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화 : 천마전 (6)
(209/210)
209화 : 천마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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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화 : 천마전 (6)
2022.10.31.
고오오!
폭팔의 여파로 자욱한 연기가 사방에 피어올랐다.
그 한가운데에서 진천우가 신기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았다.
‘진짜 이게 되다니.’
타이쿤이 세 신수의 힘을 하나로 합친다고 할 때, 사실 그는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는 타이쿤을 믿고 망설임 없이 ‘네’를 눌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소천마의 흑염룡과 현석의 목각인형이 자신에게 깃들었다.
‘타이쿤이 그간 나와 저 둘을 이따금 동일시한 게 이것 때문이었나?’
소천마는 자신과 몸의 절반을 나눴기에, 때때로 타이쿤에게 사용자라 불렸다.
그리고 현석은 아예 그의 하위에 속했다.
“어떻게?”
소천마가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자신이 간신히 만든 흑염룡을 진천우가 사용한 걸 보고 크게 놀랐다.
“소가주님!”
현석도 왔다.
그는 목각인형이 어쩌든 상관 않고, 그저 다시 제 주인을 만났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소천마에게는 상세한 설명이 필요했고, 현석에게는 오랫동안 나누지 못한 대화가 필요했다.
허나 진천우는 둘 중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핏!
“읍!”
급히 손을 앞으로 뻗었다.
뭔가가 날아왔고, 간신히 그것을 옆으로 비껴냈다.
주륵!
비껴낸 공격이 진천우의 손과 뺨을 벴다.
엄청난 예기.
만약 이것을 비껴내지 못했다면…… 더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역시…… 살아남았습니까?”
“제법이었다.”
저벅저벅.
천마가 흙먼지를 걷히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만한 폭발이 있었는데도 너무나 멀쩡했다.
지독하고 지독한 존재.
“인정하지.”
천마가 그리 말하며 양손을 모았다.
우우웅!
그는 곧바로 양손에 천마신공을 피워 올리며 말했다.
“확실히 제법 재밌었다. 그러니 이만 죽어라!”
쾅!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천마의 손이 제 쪽으로 뻗어 있었다.
“안 피하고 뭐 하는 거냐!”
공격을 간신히 막은 소천마가 길길이 성을 내며 진천우에게 소리쳤다.
그 직후, 천마가 다른 손을 뻗어 소천마를 밀어냈다.
그리고 다시 진천우를 노렸다.
콰쾅!
이번에는 현석이 그 공격을 막아주었다.
“피하십시오!”
현석이 힘겹게 천마의 공격을 막으며 소리쳤다.
그러나 진천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덜덜!
“?!”
갑자기 손발이 떨리고 눈앞이 흐려졌다.
아마 이런 상황이 아니었으면 그대로 정신을 잃었을 터.
그는 이를 악다물며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았다.
‘아무래도 세 신수의 힘을 합친 대가인가?’
그것 외에 다른 이유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뒤늦게 소천마와 현석도 진천우의 상태를 확인하고 낯빛을 바꿨다.
그러나 천마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쾅!!
“큭!”
“버텨! 무조건 버텨!”
“당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럴 겁니다!”
소천마와 현석이 모처럼 뜻이 일치했다.
둘은 더는 진천우를 재촉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들로만 천마를 상대하기로 결심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신이 어찌 가만히 있을까!
‘절대 그렇게는 못하지.’
진천우가 억지로 악을 쓰며, 몸을 움직였다.
콰콰쾅!!
그러는 동안, 눈앞에서 연달아 시끄러운 굉음이 터졌다.
소천마와 현석이 간신히 천마의 노도 같은 공격을 막아냈다.
이를 본 진천우가 그래도 최악인 상황은 아니라고 여겼다.
‘평소의 천마라면 결코 지금처럼 다급하게 공격을 퍼부을 리 없다.’
언제 어느 때나 절대무적인 괴물인 그가 서두른다는 것부터 앞의 세 신수의 합공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단 증거.
그렇다면 자신도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단, 진천우가 움직이려는 까닭은 소천마, 현석과 함께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마지막 한 수.
그에게는 아직 세 신수의 합공 외에 또 다른 한 수가 있었다.
그걸 지금 사용할 때였다.
‘부디 그때까지만 견뎌라…….’
하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쾅!!
천마의 일수가 교묘한 투로를 그리더니, 그대로 현석의 마도를 뱀처럼 타고 올라 그의 어깨를 짚었다.
그 직후 현석은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더니, 그 자리에서 허물어지듯 무너졌다.
“멍청한!”
그 즉시 소천마가 나섰다.
본래 이중 가장 상태가 좋지 않는 건 그녀였다.
허나 이상하게 소천마는 지금이 절호조였다.
전신의 감각이 거짓말처럼 곤두섰다.
모두 자신의 뒤에 반드시 지켜야 할 이가 서 있는 탓이다.
녀석이 자신의 뒤에 서있는 한, 그녀는 절대 저런 교묘한 수에 넘어가지 않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우웅!
천마는 곧바로 양손에 거짓 없는 순수한 천마신공을 피워올렸다.
그러자 소천마도 지지 않고 자신의 천마신공을 일으켰다.
화르륵!
당연히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천마에게 없는 흑염룡이 있었다.
이윽고 두 천마신공이 맞부닥쳤다.
콰콰쾅!!!
곧바로 엄청난 굉음이 터졌고, 그 결과는.
“컥!!”
주르륵!
소천마가 온몸에 피칠갑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에 반해 천마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 모습을 보고도 소천마는 전혀 꺾이지 않고, 오히려 악을 쓰며 달려들었다.
쾅!
허나 천마는 이를 가만두고 보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그녀를 옆으로 날려버리고, 다시 진천우를 향해 몸을 날렸다.
‘피해야 한다!’
진천우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천마를 보며 두 눈을 치켜떴다.
다행히 조금 전에 다리의 경련이 멈췄다.
지금이라도 신법을 사용하면, 저 괴물에게서 달아날 수 있다.
그러나 그리되면, 마지막 한 수를 쓸 수 없다.
다음 기회에?
과연 저 괴물이 다음 기회를 줄까?
아니, 소천마와 현석이 저리 허무하게 쓰러졌는데, 다음 기회가 주어질 리 없었다.
꽉!
진천우가 그 자리에서 이를 악물고 버텼다.
어떻게든 천마의 공격보다 빨리 최후의 한 수를 끝마쳐야 한다.
휙!
천마의 일수가 날아왔다.
늦었다.
정말 조금이면 되는데, 저 공격이 날아오는 건 그 조금의 시간도 필요치 않았다.
‘제길!’
결국 진천우조차 포기하려는 그때.
챙!
누군가 갑자기 천마의 앞을 막았다.
소천마? 현석?
둘 다 아니다.
“괜찮은가?”
허나 들어본 목소리.
진천우가 바로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보았다.
“무진?!”
그가 어떻게?
“자신이 진씨세가의 가주이며 자네의 아비라 소개한 자가 날 여기로 보냈다. 지금 당장 내 도움이 꼭 필요할 거라고.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었나?”
아아, 아버지!
“그럼 아버지는? 왜 같이 오지 않고?”
“급하다면서 나보고 먼저 출발하라더군. 자신은 따로 할 일이 있다며…….”
그래!
진천우가 사정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될 거다.
그 순간, 진천우의 눈앞에 푸른 현판이 나타났다.
[신검과 마도의 힘을 하나로 합칩니까? (예 / 아니오)]
분명 진천우의 몸 안에는 신검의 정수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역시 껍데기가 없으면 완전할 수 없었다.
그 껍데기가 지금 막 도착했다.
[예]
팟!
“아니?!”
난데없이 제 손에 들린 신검이 눈부신 우윳빛을 내뿜자 무진은 크게 당황했다.
허나 그 빛으로 말미암아 간신히 막고 있는 천마의 공격이 한결 가벼워진 걸 느꼈다.
어디 그뿐일까!
무진이 시간을 벌어준 덕에 현석과 소천마가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하앗!”
특히 현석은 검붉은 빛을 내뿜는 마도로 천마의 측면을 노렸다.
“쯧!”
결국, 천마조차 그 빛을 꺼림칙하게 여겨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러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턱!
“?!”
갑자기 사방이 무형의 기운으로 가로막혔다.
‘또 저 녀석이군.’
천마가 진천우를 노려보았다.
틀림없이 이번에도 경계의 힘을 사용해 퇴로를 막은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걸로는 절대 자신의 발목을 잡지 못한다.
우우웅!
천마는 천마신공을 일으켜 단숨에 무형을 기운을 깨부수려고 했다.
하지만.
“뭣?!”
부서지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쿨럭!”
느닷없는 내공의 역행.
다시 말해 주화입마다.
어째서? 어떻게?
그 순간, 외부에서 제 몸속 기운을 헝클어트리는 힘을 감지했다.
‘진법? 설마 이것도?’
천마가 다시 진천우를 노려보았다.
정답이었다.
그는 경계의 힘으로 천마를 가두는 동시에 경계의 진법까지 다뤄 천마를 압박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진천우의 원래 계획에 없던 변수가 추가되었다.
‘어째서 내 예상보다 경계의 힘이 훨씬 증가한 거지?’
진천우의 의문을 타이쿤이 풀어주었다.
[외부에서 몰려드는 힘이 증가합니다.]
[누군가 경계의 힘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누가?’
진천우가 단번에 그 누군가의 정체를 알아챘다.
여러 정황상 그럴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었다.
‘아버지!’
여전히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의 아버지는, 그것 외에도 또 다른 사건을 저질러주셨다.
[지금 막, 누군가 ‘오방기(五方旗)’의 봉인을 풉니다.]
[오방기가 사용자에게 반응합니다.]
번쩍!
그 순간, 진천우의 소매 안에 숨겨져 있던 희고 푸르고 누런 천이 빛을 냈다.
그뿐만 아니었다.
“엇?”
“음?”
놀랍게도 소천마와 현석도 각자 품에서 밝은 빛을 내뿜는 검고 붉은 천을 꺼냈다.
‘저 둘이 내 것과 같은 천을 하나씩 지니고 있을 줄이야!’
그 직후, 현판에 또다시 새로운 글귀가 나타났다.
[오방기의 힘을 하나로 합치겠습니까? (예 / 아니오)]
진천우가 망설이지 않고 손을 뻗었다.
[예!]
그러자 다섯 개의 신비한 천에 모였던 빛이 모두 진천우에게 쏘아졌다.
그 빛을 받으니 온몸에 힘이 넘쳤다.
파스스!
달칵달칵!
그는 바로 자신의 독접과 현석의 목각인형을 불렀다.
“!?”
두 녀석의 등장에 천마가 두 눈을 치켜떴다.
드디어 진천우의 목적을 눈치챈 것이다.
허나 진천우의 힘이 증폭되면서, 천마의 퇴로를 막은 경계의 힘도 함께 올랐다.
“이딴!!”
천마가 급히 천마신공을 일으켰다.
그가 자신하는 천마신공이라면, 이깟 무형의 기운 따위 모조리 박살 내버릴 수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천마신공을 몸에 둘러 몸을 보호하는 것으로도 진천우의 의도를 박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이상하게 천마신공이 운용되지 않았다.
정확히는 천마가 천마신공을 일으키려 할 때마다.
우우웅!
주위의 진법이 이를 방해했다.
설마 진법의 효과마저 증폭시킨 건가!
“그런!!”
천마가 당황한 사이, 진천우는 근처에 있던 현석과 무진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둘은 순순히 제 손에 들려있던 무기를 진천우에게 내주었다.
이 둘은 본능적으로 지금 이 순간 두 신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아차렸다.
슥!
진천우가 신검과 마도를 겹쳐들었다.
분명 크기도 두께도 모두 다른 신물들이었지만, 그것들은 마치 원래부터 함께 사용해야 하는 것처럼 형태가 잡혀있었다.
화르륵!
여기에 진천우가 소천마의 흑염룡을 둘렀다.
그게 끝이었다.
휙!
그는 그대로 흑염룡이 둘러진 신검마도를 무심한 듯 멋들어지게 천마에게 던졌다.
“!?!!”
이를 본 천마가 뭐가 급히 소리 지르려는 듯 했지만.
콰콰콰쾅!!!!!
그 직후 터진 어마어마한 굉음에 묻혀, 누구도 천마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 * *
“후우!”
거대한 폭발이 발발한 직후, 진천우가 길고 무거운 숨을 토했다.
끝났다.
드디어 끝났다.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
그때, 그의 옆으로 현석과 소천마 그리고 무진이 다가왔다.
이들은 뼛속까지 노련한 무인.
그러니 자신의 두 눈으로 천마의 시체를 확인할 때까지 절대 방심하지 않는다.
절대로.
절대로!
시간이 지나, 폭염과 분진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때까지 천마의 기척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조금 안도할 때도 됐건만, 그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긴장을 풀지 않더라도 일어났다.
꽉!
“?!”
“무슨!”
“이건!?”
느닷없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이 그들을 붙잡았다.
처음에는 진천우가 한 짓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그 또한 셋과 함께 무형의 기운에 붙잡혔다.
분명 경계의 힘은 진천우가 다루는 것일 텐데, 어째서?
“잠깐!”
가장 먼저 이러한 일이 발생한 원인을 깨달은 건 소천마였다.
진천우 외에도, 아니, 원래부터 경계의 힘을 다루던 자가 떠올랐다.
그녀의 예상대로 분진이 완전히 걷힌 그 자리에 천마, 아니 지금까지 천마에게 몸을 빼앗겼던 자가 나타났다.
경계의 원주인.
“…….”
중년인이 이쪽을 노려보았다.
천마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천마가 사라지면서 원래 그의 정신이 다시 깨어난 건가?
저자의 능력은 감히 천마에 비할 수 없지만, 시기가 나빴다.
자신들은 직전까지 천마와 겨루며 모든 힘을 소모했다.
이 상태로 다시 경계의 지배권을 획득한 중년인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슥!
그가 앞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셋 중 한 명이 공중에 뜬 채, 중년인 쪽으로 끌려갔다.
진천우.
중년인이 가장 경계하는 상대.
‘이번에는 누구도 네놈을 구하지 못할 거다.’
“훗!”
그런데 진천우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반항조차 못 하고 끌려가는 중에 도리어 입꼬리를 비틀었다.
‘뭐지?’
그 반응에 중년인이 불쾌함을 느꼈다.
허나 그뿐.
이미 경험으로 저놈에게 잠깐의 틈도 주면 안 된다는 걸 느꼈다.
그 때문에 그는 정신을 차린 뒤부터 일부러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중년인이 천천히 한 손을 들었다.
그 손에 경계의 힘이 집중돼 있었고, 이 손을 내리기만 하면 진천우의 목을 칠 수 있다.
‘드디어 네놈과의 지긋지긋한 악연도 끝이다.’
“그래, 끝이지.”
그 순간, 진천우가 중년인의 속내를 읽었다.
그러나 그는 어떤 대꾸하지 않았다.
휙!
그저 서둘러 한 손을 내릴 뿐.
그가 손을 내리는 동안 진천우는 방금 자신이 뱉은 답을 수정했다.
“아니, 이미 상황은 다 끝난 뒤다.”
무슨 소리?
이때, 중년인의 손이 완전히 내려갔다.
허나 분명 경계의 힘으로 하늘 높이 날아가야 할 진천우의 목은 여전히 몸뚱이에 붙어있었다.
“어, 어째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중년인이 드디어 참지 못하고, 입을 여는 그 순간.
“컥!”
그가 갑자기 칠공에서 검은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