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4화 (4/612)
  • 첫번째 튜토리얼(4)

    “시간이 다 됬습니다. 그럼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7일후 뵙도록 하겠습니다.”

    “젠장 기다려! 그 정도는 말해주고 가라고! 이런 개새끼가아아아!!”

    슈웅!

    밝은 빛과 함께 도우미는 모습을 감췄다.

    이제 이 장소에 남은 것이라고는 오직 30명의 대학생들 뿐이었다.

    “이런 씨바아알!”

    이구동성으로 사람들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생각하기도 싫은 괴물이 주위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이제 어떡하지?”

    “젠장 식량! 식량은 있어?”

    어벙한 인원들 속에서도 그나마 빠르게 움직인 것은 그나마 군필자들이었다.

    그들은 펜션내에 먹다 남은 음식 또는 적이 달려들지 못하게 바리게이트용으로 사용할만한 도구들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식량이라고 남은 것은 술과 무기라고 될 것은 빈 술병밖에 없었다.

    애초에 놀러온 것이니 생존 물품이 있을 리가 없는 것.

    “어, 어떡해? 당장 오늘 먹을 게 없는데?”

    “그럼 열매를 구하러가야 되나?”

    “도우미가 독이 들어있는 열매도 있다고 했잖아.”

    “그럼...제일 확실한건은 동물을 잡는 건데...”

    “몬스터가 이 근처에 있을 수도 있잖아!”

    도우미가 사라지고 고작 10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대부분의 인원들은 불안과 초조로 인해 이미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유세현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개 같다는 군대에서 조차 식량만큼은 반드시 지급 되었으니깐.

    ‘식량이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일단 무조건 숲 안으로 들어가야 된다.’

    그는 뛰는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고 최대한 냉정히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버틸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강호와 같이 생존할 수 있을까.

    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육체의 한계가 사라졌다. 코인으로 순식간에 강해질 수 있다. 스킬이 존재한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 도우미가 괜히 설명을 한 것이 아닐 것이다.

    도우미는 의연 중에 말하고 있었다.

    몬스터를 잡고 강해져서 쟁취하라.

    문제는 유세현도 고블린을 혼자 잡을 수 있을만한 자신감이 없다는 것.

    ‘너무 빠르다.’

    마구잡이식으로 휘두른다면 공격을 성공시키진 못하더라도 어찌어찌 시간을 끌 수 있다.

    문제는 그사이에 둘러싸 덮쳐야 된다는 것인데 어떻게든 식량만 구해보려는 반 대부분의 아이들은 상태를 보니 자신의 의견에 동참해줄지가 문제였다.

    아니 애초에 숲에 같이 들어가려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그래도 일단은 한번 말해봐야겠다.’

    생각을 정리한 유세현은 한껏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과대와 선배들에게 다가갔다.

    “그럼 숲은 남자들이 들어가는 걸로?”

    “그건 너무 불공평한 것 같은데? 몬스터를 조우하기라도 하면?”

    “그럼 섞어서 가는 건 어떨까?”

    “어떻게? 4:2의 비율로?”

    “나쁘진 않은 거 같은데.”

    다행이도 이미 숲에 들어간다는 내용은 논제에 나온 상태.

    ‘잘하면 일이 훨씬 수월해질지도 있겠군.’

    유세현은 조심스럽게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저 이용석 과대님.”

    “응. 그럼 그 아까 잘 싸웠던 2학년 이강호를 포함해서 4:2로 비율로 조를 짜 숲을 조사하는 걸로...”

    “저 이용석 과대님?”

    “결정...응? 넌 뭔데?”

    유세현이 말하자 이용석이 대뜸 그를 매서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민감한 상황인 지금 그들만의 토의가 방해 받은 게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모양.

    하지만 아무리 험악한 분위기라도 억압되어 말을 안 할 수 는 없었다.

    “저 과대님 숲을 탐사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지금 이 장소에 계속 있겠다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습니다.”

    “뭐? 너 누구야? 누군데 껴들어? 몇 학번이야?”

    “11학번 3학년인데요...”

    “...복학생이냐? 그런데 여기에 계속 있는 게 좋지 않은 것 같다고? 그럼 왜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나 한 번 말해 봐라.”

    1~2학년 이었더라면 단번에 고함을 지를 기세였던 이용석은 자신과 같은 학년이자 잠시 물러나는 태세를 보였다.

    휴학을 한 번하여 같은 학년이 된 게 자랑은 아니었으니깐.

    아무쪼록 유세현은 과대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 그 건에 대한 건데. 이 펜션...과대님이 보기에도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응? 작위?”

    유세현의 말에 듣고 있던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세현은 재빨리 이해하기 쉽게 말을 덧붙였다.

    “주위 환경과는 너무 동떨어진 거 같아서요.”

    그렇다. 이곳은 동서남북 너나 할 것 없이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져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곳만 텅 빈 공터라는 것이다.

    물론 펜션이 이동해왔으니 당연한 것이라고 반박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럼에도 한 구루도 심어져있지 않는 나무와 이질척질척한 땅은 그의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하하하! 그거야 당연히 이 펜션이 이동해왔으니 그렇겠지.”

    “그럼 애초에 이동한 거 자체가 비정상적인데.”

    역시나 우려한데로 그들은 자신의 말을 제대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

    “장난치는 게 아닙니다. 나무 한 그루 심어져있지 않는 건 좀 이상하잖아요!”

    “상공에서 지켜보는 도우미가 사람들 보기 힘들어서 벌목이라도 했나보지!”

    “하하하!”

    “깔깔깔!”

    선배가 말하는 아저씨 개그에 펜션에 앉아 쉬고 있던 남녀 학생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칙칙한 분위기를 누그러트리기 위한 것이라곤 하나 세상에서 정말 위험한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농담이라니.

    유세현은 입을 악물었다.

    공터에 분리된 펜션하나가 떡하니 놓여져 있다.

    도우미는 병장기처럼 회수해 가지도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무 이상하지 않는가.

    물론 자신의 이런 생각이 지나친 우려일 수 도 있다.

    그러나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도 찜찜했다.

    ‘젠장. 내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충 옆에서 대화를 들어보니 그들은 비상한 능력을 보여준 강호를 숲 탐사에 부려먹으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이강호였다.

    무력을 보여준 강호의 발언은 자신 보다도 훨씬 잘 먹힐 테니.

    유세현은 공간 확보를 위해 구석에 몰아놓은 배낭 가방을 뒤적이고 있는 이강호를 흘겼다.

    대충 꼴을 보니 자신의 가방을 못 찾는 모양이었다.

    ‘뭔가 많이 바뀐 것 같긴 한데.’

    허당 같은 지금의 모습을 보니 또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아무튼 지금 이 상황을 반전시켜줄 애는 강호밖에 없다.’

    유세현은 이강호를 향해 순식간에 다가간 뒤 내팽겨쳐져 있는 그의 가방을 불쑥 집어 들었다.

    “야! 아까 같은 패기는 어디가고 왜 가방이랑 씨름을 쳐하고 있냐?”

    “아...찾아줘서 고맙다.”

    이강호는 고맙다는 말과는 사뭇 다르게 가방을 낚아채듯 가져갔다.

    “그나저나 할 말이 있어.”

    “할말? 오래는 못해.”

    “짜식. 이 상황에 비싼 척은. 잠깐이면 돼.”

    유세현이 손짓하자 이강호는 가방을 등에 맨 뒤 밖으로 향했다.

    “할 말이 뭔데?”

    “우선 너도 알아둬야 될 거 같아서 말해두는 건데. 현재 우리가 닥친 상황이...”

    유세현은 펜션의 이야기도 포함하여 현재 닥친 상황과 그로 인해 반드시 해야 될 것이라 생각되는 일들을 정말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어찌나 핵심을 잘 찌르는지 듣고 있던 이강호 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

    ‘이 자식. 생각이 깊다. 이 정도로 해야 할 일을 확실히 알고 있다면 정말 웬만큼 재수가 없거나 몸치가 아니면 튜토리얼에서 죽었을리가 없는데...’

    이강호는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떠올렸다.

    ‘어...어?’

    그런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떠한 몬스터가 나오고 어떻게 통과해야 되는지 과정과 결과를 전부 알고 있음에도 머릿속에서 유세현이 기억나지 않았다.

    ‘이거...설마? 결손 된 기억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동반 입대하여 군대에서 같이 받은 훈련이 기억이 나는데 튜토리얼때의 그가 기억나지 않는다.

    또한 그러고 보니 학과 애들도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

    ‘중요한 기억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는데. 그게 유세현에 대한 건가?’

    이게 중요한 기억이란 말인가. 도대체 유세현의 무엇이.

    정보도 없고 기억이 나지 않으니 아무런 감정도 이입이 되지 않는다.

    ‘후우...잊어버린 건 어쩔 수 없다.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뿐.’

    이강호는 이만 생각을 접고 진지한 얼굴로 말하고 있는 유세현을 향해 답했다.

    “그러니깐 너는 내가 선배들을 설득해 줬으면 하는 거지?”

    “그렇지. 아무리 봐도 여기는 뭔가 좀 이상하거든.”

    유세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곳에 계속 있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고블린들이 습격 하긴 하지.’

    정확히는 숲을 돌아다니던 고블린이 이질적인 냄새를 맡고 찾아오게 되는 과정에서 전투가 발생한다.

    유세현이 포함된 기억이니 만큼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첫날밤에만 숫자가 절반 정도로 줄 은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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