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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38화 (38/612)
  • 계략(1)

    “후우, 후우...”

    “허억, 허억...”

    전투가 끝나자 생존자들은 지면에서 쓰러져 가쁜 숨을 토해냈다.

    김수현의 발 밑에는 목이 3개달리 거대한 마수가 생명이 끊어진 채 쓰러져 있었다.

    스켈레톤 킹 이후 벌써 4번째 쓰러트린 보스였다.

    “후...뭐가 나왔으려나...”

    생존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보상을 살폈다.

    스킬명: 마수화

    등급: 레어 [SSS Rank]

    상세정보: 케르베로스의 피는 전신의 근육를 폭발적으로 강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사용능력: 마수의 형태가 되며 육체능력이 강해집니다.

    소비마력: 800

    “오! SSS랭크?”

    “와...”

    아직 유니크 스킬의 존재를 모르는 일반 생존자들의 눈이 똘망똘망 빛났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마음대로 손을 댈 수는 없었다.

    집단을 실질적으로 잡고 있는 김주환이 눈을 번뜩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의견을 꺼낼 수 있는 것은 처음 무기를 얻어 강해진 군인들 뿐.

    “이번에는 어떻게 나눌 텐가.”

    “흠...우리 수현이가 없었으면 잡기 힘들었을 테니. 이번 스킬은 저희가 가지겠습니다. 코인은 그쪽에서 알아서 분배하시죠.”

    “알겠네.”

    그들은 적절한 합의를 봐 스킬과 코인을 분배 하며 여기까지 왔다.

    일반 생존자들로서는 좋은 스킬을 못 얻는 것은 아쉽기 그지없었으나, 이전보다도 훨씬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땅히 트집을 잡지 않았다.

    또한 김수현이 없었다면 별 피해 없이 이곳까지 오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럼, 이건 이번에 제가 먹겠습니다.”

    “예. 그러세요.”

    사람들의 동의를 얻은 김주환이 곧장 스킬을 흡수했다.

    이 마왕성에 들어와 벌써 2번째로 얻은 스킬이었다.

    김주환의 입이 비틀리듯 말려 올라갔다.

    ‘거기서 헤어진 것은 정말 천운이었다.’

    더 이상 코인을 빼앗기기 싫었던 김주환은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일부러 진군을 빠르게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이곳까지 적을 잡으며 계속해서 코인을 흡수한 김수현의 힘과 민첩은 어느새 F랭크의 정점에 다 달아있었다.

    조금만 더하면 E랭크로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

    지금이라면 이상하게 비정상적으로 강했던 스켈레톤 킹조차 홀로 상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아니. 내가 싸워도 질 것 같지 않다.’

    지금까지 본 스킬을 많이 본적은 없지만 등급으로 보나, 랭크로 보나 마수화 스킬은 대단했다.

    어떤 상황에서는 동생 김수현이 지니고 있는 유니크 F 랭크 파이어 에로우보다 효율이 더 좋을 수 도 있다.

    “자 계속 가죠.”

    김주환의 말마 따라 생존자 집단은 계속해서 나아갔다.

    중간 중간 트랩이 있었지만, 이곳까지 올라오며 이미 한 번씩 걸려봤었고, 걸린다 한들 길을 차단하는 비교적 간단한 함정이었기에 큰 걸림돌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마왕성의 끝에 거의 다달 했다고 생각될 무렵.

    두 갈래로 갈라진 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흠...어떻게 할까요?”

    “본래라면 한군데씩 차근차근 나아가야겠지만...”

    벌써 4일이 소요됐다.

    이제 남은 것은 약 11일 정도.

    이곳을 클리어하고 정상까지 올라가야 되는 시간을 고려해야 만큼 최대한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된다.

    “그래도 나뉘게 될 테면 위험할 텐데. 차라리 이제 그만 돌아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생존자 한명의 의견을 냈지만 김주환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유세현과 이강호를 완벽히 따라잡았다 생각하지 않기 때문.

    추후를 위해서라면 단물은 뽑을 수 있을 때 뽑아두는 게 좋다.

    “아니요. 지금은 강해지는 게 우선입니다. 다들 느끼셨지 않습니까. 이곳은 강해지지 못하면 버틸 수 없다는 것을...지금 돌아간다면 추후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하긴. 그렇긴 하겠군요. 하지만 아무리 강해졌다 한들 뭐가 있을지 모르는 이상 팀을 나누는 건 찬성하지 않습니다.”

    “그건 저도...”

    팀을 나누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이렇게 갈린다.

    군인과 생존자. 또는 김수현과 생존자.

    생존자들은 강한 면모를 보이는 김수현과 김주환에게서 떨어지는 것이 싫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냥 지금처럼 같이 다니면서 하나씩 클리어 하는 걸로...”

    독재 정치는 신망을 잃게 하기에 김주환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이었다.

    트드륵!

    옆에서 위치해있던 벽이 갑작스럽게 빙그르르 돌아갔다.

    “무슨!”

    마물의 기습이라 생각한 사람들은 곧바로 주위를 감싸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허나, 그곳에서 나온 것은 그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었다.

    “후...이제 3층인가.”

    “예, 여기까지가 제가 알고 있는 지름길입니다.”

    유세현을 비롯한 일행들!

    김주환은 표정이 일그러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당신들...어떻게 그런 곳에서...”

    “운이 좋았죠. 그보다 남태영씨...아니, 남태영공께서는 이 두길 중 어디로 가야되는지 알고 있으십니까.”

    “두 곳을 전부 부시면 나머지 길이 열릴 것 입니다. 그보다 하시는 말씀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은공님.”

    현대인에 대한 지식을 어렴풋 가지고 있는지 남태영은 사소한 말실수는 넘어갔다.

    유세현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알겠습니다. 그럼 빠르게 처리하면서 가죠.”

    그 모습이 여타 생존자들은 일절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주환은 그런 유세현의 일행의 득이양양한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전 말한바와 같이 코인을 예전처럼 나누려 할 것이 뻔하기 때문.

    ‘제깟 놈이...’

    자고로 소수는 다수를 이길 수 없다.

    또한 자신과 동생 김수현은 3일전에 비해 무척이나 강해졌다.

    허나, 김주환은 신중하다.

    그는 우선 똑같이 3일이 경과한 만큼, 일행의 뒤를 따르며 실력의 차이를 가늠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은 우선 왼쪽 문을 열었다.

    여태까지도 계속 봐왔던 키가 작은 소악마 10마리가 대기하고 있었다.

    사용하는 불의 마법은 매섭고 강하나, 몸이 약한 게 소악마 임프의 특징.

    경쟁을 하듯 거의 동시에 유세현 일행과 김수현 형제가 뛰쳐나갔다.

    ‘인탱글’

    제일먼저 적을 처리한 것은 속박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강호.

    그 다음은 파이어 에로우를 날린 김수현이었다.

    ‘적어도 저놈보다는 내가 먼저 잡는다!’

    유세현을 의식하고 있던 김주환은 지지 않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키에엑!

    단칼에 쓰러지는 임프.

    반면, 유세현은 차분히 적의 스킬을 살필 뿐이었다.

    필히 이런 적은 아직까지 만난 적이 없다는 뜻.

    ‘훗...’

    김주환은 곧장 몸을 돌려 다른 임프를 처단했다.

    이렇게 전투가 끝이 났을 때는 김수현 3마리, 김주환 2마리, 이강호 2마리, 나머지 인원 셋이 각 한 마리씩 잡는데 성공해 있었다.

    이를 뒤에서 지켜 보고 있던 생존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김수현과 김주환이 드디어 이강호와 유세현을 따라잡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주환이 코인을 흡수하며 유세현을 향해 지긋이 말했다.

    “지하에는 강한 몬스터가 별로 없었나보죠?”

    “그야 뭐...그렇죠.”

    숨이 터져라 움직이던 김주환과 달리, 유세현은 전력을 다한 것이 결코 아니었으나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않았다.

    아니 되려, 이정도 수준으로 착각 해주는 게 편하다.

    행여나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본 실력을 들어낸다면 당황하여 몸이 경직될 터이니.

    ‘뭐 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이 세계에서 생존에 성공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겁하고 탐욕스러운 자들이 많다.

    그러니, 절대 방심은 금물.

    “그런데 계속 같이 따라올 생각이신가요? 그 정도의 실력이시라면 더 이상 같이 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그럼 우리가 오른쪽으로 맡도록 하죠.”

    유세현이 말하기 무섭게 스스로의 실력에 만족한 김주환이 생존자들을 데리고 저편으로 사라졌다.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남태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세상은 참 넓은 것 같습니다.”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말이었다.

    허나, 그는 알까. 저들이 이렇게까지 강해지데 고작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코인 시스템은 그야말로 어떠한 상식도 뛰어 넘는다.

    “계속하죠.”

    “예, 알겠습니다.”

    유세현이 저 앞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유세현 일행은 얼마 가지 않아, 길이 합쳐지는 부근에서 생존자 집단과 다시 조우할 수 있었다.

    행여나 그들에게 뒤쳐질 새라 김주환이 템포를 미친듯이 높여 따라온 것이다.

    “후우...이렇게 다시 만나는군요.”

    “그러게요.”

    남태영이 있는 만큼 생존자들과의 조우가 달갑지는 않았지만 이제부터 이어지는 길을 안타깝게도 외길.

    두 집단이 의도치 않게 힘을 합치자 3층을 돌파하는 것은 생각보다도 훨씬 쉬웠다.

    길목을 지키는 보스는 확실히 강하긴 했지만, 모든 스텟이 F 랭크 최상이던 스켈레톤 킹보다는 나약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최상층 4층 뿐.

    이 진군 속도가 계속된다면 하루 안에 마왕성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끼아아아!

    계단을 올라가는 도중, 귀를 시 찢는 것 같은 비명소리가 생존자들의 틈으로 울려 퍼졌다.

    그러자 여태까지 차분한 모습을 보이던 남태형이 입술을 와작 깨물며 통한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벤시입니다.”

    “벤시?”

    “예. 형체가 없는 유령...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말하기 창피스러우나 저는 여태까지 저 벤시를 한 번도 넘지 못했습니다.”

    벤시는 기복적으로 형태가 불투명해 일반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속성이 담긴 마법이나, 신성이었는데 남태영이 지니고 있는 화기는 벤시에게 충격을 주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 같았다.

    ‘뭐, 이것도 설정일 테지만.’

    유세현은 차분히 검을 꺼냈다. 이제는 처음처럼 무작정 검을 계속 뽑아들고 다니지는 않는다.

    이에 한 걸음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김주환이 두 눈이 자연스레 남태영을 향했다.

    남태영의 이상한 점을 김주환도 슬슬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생존자는 아니다...그렇다면 뭐지?’

    여태까지 생존자들을 이끌어온 두뇌가 비상하게 돌아갔다.

    ‘이곳을 잘 알고 있는 눈치인데...’

    뭔가 냄새가 났다. 그것도 대박의 냄새가.

    그렇지 않고서야 일반 생존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오만한 두 사람이 저렇게 깎듯이 대할 이유가 없다.

    “수현아.”

    “응? 왜 형?”

    “난 잠깐 알아내야 될 일이 있으니깐. 이번에는 너만 싸워야겠다.”

    “음...”

    김수현이 앓는 소리를 냈다.

    아무리 자신이 저들과 비슷해졌다 한들 두 명을 상대로 할당량을 채울 자신은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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