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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21화 (21/612)
  • 법칙의 섬(1)

    “넌, 그럼 물리저항력이 하나도 없는 거냐? 사람에겐 다 조금씩이라도 있을 텐데?”

    “예. 있긴 있어요. 다만 직접 먹어본 적이 없어서...체력도 마찬가지고...”

    “후...그럼 하나씩 먹어라.”

    “아, 하나씩요? 알겠습니...예?”

    김주희는 놀란 표정이 되었다.

    자신을 싫어하는 유세현이 2개나 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설마, 세현 선배도 사실은 나한테 마음이 있나?’

    자연스럽게 기분 좋은 상상이 되었으나, 이어지는 유세현에게서 들려오는 말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대신, 이걸 먹은 다음부터는 조금이라도 직접 몸을 사용해서 싸워라. 활만 쏘지 말고.”

    “......”

    “싫으면 하나만 먹어. 대신 이 이후부터는 하나도 안 줄거다.”

    그가 하는 말은 지극히 간단했다.

    뒤에 숨어있기만 할 것이라면 떠나라는 것.

    이는 이강호가 원했던 것보다도 한 단계 위의 수준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김주희의 손이 떨렸다.

    언제고 직접 싸울 때가 올 거라는 상상했지만 이렇게 바로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김주희는 우선 체력코인 하나를 흡수했다.

    유세현은 가만히 이를 지켜봤다.

    여기서 그친다면 자신은 추후 이강호에게 욕을 먹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그녀에게 코인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다.

    “으음...으으음.”

    그 후 김주희는 눈을 굴리며 굉장히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싸우지는 못하겠는지 손을 떼버렸다.

    유세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이 얘는 여기까...’

    사르륵.

    하지만 단언하려는 찰나 눈을 꽉 김주희가 황급히 손을 뻗어 두 번째 코인을 흡수했다.

    유세현은 잠시 놀란 표정이 되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같이 있는 동안에는 열심히 해라.”

    “예! 선배님! 열심히 할게요!”

    김주희가 방방 뛰며 답했다.

    고작 해봐야 같이 다니는 것을 허락한 정도인데 뭐가 그리 기뻐서 저러는 것일까.

    유세현은 자신 또한 코인을 흡수했다.

    그리고 스테이터스 창을 살펴보기 무섭게 김주희가 왜 그리 좋아했는지 깨달았다.

    체력이 10%. 물리 방어저항력이 무려 15%가 올 라가 있었다.

    유세현은 후회했다.

    2개를 주더라도 다음에 주었어야했는데.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유세현은 쓴웃음과 함께 골렘의 핵을 손에 쥐었다.

    * * *

    도우미가 말한 일주일 되기까지 15분전.

    환한 빛과 함께 학과생들이 펜션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이건!”

    “여, 여긴 펜션이잖아!”

    갑자기 소환된 학과생들의 눈에는 당혹감이 어려 있었다.

    몬스터는 이제 그렇다 쳐도 이런 식으로 갑자기 이동된 것은 태어나서 생전 처음 느껴본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침착함을 되찾은 사람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도우미를 찾기 시작했다.

    “도우미 자식 안 보이는데?”

    “조금 있으면 나타나겠지.”

    시간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제 그러려니 했다.

    튜토리얼의 진행자 역할을 하는 도우미는 사실 가능만하다면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존재 였다.

    그리고 그 사이.

    이강호와 유세현을 발견한 이용석이 천천히 다가왔다.

    아니, 정확히는 이강호 옆에 붙어있는 김주희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주희야! 너 어디 갔던 거야! 걱정했잖아!”

    가까이 접근한 이용석이 김주희의 어깨를 단번에 끌어안았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여자를 대하는 것 같았다.

    공터에서 김주희가 이강호에게 대놓고 꼬리치는 것을 이용석도 봤었을 터인데.

    유세현은 혀를 찼다.

    ‘진짜로 모르는 건지, 애써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비슷한 성적끼리 모이는 대학교에 다니는 마당에, 사실은 이용석도 그녀가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눈치 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토록 이용석이 김주희에게 달라붙는 이유.

    유세현은 김주희의 전신을 훑었다.

    잡티 없는 새하얀 피부에 가냘픈 종아리와 허리. 그에 비해 가슴이나 엉덩이 등 중요부위는 제대로 업이 되어있다.

    더군다나 오밀조밀 하며 뚜렷한 이목구비는 서양미녀와는 다른 동양미녀의 느낌을 확실히 자아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남자들의 로망인 긴 생머리까지.

    지금은 씻지 못해 많이 더러워져 있었으나, 그래도 그 미모는 빛을 발하지 않았다.

    이강호가 이 세계에 오기 전에 괜히 한눈에 반했겠는가.

    김주희가 취양 불문하고 남자라면 모두 좋아할 외모의 소유자니 가능했던 것이다.

    만약 사고 이후 생긴 불신증이 없었더라면.

    그래서 그녀의 성격을 눈치 채지 못했더라면.

    지금 김주희에게 푹 빠져 있는 사람은 이용석 뿐만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려나.’

    김주희는 자신과 이강호를 따라온 답 시고 코인을 2개 먹었다.

    그리고 그 이후 하산하다가 조우한 고블린들과의 전투로 힘 스텟도 약간 얻었다.

    비록 겁이 많은 덕에 전투능력은 많이 떨어지지만, 지금 그녀의 스펙은 사실상 이용석과 이한철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아니, 되려 체력과 물리저항력만 보자면 둘을 웃돌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미노타우르스나 암모나이트를 다 죽여 버린 덕에 다른 코인은 체력과 물리저항력코인을 얻지 못했었으니깐.

    즉. 지금 그녀는 지금 이용석에게 붙어 학과 팀으로 돌아가도 꿀리는 것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안가겠지.’

    김주희의 얼굴을 본 유세현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이미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하기야 잠깐 마님대우 받을 수 있는 곳보다야 이강호가 훨씬 든든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아니깐 여우같은 김주희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붙으려 한 것이고.

    애초에 결론은 나 있었다.

    “선배님, 불쾌해요. 손 치워주세요.”

    인상을 찡그린 김주희가 몸을 살짝 틀어 이용석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래도 단칼에 쳐낼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이용석의 표정이 삽시간에 어리둥절하게 변했다.

    “너...지금 이게 무슨...나 좋아해서 엉겨 붙은 거 아니였어?”

    “엉겨 붙다니요! 오해살 만 한 말은 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전 선배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은...”

    김주희의 눈이 이강호에게 슬쩍 향했다.

    “강호 선배에요!”

    “뭐?”

    김주희가 아예 대놓고 말하자 이용석의 인상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몸을 탐하기 위해서라지만 그래도 여태껏 잘 챙겨주었는데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이용석으로 서도 전혀 못한 것!

    김주희는 정말 타고난 여우였다.

    “너. 설마 저 자식이 나보다 더 세다고...아니, 아니지 잠깐 나랑 따로 어디 가서 이야기하자! 그럼 괜찮을 거야. 이강호. 저놈 눈치 보여서 지금 그러는 거지?”

    잔뜩 흥분한 이용석이 김주희의 팔을 낚아챘다.

    김주희는 몸을 바둥거렸다.

    “놔 주세요 선배! 기분 나빠요!”

    “뭐, 뭐라고? 아니, 잠깐 저기 가서 대화하자니깐!”

    “대화하기 싫다니깐요!”

    김주희는 언성을 높이며 계속해서 완강히 거부했다.

    그리고 그 여파 때문일까.

    도우미를 찾고 있던 학과생들의 이목이 단번에 둘에게 집중되었다.

    “과대형, 지금 뭐하고 계시는 거지?”

    “주희잖아? 주희야! 무슨 일이야!”

    사람들이 삽시간에 몰려들었다.

    그 와중 이한철의 차가운 시선을 살핀 이용석은 입을 악물었다.

    여기서 완강히 거부하는 김주희를 힘으로 누르고 대화를 하려 한다면 억울한 것을 떠나 애써 다시 얻은 지지율을 잃게 된다.

    이용석은 수틀리는 입가를 억지로 움직여 웃었다.

    “하하...오빠랑 대화하기 싫으면 말로하지. 뭐 그렇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냐 주희야. 애들 놀랬겠다.”

    “아니, 오빠가...”

    뭐라 반박하려던 김주희는 하던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이용석이 정말 죽일듯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하. 주희가 오해를 한 거 같다. 얘들아. 그나저나 도우미는 왔어?”

    화제를 돌린 이용석은 이내 김주희에게서 빠르게 멀어져 갔다.

    김주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이강호를 애틋한 눈으로 쳐다봤다.

    도와주지 않는 것이 서럽다는 표정.

    이강호는 피식 웃었다.

    “그말 진심 아니잖아.”

    “...아뇨! 그런 거 아닌데요?”

    김주희가 앙탈이 난 소녀의 모습을 연기했다.

    이 모습을 떨어져 지켜보고 있던 유세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정말 철면피여야만 가능한 일일 터인데.

    재능이라고 치면, 정말 대단한 재능이 아닐 수 없다.

    ‘그나저나 도우미는 정말 언제 나타나는 거지?’

    유세현이 주위를 살피기 무섭게 허공에서 빛이 갑작스레 터져 나왔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속담.

    도우미는 처음에 만났던 그 자리 그대로 무미건조한 표정과 함께 상공에 두둥실 떠있었다.

    모습을 확인한 이용석이 곧바로 도약하여 장창을 휘둘렀다.

    “이 개자식아! 우리를 안전한 곳으로 보내줘!”

    말은 좋은 쪽으로 했지만, 아무리 봐도 김주희에 대한 단순한 분풀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강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용석의 몸이 땅에 곤두박질쳤다.

    튕겨져 나오거나 한 것이 아니다.

    공간의 외곡 때문에 사실상 도우미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것.

    도우미는 분에 차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이용석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바로 진행을 시작했다.

    “우선. 1차 튜토리얼을 무사히 끝마치신 16명의 대리자 여러분. 정말 축하드립니다. 이곳은 정말 많이 살아남으셨군요.”

    “뭐, 뭐? 많이 살아남아? 거의 절반이나 죽었...”

    “그럼 지금부터 곧바로 2차 튜토리얼을 위한 장소로 이동하겠습니다.”

    평소와 같이 산뜻하게 말을 무시한 도우미가 손을 한번 살짝 휘저었다.

    솨아아!

    세찬 빗소리와 함께 지금까지 있던 공간이 수채화에 물을 부운 것 마냥 흘러내렸다.

    점점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산과 들. 그리고 펜션.

    모든 풍경들이 빨려 들어가기 무섭게 새하얀 공간이 눈앞에 자리 잡았다.

    “뭐, 뭐야? 여긴?”

    동시에 한데 섞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그중에서는 아직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청소년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이, 이건!”

    주위를 살펴보기 무섭게, 유세현을 포함한 학과생들의 눈이 토끼만큼이나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몰려있었으니깐.

    너무 많아 시야에 꽉 들어와 판단 할 수는 없었지만, 그 수는 어림잡아도 대충 몇 백 아니, 몇 천 명은 족히 넘는 것 같았다.

    “강호야 이건...”

    “그래, 다른 공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같다.”

    “...!!”

    자신들 말고 누군가가 더 이곳에 붙잡혀 왔을 거라는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숫자라니.

    “과, 과대님!”

    “아니, 너희들! 살아있었구나!”

    그중에서는 페션 다른 방에서 위치해 있었던 학과생들도 있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13명이 생존한 이용석의 팀과는 달리 살아남은 인원이 그것의 절반정도 미치지 못하는 5~6명 정도라는 것 뿐.

    “너희들 어떻게 된 거냐!”

    “그게 갑자기 잠에서 깨보니...”

    이용석에게 모인 그들은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하는 내용을 대충 들어보니 보니, 첫날 기습을 당한 이후, 고블린과 맞서 싸우는 것보다는 도망치는 쪽을 선택하며 쭉 버텨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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