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화 : 구조 요청 (6)
(197/210)
197화 : 구조 요청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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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화 : 구조 요청 (6)
2022.10.03.
-크라!
“이건?”
진천우가 두 눈을 부릅떴다.
지금 자신에게 달려든 건 인간이 아닌 괴물.
곧바로 무기를 휘둘렀다.
휙!
그러자 괴물이 몸을 틀었다.
결코 인간이 낼 수 없는 움직임이라, 평범한 인간을 상대로 상정한 공격으로는 절대 맞힐 수 없었다.
퍽!
-크라!?
하지만 진천우의 공격은 정확히 녀석의 정수리에 꽂혔다.
비록 괴물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지만, 그는 이미 중간광고로 이것들을 몇 번이나 보았다.
게다가 지금 그의 손에 들린 건 평범한 검이 아니라, 여전히 검집에 담긴 검이었다.
미처 검집에서 검을 뽑을 겨를이 없던 게 아니다.
[타구 효과가 적용됩니다.]
이게 더 효과가 컸다.
으지직!
괴물은 그대로 머리가 쪼개져 땅에 떨어졌다.
-크라!!
그 순간, 반대편에서 괴물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하나가 아니다?’
그리고 이쪽에 없다.
그 말은, 다른 괴물은 소천마에게?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걱정돼서?
‘그럴 리가 있나!’
쾅!
고개를 돌린 직후, 소천마 쪽에서 커다란 굉음이 울렸다.
그게 끝.
그녀에게 달려드는 괴물은 상반신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 하반신만 남은 채 아래로 떨어졌다.
“음?”
잠시 뒤, 소천마가 진천우 쪽을 바라보았다.
둘 다 같은 표정이었다.
상대에 대한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는 얼굴.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들은 이런 곳에서 이렇게 나약한 괴물 따위에 당할 인간을 자신의 반신으로 택한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소천마가 소리 질렀다.
“뒤!”
“?!”
마침 그녀를 뚫어지게 보고 있던 탓에, 진천우는 소천마가 입을 다 떼기도 전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바로 몸을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크라!
“무슨?”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괴물.
앞서 말했듯, 그저 괴물이 나타난 것만으로는 진천우를 놀라게 하지 못한다.
그가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크라라!
부글부글!
지금 자신에게 달려드는 괴물은 머리 반쪽이 날아간 채였다.
그러니까 조금 전 타구의 효과로 머리가 박살 난 놈이, 죽지 않고 다시 달려든 것.
진천우가 급히 다시 검집을 휘둘렀다.
퍽!
단번에 놈의 옆구리 뼈를 몇 대나 부쉈다.
아무리 괴물이라도 이 정도면 쓰러져야 하는데.
-크라라!
“그럴 줄 알았다.”
놈은 쓰러지지 않았고, 진천우는 이를 미리 예상하며 바로 다시 검집을 휘둘렀다.
퍽퍽퍽!
그대로 녀석의 온몸을 가닥가닥 박살 냈다.
그제야 괴물도 더는 달려들지 못하고 다시 땅에 떨어졌다.
-……!
허나 여전히 죽지 않았는지, 괴물은 발톱 몇 개를 쉬지 않고 꿈틀거렸다.
“지독한!”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이 아래에 앞서 만난 검은 중년인의 불사성과 관계된 무언가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어중간한 불사성을 가진 괴물이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건, 저 아래에 설치된 정체불명의 진법과 연관돼 있겠지?’
진천우는 즉시 지하 바닥에 깔린 붉은 빛 진법을 주시했다.
그것은 이전에 보았던 그 어떤 진법에도 비교되지 않는 복잡한 문양이 빼곡히 적힌, 아주 신비한 진법이었다.
단순히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 머리가 아득해지는 진법.
그런데 순간 진법에 눈이 홀려서 아주 중요한 것을 잊었다.
진천우가 뒤늦게 그것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소천마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쾅!
이번에도 그가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굉음이 터졌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공중에 떠있었고.
“…….”
어디를 둘러봐도 괴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놈은 상반신에 이어, 이번에는 하반신까지 완전히 가루가 된 게 분명했다.
“과연!”
진천우가 감탄 섞인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소천마였다.
그리고 천마신공이었다.
과연 전설로만 전해지는 무공.
‘천하에 누가 저것에 대항할 수 있으랴!’
진천우는 감탄하며 다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이제 자신이 실력을 발휘할 때였다.
분명 그의 진법 능력은 아직 저것을 만지려면 아득했지만.
슥!
진천우는 조심히 소매에서 뭔가를 꺼냈다.
여러 기운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신비한 푸르고, 희고, 누런 천.
이것들이 있으면 어찌저찌 되지 않을까?
그때, 생각지도 못한 구원군이 도착했다.
“진법이군? 이거 꽤 어렵겠어.”
슥!
“잠깐!”
어느새 다가온 소천마가 느닷없이 진법 쪽으로 손을 뻗었다.
진천우가 깜짝 놀라 이를 말렸지만 늦었다.
그런데.
스르륵!
그녀의 손에 닿자, 진법이 반응을 보였다.
이건 단순히 진법의 방어기제가 아니었다.
마치 제 주인을 맞이하는 것 같은 그런…….
“따로 아는 진법이십니까?”
“아니.”
“그런데 어찌?”
“내가 진법의 핵을 향해 손을 뻗었으니까.”
“네?”
어라? 그 말은?
“진법을 아십니까?”
“왜 모른다고 생각하지?”
“?”
“설마 내가 진법을 마주칠 때마다 다 박살내고 다니는 줄 알았나?”
“…….”
진천우가 어찌 답할지 몰라 당황해할 때.
“훗!”
소천마가 낮게 웃으며 반대 손을 앞으로 뻗었다.
스륵!
이번에도 진법이 조용히 반응했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소천마는 진법을 안다.
그것도 자신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어쩌면 당연한 건가? 그녀는 전대 교주의 여식이니.’
그만큼 고위 진법을 공부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대로 지켜만 볼 거면 그래도 좋다. 내가 이 진법을 다 파훼해 줄 테니.”
놀랍게도 그녀는 그대로 진천우를 도발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내버려 둘 수야 없지.’
진천우가 그 즉시 도발에 응해주었다.
우우웅!
그도 즉시 양손을 앞으로 뻗어 진법을 다뤘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둘의 진법 파훼 경쟁이 시작되었다.
* * *
쾅!!
난데없는 폭음과 함께 천지가 요란히 진동했다.
뚝!
폭음이 멎자마자 커다란 고깃덩이 하나가 땅에 떨어졌다.
꿈틀!
고깃덩이가 움직인다.
사후경직?
아니다.
꾸물럭! 꾸물럭!
그것은 살아 움직였다.
고깃덩이는 애벌레처럼 땅을 기더니, 점차 부피를 늘려 무언가 형태를 이뤘다.
가늘게 벌린 틈.
그 위아래로 두툼한 살집이 생기고 안에 흰 돌기가 우둘투둘 솟아난다.
설마 저게 입?
“너…… 네놈…….”
맙소사!
입이 맞았다.
고깃덩이에서 생겨난 입이 뭐라 말하려는데.
쾅!
그 옆에 별안간 큰 폭발이 터졌다.
폭음이 멎자 고깃덩이는 어디 가고, 대신 바닥에 흥건한 핏물만 보였다.
아무래도 조금 전 폭발에 산산조각난 게…….
털썩!
하늘에서 다시 고깃덩이가 떨어졌다.
박살 난 줄 알았던 게 공중으로 날아간 건가?
그러나 그것은 역시 큰 충격을 받았는지 아까보다 반의반으로 줄어있었다.
꾸물럭! 꾸물럭!
허나 시간이 지날수록 고깃덩이는 빠르게 부피를 늘렸다.
그 속도가 조금 전보다 확연히 빨라졌다.
덕분에 다시 입이 생기기까지 처음보다 배 이상 빨라졌다.
“네놈!”
새로 생긴 입이 하는 말도 아까보다 더 또박또박했다.
쾅!!
그러나 그것은 또다시 큰 충격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졌다.
“…….”
이 모습을 천마가 불편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늦어.”
너무 늦다.
털썩!
또 고깃덩이가 떨어졌다.
휙!
천마가 곧바로 소매를 휘둘렀다.
쾅!
그의 소매에서 날아간 검은 기파가 다시 고깃덩이를 박살 냈다.
그러고 얼마 안 가 새로운 고깃덩이가 나타났다.
꾸물럭꾸물럭!
이것 역시 아까보다 훨씬 빠르게 꿈틀거렸다.
확실히 검은 중년인은 불사신이 맞다.
그리고 부수면 부술수록 더 강해졌다.
‘그런데도 너무 약하군.’
그랬다.
그렇게 몇 번이나 박살 내고 강화하기를 반복하는데도 여전히 천마의 기준에 못 미쳤다.
놀라운 일.
동시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고금을 통틀어 불세출의 천재라 불리는 천마란 존재.
그러한 존재가 경계를 넘으며, 가짜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이기도 한 존재와 싸웠다.
그리고 넘어섰다.
마지막에는 정체불명의 검은 불꽃까지 얻었다.
거기에 비하면 불사신쯤이야.
“놈!”
그 순간, 어느새 고깃덩이에서 인간의 형태를 이룬 중년인이 천마에게 달려들었다.
이 역시 조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회복 속도.
확실히 경이로울 정도지만.
“흥!”
쾅!!
천마는 코웃음과 함께 손을 휘저어 놈을 박살 냈다.
화륵!
그의 손에 선명한 검은 불꽃이 피어났다.
어느새 그는 정체불명의 불꽃을 완전히 다루고 있었다.
그러니까 불사신의 회복보다 오히려 천마 자신이 더 빠르게 강해졌다는 뜻.
도대체 그의 한계란 어디까지인지!
상식을 뛰어넘는 성장 속도에 결국 천마의 짜증이 폭발했다.
더는 기다려 줄 수 없었다.
‘그냥 이곳을 전부 부술까?’
가능한가?
상관없다.
일단 해보는 거다.
우우웅!
천마가 손끝에 검은 기운을 모았다.
화륵!
동시에 그 위에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천마신공과 성화의 합체기.
그것도 당장 그가 펼칠 수 있는 모든 기운을 응축한 기술이었다.
이것의 파괴력이 얼마나 나올지는 천마도 예측할 수 없었다.
휙!
천마가 나른한 얼굴로 손에 쥔 검은 기운을 내던졌다.
슥!
그것은 어떤 굉음도 폭음도, 심지어 폭발도 일으키지 않았다.
스르륵!
그저 한없이 검고 검은 구체를 아주 천천히 넓혔다.
그리고 구체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것을 모조리 분쇄시켰다.
“아, 안 돼…….”
아직 완전한 몸을 다 이루지 못한 중년인이 가장 먼저 빨려들어가 사라졌다.
이후, 검은 구체가 경계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
천마가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시간이 지나도 특별한 이변은 없었다.
“끝인가?”
싱겁군.
설마 이렇게 끝나다니.
‘이렇게 되면, 녀석들이 내려간 지하로 쫓아갈 수밖에.’
천마가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리려는 순간.
우웅!
“음?”
외부에서 아주 강한 기운이 이쪽으로 날아오는 게 느껴졌다.
“뭐?”
천마가 급히 그쪽으로 손을 뻗었다.
놀랍게도 그 기운은 그의 손길을 피했다.
그리곤 곧바로 자신이 만든 검은 구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정확히는 구체 안에 있는 무언가를 향해.
“뭐였지?”
천마는 의아해하면서도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자신이 원한 게 바로 이런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
놀라움.
그러자 천마의 눈앞에, 그의 기대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꾸물럭! 꾸물럭!
“하핫!”
저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꾸물럭! 꾸물럭! 꾸물럭! 꾸물꾸물꾸무무물!!!!
“그래, 이래야지!”
꾸무러럭!!!!!
“오냐!”
그 직후, 천마는 난데없이 눈앞에 나타난 집채만 한, 아니 그것보다 수십 배 더 큰, 마치 태산만 한 크기의 거대한 고깃덩이를 향해 몸을 날렸다!
* * *
“아!”
진천우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잘못 눌렀다.”
우우웅!
곧바로 진법이 반응했다.
그는 화들짝 놀라며 자세를 잡았다.
그런데.
우웅!
진법이 잠시 반응하다 곧 멈췄다.
뭐지?
‘이상하다. 분명 기운이 폭주하는 줄 알았는데?’
“뭐 하냐?”
이때, 저 옆에서 소천마가 그를 불렀다.
“손을 멈출 시간이 없을 텐데? 그게 아니면, 조금 쉬어도 날 이길 수 있다고 여기는 거냐? 아!”
그녀가 말하다 말고 손을 멈췄다.
“실수했네.”
우우웅!
멈춘 줄 알았던 진법이 다시 발동했다.
곧바로 진천우와 소천마가 자세를 잡았다.
우웅!
그런데 또 작동하는 줄 알았던 진법이 멈췄다.
뭐지?
분명 폭주하는 줄 알았는데?
“이래도?”
진천우가 이번에는 일부러 이상한 부분을 건드렸다.
우우웅!!
진법이 밝은 빛을 내며 반응했다.
그대로 아주 커다란 기운이 움직였다.
우웅!
그러나 또 곧 멈췄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본 소천마도 의문을 표했다.
“…….”
“…….”
잠시 둘이 입을 닫고 머리를 맞댔다.
“아!”
먼저 고개를 든 건 진천우였다.
“그러고 보니 이 진법, 그 검은 중년인에게 기운을 보내 불사로 만드는 진법이었습니다.”
그것만 듣고도 그녀는 진천우가 하려는 말을 깨달았다.
“그 말인즉, 우리가 진법을 잘못 건드려도 그 반동은 여기가 아니라 저쪽에서 나겠군.”
“그렇네요.”
둘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이 이상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었다.
진천우와 소천마가 다시 진법을 조정했다.
퍽퍽퍽!
쾅! 쾅쾅쾅!!
이걸 조정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해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뭐든 상관없었다.
우우우우웅!!
그들이 만질수록 진법이 더 크게 반응했다.
그래봤자, 여기서 뭔가 일어나는 건 없었다.
퍽! 쾅!!
둘은 이제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니 점점 더 거칠게, 그러나 확실하게 진법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그럴수록 진법은 더 크게 반응했다.
이러면 진법에서 튀어나오는 폭주한 기운은 어디로 가는 거지?
‘알 바냐!’
‘천마가 알아서 하겠지!’
이럴 때만 이심전심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철컥!
“?!”
“!?”
진법 아래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