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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47화 (47/612)
  • 보상(2)

    “......”

    유세현의 인상이 한 순간 찌푸려졌다가 이내 곧 평소처럼 돌아왔다.

    타인과 시야를 공유한다는 것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지만, 실보다는 득이 훨씬 더 많았으니까.

    ‘그래, 이정도면 완전히 거저 먹은거다.’

    죽을 뻔 한 목숨도 살고, 레전더리 SSS급의 아이템도 먹었다.

    거기다가 왠지 모를 특수특성까지.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빼고는 그야말로 최고.

    유세현은 지금 바로라도 좀 더 상세히 특성의 효과를 살펴보고 싶었지만, 문득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이강호가 떠올라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지금은 우선 쓰러져있는 남태영을 데리고 일행에게 합류해야 할 때이다.

    * * *

    쿠구구궁!

    지축이 흔들리며 그 단단한 기둥과 성 내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유세현을 찾아 나선 이강호와 김주희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붕괴.

    “선배님!”

    “일단은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그, 그럼 세현 선배님은...”

    “설명할 시간 따윈 없어! 그냥 따라와!”

    “예!”

    백화수를 등에 업고 출구를 찾기 시작한 이강호가 입술을 와륵 깨물었다.

    마왕성의 붕괴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이변이었다.

    ‘뭐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남태영과 백화수를 무사히 구출하는데 성공하면, 시나리오 조건이 클리어 된 던전은 원래 존재 하지 않았던 것 마냥 자연스레 사라진다.

    하지만 반대로 한명이라도 구하지 못하면 마왕성은 견고한 자태를 뽐내며 그 위치에 계속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사라지는 것도, 존재하는 것도 아닌 붕괴라니?

    ‘설마?’

    한 가지 가설이 문득 뇌내를 스쳐 지나간다.

    ‘성공했다는 건가?’

    투두둑!

    쾅!

    성 외벽이 바깥으로 쓸려 내려가며 틈으로 바람이 세차게 들어왔다.

    이강호는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틈을 향해 몸을 던졌다.

    높이는 대략 30m

    “꺄아악!”

    생전 처음 높을 곳에서 도하해보는 김주희가 팔을 바둥거리며 자세를 다잡기 위해 애를 쓰는데 반면 이강호는 무릎을 살짝 굽히는 것만으로 간단히 착지했다.

    쿠구구궁!

    형체도 알 수 없도록 완전히 무너져 가는 마왕성.

    이제는 잔재가 되어가는 그곳을 한발 앞서 탈출에 성공한 생존자들이 놀란 얼굴이 되어 바라봤다.

    “선배님...세현 선배님은 아직 내부에...”

    “괜찮아. 너는 아직도 사람들이 돌에 깔려 죽을 거라고 생각 하냐?”

    “아...”

    “그러니 일단 잠자코 기다려 봐라.”

    “예.”

    김주희가 막 대답한 찰나였다.

    치지직! 파앗!

    입구가 위치해있던 공간이 갈라지며 갑작스럽게 나타난 문짝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제단을 탈출할 때도 한 번 본적 있었던 바로 그것.

    남태영을 업고 나오는 유세현을 확인한 김주희와 백화수가 단번에 앞으로 뛰어갔다.

    “고, 공자님!”

    “선배님!”

    “어....김주희? 그럼 강호는...”

    남태영을 지면에 내려놓은 유세현의 두 눈이 살며시 이강호를 향했다.

    그 순간 시선이 교차한 이강호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감격? 감동? 그런 감정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을 넘어선 원초적인 감각. 공포심.

    유세현이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 순간 이강호는 자신도 모르게 언월도를 들이댈 뻔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온 유세현이 이강호의 가슴을 툭 쳤다.

    “야, 이 자식아...”

    “응?”

    “트랩 발동시킨 거 너네 쪽이지? 내가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알아? 그리고 너 방심했지?”

    “어...”

    이강호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할 말이 없었다. 완벽한 자신의 실책이었으니까.

    지긋이 눈을 감았다 뜬 이강호가 사과하려는 순간이었다.

    “그러니깐 일단은 무릎이라도 꿇고 싹싹 빌어봐. 그러면 특별히 봐주마.”

    “......”

    몸 안에서 본의 아니게 퍼져 나오는 흉흉한 기세 때문에, 장난스런 말투에도 장난이 아닌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퀭한 두 눈으로 애써 웃고 있는 유세현의 얼굴을 확인한 이강호는 자신을 안도시키기 위해 일부러 짓궂은 장난을 친 것이란 걸 바로 깨달았다.

    그는 곧바로 정식으로 사과하고 있었던 일을 차분히 물었다.

    유세현은 그것에 간략히 대답했다.

    마심원을 얻어 특수특성을 개화한 것. 마신구를 얻은 것. 그리고 귀걸이에 마왕의 영혼이 봉인 되어 있다는 것까지.

    모든 것을 들은 이강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괴었다.

    ‘마심원? 설마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인가?’

    마심원이라는 것은 본디 어둠 그 자체. 오직 마왕만이 지니고 있을 수 있는 것.

    비록 복제품이라 어디까지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척이나 간단했다.

    일개 인간인 유세현이 마왕에 근접하는 권능을 얻었다는 것.

    그래서 그는 더더욱 유세현이 기억을 되찾은 마왕을 쓰러트린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권능이 되살아난 마왕을 네가 어떻게...”

    “자살했어.”

    “자...살? 이유도 없이?”

    생각지도 못한 말에 헛바람이 튀어나왔다. 유세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유는 있지...이건 일종의 거래였어. 내가 훨씬 이득이긴 하지만.”

    유세현은 거래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했다.

    굳게 다물어져있던 이강호의 입이 슬그머니 벌어졌다.

    언변으로 마왕을 제압한자.

    운 같으면서도 운이 아닌, 이것은 분명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읽은 유세현의 실력이었다.

    * * *

    “정말 감사드립니다. 은공님 덕분에 화수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마왕성의 출구를 앞에 둔 남태영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닙니다. 당연한 일을 한 것이죠.”

    “그래도,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혹시 따로 필요한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만약 알려주신다면 남해태양궁에 들리셨을 때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어떻게든 준비해 놓겠습니다.”

    이야기, 아니 시나리오가 술술 진행이 되었다.

    이 말 만을 기다리고 있던 이강호가 슬쩍 운을 띄웠다.

    “하하...가지고 싶은 것은 없지만, 배우고 싶은 것은 있습니다.”

    “배우고 싶은 거라고 하시면...”

    “남태영공께서 가지고 계신 강력한 화기. 마족을 태워버린 그 무공을 저도 익히고 싶습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으음...”

    가문 비전무공인 만큼 남태영은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허나, 그것도 잠시.

    남태영의 은은한 눈이 이강호를 향했다.

    “본디 비전무공을 외부인에게 알려주는 것은 외람 된 행동이나...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 또한 남해태양궁의 차기 궁주로서 있을 수 없는 일. 알겠습니다. 그것이 은공님의 뜻이라면...”

    곧 이어 태양심법의 전수가 이어졌다.

    유세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이내 스테이터스 창을 살폈다.

    이름: [유세현]

    성별: [남]

    나이: [25]

    키: [181cm]

    체중: [75kg]

    <주요스텟>

    힘: 4.2% [E Rank]

    민첩: 3.1% [E Rank]

    체력: 1.4% [E Rank]

    내구력: 0.3% [E Rank]

    어둠의 마력: 80.9% [F Rank]

    <저항력>

    물리저항: 94.1% [F Rank]

    마력저항: 88.3% [F Rank]

    <속성저항>

    화: 45.9% [F Rank]

    수: 51.3% [F Rank]

    풍: 42.0% [F Rank]

    어둠: 100% [SSS Rank]

    <스킬>

    프로즌 디퓨전 [매직 F Rank][숙련도: 100%]

    암흑투기 [유니크 S Rank][숙련도: 5%]

    <특수특성>

    마(魔)

    전보다 눈에 띄게 확 늘어난 스텟.

    그중에서도 차이가 확연히 생긴 것은 일반 마력이 어둠의 마력으로 변한 것과 0.1%도 없었던 어둠 속성 저항력이 갑자기 100% [SSS Rank]까지 올랐다는 것이었는데 어느 정도 까지 면역이 되는지 정확하지는 않았다.

    유세현의 눈이 좀 더 아래에 있는 특수특성 마(魔)의 상세정보로 향했다.

    특성명: 마(魔)

    상세정보: 죽음 그 자체 마심원을 지닌 자에게만 나타나는 특성입니다.

    특성효과: 죽음의 권능을 다룰 수 있습니다. 어둠의 마력 능력을 100% 이끌어내는 게 가능합니다.

    ‘죽음의 권능을 다룰 수 있다라...무슨 뜻이지?’

    특성효과 또한 좀처럼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쪼록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알아내야 될 것들.

    유세현은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고작, 보고 느끼는 것에 불과 했던 마력, 아니 어둠의 마력이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수족처럼 몸 내부를 자유롭게 돌아 다녔다.

    “세현아. 전수 끝났다.”

    그 때 이강호가 유세현을 향해 다가왔다.

    “그래, 그럼 출발하자.”

    그들은 일제히 결계부분을 빠져나갔다.

    사르륵.

    절벽으로 돌아온 장소에 남태영과 백화수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쓰윽 내민 유세현의 손이 결계가 있던 장소를 훑었다.

    이제는 이전처럼 공간이 일그러지지 않는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았다고 할 수 있는 일주일 간의 마왕성 공략.

    유세현은 왼쪽 귓볼을 살짝 툭 치며 말했다.

    “약속은 지켰어. 이게 바깥이다.”

    * * *

    촤악.

    투둑! 투두둑!

    유세현이 휘두른 마검 루베르크에 의해 던전의 보스 타락한 마법사의 몸이 우수수 무너져 내렸다.

    전투가 시작된 지 고작 3분 만에 일어난 일.

    암흑투기로 움직임을 제압당하고, 더 나아가 프로즌 디퓨전에 몸이 얼어버린 마법사는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했다.

    이제는 얼음처럼 바스라진 흑마법사의 시체를 흘긴 유세현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아무리 봐도 프로즌 디퓨전의 능력이 강해졌어...’

    상대는 높은 마법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형 몬스터. 본래라면 움직임을 일부 둔하게 만들뿐 이런 식으로 완벽하게 얼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프로즌 디퓨전의 효과가 강해졌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매직 등급으로 효과가 고정되어있는 프로즌 디퓨전이 자체적으로 강해졌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분명 어둠의 마력에 대한 권능의 일부일 것이다.

    ‘후...스킬의 위력증가라...괜찮군.’

    이것 말고도 알아낸 것이 하나 또 있긴 했다.

    쿵쿵!

    코인을 분배하고 던전을 나선 그들의 앞으로 커다란 몽둥이를 들고 있는 외눈박이 몬스터 한마리가 나타나 길을 막아섰다.

    영역으로 침범한 적을 퇴치하려는 것.

    그 순간 유세현이 살며시 앞으로 나섰다.

    표효를 하며 달려들던 외눈박이의 움직임이 유세현의 두 눈을 확인하기 무섭게 갑작스레 멈춰 섰다.

    잔잔히 떨리기 까지 하는 외눈박이의 손.

    이내 몸을 돌린 외눈박이는 기겁을 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유세현은 그 순간 재빨리 따라붙어 목을 취했다.

    이것이 그간 몬스터를 상대하며 알아낸 마(魔) 특성의 또 다른 능력.

    암흑투기를 굳이 발산하지 않아도 전투의 의지를 잃어버리게 만든다.

    유세현의 뒤로 다가온 이강호가 살며시 혀를 찼다.

    “그 마(魔)라는 특성 장난 아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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