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3화 (3/612)
  • 첫번째 튜토리얼(3)

    “주, 주희야!”

    “김주희!”

    곳곳에서 그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허나 그 누구도 쉽사리 김주희에게 접근하진 못했다.

    지금 다가가다면 같이 몬스터의 피를 뒤집어 쓰는 셈이 되어버리니깐.

    “욱!”

    “우웩...우웨엑.”

    몇몇의 비위가 약한 3명의 여학생들이 제자리에서 헛구역질을 해댔다.

    도우미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가 상황을 정리하듯 박수를 쳤다.

    “대단하시군요. 최소 4명은 죽을 거라 예상했는데.”

    기계같은 어조는 이제 그렇다 쳐도 그가 내뱉은 말은 정말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최소 4명이 죽었을 것이라니.

    ‘아니, 죽었을거야.’

    이강호가 없었다면 틀림없이 죽었다.

    뿐만 아니라 운이 나빴더라면 4명뿐만이 아니라 더 많을 사람이 죽었을 수 도 있다.

    유세현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것은 애들 장난이 아니다.

    기계적 어조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도우미의 말에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유세현은 하나뿐인 생명줄이 되어줄 롱소드를 꽉 쥐고 이어지는 도우미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여러분 이제 죽은 고블린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무엇인가가 떨어져있을 겁니다.”

    도우미의 말에 모두의 이목이 고블린에게 쏠렸다.

    그의 말마 따라 쓰러진 몸통 위에 반짝거리는 무엇인가가 존재했다.

    “저것은 코인입니다. 고블린을 잡은 남성분은 시체 앞으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지시대로 이강호가 시체의 앞에 가 서자 도우미가 한팔을 치켜세웠다.

    곧 그의 손에 반응이라도 하듯 붉은 빛을 내는 정육각형의 물체가 하늘로 떠올랐다.

    “붉게 빛이 나는 군요. 이건은 힘의 코인입니다. 흡수하게 되면 힘의 랭크 숙련도를 올리 수 있게 되죠. 그럼 우선 다들 스테이터스 창이라고 외쳐주시기 바랍니다.”

    “스테이터스창?”

    의문문으로 외쳤을 뿐인데 유세현의 왼쪽 눈앞에 알 수 없는 창 하나가 나타났다.

    이름: [유세현]

    성별: [남]

    나이: [25]

    키: [181cm]

    체중: [75kg]

    <주요스텟>

    힘: 10% [F Rank]

    민첩: 9% [F Rank]

    체력: 10% [F Rank]

    내구력: 10% [F Rank]

    마력: 0% [None Find]

    <저항력>

    물리저항: 1% [F Rank]

    마력저항: 0% [None Find]

    <속성저항>

    화: 3% [F Rank]

    수: 3% [F Rank]

    <스킬>

    [None Find]

    “이건?”

    게임을 한번이라도 해본 남자들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예. 맞습니다. 지금 보시고 계신 건 당신들의 육체의 랭크입니다. 원래라면 여러분들의 언어로 웬만한 하드트레이닝을 해도 1%를 올리기 힘들죠. 하지만 그것을 쉽게 극복하게 해주는 것이 이 코인입니다.”

    도우미가 다시 한 번 손을 휘젓자 붉은색을 띄고 있던 정육각형의 코인이 이강호에게 가슴속으로 사라졌다.

    “남성분 변화가 있었습니까.”

    “힘이라고 적혀있는 퍼센트가 5% 올랐다.”

    “코인을 흡수하셔서 그렇습니다. 또한 지금 5%의 수치는 시작의 길에서 처음 잡으신 몬스터임으로 특전이 부가 된 것입니다.”

    한사람의 생명을 위태하게 만들면서까지 한 설명이었지만 의미하는 바는 무척이나 단순했다.

    코인을 먹으면 강해진다.

    도우미는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

    “힘의 코인은 붉은색. 민첩의 코인은 푸른색. 각 띄는 색깔 마다 올라가는 것은 다릅니다만 그 정도는 여러분들이 경험해나가며 알아서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만 다음으로 넘어가 스킬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스킬?”

    도우미의 말에 기절한 김주희를 제외하고 모두가 스테이터스 창의 맨 밑을 살폈다.

    [None Find]

    분명 가지고 있는 스킬이 하나도 없다는 뜻일 것이다.

    “스킬은 몬스터를 잡으면 나오는 스킬코인을 흡수하게 되시면 얻으실 수 있습니다. 확률은 무작위. 흡수하는 방법은 코인을 잡은 뒤 사용하겠다. 혹은 먹겠다 등의 능력을 얻겠다는 의지만 가지고 계시면 됩니다. 그럼 이번에는 남성분이 직접 흡수해주시기 바랍니다.”

    도우미가 손을 다시 한 번 들어 올리자 이번에는 육각형으로 되어있던 스텟 코인과는 다르게 정사각형 모양의 스킬 코인이 푸르슴한 빛을 발산하며 고블린의 시체에서 두둥실 떠올랐다.

    이강호은 그 영롱한 빛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매직 등급의 스킬코인이다.’

    판도라 세계에서의 스킬은 메인코어가 되는 색깔과 그 색깔을 좀 더 세분화 시킨 알파벳 랭크로 나뉘어져있다.

    일반적으로 흔히 나오는 노멀이 회색. 그 다음 단계인 매직이 푸른색. 레어가 보라색. 유니크가 주황색. 레전더리가 남색. 그리고 마지막으론 최후의 영웅이었던 자신조차도 얻지 못했었던 에픽 등급이 황금색이다.

    ‘고블린에게서 나올 수 있는 매직 스킬이라...엑셀인가?’

    이강호는 정보를 토대로 나온 스킬을 예상하며 스킬코인을 집어들었다.

    스킬명: 엑셀

    등급 :매직 [C Rank]

    사용능력: 순간가속

    소비마력: 50

    ‘역시!’

    하위에서 2번째 등급인 매직 스킬.

    등급으로만 따지자면 별볼일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스킬코인이 몬스터의 특성을 살려 가져오는 것이니 만큼 잘 안 나오는 탓이다.

    그런데 비록 지금은 강하다지만 얼마안가 쓰레기가 될 고블린 열화판에게서 매직스킬이 나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100마리를 잡아봐야 얻게 되는 것이라고는 피부를 조금 질기게 만들어주는 [경피부]라는 노멀 E랭크 스킬을 얻는 게 고작.

    우연찮게 누가 잡아버리기 전 먼저 움직인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흡수”

    능력치가 갑자기 낮아지는 바람에 아직까지는 모든 게 어색하다.

    그런데 그런 빈약해진 육체를 조금이라도 보조를 해줄 수 있는 효율 좋은 매직 스킬은 앞으로 바쁘게 움지여야 될 이강호에게 있어서는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흡수는 끝마친 것 같군요. 그럼 곧바로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도우미는 그가 스킬을 시연해볼 시간조차 주지 않고 곧바로 진행을 이어갔다.

    “꿀꺽.”

    과대를 포함안 사람들은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설명을 위한 고블린도 이토록 무섭고 강했는데 다음단계는 어떤 공포가 도사리고 있을까. 살수는 있는 것인가.

    그들의 대부분이 한없이 의미 없는 불안감에 닥쳐 있을 때 기절했던 김주희가 몸을 부르르 떨며 일어났다.

    “어..어...여긴...”

    “주희야!”

    “무슨일이...아...”

    혼잣말을 내뱉던 그녀는 이윽고 죽어있는 고블린 시체를 보고서는 살아있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마냥 손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더듬었다.

    “저기 선배가 너 물어뜯기 전에 살려주셨어.”

    “선배?”

    “응. 그...이강호 선배였던가?”

    “아...”

    김주희는 어제 치근덕거리며 흑기사를 자처하던 이강호를 쳐다봤다.

    그의 참마에는 시퍼런 푸른피가 묻어있었다.

    “저, 저 선배님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됐어. 괜찮아.”

    예전의 그였더라면 잔뜩 좋아하며 환하게 웃어주었겠지만 애초에 그에게 있어서는 20년도 더 지난 기억.

    스킬을 얻은 이강호는 별 의미 없는 손짓만을 한 뒤 도우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주희는 달랐다.

    ‘이 선배를 잡아야 돼.’

    기절에서 깨어나면서 그녀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곳에서 자신이 살기위해서는 강한자에게 들러붙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정말 알맞게도 자신을 좋아해 술에 절여지기 까지 했었던 남자는 정말 강했다.

    얼굴은 별로 취향이 아니었지만 잘만 구슬려 목 끈만 잘 쥐어 잡는다면 이곳에서 만큼은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또한 나중에라도 행여나 더 강한남자를 찾게 되면 갈아타면 그만이다.

    ‘난 어떻게든 살아 남을 거야. 그리고 반드시 좋은 남자를 만나서 행복해지겠어.’

    그 후부터 그녀는 마치 자신을 챙기라고 눈치를 주듯 이강호의 옆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 * *

    “다음은 무척이나 간단합니다. 일주일을 버텨주시기 바랍니다. 이곳에 있던 숲을 가던, 어디를 가던 살아만 있으면 상관없습니다.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럼 딱 1분만 궁금한 한 질문을 받겠습니다. 단 현재 진행하는 내용과 벗어난 이야기는 안 됩니다.”

    내용설명을 다 마친 도우미가 주위를 한 번 흘겼다.

    아직 생각이 미처 정리되지 않은 탓인지 아무도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기야 누가 이런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에서 질문을 생각하여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만약 유용한 질문이 가능하다면 질문을 하는 자는 정말 가능성이 있는 자였다.

    “저기...그...도우미님?”

    “편하게 도우미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말씀하십시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유세현이 손을 들고 있었다.

    이미 튜토리얼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이강호는 흥미로운 얼굴로 상황을 지켜봤다.

    “그럼 편하게 부르겠습니다. 도우미씨 일주일을 버티라고 하셨는데 식량 조달은 어떻게 해야 하죠?”

    “숲에 열매가 있습니다. 또한 여러분들께서도 잘 알고 있는 동물도 서식하고 있습니다.”

    “오...그럼 외형이 비슷한 건 저희가 알고 있는 동물이라고 자부해도 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몬스터들은 외형과 그 크기가 동물과는 많이 다릅니다.”

    “흠. 그렇군요. 그럼 다음 질문. 나무에 걸려있는 열매 중 먹으면 죽는 것도 있나요?”

    유세현은 1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빠르고 침착하게 생존에 관한 것들을 하나하나 물어보고 있었다.

    미래에서 정보를 외워온 자신과 달리 맨땅에 헤딩을 할 때 정말 유용하다 할 수 있을만한 것들.

    ‘하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게 있지.’

    그러나 이강호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미래의 기억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만한 자들은 100%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자신이 회귀한 것을 알려주었다가 만약 악인에게 정보가 넘어가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온갖 날파리와 타종족들의 암살자들이 꼬이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무리 15년 친우라지만 유세현도 아웃이었다.

    지금은 30명밖에 되지 않아 훈훈할지언정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유입되는 2단계부터는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온갖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니깐.

    “질문시간 10초 남았습니다.”

    “아! 그럼 마지막 질문. 방금 상대했던 몬스터 또는 그와 비슷한 게 이 주변에도 있나요?”

    “......”

    유세현의 마지막 질문에 안 그래도 싸늘하던 학과 학생들의 분위기가 더욱 얼어붙었다.

    생각하기도 싫은, 하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정보.

    잠시 입을 굳게 닫았던 도우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예. 있습니다.”

    “...!!”

    모두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수가 얼마나! 그 수가 얼마나 되지!”

    과대 이용석이 시간이 끝날세라 다급히 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도우미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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