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2)
되려 압도적인 힘을 이용해 동족을 죽이는 이강호를 본 몇몇 자이언트 터틀들은 폭포 쪽으로 도망을 치고 있었다.
‘좋아 가본다.’
유세현은 롱소드를 양손으로 쥔 뒤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풀숲을 빠져나갔다.
목표로 노리는 것은 풀을 뜯어먹고 있는 자이언트 터틀.
누구든 식사를 하고 있을 때가 제일 방심하고 있기 마련이다.
‘후우. 후우.’
자이언트 터틀은 사람을 처음 보는 그런지 다가온 유세현을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확실히 죽자고 달려드는 고블린보다는 훨씬 났다.’
그렇지만 유세현은 생명을 죽여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유세현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군생활이 거의 끝나갈 적 결단코 오지마라는 면회를 온 가족.
생각보다 면회 자체는 즐거웠지만 가족들은 그 후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음주트럭에 받쳐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항상 잔소리가 많았던 어머니와 묵묵하시던 아버지는 즉사.
말을 드럽게 안 듣던 여동생은 실종.
유세현은 트럭기사를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우습게도 트럭기사 또한 창문 밖으로 몸이 날아가며 즉사를 면치 못했다.
뿌드득.
그때 일을 다시금 생각하자 없던 힘까지 손에 꽉 들어갔다.
‘정말 죽여 버리고 싶다.’
유세현은 자이언트 터틀을 목을 영정사진에서 보았던 음주트럭기사의 얼굴로 바꿔 생하며 힘껏 롱소드를 내리쳤다.
키에엑!
역시나 힘이 좀 부족해서 자이언트 터틀이 일격에 즉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도 치명상을 입었는지 꿈틀거리지만 할뿐 몸을 집안으로 넣은 뒤 공격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죽어.”
유세현은 도끼를 내려치듯 한 번 더 칼을 비정하게 내리 찍었다.
그것만으로 절반이 넘게 베여있던 목은 깨끗이 잘려나가 땅을 뒹굴었다.
사르륵.
유세현이 손을 내밀고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하자 자연스레 코인이 그의 몸에 흡수되었다.
이름: [유세현]
성별: [남]
나이: [25]
키: [181cm]
체중: [75kg]
<주요스텟>
힘: 10.2% [F Rank]
민첩: 9% [F Rank]
체력: 10% [F Rank]
내구력: 10% [F Rank]
마력: 0% [None Find]
<저항력>
물리저항: 1% [F Rank]
마력저항: 0% [None Find]
<속성저항>
화: 3% [F Rank]
수: 3% [F Rank]
<스킬>
[None Find]
고작 힘이 0.2%. 단지 0.2% 증가했을 뿐인데 왠지 힘이 증가한 것이 똑똑히 느껴졌다.
‘이게 코인의 힘인가.’
근육이 찢어지고 재생되는 반복 없이도 순식간에 강해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
유세현은 롱소드를 제대로 고쳐 잡은 뒤 사방에 널려있는 자이언트 터틀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 * *
이강호와 유세현.
두 사람이 6시간 정도 정신없이 사냥하자 그 많던 자이언트 터틀은 씨가 말라 그 시체만이 폭포 하부를 잔뜩 메우고 있었다.
둘의 힘 스텟은 유세현 22% 이강호 29%로 이미 사람수준을 아늑히 넘은 상황.
하도 쉬지 않고 움직여 스텟과는 상관없이 뻐근해진 몸을 간단히 푼 유세현은 참마의 날로 거북이의 시체를 손질하고 있는 이강호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식량으로 쓸 생각인건가?’
그런데 먹으려고 하는 것 치고는 내부를 너무 휘젓고 있었다.
덕분에 내장이나 위가 한데 뒤엉켜 겉보기에는 굉장히 그로테스크해진 모습.
‘뭐, 배가 고프긴 하지만.’
유세현이 지금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은 저녁을 먹을까 말까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재빠른 몸놀림과 절도 있는 공격.
마지막으로 한 치의 망설임을 보이지 않는 행동까지.
유세현은 일부러 아무것도 아닌 것 마냥 이강호를 향해 말을 툭 내뱉었다.
“야 강호야. 너 여기서 자이언트 터틀이 나온다는 거 알고 있었지.”
“......”
이강호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유세현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너한테 뭔가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는 건 일어났을 때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어. 뭐, 지금 말해주기가 정 그러면 나중에 내킬 때 천천히 해줘라.”
15년간의 우정을 지닌 친구라 할지언정 말하기 꺼려하는 것은 굳이 캐묻지 않는다.
무리해서 몰아치게 된다면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거짓말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말은 안 듣느니만 못하다.
‘뭐 원래의 강호 성격이라면 나에게 거짓말을 할리가 없지만...’
지금의 그는 어제와 너무도 바뀌어져 있었다.
그것이 유세현은 조금 안타까웠다.
현재 지구에서, 아니 이 알 수 없는 세계에서 유세현이 유일하게 믿는 사람은 자신이 자살을 결심했을때 목숨을 걸기까지 하며 막아준 그뿐이었으니깐.
그런데 지금은 그가 자신이 알던 강호처럼 잘 느껴지지 않는다.
‘초조해하지 말자.’
유세현은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지치고 피곤해진 몸을 뒤로 눕혔다.
* * *
‘언제 어디서 몬스터가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잘도 자는군.’
자신의 옆에 최대한 몸을 밀착하여 순식간에 잠들어버린 유세현을 확인한 이강호는 한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게 원래 당연한 건가.’
난데없이 떨어진 낮선 세계.
곧바로 이어진 2시간의 행군.
그리고 쉬지 않고 벌인 6시간의 학살.
아무리 사냥이 일방적이었다지만 평범한 사람으로서 정신이 피곤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유세현은 지금까지 행동양상으로 확인컨데 무척이나 신중한 남자다.
그런 자가 굳이 자신에게 바짝 붙어 골아 떨어 졌다는 것으로 유추해 봤을 때 도출되는 결과는 무척이나 간단하다.
유세현은 그만큼 자신을 믿고 있다는 것.
‘그래서 혼자 간다고 했을 때 불 같이 화를 낸 건가?’
물론 앞으로 살아가게 될 판도라의 세계에서 누군가에게 맹목적으로 의지한다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강한자에게 빌붙어서 아부하는 것만으로 살아가기에는 판도라는 너무도 가혹하니깐.
하지만 빌붙는 것과 신뢰라는 말은 그 의미가 무척이나 다르다.
몸을 지키며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한다.
짐을 메듯 짊어지는 것이 아닌 서로 등을 맞댈 수 있는 존재.
‘도대체 이런 자식이 왜 죽은 거지? 내 옛날 성격에 내가 죽었으면 죽었지 저 녀석은 살았을 텐데.’
강제로 기억해내 보려고 하니 머리가 지끈지끈 거렸다.
마치 기억해내려는 것을 몸이 거부하는 것처럼.
‘역시 Ex아이템...’
이강호는 일단 잡념을 접고 자이언트 터틀 손질에 집중을 했다.
‘이게 있어야만 수월해진다.’
그가 애써 시간을 써가면서 손질을 하는 이유는 유세현이 예상했던 것처럼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애초에 빌어먹게 큰 거북이의 내장에는 복어와 비슷한 독이 있어서 웬만한 요리사가 아니고서야 조리를 할 수 없다.
그럼 지금 이강호가 원하는 것은?
천적에게서 여태까지 자이언트 터틀을 지켜주었던 가시가 돋아있는 단단한 갑주.
이 등껍질은 웬만한 덩치의 일반인 몸을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컸다.
손잡이만 제대로 만든다면 노멀아이템 중 E랭크까지는 그 무엇조차 뚫을 수 없게 되는 커다란 방패를 얻는 셈.
그리고 이는 스텟 코인과 인원수가 부족한 지금 폭포 너머에 있는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한 것이었다.
‘일단 입구는 발견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들어가고 싶지만.’
아무리 날뛰어도 지치지 않았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자신의 육체는 휴식이 필요했다.
사실 몬스터를 일격에 죽일 수 없었더라면 그도 6시간 연속사냥은 못했을 빈약한 스텟이었으니깐.
그런면에선 초반 힘 코인이 부족하여 일격에 자이언트 터틀을 절명 시키지 못한 유세현은 정말 잘 따라와 준 쪽에 속했다.
‘우선은 이 자식 것도 같이 만들어 두는 게 좋겠군.’
본래라면 직접 하라고 시키거나하지 자신의 성격에 무엇인가를 공짜로 해주는 일은 없다. 또한 공짜를 좋아해서도 안되고.
하지만 지금 자이언트 터틀의 등껍질을 손질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E랭크 F랭크 등급의 무기의 날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노멀 등급에 최하급 F랭크인 참마로는 흠 짓도 가게 할 수 없었으니깐.
‘다듬기 위해선 이 독을 이용해야 하지.’
내장기관을 물에 끓이고 5분이 지나면 색이 변색된다.
거기에 산에서 구할 수 있는 몇몇의 재료를 추가하면 등껍질 물질에만 반응하는 특수한 산성이 생성 된다.
그것을 참마에 바르고 마치 조각을 하듯 잘라내면 훌륭한 천연방패가 완성되는 것.
‘그럼 일단 깨워볼까.’
등껍질의 이물질을 완전히 걸러낸 이강호는 유세현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그의 어깨를 살짝 툭 건드렸다.
“유세현.”
“으헉!!”
순식간에 기상하여 허리춤에 있는 롱소드에 손을 갖다 대기까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유세현은 반응속도는 예상보다도 무척이나 빨랐다.
“무슨 일이야? 뭐가 나타났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할 일이 있어서 잠깐 숲 좀 들어갔다 와야 할 것 같아.”
“숲? 할 일이 있다고?”
“응. 올 때 먹을 것도 구해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
더 이상 아무런 부가 설명 없이 이강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세현은 순간적으로 움찔 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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