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화 : 아비가 간다! (2)
(199/210)
199화 : 아비가 간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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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화 : 아비가 간다! (2)
2022.10.08.
[사용자의 접근이 확인됩니다.]
[사용자의 퇴장이 확인됩니다.]
‘이건 아마 그녀가 앉은 탓이겠지?’
소천마는 자신과 반신을 나눴다.
그 때문에 타이쿤도 자주 헛갈릴 정도였다.
그 말인즉, 이 의자는 타이쿤과 관련돼 있다는 소리?
‘그런데 왜 그녀가 앉았을 때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은 거지?’
[…….]
그 뒤, 계속 기다렸지만 타이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문제 있나?”
이때, 한 번 뒤로 물러난 소천마가 다가왔다.
화륵!
그녀의 손에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반대 손에는 검은 기운이 펼쳐졌다.
성화와 천마신공.
소천마는 참을성이 깊지 않다.
아니, 정확히는 망설임이 없다.
그녀는 빠르게 의자의 정체를 알아챌 수 없다면 당장 이것을 파괴하는 게 옳다고 결정했다.
이렇게 시간을 끄는 동안에도 위에서 검은 중년인이 계속 이 의자에게 힘을 받아 불사성을 유지하고 있다.
둘은 서둘러 이것을 해결하고, 경계 바깥의 거대 괴물도 처리해야 했다.
‘아니, 그것보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소천마가 잠시 제 마음을 부정하려다, 결국 고개를 빠르게 좌우로 흔들며 본심을 인정했다.
‘어쩌면 그자가 천마를 쓰러트릴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자신이 천마를 걱정한다?
말도 안 되지만, 동시에 말이 되었다.
천마는 자신이 쓰러트려야 하는 적이다.
그자가 자신 외 다른 이에게 쓰러진다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을 용서할 수 있는 이는.
슥!
“…….”
그녀는 아주 잠시 진천우의 얼굴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만에 하나의 일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자신이 직접 천마를 쓰러트릴 것이다.
“그러니.”
스윽!
소천마가 다시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우우웅!
천마신공의 기운이 짙어졌다.
그녀가 지체 없이 의자를 박살 내려는 찰나.
“잠깐!”
진천우가 소천마를 말렸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이미 그에게는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아무리 자신의 반신이라도 두 번은 없다.
휙!
이를 안 진천우가 바로 몸을 날렸다.
“무슨!”
소천마가 깜짝 놀라 급히 손을 뻗었다.
하지만 적어도 신법에 있어서 진천우가 소천마보다 한 수 위다.
게다가 그녀는 진천우를 붙잡으려면 양손에 천마신공이나 성화의 기운을 거둬야 했다.
그 잠깐의 틈을 노려, 진천우가 즉시 앞으로 뻗어 나갔다.
슥!
그리고 의자에 앉았다.
마치 조금 전과 똑같은 상황.
그러나 이번에는 의자에 앉은 이가 서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결과는 같을까?
여전히 타이쿤과 의자는 반응하지 않을까?
진천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반신이어도 엄연히 타이쿤의 사용자는 나다.’
그러니 소천마가 앉을 때와 자신이 앉을 때 반응은 반드시 다를 것이다.
우우웅!
예상이 맞았다.
진천우가 의자에 앉자, 처음 소천마가 앉을 때와 확연히 다른 반응이 일어났다.
[사용자의 접근이 확인됩니다.]
타이쿤 역시 푸른 현판에 새 글귀를 적으며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그것이 진천우의 예상과 조금 다르게 펼쳐졌다.
[허나 잘못된 접근입니다.]
[아직 사용자는 ‘성좌 - 진(眞)’에 앉을 ‘자격’이 부족합니다.]
‘성좌?’
성스러운 의자? 그리고 자격?
‘이게 무슨 뜻이지?’
아무튼 중요한 건, 자신은 아직 성좌를 다룰 자격이 부족하단 뜻.
그렇다면 서둘러 그 자격이란 걸 획득하면 된다.
‘그게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아쉽지만 소천마의 뜻대로 바로 이걸 부숴야겠구나.’
허나 진천우는 이 상황을 그만 우습게 생각했다.
철컥!
“음?”
갑자기 의자 팔걸이가 안으로 말리더니 진천우의 팔을 단단히 묶었다.
팔만 그런 게 아니라 다리에도 검은 족쇄가 튀어나와 압박했다.
“이건!”
곧바로 힘을 주어 거기서 벗어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건 평범한 철이 아니었다.
거기다.
우우웅!
“내공이?”
속박에서 풀려나기 위해 급히 내공을 사용하자, 의자가 바로 그 내공을 흡수했다.
단순히 신체 힘만으로는 이걸 풀 수 없었다.
“내가 도와주지.”
이를 본 소천마가 나섰다.
다행이다.
그녀가 나선다면, 이런 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놀랍게도 성좌는 또 한 번 진천우의 기대를 무너트렸다.
휙!
“?!”
소천마가 의자 근처로 다가가는데, 난데없이 주위에 얕은 막이 쳐졌다.
반투명한 그것은 생전 처음 보는 기운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까짓 것!”
처음에는 그녀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한 손을 날렸다.
그 손에 천마신공이 담겨있었다.
전설로만 전해지는 마교의 신공.
당연히 그 절세신공에 투명한 막 따위는 종잇장처럼 찢겨나갈 거라 여겼는데.
쾅!
곧바로 귀청을 찢는 굉음이 터지더니.
“무슨?!”
소천마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정면을 노려보았다.
우우웅!
천마신공과 정통으로 부딪치고도 의자 주위를 두른 투명한 막은 멀쩡했다.
“재밌는데?”
물론 소천마는 이에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혀로 가볍게 입술을 핥으며 바로 양손을 내밀었다.
우우웅! 화륵!
아까와 달리 천마신공에 성화까지 펼쳤다.
이 둘의 조합은 그야말로 경천동지.
콰쾅!!
곧바로 아까보다 더 큰 굉음이 그녀의 양손에서 터졌다.
우우웅!
놀랍게도 투명한 막은 그 공격 또한 견뎠다.
허나 완벽히 막은 건 아니었다.
“핫!”
소천마가 여전히 양손을 뻗은 채 투명한 막을 노려보았다.
화륵! 우우웅! 화르륵!
아직 천마신공과 성화는 꺼지지 않았다.
그녀는 양손을 더욱 앞으로 내뻗으며 단전의 기운을 빠르게 양손으로 옮겼다.
쩍!
그러자 드디어 투명한 막에 가는 선이 생겼다.
이 틈을 놓칠 소천마가 아니었다.
쩌저적!
틈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졌다.
그녀가 단숨에 틈을 벌리려는 그때.
“칫!”
엉뚱하게 소천마는 불과 한 호흡을 남겨두고 뒤로 물러났다.
우우웅!
그러자 투명한 막이 그 즉시 틈을 복구했다.
바로 그게 소천마가 뒤로 물러난 이유였다.
“괜찮으냐?”
“네……. 괜찮……습니다.”
그녀의 질문에 진천우가 힘겹게 답했다.
처음 의자가 자신의 내공을 흡수했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투명한 막을 만든 건 바로 진천우의 기운이었다.
그러니 막이 부서지면 그만큼 그의 내공이 의자를 통해 빨려갔다.
어떻게 이를 막으려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의자가 내공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으으으…….”
너무 많은 기운을 빨린 탓일까?
점차 시야가 흐려졌다.
“정신차려!”
그 모습을 본 소천마가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급히 달려가려 했지만, 그녀 앞을 투명한 막이 막았다.
곧바로 성질대로 손을 뻗으려 했지만.
“빌어먹을!”
이걸 부수면 또 진천우의 기운이 의자에 빨린다.
소천마는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무력했던 적은 처음이다.
“……!”
한편, 진천우는 시야가 흐려지는 와중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그의 시야 구석에서 사라지지 않은 푸른 현판.
[이대로 성좌에 더 깊게 접근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허나 잘못된 접근입니다.]
[아직 사용자는 ‘성좌 - 진(眞)’에 앉을 ‘자격’이 부족합니다.]
[이 상태로 계속 접근할 시, 자칫 큰 위험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접속을 끊는 즉시, 성좌는 사용자를 적으로 인식합니다.]
이미 이대로도 계속 의자에 기운을 빨리고 있는데, 여기서 적으로 인식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허나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언제 깰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시간은 불사성을 가진 중년인 편이었다.
자신들은 서둘러 이 장치를 처리해야 했다.
‘방법이 없군.’
슥!
진천우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무슨 짓이냐!”
이를 본 소천마가 소리쳤다.
“멈춰!”
역시 반신인가?
분명 그녀의 눈에 푸른 현판은 보이지 않을 텐데, 소천마는 본능적으로 저것의 위험을 알아챘다.
그녀가 바로 손을 뻗어 진천우의 행동을 막으려 했지만.
“큭!”
이번에도 투명한 막이 그 앞을 막았다.
[예]
결국, 진천우는 선택하고 말았다.
그 뒤.
[……!]
현판에 빠르게 새로운 글귀가 새겨졌고.
“…….”
진천우는 이를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
“이, 이런!”
진씨세가의 가주가 눈앞의 광경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누구냐!”
그 즉시, 그의 머리 뒤로 검은 수도가 내려쳤다.
아니, 내려치기 직전에 손이 멈췄다.
진 가주와 함께 온 현석이 마도를 뽑으려 한 것도 있었지만, 그 직전에 소천마 스스로 손을 멈췄다.
“당신은?”
그녀가 상대를 알아보았다.
“전에 봤던 괴인?”
“어? 처자가 왜 여기 있지?”
진 가주도 소천마를 알아보았다.
적룡의 능의 지하에서 만났던 둘.
확실히 이 둘은 그곳에서 꽤 괜찮은 인연을 쌓았지만.
“이 이상 다가가게 할 수 없습니다.”
소천마가 진 가주의 앞을 막았다.
확실히 괴인에게 큰 은혜를 받았지만, 그것보다 진천우가 우선이었다.
허나 아들을 걱정하는 아비에게 그것은 통하지 않았다.
“웃기는 소리!”
“멈추라고!”
서둘러 앞으로 나아가는 진 가주를 향해 소천마가 다시 손을 쓰려던 찰나.
“지금 내 아들을 구할 수 있는 건 나뿐이네.”
“뭣?!”
잠깐, 아들?
소천마의 손이 멈췄다.
그것도 그렇지만, 구한다고?
어떻게?
“멈추세요!”
그녀가 급히 소리쳤다.
이번에는 그 앞을 막으려는 게 아니었다.
지금 저 앞에 투명한 막이 펼쳐져 있다.
그걸 잘못 건드리면, 의자에 앉아있는 진천우가.
스윽!
“?!”
놀랍게도 진 가주는 투명한 막을 그냥 지나쳤다.
정말 어떻게?
휙!
소천마가 급히 그 앞으로 달려왔지만, 그녀는 투명한 막을 뚫을 수 없었다.
뒤따라온 현석도 막 앞에 섰지만, 그 또한 막을 뚫지 못했다.
오직 진씨세가의 가주만이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뚫었다.
“쯧!”
그대로 아들이 앉아있는 의자 앞에 선 아비가 낮게 혀를 찼다.
‘다 나 때문이다.’
그는 아들이 이곳에 오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수년째 가문을 떠나 그 모진 고생을 한 이유는 모두 아들이 타이쿤을 받아들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고생이 무색하게 아들은 자신도 모르게 타이쿤을 얻었고, 여기까지 와버렸다.
전부 제 탓이다.
자신이 좀 더 유능했다면, 자신이 좀 더 노력했다면…….
‘네가 그 업을 짊어지지 않았을 텐데.’
모두 나와 그리고 우리 가문의 업이다.
차라리 내가 대신 짊어질 수 있었다면 그리 했을 텐데.
아쉽게도 자신은 자격이 부족했다.
그리고 지금의 아들 역시 자격이 부족했다.
‘그래도 내 고생이 완전 헛되지는 않았군.’
슥!
진 가주가 조용히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아주 작은 사기병.
퐁!
사기병의 뚜껑을 열자, 그 안에서 그윽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소천마는 바로 그것을 알아보았다.
“저건, 공청석유?”
그게 끝이 아니다.
슥! 슥슥!
공청석유를 시작으로 진 가주가 차례로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모두 다 하나같이 비범한 기운을 품기는 영약들.
전부 진 가주가 제 아들의 천형을 고치기 위해 천하 각지를 떠돌며 모은 것들이었다.
‘이것들로 천우의 천형을 고친다.’
원래는 그것으로 끝나는 이야기였다.
그 뒤, 제 아들은 그저 평범하고 유복한 삶을 영유하면 그뿐이었는데.
“큭!”
진 가주는 잠시 입술을 피가 나도록 잘근 씹더니, 아주 천천히 입을 뗐다.
“그걸로 너의 부족한 자격을 채워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