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화 : 재회
(210/210)
210화 : 재회
(210/210)
210화 : 재회
2022.11.02.
쿨럭! 쿨럭!
느닷없이 나온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이, 이 무슨? 쿨럭!!”
중년인이 순식간에 사색이 된 얼굴을 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험악한 표정으로 진천우를 올려다보았다.
날 그렇게 내려다보지 마라!
“네놈! 쿨럭! 내가 무슨 짓을!!”
“딱히.”
“뭐?”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쿨럭! 어디 그런 거짓말을!”
“정말이야.”
진천우가 잠시 망설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난 정말 이번 일과는 무관하다.”
“헛소리! 쿨럭!”
중년인이 피 섞인 기침을 토하며 소리쳤다.
저놈이다!
저놈이 아니고서야 누가 감히 내게!
독인가? 진법? 그게 아니면 또 나 모르게 경계의 힘을 빼앗아 역공한 건가?
허나 아무리 제 몸과 주위를 살펴도 독에 중독된 증상도, 따로 설치된 진법도, 심지어 경계의 힘을 빼앗긴 낌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왜?
“쿨럭!!”
주르륵!
이처럼 피가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거지?
‘잠깐, 나는?’
드디어 중년인이 답을 찾았다.
이 상황에 저놈이 거짓을 말할 리 없었다.
그렇다면, 정말 저놈이 아니란 건가?
그럼 누가!
“……그놈이군!”
“…….”
진천우는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이상한 일이었다.
‘천마, 그가 굳이 저자의 몸을 뺏을 이유가 없었지.’
원래는 가짜 천마의 몸을 빼앗다가 우연히 중년인에게 흡수되었다고 했나?
그렇다고 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천마였다.
천상천하유아독존, 절대무적의 존재.
그런 천마가 제 몸을 버리고 다른 이의 몸을 빼앗았다?
애초에 그럴 필요는 없었다.
설령 피치 못하게 몸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 해도 그랬다.
진천우는 천마가 하마터면 등선할 뻔했단 걸 알지 못했지만, 그걸 알았다고 해도 천마라면 가벼운 코웃음과 함께 그 상황을 뒤집고 제 몸을 지켰으리라 확신했을 것이다.
그런 천마가 제 것 아닌 남의 몸을 차지한다?
뭐하러?
굳이, 정말 굳이 이유를 찾으라면 하나뿐이었다.
‘모든 걸 마무리 짓기 위해.’
아마 자신처럼, 그러나 자신보다 더 대담하게.
천마는 가짜 천마를 통해, 경계와 이어진 중년인의 힘의 연결을 끊으려 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중년인이 가짜 천마를 삼켰다.
-잘됐군!
그 순간, 천마가 지었을 비릿한 미소가 절로 그려졌다.
“그, 그런!!”
중년인이 드디어 진상을 깨닫고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 순간에도 그가 지닌 경계와의 연결이 빠르게 끊어졌다.
모두 한 사람, 아니 한 존재 때문이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진천우를 경계했다고?
아니, 그가 진정으로 경계해야 할 존재는 따로 있었다.
“뭐, 설령 바로 그를 경계했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그런! 그런! 그런 말도 안 되는!!”
중년인이 악을 쓰며, 끊어져 가는 경계와의 연결을 억지로 붙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뭐,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
진상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노력을 기울자, 그만큼 연결이 끊어지는 속도가 확연히 줄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연결이 끊어진 뒤였고.
무엇보다 진천우가 그것을 가만히 지켜볼 리 만무했다.
슥!
그가 천천히 한 손을 들었다.
“이럴 순 없다! 이럴 순 없다고!!”
중년인은 여전히 경계와 연결을 붙잡는 데 정신이 없었다.
그는 연신 같은 소리만 지르며 점차 얼굴이 어두워졌다.
바로 눈앞의 진천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 쓸 겨를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그는 이미 끝났다.’
“이럴 순!!”
휙!
그 순간, 진천우의 손이 빠르게 아래로 떨어졌고, 곧바로 커다란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그 머리가 바닥에 구르는 순간부터 중년인과 끊어졌던 경계의 연결이 빠르게 남은 권한자와 연결되었다.
그와 동시에 진천우의 눈앞에 푸른 현판이 나타났다.
[(예 / 아니오)]
무언가에 대한 선택.
그는 망설이지 않고 한 손을 들었다.
[예]
선택이 끝난 직후.
쿠구구궁!!
갑자기 땅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무슨?”
“이건?!”
현석과 무진이 심상치 않은 진동에 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중 가장 먼저 사태를 파악한 건 소천마였다.
“이곳 전체가 무너진다! 당장 빠져나가야 해!!”
그녀의 외침과 함께 진천우가 소리쳤다.
“저쪽으로!”
사실 소리칠 필요가 없었다.
그가 막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과 정확히 같은 방향으로 각자가 지닌 신물들이 빛을 발하며 가리켰으니까.
무진이 가진 신검과 현석이 가진 마도, 마지막으로 소천마가 가진 천이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 외에 독접과 목각인형, 흑염룡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누가 봐도 저쪽에 탈출구가 있다는 뜻.
팟!
세 사람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그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잠깐, 세 사람?
“진천우!!”
“소가주님!”
“진 공자!”
셋은 자신들과 정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리는 자를 향해 동시에 소리쳤다.
이들 모두 급히 방향을 틀려 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 바로 경계의 힘이 그들을 강제로 탈출구로 밀어냈다.
-한 명, 같이 데려가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진천우의 아비가 아직 근방에 있었다.
-네놈도 여기서 나가는 거겠지?
소천마가 그 즉시 전음을 보냈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떨어지는 통에, 미처 상대에게 전음이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탈출구로 완전히 날아가기 직전, 진천우가 확실히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았다.
아마 그걸 보지 못했다면 소천마는 사정이 어떻든 곧바로 몸을 돌렸을 게 분명했다.
‘꼭 무사히 나와야 할 거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절대 가만 두지 않을 테니까.
그녀는 곧바로 탈출구로 몸을 날렸다.
* * *
쿠구구궁! 쾅!!
땅이 흔들리고 하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 한 가운데 서 있는 한 사람.
그 앞에 또 다른 이가 나타났다.
“여기 계셨습니까?”
“천우야!”
진씨세가의 가주가 정말 오랜만에 아들과 조우했다.
“뭐 하십니까!”
하지만 진심으로 기뻐하는 아비와 달리, 아들의 표정은 상당히 날카로웠다.
그럴 수밖에.
이곳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사지다.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몇 번이나 현판을 확인했다.
경계의 권한을 얻은 뒤부터 타이쿤은 그에게 경계 안의 모든 정보를 속속들이 알려주었다.
여기 들어온 다른 이들은 모두 밖으로 나갔다.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들, 눈앞의 보물에 욕심을 부리고 바로 나가지 않는 이들도 있었지만, 모두 경계의 힘으로 강제로 내쫓았다.
그러나 단 한 사람.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경계의 힘마저 흘려버리는 이가 있었다.
바로 진가의 가주였다.
그가 먼저 나갔으면, 진천우도 무리하지 않고 뒤따라 나갔을 거다.
“일단 당장 여기서 나가죠!”
더 화내고 싶지만,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화풀이는 나가고 난 뒤에……. 그런데 아비의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뭐 하는 겁니까!”
“잠깐, 잠깐만!”
“시간이 없습니다!”
“안다. 알지만, 이건 지금 당장 꼭 해야 해!”
“그 무슨!!”
진천우가 잔뜩 성을 내며 아비를 노려보았다.
‘도대체 무얼 하길래?’
진 가주는 바닥의 진법도를 깔고 뭔가를 자꾸 만지작거렸다.
진법도에 경계의 힘이 서려 있었다.
가만, 그런데 어떻게 아비가 경계의 힘을 다루는 거지?
“네 눈에도 푸른 현판이 보이겠구나.”
“타이쿤을 알고 계십니까?”
“아주 오래전에 그걸 사용했었지.”
그랬다.
아비는 타이쿤의 전대 사용자였다.
그제야 그가 지닌 이상한 힘, 괴상한 물건들이 모두 설명되었다.
“허나 당장 그것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 없구나. 서둘러 너도 돕거라.”
“도대체 뭘 도우라는 겁니까.”
진천우는 한시바삐 아비를 밖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진 가주의 진지한 표정에 어쩔 수 없이 진법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
그 직후, 곧바로 아비의 의도를 이해했다.
‘왜 이 위험한 곳에 계속 머무르시나 했더니.’
이건 정말 지금 아니면 할 수 없고, 또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지만, 정말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할 수 있다. 네가 도와주면 할 수 있다. 아니, 무조건 해야 한다.”
꿀꺽!
진천우가 긴장한 얼굴로 침을 삼켰다.
콰르르릉!!
이 와중에도 경계는 계속 무너져 내렸다.
시간이 촉박하다.
“휴!”
짧은 고민 끝에 진천우가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두 부자의 마지막 작업이 시작되었다.
* * *
경계가 무너지고 삼 년이 흘렀다.
삼 년 전 그날, 천하를 삼분하는 맹, 교, 련 심지어 천하 위에 선 황실조차 아주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그런 것에 비해 그 여파는 매우 극미했다.
하마터면 천하가 뒤집힐지도 모를 위기였던 것에 비해 피해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었고, 종국에는 경계 자체가 무너져 내린 덕분이다.
네 세력은 이후 철저하게 경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은폐했다.
굳이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퍼트려 천하를 혼란케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 일이 완전히 잊혀진 건 또 아니었다.
네 세력은 경계가 무너진 뒤에도 몇 차례나 파견대를 보내 경계를 조사했다.
때로는 남몰래 자체적으로, 때로는 두셋 이상의 세력이 손을 잡고 대대적으로.
특히나 맹, 련, 교 위의 세 세력이 공공연히 손을 잡고 파견대를 보낸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모두가 삼 년 사이 세 세력의 세력 구도가 크게 바뀐 데 있었다.
먼저 교는 사라진 천마 대신 소천마가 새로운 교주로 임명되었다.
련에서 련주는 그대로 련주였지만, 모든 대소사는 그의 제자 현석이 맡았다.
맹 또한 사정이 비슷해서 맹주가 피해의 책임을 지고 은거를 택했고, 그 자리를 맹의 최고위 책사진과 백룡대주가 맡았다.
그 와중에 가장 크게 득세한 건 경계 안으로 직접 들어간 젊은이들.
특히 무진은 천하 삼대고수인 검선의 제자임이 밝혀지며 정파 신진세력의 수장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각 세력의 세 수장 격이 모두 특별한 인연을 지녔다.
당연히 이들의 연대 또한 세력을 넘어 특출하게 견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경계할 수 없는 소식이 천하에 널리 퍼졌다.
새로운 교주, 련주의 제자, 검선의 제자. 이들 셋이 한날한시에 자신의 거처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는 믿기 힘든 소식.
곧바로 세 세력은 암살 혹은 실종에 무게를 두고 대대적으로 사람을 풀어놓기에 이르렀다.
* * *
“지금쯤 난리가 났겠군요.”
“신경 쓰이면 돌아가지?”
“그건 아닙니다.”
세간에서 실종됐다고 알려져 있는 무진과 소천마가 실랑이를 벌였다.
그리고 그들 뒤를 현석이 입을 굳게 닫은 채 따라다녔다.
“…….”
그는 뭔가 생각에 잠긴 듯 시종일관 침묵했다.
왁자지껄.
지금 셋이 있는 장소는 저잣거리 한가운데.
누구도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다.
설마 이들이 이런 시장 바닥에 나타날 거라 생각지 못한 점도 있지만, 셋 모두 감쪽같이 변장한 상태였다.
누가 보더라도 소천마는 평범한 아낙에, 무진은 술꾼, 현석은 덩치 큰 산적으로 보였다.
그나저나 이들 셋은 왜 한날한시에 사라진 걸까?
그건 삼 년 전 사라진 누군가, 그리고 어느 한 가문과 관련돼 있었다.
-진씨세가가 사라졌다.
놀라운 소식이었다.
경계가 무너진 직후, 진씨세가는 더 이상 변방의 이름 모를 가문이 아니었다.
필시 경계와 아주 깊게 관련된 신비 가문.
그게 맹, 련, 교, 황실의 주된 생각이었다.
어딘가는 교섭과 거래를, 또 어딘가는 장기적인 연구를, 또 다른 곳은 힘으로 강제해서라도 경계에 대한 비밀을 실토시키려 했다.
적어도 네 세력의 협의가 끝나면, 아니 끝나기 전에 언제라도 일이 벌어지려던 찰나!
예의주시하던 바로 그 가문이 느닷없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사람은 물론이고 건물, 땅 세간까지 무엇 하나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게다가 주위 이웃들조차 이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전혀 목격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한 가문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네 세력은 이 또한 경계의 신기한 힘의 소행이다, 그게 아니라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가문이다 등으로 소란을 피웠다.
허나 그들이 무엇을 하든 분명한 건, 진씨세가는 경계가 무너진 그날 함께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정말 여기 어딘가 있다고?”
“……그럴 것 같습니다.”
소천마의 날 선 질문에 현석이 짧게 답했다.
그는 겉으로는 침착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진씨세가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크게 흥분한 현석이었다.
당연했다.
자신은 분명 진가의 식솔일진데, 어째서 난 데려가지 않은 건가!
그러나 그는 그 이상 절망하지 않았다.
‘분명 날 찾으러 올 거다.’
아무렴 소가주가 자신을 버릴 리 없다.
현석은 믿고 또 믿었다.
그리고 얼마 뒤, 왜 진천우가 자신을 놔두고 갔는지 이해했다.
이미 현석은 련의 수뇌가 되었다.
천하를 삼분하는 거대한 세력의 머리.
막대한 권력과 힘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니 진천우는.
-잘 부탁한다.
필시 자신에게 뒤처리를 맡긴 것일 테지.
그렇게 믿고, 그는 남몰래 소천마와 무진과 손잡고서 경계에 관한 모든 것, 특히 진씨세가에 대해 완벽히 지워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완벽히 지운 그날, 반응이 왔다.
-가야 한다.
어디로?
모른다.
그저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느낌만 들었다.
이에 현석은 급히 달려갔고,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지 몰라 항상 현석을 감시하던 소천마와 무진이 그 뒤를 따랐다.
“정말 이런 곳에 진 공자가 있단 건가?”
무진이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와글와글!
꽤 활기찬 시장 바닥.
듣기로 보름 만에 열리는 인근에서 가장 큰 장이라던가?
그렇다 해도 근방에 연 가게는 열 곳에 불과하고, 좌판까지 합쳐도 스무 곳이 못 된다.
겨우 이런 초라한 저잣거리에 과연 진천우가 있을까?
“그건 찾아봐야 아는 거겠지.”
“휴! 그렇겠지. 난 일단 근방 객잔과 대장간에 들러보겠네.”
그리 말하며 무진은 지극히 무인이 들를 장소를 찾아 일행에게서 떨어졌다.
“전 이 근처를 좀 더 찾아보겠습니다.”
“난 배부터 채워야겠어.”
남은 현석과 소천마도 그리 말하며 각자 따로 움직이는 듯싶었는데.
“왜 따라오십니까?”
“네놈이 내 앞을 가는 거겠지.”
“…….”
소천마는 현석의 뒤를 따랐다.
현석은 그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슬쩍 자리를 비켜주었다.
어디 이러고도 따라올까?
“굳이 비켜준다면 나야 고맙지.”
휙!
그러자 그녀는 정말 현석을 지나쳐 앞으로 나아갔다.
그 행동에 잠시 멍해져 있던 현석은 뒤늦게 소천마가 가려는 장소를 보고 아차 싶어 급히 걸음을 옮겼다.
털썩!
소천마가 시장 한 구석, 좌판에 걸쳐 앉았다.
거기서는 바닥에 철판을 깔고 뭔가를 굽고 있었다.
여기서 파는 건 단 하나.
그녀가 자글자글 기름이 튀는 걸 가만히 지켜보다 천천히 입을 뗐다.
“여기 붕어구이 하나.”
“자, 잠깐 나도!!”
뒤늦게 현석이 그걸 보고 옆으로 끼어들었다.
“하!”
붕어구이 장사꾼이 모처럼만에 찾아온 손님을 보고 탄성을 지었다.
그러더니 곧 반가운 면면을 향해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오랜만입니다.”
“미친놈! 하도 많은 것 중 하필 붕어구이 따위나 팔고 있냐? 이거 팔아서 뭐하려고?”
“뭐하긴요. 장사지요.”
“허! 그래, 어디 천하제일의 장사꾼이나 되려고? 붕어구이를 팔아서?”
“못할 건 없지요.”
“허허!”
소천마는 실소를 터트렸지만, 현석은 옆에서 붕어랑 원수라도 진 양, 철판 위의 붕어구이를 빠르게 해치웠다.
꿀꺽꿀꺽!
딱!
진천우가 무슨 붕어구이를 물처럼 마시는 현석의 머리를 가볍게 내려쳤다.
“이 녀석아, 장사할 물건을 네놈이 다 먹어치우면 어쩌자는 거냐?”
“앗! 까짓 거, 제가 여기 붕어 다 사면 되는 거 아닙니까!”
현석은 자신도 이제 제법 컸다며, 감히 주인에게 대꾸했다.
그러자 진천우가 아주 웃기는 놈을 봤다는 표정을 짓더니, 녀석과 소천마를 번갈아보며 입을 뗐다.
“둘 다 할 것 없으면 같이 붕어나 구우시지요?”
그야말로 엉뚱한 제안.
허나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던 둘은 그 제안을 받자마자 바로 몸을 일으켰다.
“쯧!”
“알겠습니다!”
그렇게 진씨세가는 마지막 진가의 인원을 챙긴 채, 다시 세상에서 사라졌다.
<천하제일 타이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