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12화 (12/612)
  • 학과팀과의 조우(1)

    고작 2명밖에 안 되는 인원으로 30명분의 난이도를 지닌 통로를 휩쓸며 독식하고 다닌 결과였다.

    ‘젠장...’

    하지만 높은 스텟을 지닌 유세현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None Find]로 뜨고 있는 마력 스텟과 스킬 때문이다.

    물론 마력 스텟은 내일 갈 통로에 있는 몬스터를 잡으면 나올 것이라 이강호가 사전 설명해줬다.

    문제는 스킬.

    홉 고블린을 잡은 이후 그와 비슷한 난이도의 중간보스를 두 마리 더 잡았음에도 더 이상 스킬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강호의 말대로 그때 마비독 스킬을 먹어 놓을 걸 그랬나.’

    유세현은 잠시 후회가 되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홉 고블린을 해치우고 먹었던 질 좋은 코인이 힘과 민첩을 단번에 5% 올려준 덕에 다음 전투에서 무척이나 수월해진 덕이다.

    ‘어찌되었던. 나도 스킬하나는 있어야 되는데.’

    현재 이강호가 갑작스레 엑셀스킬을 사용하면 일반 몬스터들은 미처 반응하지 못한다.

    그나마 가까스로 반응을 하는 것은 중간보스 정도.

    즉 스킬은 많으면 많을 수 록 좋은 히든카드였다.

    ‘후우...내일은 제발 나오길.’

    유세현은 간곡히 빌며 공터 정중앙에 위치하여있는 제단을 바라봤다.

    총 8개로 이루어져 눈을 가지고 있는 돌 거미의 눈 중 3쌍의 눈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처음 이 장소에 도착했을 때에는 고작 1쌍만 빛나고 있었는데.

    ‘통로를 처리할 때마다 늘어나는군.’

    눈 4쌍을 다 채우면 뭔가 일어나기라도 하는 것인가.

    유세현은 궁금했지만 그냥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자신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필요시 스스로 알려줄 것이기 때문에.

    * * *

    “하압!”

    후웅!

    기합과 함께 내려 그은 유세현의 롱소드가 최하급 켈자드의 목을 갈랐다.

    덕분에 뼈로 온몸이 구성되어 개의 형태를 띠고 있던 켈자드라는 몬스터는 마법 한 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우수수 부서져 내려야만 했다.

    마법 캐스팅을 할 시간도 없이 유세현이 순식간에 치고 들어온 덕이다.

    “호오, 벌써 처리했냐? 빠른데?”

    “빨리 안 처리하면 되려 힘들잖아.”

    이강호의 말에 마력 코인을 흡수한 유세현은 어깨를 살짝 으쓱이며 죽은 켈자드를 바라봤다.

    이 켈자드라는 몬스터는 기본 구성이 뼈로 되어있는 만큼 내구성이나 물리 저항이 무척이나 약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빠르게 내뿜는 냉기마법은 목을 서늘하기에는 충분했다.

    처음 싸울 적 몸을 제대로 적중 당했던 유세현은 마력저항을 9%가지고 있었음에도 심장이 얼어붙는 줄만 알았다.

    마법저항력이 없었더라면 심장마비를 일으켰을지도 모르는 상황.

    만약 동굴에 들어 왔을 때 처음 조우한 몬스터가 켈자드였다면 무척이나 힘든 싸움이 되었을 것이다.

    서걱!

    파득득!

    물론 스텟이 올라간 지금에 와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계속가자.”

    “그래.”

    유세현과 이강호는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 사이 켈자드가 주는 마력과 마법저항력으로 둘은 점점 강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중간보스가 있는 중간지점에 달하는 도착한 찰나.

    지금은 생소해진 여러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공터를 울리고 있었다.

    “젠장! 옆에서 몰아붙여! 졸개 다 죽인 놈들을 빨리빨리 합류하고!”

    “김주희 공격하라는 말 못 들었냐! 말 좀 들어라!”

    “꺄아아악!”

    공터에서는 목숨을 건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지휘자는 과대 이용석과 이한철.

    “이거 잡겠는데?”

    “과연 그럴까?”

    “응? 왜? 충분히 잡게 생겼는데.”

    “아, 물론 잡을 수도 있어. 하지만 말이야 이런 말이 있지...”

    어느새 최하급 켈자드를 처리한 이한철의 팀이 중간보스 켈투자드와 싸우고 있던 팀과 합류해 구석으로 몰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제법 험난한 일을 겪었는지 협공하는 것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거의 이겼다고 생각한 그들은 몰랐다. 아니, 이강호를 제외한 그 누구도 몰랐다.

    “...경기는 끝나봐야 안다고.”

    솨아아!

    이강호의 일침과 동시에 켈투자드의 몸에서 냉기가 퍼져나갔다.

    여태까지 단일로 냉기화살만 쏘아대던 최하급 켈자드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지형장악 스킬.

    [프로즌 디퓨전]

    스킬을 한개만 가지고 있던 여타 중간보스와 달리 몸이 약한 만큼 숨기고 있던 회심의 스킬이 있던 것.

    “크아아악!”

    “씨바아알 내 손! 내 손이!”

    견고하던 진형이 붕괴되는 것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확산 된 냉기에 닿은 자들의 팔과 다리가 빠르게 얼어 붙어갔다.

    같은 확산이지만 마비독과는 한층 다른 클래스의 스킬.

    “씨발! 이게 뭐야! 스킬은 화살 한 개가 아니였어?”

    이한철의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이용석 또한 지지 않고 외쳤다.

    “정신차려라! 조심만 하면 아직 상대 수 있어! 남자 놈들 전부 다시 붙어!”

    “하지만 과대 형!”

    “도망치는 놈들은 알지?”

    울상이 되어 말하는 남학생 한명을 향해 이용석이 눈을 매섭게 부라렸다.

    정작 자신은 뒤로 빠진 채 움직이지 않는 주제에.

    하지만 신기하게도 남학생들 대부분은 이용석의 말에 죽기 살기로 켈투자드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 장면이 유세현이 보기에는 정말 이상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뭐지? 쟤네들 무슨 생각으로 달려드는 거지? 이 상황에서 과대의 말을 들으면 안 된다는 걸 알텐데.”

    “글쎄...”

    말끝을 흘린 이강호의 눈빛이 번뜩였다.

    동시에 두 눈동자가 사람들의 안색을 살폈다.

    후들거리는 다리와 떨리는 눈가.

    이미 그들은 공포를 한가득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달려든다라...’

    결론이 나오는 것은 한 순간.

    ‘저놈을 무서워하는 거군. 아니 두 놈인가?’

    열심히 지시를 하고 있는 이한철과 이용석.

    이강호는 남학생들이 이 둘이 두려워 말을 따른다는 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이대로 뒀다간 결국 어찌어찌 잡겠군.’

    생존을 위해 왔었던 통로로 도망쳤더라면 켈투자드는 잡을 수 없다.

    또한 보통사람이라면 뒤로 빠져 재정비를 하여 다시 도전할 것이다.

    이 시작의 길은 처음 온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만큼 중간보스가 미친듯이 쫓아오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깐.

    그렇기에 이강호는 그들이 물러나면 켈투자드를 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휘자는 그렇게 생각이 깊은 자들이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희생이 날지언정 결국 잡게 되는 상황.

    만약 그들이 잡게 된다면 이번에 유세현에게 넘겨줄 생각이었던 스킬을 주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는 안 되지.’

    생각을 마친 이강호는 빛과도 같은 속도로 앞으로 나서 켈투자드를 죽지 않을 정도로 후려쳤다.

    콰드득!

    쾅!

    벽에 몸을 들이 받게 된 켈투자드의 기괴한 붉은 안광이 곧바로 이강호를 향했다.

    동시에 여타 사람들의 시선 또한 그를 향했다.

    “너, 넌!”

    “이강호!”

    떨리는 목소리로 이름을 외치는 것이 마치 구세주를 보는 듯한 얼굴.

    하지만 그런 그를 아니꼬운 표정으로 보는 두 사람이 있었다.

    이한철과 이용석.

    그들은 본능적으로 이강호가 나타난 이유를 눈치 챈 것이다.

    “이강호! 유세현을 따라간 주제에 뭣 하러 지금 나타난 거지?”

    “맞아! 너 뭐하다가 다 잡으니깐 튀어 나온거냐? 뒤로 빠져라! 도움 따윈 필요 없어! 우리들이 잡고 코인도 우리가 먹는다!”

    둘이 이구동성이 되어 외쳤다.

    하지만 이강호는 그런 그들을 보며 피식 웃을 뿐이었다.

    “이대로 계속 싸우면 누구 한명은 반드시 죽을 텐데요?”

    “뭐?”

    “이대로 가면 누구한명은 반드시 죽는다고요. 그런데도 계속 할 건가요?”

    이강호가 일부러 모든 학생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외쳤다.

    허나 여태까지 해온 것이 아까웠던 이용석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 중간보스를 잡으면 대단한 것을 줄 것이란 걸 본능적으로 느낀 것.

    하지만.

    “과대 형?”

    “설마 지금 저희한테 계속 달려들라고 하실 생각은 아니죠?”

    학생들이 보는 눈이 보통 아니꼬운 것이 아니었다.

    여태까지의 공격명령이 켈투자드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강행 한 것이라면, 안전한 수단이 생겨버린 지금에 와서는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표정.

    이대로 계속 독불장군처럼 의견을 내세웠다간 단숨에 고립될 수도 있었다.

    “왜 하필 저 개새끼가 갑자기 나타나서!”

    “형, 지금은 넘어가죠.”

    분위기를 읽은 이한철도 고개를 저었다.

    이용석은 결국 타협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2/3는 우리 거다. 그 정도는 괜찮겠지?”

    “절반.”

    “큭! 이자식이!”

    이강호의 단호한 말에 부릅뜬 이용석의 눈가가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이내 곧 애써 침착함을 보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절반은 너무 날로 먹는 거 같지 않냐? 저 자식 지금 빈사상태...”

    솨아아!

    이용석이 말하기 무섭게 다시금 발사되는 냉기!

    곧 이어 켈투자드가 연속적으로 발사한 냉기화살이 이강호를 향했다.

    현재로서 누가 가장 자신에게 위협적인지 단번에 깨우친 것이다.

    “날로요? 그건 아닌 거 같은데요?”

    이용석이 날렵한 몸 돌림으로 화살을 피하며 말했다.

    “아니면 진심으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지금이라도 그냥 비켜드릴까요? 한방 먹인 건 서비스라고 치고요.”

    “......”

    너무도 어이가 없어 이용석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달려들면 누군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말해놓고 다시 해보겠냐니.

    이것은 사람을 거의 가지고 노는 셈이었다.

    “이런 씨...”

    “형, 참으세요! 그냥 절반 줘버려요! 이대로라면 이강호 페이스에 완전히 말리는 겁니다.”

    이한철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이용석의 입을 억지로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이강호를 향해 외쳤다.

    “좋아! 절반! 됐지? 잡아줘!”

    “그래. 아 참고로 직접 잡는 만큼 코인 선택 우선권도 우리가 갖는다.”

    “...알았다.”

    “좋아. 협상성공. 유세현!”

    “지금 간다! 주의만 끌어!”

    반강제 협상이 끝나기 무섭게 통로에서 튀어나온 유세현은 이강호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켈투자드를 향해 질주했다.

    그리고는 곧장 방패로 냉기를 흘려내며 목을 향해 롱소드를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사람과 비스무리하게 생긴 이족보행 몬스터답게 경추가 부서지면 죽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콰득!

    냉기로 몸을 감싸 학과 학생들의 참마와 장창에도 간간히 버텼던 켈투자드의 몸이 단번에 부셔져 내렸다.

    10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을 상대로 위용을 뽐낸 것치고는 너무도 허무한 죽음.

    이 모습을 본 학과 학생들은 두 눈이 토끼만큼 커지며 놀란 얼굴이 되었다.

    “뭐, 뭐야. 일격?”

    “어, 어떻게!”

    “봐라! 우리가 다 죽여 놨기에 가능 한거다! 솔직히 2/3로 하자!”

    미련이 남아있었던 이용석이 이때를 놓치지 않고 외쳤다.

    “맞아. 일격이라니 솔직히 아무리 봐도 우리가 다한 거 같은데.”

    이한철도 언제 그랬냐는 듯 옆에서 힘을 거들었다.

    이에 유세현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약속을 번복하겠다는 건가요?”

    “당연한 거 아니냐? 아무리 봐도 빈사인데.”

    “......”

    이용석은 무척이나 당당했다.

    이에 유세현이 슬그머니 이용석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아니, 예전부터 느꼈던건데 과대님은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생각하고 믿으시는 거 같네요. 그래서 몸소 직접 확인 시켜 드리려고요.”

    “뭐? 너 설마...”

    의도를 알아챈 이용석의 입가가 씰룩였다.

    ‘이 새끼가...’

    이용석은 유세현이 이 3일간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첫날이후 자신들도 죽기 살기로 숲을 돌아다니며 강해졌다는 것.

    또한 최근에는 폭포에 있는 거대한 거북이가 주는 힘 코인도 먹었다.

    자신이 질 리가 없었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지면 인정하시는 거죠?”

    “...그래. 하지만 만약 힘겹게 이기고 일격이니 뭐니 그딴 소리하면 안 되는 거 알지?”

    “물론이죠.”

    둘은 자신감 넘치게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 힘을 주는 순간 이용석은 고통에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었다.

    “으, 으아아악!”

    마치 거대한 무엇인가에 짓눌리고 있는 듯한 느낌.

    무너진 건물 암석에 깔리게 된다면 이런 감각일까.

    이용석은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유세현은 놓지 않았다.

    “과대님 인정하시나요?”

    “으아아악. 놔! 놔아아아!”

    “인정 하시는 거죠?”

    “크아아아! 알았으니까아아안! 빠알리!”

    유세현은 기어코 그에게서 항복 선언을 받고나서야 잡고 있던 손을 뗐다.

    고작 10초 정도 쥐고 있었을 뿐인데 이용석의 손은 벌겋게 달아올라 퉁퉁 부어있었다.

    “그럼 이전에 말했던 대로 반 가져갈게요.”

    유세현은 손을 어루만지고 있는 이용석은 신경도 쓰지 않는 마냥 고개를 숙여 나온 코인을 살폈다.

    그 행동에 누구도 태클을 걸 수 없었다.

    지금 그들 앞에 있는 존재는 방금 상대했던 중간보스를 뛰어넘는 존재였으니깐.

    “으음. 강호야 뭐 가질래?”

    “뭐, 나왔는데?”

    “눈이 없냐. 코가 없냐. 짜샤! 직접 봐봐.”

    이강호가 대충 살펴보니 이번에 나온 것은 마력 코인2개와 스킬 북 2개였다.

    나누기에는 딱 맞아 떨어지는 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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