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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17화 (17/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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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통 신경이 돌연변이 거미에게 집중되어있는 탓.

    이강호는 우선 질문을 보류하기로 마음먹은 뒤 느려진 적을 향해 참마를 휘둘렀다.

    서걱!

    치이익!

    키에엑!온힘을 다해 내려친 유세현의 롱소드가 앞다리 하나를, 이강호가 휘두른 참마가 뒷다리 두개를 동시에 잘라냈다.

    독에 상처입은 거미가 기괴한 울음을 내뱉으며 지지 않겠다는 듯 더욱 거칠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몸이 점점 둔해져가는 거미에게 더 이상의 승산은 없었다.

    촤악!

    비정하게 휘두르는 이강호의 참마에 계속해서 다리가 절단되고.

    서걱!

    맹렬히 난자하는 유세현의 롱소드에 의해 본체에 상처를 입는다.

    이렇게 거미의 점점 잘려져 갔다.

    * * *

    쿵!

    4m남짓 되는 거대한 육체가 지면으로 쓰러졌다.

    생명력이 질긴 거미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고유 필드인 천장으로 올라갔다를 반복하며 분발했지만 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

    40분 가량 전투를 지속한 유세현과 이강호의 몸은 땀을 흘리다 못해 절어있었다.

    “후우, 후우...이 거미 장난 아니게 질긴데?”

    “그러게.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유세현의 말에 대답한 이강호가 얼굴을 훑어 땀을 닦아냈다.

    눈앞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코인 4개가 있었다.

    힘 코인이 2개 민첩 코인이 2개.

    코인의 개수는 웹 스파이어와 차이 나지 않지만 분명 올라가는 %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후우...그래서 어떻게 나눌까? 힘, 민첩 각각 하나씩?”

    유세현이 먼저 물었다.

    반면 이강호는 머쓱하게 콧등을 긁적거렸다.

    습관적으로 유세현을 전투에 참여시켜 까먹고 있었는데 여기서 나오는 아이템은 반드시 자신이 먹어야 되기 때문이었다.

    “으음...미안한 말인데 지금 나온 코인은 네가 다 먹고 추후 얻게 되는 보상을 나 줄 수 있겠냐?”

    이강호는 어쩔 수 없이 직설적으로 이야기했다.

    어차피 돌려 말해봤자 큰 의미가 없음으로.

    “보상? 뭐 다른 게 또 나오냐?”

    “응.”

    “...음.”

    유세현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길지는 않았다.

    만약 이강호가 혼자서 전투를 치렀더라도 어찌어찌 돌연변이 거미를 쓰러트렸을 테니깐.

    반면 체술이 그다지 좋지 못한 자신은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유용한 독과 방패도 이강호가 만들어 준거고.’

    지금까지 이강호에게는 준 것 보다도 받은 게 훨씬 많았다.

    또한 애초에 자신이 여기에 존재 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가 현대에서 자신을 살려줘서이다.

    유세현은 보상이 뭔지는 잘 몰랐지만, 그가 만족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았다.

    “그래, 보상은 네가 먹어라.”

    “으음...응? 그냥 먹으라고?”

    이강호의 눈썹이 씰룩였다.

    유세현이 자신을 생각해주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았으나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자식 혹시...’

    순간적으로 게이라는 생각을 할 뻔 했지만 이강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유세현이 취하는 행동은 좋아한다는 것과는 좀 많이 차이가 있었음으로.

    ‘도대체 내가 저 녀석에게 뭘 해줬길래...’

    결국 이강호는 지금 그가 하는 행동이 Ex아이템에 의해 손실된 기억에 있으리라 답을 내렸다.

    “아무튼 그럼 이 코인 내가 먹는다?”

    “어, 어? 어 그래라.”

    유세현이 이강호가 말하기 무섭게 코인을 흡수했다.

    갑작스레 주위가 거칠게 흔들렸다.

    “꺄아악!”

    “이, 이게 뭐야?”

    어찌나 진동이 심한지 축하해주기 위해 뛰어오던 김주희는 앞으로 넘어지고, 나머지도 인원도 손을 땅에 짚고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나마 올라간 스텟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유세현과 이강호뿐.

    유세현의 두 눈동자에 무엇인가가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제단?”

    “그래, 맞아. 그럼 갔다 올게. 움직이기 힘들테니 여기서 기다려라.”

    이강호는 말과 동시에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아직도 한참 제단이 솟구치는 중이라 땅이 진동하여 이동하기 힘들 터인데 그의 발걸음은 생각보다도 훨씬 가벼워만 보였다.

    쿠구구구!

    진동은 이강호가 4층높이로 되어 보이는 제단에 올랐을 때 멈추었다.

    이에 한걸음에 다가온 학과 사람들이 이구동성이 되어 물었다.

    “저건 뭐지?”

    “모르겠어요. 근데 위험할 수도 있으니깐 가까이 접근하지 말라고 했어요.”

    유세현이 대충 대꾸했다.

    욕심많은 이용석과 이한철이 은근슬쩍 다가갈 수 있으니 사전에 그 경우의 수를 배제한 것.

    그리고 이 말은 보상을 살피려던 이강호에게도 들렸다.

    ‘유세현...이 자식은 역시 생각이 깊다.’

    학과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이강호는 3개의 제단에 각각 놓여 있는 물품을 살폈다.

    스킬명: 1서클 마법.

    등급: 레전더리 [F Rank]

    사용능력: 1서클 종합 마법.

    소비마력: ??

    스킬명: 이가 검술 1초식.

    등급: 레전더리 [F Rank]

    사용능력: 1초식 종합 검술.

    소비마력: ??

    아이템명: 피를 머금은 반지

    등급: 유니크 [A Rank]

    사용능력: 입힌 피해에 비례해 출혈효과 및 체력 회복.

    소비마력: ??

    ‘아이템까지? 생각보다도 훨씬 대단한 보상이다.’

    본래 판도라의 세계에서는 몬스터의 육체를 이용해 직접 핸드메이드로 만든 아이템은 등급과 특수능력이 붙지 않는다.

    판도라가 열리기 전에 살았었던 세계의 법칙에 맞게 마도학을 이용해 가공하여 만든 아이템만이 이런 설정이 나타나는 것!

    그렇기에 설정이 뜨는 매직등급 이상의 아이템은 그 값어치가 엄청났다.

    판도라에서 유적이 발굴되면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

    만약 이강호가 이 반지를 돌연변이 거미를 상대하기 전에 끼고 있었다면 몬스터를 잡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지.’

    확실히 보기 드물지만 등급이 한 단계 차이난다.

    때문에 당장에야 효과에 의한 사용가치가 높겠지만 가면 갈수록 레전더리 스킬에 비하면 한없이 그 가치가 낮아진다.

    왜냐하면 스킬은 등급에 따라 그 한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켈투자드가 사용했던 노말 등급인 프로즌 에로우는 마력을 일정량 잡아먹는 대신 항상 일정한 냉기를 머금은 얼음화살을 날린다.

    반면 레전더리 등급인 1서클 프로즌 에로우는 숙련도를 100%로 만들었을 시 마력 사용량을 정하여 그 강도를 바꿀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파괴력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이런 법칙은 레어 등급의 스킬부터 적용된다.

    레어 등급은 노멀, 매직 보다도 좀 더 마력을 많이 먹이는 대신 파괴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있어서는 이 또한 결국 한계에 봉착한다.

    레어 등급은 그 폭이 정해져있어 일정 이상의 마력을 먹이지 못하게 되는 것.

    즉 레어, 유니크, 레전더리, 에픽 간에는 서로 넘을 수 없는 벽이 명백히 존재했다.

    ‘둘 다 분명 좋은 스킬이다.’

    그렇기에 이강호는 두 개의 스킬 코인을 반복해 바라봤다.

    오리지널에 속하는 에픽 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의 레전더리 스킬.

    레전더리 스킬이 낼 수 있는 힘은 오리지널의 90%까지라고 이미 판도라의 연구자가 밝힌바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신체나 마력의 제한이 풀린 만큼 나머지 10%정도는 스텟으로 어찌어찌 커버가 가능하다는 것.

    그러니 지금 이강호의 눈앞에 있는 스킬은 원본에 가장 필적한 것뿐만 아니라 사람이 시스템에 의존하여 얻을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좋은 등급이었다.

    ‘이가 검술 1초식? 아니면 1서클 마법?’

    본래 이 제단에서 이강호가 얻으려고 했었던 스킬은 유니크 D급에 속하는 2서클 단일 마법인 파이어볼이었다.

    이 세계에 온 뒤로 죽을 위기를 넘기며 만 명 중에 한 명 꼴로만 발생한다는 고유특성 중 가장 활용도가 뛰어나고 전투능력이 높은 [화(火)속성 강화] 능력을 개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능력이 있었기에 험난한 판도라의 세계에서 그는 절대적인 강자가 될 수 있었다.

    [화(火)속성 강화]

    이 고유특성은 이름 그대로 속성 중 불에 관한 능력에 한하여 스킬에 한계를 뛰어넘게 해준다.

    즉, 노멀 등급의 스킬을 사용하면 매직까지의 힘을, 레어 등급의 스킬을 사용하면 유니크 등급을 뛰어넘어 레전더리 스킬의 위력까지 능력을 강화 해주었다.

    그러니 이를 고려했을 때 이강호가 선택해야 되는 것은 결국 이가 검술 1초식보다도 화 속성 마법이 있는 1서클 종합 마법이었다.

    ‘이가 검술 1초식...분명 내가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인 만큼 배우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강호는 약간의 미련이 남아 있었지만 끝내 1서클이 담겨져 있는 제단에 손을 올린 뒤 스킬 코인을 흡수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스테이터스를 살폈다.

    이름: [이강호]

    성별: [남]

    나이: [25]

    키: [175cm]

    체중: [71kg]

    <주요스텟>

    힘: 91.5% [F Rank]

    민첩: 76.4% [F Rank]

    체력: 52.2% [F Rank]

    내구력: 52.3% [F Rank]

    마력: 36.9% [F Rank]

    <저항력>

    물리저항: 20.1% [F Rank]

    마력저항: 25.3% [F Rank]

    <속성저항>

    화: 3% [F Rank]

    수: 3% [F Rank]

    <스킬>

    1서클 종합 마법 [레전더리 F Rank][숙련도: 0%]

    엑셀 [매직 F Rank][숙련도: 36%]

    홉 고블린의 마비독 정수 [노말 C Rank][숙련도: 20%]

    <고유특성>

    화(火) 속성 강화

    현재 이강호의 스텟 수치는 어마 무시 했다.

    무려 통로 3.5개를 유세현과 같이 독식하고 제단의 몬스터를 혼자 절반 이상 죽이며 코인을 휩쓴 덕분이다.

    또한 스킬도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것을 얻었다.

    이강호는 즉시 1서클 종합 마법 스킬의 세부사항을 살폈다.

    인탱글 [레전더리 F Rank][숙련도: 0%]

    쉴드 [레전더리 F Rank][숙련도: 0%]

    프로즌 에로우 [레전더리 F Rank][숙련도: 0%]

    파이어 에로우 [레전더리 F Rank][숙련도: 0%]

    윈드 에로우 [레전더리 F Rank][숙련도: 0%]

    라이트닝 [레전더리 F Rank][숙련도: 0%]

    라이트 [레전더리 F Rank][숙련도: 0%]

    매직미사일 [레전더리 F Rank][숙련도: 0%]

    그리스 [레전더리 F Rank][숙련도: 0%]

    우월한 스킬의 양과 질.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만큼, 정말 웬만해서는 들뜨지 않는 이강호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것은 정말 엄청난 수확이 아닐 수 없다.

    ‘9개 전부가 레전더리!’

    아쉽게도 화속성에 속하는 마법은 하나뿐이었지만 이 정도쯤은 어차피 예상했던 바.

    이강호는 고개를 들어 남아있는 2개의 제단을 살폈다.

    피를 머금은 반지와 이가 검술 1초식이 담긴 스킬코인이 조각조각 바스라지고 있었다.

    역시나 1개 밖에 선택하지 못하는 형식이었던 것이다.

    ‘뭐, 어차피 목적은 달성했다.’

    스킬을 대강 확인한 이강호는 천천히 제단 아래로 발걸음을 옮겼다.

    쿠구구궁!

    이강호의 발이 지면 닿기 무섭게 솟아 올라있던 제단이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

    또한 동시에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 보았던 태양이 그려진 문이 환한 빛과 함께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이강호는 잠시 문을 흘겨 본 뒤 유세현의 앞으로 천천히 돌아왔다.

    “이강호. 볼일은 다 마친...”

    “선배님! 괜찮으세요? 어디 안 다치셨어요?”

    하지만 유세현이 반갑게 맞아줄 새도 없이 갑자기 튀어나온 김주희가 이강호의 팔을 붙잡았다.

    평소에 그였다면 무시하고 유세현에게 집중했겠으나 기분이 좋았던 이강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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