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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43화 (43/612)
  • 이중함정(3)

    모략인원들의 입이 부득부득 갈렸다.

    이렇게 되면 정말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이강호를 처리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지, 진형에서 이탈하지 마!”

    “이 미친놈들아! 어딜 가는 거야!”

    “씨발, 정말로 뒤치기 까려고 했던 거야? 이런 개 병신 같은 새끼들!”

    밀물처럼 흘러들어갔던 모략집단이 썰물처럼 일제히 빠져나져 나왔다.

    김시환의 부릅뜬 두 눈이 김주환을 향했다.

    “...단순한 보상으로는 넘어가지 못 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김주환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린 팔의 단면에서는 아직 피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단번에 쳐야 됩니다.”

    “크으...당신...두고 봅시다.”

    모략인원들은 으르렁 대면서도 일반 생존자들을 바리게이트 삼아 이강호를 향해 무기를 치켜세웠다.

    상대가 상대이니 만큼 몬스터에게는 일제 신경을 끄겠다는 심산.

    “저, 개자식들...씨발...더러운 놈...”

    콰직!

    “끄아악!”

    그리고 그러한 이기심 속에 진형이 부서진 일반 생존자 집단은 계속 죽어나가고 있었다.

    이강호의 무심한 눈이 일반 생존자 집단을 향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멸이 불가피한 상황.

    ‘흠...전부 죽어도 딱히 상관은 없지만...’

    밖에 나가서 항변을 해줄 인원이 있으면 추후 사태를 수습하기가 편하다.

    또한, 지금 목숨을 구해준다면 강희수 때처럼 본의 아니게 추후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일에 휘말린 무고한 희생자였으니까.

    ‘뭐,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지.’

    이강호가 손가락을 튕기자 마법진과 함께 주위로 3개의 불화살이 솟아올랐다.

    안 그래도 찡그리고 있던 김주환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저 스킬도 가지고 있다니!’

    김수현이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스킬.

    물론 등급이 한 단계 높은 만큼 매우 큰 차이가 있었지만, 레전더리 등급을 본적이 없던 김주환은 당연히 같은 등급일 것이라 착각했다.

    ‘도대체 몇 개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거야?’

    김주환의 이마에서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다.

    이강호가 손을 들어올렸다.

    “다들 분산해서 피하세요!”

    공격을 해올 것이라 예상한 김주환은 재빨리 회피명령을 내렸다.

    허나, 정말 웃기게도 불화살은 김주환이 있는 곳을 덮치지 않았다.

    콰과광!

    이강호의 손짓에 따라 무수한 마력을 머금은 파이어 에로우가 몬스터들을 틈을 무자비하게 휩쓸었다.

    어찌나 화력이 센지 몬스터들의 3/4이 날아버렸다.

    힘겹게 싸우고 있던 생존자들의 두 눈이 보름달처럼 커졌다.

    앞으로 단신으로 무수한 인원을 상대해야 되는 사내가 도움을 주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 어? 왜?”

    “이젠 상대할 수 있겠지.”

    이강호는 말을 툭 내뱉었다.

    그 모습을 본 김주환은 어이가 없어졌다.

    지금 그가 행한 행동은 여기서 있는 모두를 완전히 개 무시하는 행동.

    이성이 끈이 조금씩 끊기며 분노가 들끓었다.

    “크으으. 전부 공격하세요! 어차피 죽이지 못하면 죽습니다!”

    “으아아아! 죽어라!”

    김주환을 포한한 생존자들은 전부 이강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강호의 몸이 뱀이 움직이듯 날렵하게 적의 틈으로 녹아들었다.

    ‘아르카드 창술 제 4식 사련무(蛇聯舞)’

    마치 춤을 추듯 매끄럽게 틈을 파고들어 창의 기다란 리치를 이용해 움직임을 사전에 봉쇄하고 적의 목을 취하는 고난이도 기술.

    촤좌좍!

    창의 간격에 들어간 5명의 사지가 순식간에 떨어져 나가며 피가 튀고 비명이 울려 퍼졌다.

    김수현의 동공이 파르르 흔들렸다.

    ‘이게 무슨...’

    처음 공격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건 너무 빠르다.

    또한 이 움직임은 평소에 보여주던 것이 아니다.

    방금 전 그가 취한 행동은 단순한 도발이 아니었다.

    스킬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전부 쓰러트릴 수 있다는 진심어린 자신감.

    그는 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것은 무조건 퇴각을 해야 했다.

    “형! 안돼! 차원이 달라! 일단은 어떻게든 물러나서...”

    “으아아! 죽어라!”

    허나, 한번 폭발한 김주환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김주환의 작은 체구가 단번에 부풀어 오르며, 손에서 날카로운 손톱이 돋아났다.

    사람의 형태를 버리는 대신 육체를 보다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스킬 마수화.

    “뒈져버려!”

    침을 질질 흘리는 개의 형태가 된 김주환은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해 이강호의 목 부위를 휩쓸었다.

    트리플 S랭크라는 스킬답게 김주환의 주위로 무수히 많은 강풍이 솟구쳤다.

    목을 베었다 생각한 김주환의 입에서 광소가 터져 나왔다.

    “크흐흐! 어떠...”

    하지만 그 광소는 잠시도 이어지지 못했다.

    분명 베었어야 될 이강호의 육체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바로 옆에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무, 무슨!”

    “엑셀.”

    이강호는 한 번 더 가속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몸의 무게중심을 실어 김주환의 목을 향해 창을 내리그었다.

    마수화에 의해 몸 가죽의 경도가 상당의 단단해졌지만, 그간 김주환의 상태를 관찰해온바 내구력 스텟은 아직 F급 중에서도 하급.

    노말 A랭크 무기인 언월도의 참격을 순수한 몸으로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 안돼!”

    그리고 이를 눈치 챈 김수현은 재빨리 몸을 날리며 검을 들어 올려 방어를 했다.

    쿵!

    이강호의 힘이 어찌나 강한지 공격을 막은 칼날의 이가 나가고, 무릎이 확 굽혀졌다.

    만약 좋은 아이템을 미리 얻어놓지 못했더라면 그대로 두동강이 났을 것이다.

    “수, 수현아...”

    이성을 되찾은 김주환이 중얼거렸다.

    김수현이 황급하게 외쳤다.

    “형! 안돼! 못 이겨 빠져나가야 돼! 일단 내가 어떻게든 길을 만들어 볼게!”

    김수현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을 강화시키는 스킬, 스트렝스를 사용한 뒤 온 힘을 주었다.

    허나, 이강호가 짓누르고 있는 창은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무, 무슨...수현이가 저렇게 애를 쓰는데 꿈쩍도 안하다니.’

    김주환도 더 이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안돼 못 이겨 저, 저놈은 괴, 괴물이야”

    “다, 다들 도망쳐!”

    그리고 이를 진즉 깨달은 모략집단 인원은 이미 꽁무니 빠져라 도망치고 있었다.

    “빠, 빨리 해제해!”

    그들은 필사적으로 트랩을 해제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 순간 김수현과 대치하고 있던 이강호의 신형이 모략인원들을 향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김주환 형제를 죽이고 움직일 수 있지만, 그래서는 행여나 한 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

    이강호는 그런 꼴을 볼 수 없었다.

    “으아아...사, 살려줘! 우린 그저...”

    촤악!

    미처 말을 끝낼 새도 없이 한 남성의 몸이 반으로 갈렸다.

    “제, 제발 다시는 안 그럴테니...”

    서걱.

    “오, 오지 마!”

    촤악.

    지면에 뜨거운 피를 뿌리며 순식간에 죽어나가는 모략 집단.

    이제 남은 것은 김시환과 김주환 김수현, 그리고 일반 생존자 틈으로 다시 기어 들어가 벌벌 떨고 있는 여성 두 명 뿐이었다.

    이강호의 발이 일반생존자 틈으로 천천히 향했다.

    그 동안 나머지 3명은 멍하지 지켜보기만 할뿐 움직이지 못했다.

    이모든 것이 너무도 순식간.

    고작 2분도 안 되어 일어난 일이거니와 아무 생각 없이 트랩을 해제하려고 발걸음을 옮기는 찰나, 이강호의 창끝이 자신들을 향할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에 걸린, 아니 멍청하게 스스로 올가미 속으로 뛰어든 짐승과도 같았다.

    저벅 저벅.

    이강호가 다가서자 몬스터를 전부 처리한 일반 생존자들은 자연스레 길을 열었다.

    공포심에 짓눌려 전투의 의지를 잃어버린 여성 둘이 황급히 이강호의 발을 붙잡았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눈이 멀어서 그랬어요. 눈이 멀어서...”

    “제, 제발 살려만 주신다면 무엇이든 다하겠습니다. 제발! 제발!”

    이전에도 한번 본적 있는 상황이다.

    ‘크낙사스의 초원에서도 이랬지.’

    다만 차이가 있다면 발을 붙잡고 있는 상대가 유세현이 아니라 이강호라는 점과 그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모략에 참가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난 봐줄 생각 따윈 없어.”

    비정한 이강호의 언월도가 울부짖는 두 여자의 목을 단번에 갈랐다.

    큰 고통은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목이 떨어진지도 모른 채 죽었을 테니까. 아니, 목이 떨어진 것은 의식할 수 있을 수도 있다.

    육체가 한계를 뛰어넘게 되면서, 의식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길어졌으니까.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존재하기 마련.

    생존자들은 무심히 몸을 돌리는 이강호를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사실상 일반 생존자 집단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

    그 누구도 막을 수 도 없을 뿐더러 막아서도 안 된다.

    여태까지 힘을 숨겨온 패자.

    항상 함께 다니는 유세현의 힘이 이강호와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때, 그들이 처음부터 나쁜 마음만 먹고 있었더라면 처음 조우한 순간 그룹은 전멸했을 것이다.

    “도망치는 건 포기했나?”

    이강호가 언제나처럼 말을 툭 내뱉었다.

    그 무심한 표정에서 상당한 여유가 느껴졌다.

    스르륵.

    그때, 뒤에 위치해있던 생존자 집단이 무기를 치켜세웠다.

    이강호의 뒤를 노리는 검이 아니었다.

    아이템을 독점하기 위해 되도 않는 모략을 꾸민 세 명.

    몇몇 지인을 잃게 된 희생자를 낸 생존자들의 눈은 복수심에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표정을 본 이강호가 곧 손을 살짝 들어 저지했다.

    “나서지 마세요.”

    “...예. 알겠 습니다.”

    아주 짧은, 단 한 마디에 불과했지만 살의를 품던 생존자들은 무기를 거뒀다.

    김주환은 그 사이에도 어떻게 일을 헤쳐 나가야 될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방법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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