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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32화 (32/612)
  • 마왕성(1)

    데스크라토스는 재빨리 손을 움직여 막으려했지만 거리가 거리인 만큼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이윽고 틈을 빠져나간 불 화살 1개가 약해진 중앙부에 적중했다.

    [크으윽! 이 자식들이! 그래도!]

    열이 잔뜩 오른 데스크라토스의 손이 모두 이강호에게 집중 되었다.

    기회를 엿보고 있던 유세현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슈우욱!!

    그 흔한 기합 소리도 없었다.

    그저 허벅지가 터져라 움직여 중심부를 향해 움직일 뿐이다.

    [크크크! 내가 그런 거에 속을 줄 아느냐!]

    겉 표피가 약해졌다지만 핵이 다시 감싸진 만큼, 데스크라토스는 유세현의 행동에 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크기가 매우 작아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위치를 가늠하기란 거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여태껏 위협적인 공격을 가한 이강호를 견제했다.

    허나.

    푹!

    이것이 데스크라토스의 인생 최대의 오점이 되었다.

    품안으로 잽싸게 파고든 유세현의 검이 약해진 표피를 뚫고 핵을 정확히 관통했다.

    공격을 취하려 던 데스크라토스의 모든 움직임이 일제히 정지했다.

    유세현을 쳐다보는 데스크라토스의 커다란 눈동자가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

    [무슨...어떻게...위치를...]

    솨아아-

    살벌한 시련으로 그간 생존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 커다란 고목이 나뭇가지 끝을 시작으로 재가 되듯 바람에 휘날려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유세현이 한마디를 넌지시 내뱉었다.

    “보였으니까.”

    [......]

    데스크라토스의 눈이 순간적으로 휘둥그렇게 변했다. 허나, 뭐가 곧 뭐가 웃긴지 광소를 내뱉었다.

    [크하하하! 너희들은 마지막 까지 재미있는 놈들이구나! 정말 재미있어! 보였다고?]

    “......”

    [네놈!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좋은 눈을 가지고 있구나. 크하하하!]

    점점 몸이 풍화되어 사라지는데도 데스크라토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되려 없는 힘까지 바득바득 긁어모아 끝까지 떠드는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에게 만들어져 임무를 부여받고, 내 의지로는 무엇 하나 정할 수 없는 정말 재미없는 인생이었다. 하지만 너희 두 놈! 크하하하! 너희들과 싸운 건 정말 어느 때보다 재미 있었...]

    솨아아-

    이윽고 몸이 완전히 바스라진 데스크라토스는 바람 저편으로 사라졌다.

    유세현은 말없이 지면에 떨어진 코인과 아이템을 살폈다.

    아이템명: 데스크라토스의 정수

    등급: 레어 [SSS Rank]

    사용능력: 소지하는 것만으로 D랭크 이하의 스텟을 전부 25% 상승시켜줍니다. 타 인원과 같이 적용할 시에는 15%의 스텟만 상승시켜줍니다. (제한 인원 5명) 또한 정수를 직접 삼키게 되면 모든 스텟을 일시적으로 D랭크까지 끌어올리는 게 가능합니다. 단, 부작용으로 마력이 폭주합니다.

    소비마력: 0

    무려 SSS랭크의 아이템.

    등급이 골렘의 핵과 같이 레어인 것이 좀 아쉽기는 했지만, 스텟을 점점 올리기 힘들어진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효과는 정말 좋은 아이템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한명 뿐만 아닌 다른 사람에게까지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

    아이템을 두고 시시비비 떠들 필요가 없는 것.

    코인을 어떻게 분배할지 살피던 이강호가 툭 물었다.

    “너...아까 한 말 진짜냐?”

    “뭐가?”

    “핵이 어디 있는지 보였다는 말.”

    “아 그거? 뭐...보이긴 보였지. 그런데 투시 같은 건 아니야.”

    유세현은 전투 중에 보였던 것을 간단히 설명했다.

    내용을 전부 들은 이강호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마력이 정말 보인다고? 직접? 지금도?”

    “음...지금은...”

    집중을 하면 미세하게 보이긴 했지만 아까처럼 선명은 한 것은 아니었다.

    평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별 동요가 없던 이강호의 입이 조금이나마 벌어졌다.

    ‘마력을 진짜 볼 수 있다고?’

    마력을 읽고 느끼는 사람도 무척이나 희귀하다. 그런데 이것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사람, 아니 종족이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듣도 보지도 못했다.

    마법의 원조라고 불리우는 판도라세계의 최상위 포식자 드래곤 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

    만약 이 능력을 제대로 활용만 할 수 있게 된다면 트랩과 마법사용의 유무를 알게 되어 미리 대처가 가능하리라.

    ‘설마...이게 고유특성인가?’

    하나밖에 얻을 수 없는 고유특성이라면 말이 될 수도 있는 반면 추측이 사실이라면 좀 아쉽기도 하다.

    다방면으로는 마력을 볼 수 있는 능력이 확실히 좋지만, 전투가 불가피한 판도라에서는 스킬의 능력을 올려주는 쪽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더 좋기 때문이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이강호가 물었다.

    “유세현. 너 설마 고유능력이 발현된 거냐?”

    “고유능력? 글쎄? 기다려봐”

    유세현은 친구의 말에 곧장 스테이터스를 살폈다.

    이름: [유세현]

    성별: [남]

    나이: [25]

    키: [181cm]

    체중: [75kg]

    <주요스텟>

    힘: 1.2% [E Rank]

    민첩: 1.1% [E Rank]

    체력: 80.9% [F Rank]

    내구력: 63.3% [F Rank]

    마력: 21.9% [F Rank]

    <저항력>

    물리저항: 60.1% [F Rank]

    마력저항: 61.8% [F Rank]

    <속성저항>

    화: 6% [F Rank]

    수: 7% [F Rank]

    <스킬>

    프로즌 디퓨전 [매직 F Rank][숙련도: 80%]

    아직 정수를 소유하지 않아 스텟도 올라가지 않았을 뿐더러 고유특성이라는 창은 지금까지 처럼 아예 보이지 않았다.

    유세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거 없는데?”

    “없다고? 고유특성이?”

    “응 그런 창은 아예 없어. 그러고 보니 넌 있다고 했었지? 그거 어떻게 얻는 거냐?”

    “......”

    말을 들은 이강호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규격 외 존재의 등장.

    몸을 숙여 정수를 집어 든 유세현이 둘을 향해 말했다.

    “왜, 말이 없어? 아니 그보다 난 이거 다 같이 적용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하냐?”

    “...응? 그,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역시, 그렇지? 그럼 둘 다 손 내밀어봐.”

    “옙, 알겠습니다. 선배!”

    쫄래쫄래 옆에 붙어 말을 들으며 눈치를 보고 있던 김주희가 재빨리 손을 내밀었다.

    싱글벙글한 얼굴을 보니 올리기 힘든 스텟이 단번에 15% 증가하는 게 여간 기쁜 게 아닌 모양.

    그런 속물적인 모습이 여우도 저런 여우가 없었으나 이것이야말로 김주희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그럼 적용 시킨다.”

    이윽고 스텟 적용이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코인의 분배.

    유세현은 코인을 나눠 흡수하며 내심 신경 쓰였던 것을 이강호에게 물었다.

    “강호야. 아까 데스크라토스가 한말 기억 나냐?”

    “뭐?”

    “만들어졌다는 그 말.”

    “아...그거?”

    튜토리얼은 생존자들의 적응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공간.

    이곳에 사는 모든 몬스터들은 전부 판도라에 있는 종족들을 복제시켜 열화시킨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본래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도, 왜 이것을 해야 되는지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놈은 알고 있었잖아?”

    “그렇지.”

    허나, 복제품 중에서도 지성이 높은 종족들은 간혹 스스로의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고 복제품이라는 것을 깨닫는 경우가 있다.

    특히나 데스크라토스의 모체가 되는 종족은 숲의 종족으로 지성이 상당히 높은 쥬레이족.

    깨달아도 이상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그건 왜?”

    “아니, 그냥...궁금했을 뿐이야.”

    문득 예전의 자신과 같은 눈을 하고 있던 데스크라토스의 눈동자가 뇌리속에서 떠올랐지만, 이제는 어차피 지나간 일.

    유세현은 건널 다리를 바라봤다.

    마왕의 성으로 향할 시간이었다.

    * * *

    판도라에서 인간은 무척이나 나약한 존재다.

    튜토리얼에서 코인을 아무리 흡수해봤자. 힘은 오우거보다 딸리고, 내구력과 체력은 트롤에게 밀린다.

    그나마 믿을 것이라고는 군집력인데 그마저도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아 대량의 아이를 낳는 오크에게 밀렸다.

    그래서일까. 판도라에서 인간이란 굉장히 약소 종족이란 인식이 잡혀있었다.

    강한 드래곤이나 마족들은 아예 인간이란 존재를 신경 쓰지도 않을 정도니 말을 다한 것.

    인간들의 상대는 어디까지나 고블린, 코볼트 등의 하급 몬스터였다.

    적어도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무림에서 갑작스레 넘어온 수십 개의 문파와 무림인들.

    그들은 아르카드 제국인들이 사용하는 오러 블레이드보다도, 현대인들이 간신히 얻어 사용하는 스킬보다도 훨씬 강한 무공이라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목숨을 걸고 코인을 쟁취하지 않고도 타 종족에 대항 할 수 있도록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들에게 무공을 전수 받길 원했다.

    이를 위해 아르카드 제국에서는 직접 국왕이 나서기까지 했다.

    허나, 폐쇄적이고 아집이 강한 그들은 온갖 핑계를 대며 이를 모두 거절했다.

    그나마 심법과 몇몇 초식을 제공을 해준 자들은 머물 곳이 없는 떠돌이 삼류 무사들.

    아류인 만큼 비록 각 문파들이 지니고 있던 성명절기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중원에서나 삼류무사였지 코인을 먹고 강해진 그들은 사실상 제국의 소드익스퍼드와도 비등비등한 힘을 자아했다.

    그리고 이강호가 회귀 전 익힌 심법도 삼류무사가 남긴 아무 특성 없는 평범한 심법이었다.

    ‘그래서, 정말 안타까웠지.’

    내공심법은 한번 익히면 그 특성상 운이 좋아 딱 맞는 상위심법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상 다른 심법으로 갈아타는 것이 불가능하다.

    당장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운 것이기는 했지만, 시간이 흘러 화(火)속성의 특성을 개화했을 때는 얼마나 절규를 했던가.

    그래서 이강호는 회귀 전 조사를 착수했다.

    어느 순간 혜성처럼 등장하여 이 종족들을 몰아내는데 크게 일조한 김수현이 가지고 있던, 화(火)속성의 심법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는 남해태양궁의 태양심법.

    그 입수 경로가 이 마왕성에 있었다.

    “잠깐 정지.”

    아슬아슬하게 절벽 위를 걷던 이강호가 손을 들어올렸다.

    굳게 닫혀 있어야 될 마왕성으로의 입구가 열려있었다.

    누군가가 한발 앞서 도착했다는 뜻.

    ‘설마?

    뇌리 속으로 의구심이 잦아들었다.

    김수현이 등장하는 시기는 앞으로 3년 뒤.

    구름섬에서 2년간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얼추 아귀가 떨어지긴 한다.

    ‘김수현이라...’

    그가 아닐 수도 있었다.

    허나, 만약 추측이 맞다면 그와 필히 경쟁을 벌어야 된다는 뜻.

    병랑끝을 정면으로 바라본 이강호가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지금부터는 조금 더 주의해라. 유세현. 너는 혹시라도 마력이 밀집 되어 있는 게 보이거든 나한테도 좀 알려주고.”

    “그래. 알았어.”

    “예! 저도 확실히 경계할게요!”

    둘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강호가 텅빈 절벽을 향해 발을 내리 뻗었다.

    유세현과 김주희는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으나, 이내 몸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 보이는 것이 허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윽고 그들 또한 이강호를 따라 결계의 저편으로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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