 제쳐두고 딴 일을 하더라도 원망할 생각은 없었다.

    생각을 읽은 이강호가 피식 웃었다.

    “왜? 알려주면 혼자서 구출해보려고?”

    “...넌 해야 될 일이...”

    “전쟁에서 승리해도. 중요한 걸 지키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지.”

    “......”

    “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어. 외면할 생각 같은 건 없으니까 그런 생각 가지지마라.”

    “...고맙다.”

    유세현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맺혔다. 한강다리에서부터 이곳 판도라까지 성격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히 좋은 친구다.

    “우선 노예를 해방하는 방법으로는 세 가지 있어.”

    첫째는 돈으로 다시 사들이는 것.

    둘째는 주인이 직접 해방시켜 주는 것.

    셋째는 문서를 찢어버리고 그와 연계되어있는 인장을 지워버리는 것.

    “하지만 상대가 귀족이니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가능성이 희박해. 귀족이란 놈들의 대부분은 자기의 것을 뺏기기 싫어하거든. 더군다나 제법 쓸만한 인재라면 더욱 더.”

    “흠...남은 건 세 번째 방법뿐인가.”

    “그렇지. 하지만 네가 말한 볼프강 가(家)는...”

    과거, 볼프강 가(家)에 대해서는 풍문으로만 접할 수 있었다. 그가 판도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몰락하여 없어진 가문이기 때문.

    ‘분명...장남이 개혁파라고 했었지.’

    유지시키면 좋게 작용할 것이라 예상 되는 가문 중 하나.

    볼프강 가(家)가의 멸문에 대해들은 유세현의 심장이 맹렬하게 펌프질을 했다.

    “앞으로 뭔 일이 발생한다는 거네? 힘으로 제압하는 것도 추후를 위해서는 별로 좋지 않은 방법이고...”

    “그렇지. 필립이라고 했었나? 걔한테 초대 받았다고 했었지? 성품이 어땠어?”

    “괜찮아 보이긴 했지...”

    필립은 아직까지 문제없다.

    문제는 발렌.

    이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 같은 존재였다.

    “우선 힘으로 되찾으려 해도 해도 바로 움직이는 건 힘들어. 거기 기사의 수준들 직접 느껴 봤지?”

    “응. C랭크 최상의 인원들이 꽤 많더라.”

    처음에는 카트린 같은 노기사가 제일 강할 줄만 알았다. 허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백작가 곳곳에는 자신에게 모습을 비추지 않은 강자들이 많았다.

    “아마, 백작의 직속 호위 부대일 가능성이 커. 혹은 각 부대의 부대장들. 아르카드 제국인들은 이곳에 온지 꽤 시간이 됐으니까.”

    그중에서는 B랭크로 추정되는 인물도 있었다.

    무림인이었던 남성의 마력도 B랭크에 도달하지는 못했었는데.

    “우선은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나가자. 너 지금 뭐가 제일 급하다고 생각 되냐.”

    유세현은 자신도 모르게 동생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최 중요 사항과 벌여놓은 일부터 처리해야 된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유세현이 입을 열었다.

    “우선은 리체가 가지고 있을 모종의 열쇠를 얻는 것. 그리고 더 강해져서 행여나 나를 뒤쫓고 있을 실버어레스트와 무림인들의 처리...정도인가?”

    이강호는 침착하게 하는 유세현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렇게 생각해야 비로소 유세현이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우선, 무림인들...이놈들은 거의 100%의 확률로 너를 뒤쫓고 있을 거야.”

    천마신공은 그 정도의 값어치를 하고도 남았다.

    “만났던 무림인의 마력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했었지?”

    “C랭크 최상.”

    “흠...그렇다면 놈들은 암살대일 가능성이 커. 정면 승부보다는 뒤를 치는 놈들이지. 팀을 이끄는 팀장을 제외하고 그리 수준은 높지 않겠지만...상당히 귀찮은 무공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림자에 숨어서 공격하고, 필사의 일격을 가한다.

    “그리고 실버어레스트 이놈들도 슬슬 움직이기 시작할거다. 나도 하나를 아작 냈거든. 그래서 말인데...”

    “응?”

    “일단은 두개의 순서를 바꿀 생각이야.”

    “먼저 놈들을 타개한 뒤 열쇠를 취한다? 그사이 일이 생겨서 뺏기기라도 하면?”

    “무슨 움직임이 있을 시에는 그때 계획을 바꾸면 돼.”

    “흠...그렇게 말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그럴시 따로 감시를 해야 된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활동의 제약이 크지 않냐?”

    “후후. 아니, 우리는 감시하지 않을 거야.”

    “응?”

    유세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이강호가 주머니에서 보따리를 꺼냈다. 그 안에는 전부 마석이 들어있었다.

    “돈의 힘은 이곳에서도 꽤 위대하거든.”

    * * *

    이곳에도 흥신소 같은 곳은 존재한다. 단, 차이점이 있다면 게임 닉네임만으로도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내주던 현대와 달리, 그 범위가 굉장히 작게 국한되어있다는 것.

    단순히 노예로 팔려갔다는 정보만 주고 리체 케머런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다면 몇 년이 가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정보길드가 하는 사업은 주로 귀족들의 동향을 파악해 주는 것이었다.

    누가 무엇을 꾸미는지 알아내어 견제를 한다.

    때문에 고객층도 귀족이 대다수였다.

    -쿵.

    마석이 든 보따리를 내려놓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 있던 정보 길드원의 표정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VIP실로 이동되는 것은 기본.

    막대한 마석을 지불한 이강호의 요구는 단 3가지였다.

    볼프강 가(家)가의 세력규모 등 기본 데이터 지급.

    두 번째는 브라칸과 필립, 발렌의 행보를 3일에 한 번씩 보고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예? 실버어레스트의 인원이 찾아오면 곧바로 알려달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이렇게 말씀드려 죄송하지만 저희는 찾아온 고객의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

    “그런가? 그럼 너와는 더 이상 말이 안 통하겠군. 흑접사를 불러라.”

    < 사냥개시(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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