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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화 : 천마 특급 (1) (190/210)


190화 : 천마 특급 (1)
2022.09.17.


쾅!!

한쪽 벽이 무서운 기세로 무너졌다.

그 맞은편에 현석이 있었다.

전보다 세 배에 가까운 덩치로 방금 막 뭔가를 후려친 것 같은 동작을 한 채.

후려쳐?

그럼 조금 전에 벽을 박살 낸 건?

“크헉!”

중년인이 무너진 벽 틈에 누운 채 신음을 터트렸다.

온몸의 뼈가 부서진 느낌.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네놈, 지금 건 분명?!”

마도에 이어 또 다른 신수?

그것도 한 사람이 그 둘을 다 다룬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게 가능하려면 틀림없이 그것의 소유자만이…….”

중년인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그러니까 아직 그것을 다 말하지 않았는데.

쾅!

현석이 다 듣지 않고 바로 발길질을 날렸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쾅쾅쾅!!

그는 전보다 훨씬 커지고 훨씬 강해진 힘으로 적을 가차 없이 밟고 밟고 또 밟았다.

불사신?

“어디, 온몸이 박살 나도 죽지 않는지 확인하겠다.”

콰쾅!!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강하게 발을 찍었다.

“…….”

꽈악!!

그대로 발로 땅을 깊게 누른 후, 천천히 발을 들었다.

‘해치웠나?’

그 광경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진천우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빼들었다.

어째서인지 조금 전에 뇌리에 스친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선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허나 그것은 입 밖으로 꺼내는 건 물론이고, 생각조차 해선 안 되는 금기였다.

“이…… 자……식……!”

“살아있어?”

진천우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만한 공격을 받고도 중년인은 살아남았다.

지금 그는 온몸이 검게 변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단단한 쇳덩이 같았다.

‘또 보패의 효과인가?’

도대체 가지고 있는 보패가 몇이지!?

“그래, 전부 어찌된 영문인지는 상관없다. 내가 다 뺏으면 그만이니까. 마도도, 신수도, 그리고 그 모든 걸 인도한 그것까지도 전부!”

뿌득! 뿌드득!

중년인이 길길이 성을 내며 소리쳤다.

그때, 그의 몸에서 고함과 함께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뼈가 부서지는, 아니, 부서진 뼈가 다시 이어지는 소리.

“그 말은 어쨌든 충격을 받았다는 거군.”

덥석!

“무슨?”

쾅!

중년인이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입을 떼려던 순간, 그의 입은 어느새 땅과 부딪쳤다.

현석이 다짜고짜 그의 한쪽 다리를 붙잡고 땅에 처박았다.

당연히 이번에도 한 번으로 끝내지 않았다.

쾅! 쾅쾅! 쾅쾅쾅쾅!!

그는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얼굴로 중년인을 좌우로 흔들며 빠르게 내려치고, 내려치고 다시 내려쳤다.

쾅!!

마지막으로 내려쳤을 때, 그는 온몸은 검게 변해 있었다.

또 몸 전체를 금속처럼 단단히 바꾼 것 같은데, 그렇다고 충격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푹!

“?!”

아까까지 축 늘어져 있던 그가 갑자기 제 다리를 붙잡은 커다란 손을 향해 검을 찔렀다.

그것도 그냥 검이 아니라, 어느새 새로 만든 혈루검이었다.

하필 중년인은 지금 독접의 독에 중독 중이라, 그의 피로 이뤄진 혈루검은 그 자체로 지독한 독이나 다름없었다.

쾅!

허나 현석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그의 몸을 땅에 패대기쳤다.

푹!

쾅!

푹!

쾅쾅!!

놀랍게도 중년인은 연달아 땅에 패대기쳐지는 와중에도 찌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현석의 손이 빠르게 검게 변했다.

이 이상은…….

“칫!”

쾅!!

결국, 그는 손에 쥔 중년인을 마지막으로 가장 먼 벽에 내동댕이쳤다.

이후, 진천우가 급히 그에게 다가갔다.

“지독하군!”

그는 제 몸만 한 손을 해독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포함돼 있었는데, 하나는 제 신수인 독접의 독에 대한 칭찬,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독을 신음 하나 없이 견디면서 중년인을 공격까지 한 가면의 사내에 대한 칭찬이었다.

그런데 진천우가 그의 손을 살피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자의 몸이 원래 이리 딱딱했나?’

달칵!

심지어 가면의 사내가 움직일 때, 절대 평범한 인간의 몸에서 날 수 없는 소리까지 났다.

인형화는 그 진행이 정도를 넘으면 몸이 완전히 인형이 된다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었다.

진천우는 인형화를 처음 봤지만, 이 부작용이 계속되면 어떤 심각한 일이 벌어질지쯤 단번에 예상할 수 있었다.

“자네!”

“다시 한번, 그쪽 신수의 기운을 받아야겠군.”

“뭐?”

“꼭 확인해야 할 게 있네.”

“말도 안 되는 소리!”

진천우가 얼굴을 굳히며 제 어깨 위에 올라간 독접을 손으로 가렸다.

물론 상대가 강제로 독접의 기운을 빼앗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비록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니, 정말 얼마 되지 않았나?

아무튼, 절대 그럴 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눈치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설사 그런다 해도 자신은, 그리고 독접은 절대 제 기운을 남에게 뺏길 성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독접은 분명히 한 번 제 기운을 목각 인형에게 전해주었다.

그 덕에 녀석은, 원래는 아직 기운이 부족해 펼칠 수 없는 대형 인형화를 현석에게 적용시킬 수 있었다.

“부탁하네.”

예상대로 현석은 힘으로 강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면 안에 숨겨져 있는 절박한 눈빛은 이미 거부할 수 없는 강요나 마찬가지였다.

“안 돼!”

진천우는 처음에는 용케 견디는 듯했지만.

“한 번만, 딱 한 번 더 시험해야 하네.”

“…….”

“반드시.”

“…….”

“그래, 자네가 안 된다고 하면.”

슥!

현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연히 힘으로 독접을 빼앗으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

그는 대신 몸을 돌렸다.

스륵!

그 순간, 현석의 몸이 조금 줄어들었다.

가만 보니, 여전히 평범한 성인의 두 배가 넘는 크기지만, 처음보다는 작아졌다.

스르륵!

그리고 이 순간에도 현석의 몸은 조금씩이지만 확실히 작아지고 있었다.

어느새 거대 인형화를 유지할 기운이 다 떨어졌다는 뜻.

그럼에도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설마 이대로 계속 힘이 빠져도 싸우겠다는 건가?

“멈춰.”

“…….”

이번에는 현석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진천우가 낮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한 번.”

“?”

“단 한 번 만이네.”

“그러지.”

그 즉시 현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진천우가 어깨 위의 독접을 앞으로 내밀었다.

파스스!

독접이 제 날개를 잘게 떨었다.

녀석은 제 주인이 여전히 이 상황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주인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일은 자신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탁한다.”

파스스!

하지만 제 주인이 이렇듯 부탁한 이상,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파스스! 파스스스!

어쩔 수 없이 녀석은 검은 날개를 크게 펼치더니, 그대로 빠르게 두 어 번 휘둘렀다.

그것만으로 날개 끝에서 신비한 은빛 기운이 흘러나왔고, 현석의 목각인형이 바로 그 기운을 받아들였다.

아직 일 차 각성도 이루지 못한 녀석에게 무려 두 번의 진화를 마친 독접의 기운은 극히 일부만으로도 엄청났다.

목각인형은 그 즉시 자신이 받은 기운을 제 주인에게 쏟아부었다.

스륵! 스르륵!

현석은 곧바로 원래 크기로 돌아갔다.

아니, 거기서 멈추지 않고.

스르르르륵!!

처음보다 훨씬 커져, 이제 보통 성인의 다섯 배, 아니 여섯 배, 아니 일곱…….

“어?”

이때, 드디어 중년인이 무너진 벽의 파편을 뚫고 모습을 보였다.

쾅!

그리고 다시 땅속으로 파묻혔다.

쾅쾅쾅!!

보통 사람의 열 배가 넘는 거인의 발자국이 연거푸 땅에 새겨졌다.

그걸 몇 번 반복했을까?

“역시!”

현석이 가볍게 제 발을 들어 발바닥과 땅바닥을 번갈아 살피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발에 커다란 상처가 난 게 보인다.

땅에는 커다란 검은 금속 덩어리가 보였다.

으직! 으지직! 으직!!

금속 덩어리에서 쉬지 않고 부서지고 이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렇게 가루가 되도록 밟아 부쉈지만, 적은 끝내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났다.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하자 확실해졌다.

‘이자는 부서졌다 다시 살아날수록 더 강해진다.’

마치 부서진 뼈가 다시 붙으면 더 단단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일까?

처음 부서트린 금속화와 지금 눈앞에 있는 중년인의 금속화는 그 강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럼 안 된다.

힘과 체력이 무한하지 않은 이상, 이게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그저 불리할 뿐이다.

천만다행으로 이자의 발은 그리 빠르지 않다.

자신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경계 너머의 조사.

여기서 굳이 더 싸울 필요 없이 돌아가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니!”

“잠깐!”

현석이 급히 후퇴를 건의하려던 찰나, 진천우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아주 심각하게 인상을 찡그렸다.

이 상황에서 후퇴 외에 다른 방법이 있나?

“찾았다.”

“찾아?”

“자네도 눈을 감고 기를 집중해보게.”

“이 상황에? 저자가 언제 다시 부활할지 모르는데?”

“중요한 일이야!”

“……알겠네.”

현석은 진천우의 묘한 박력에 어쩔 수 없다며, 눈을 감고 주위 기감을 느끼는 데 집중했다.

본래 그의 장기는 기의 탐지가 아니지만, 이렇게 집중하고 있노라니.

“?!”

뒤늦게 무언가를 찾고, 급히 눈을 떴다.

‘정체불명의 기운이 저자에게 흘러들고 있다!’

으직!

그리고 그때마다 금속 덩어리에서 몸이 이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현석은 급히 이걸 토대로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만약 저자의 불사성이 스스로의 힘이나 따로 가진 보패의 힘이 아니라, 어딘가 다른 곳에서 전해지는 기운을 지속적으로 주입받는 탓이라면?’

그렇다면, 그의 이상한 불사성이 모두 성립된다.

손목이 아예 안 잘리는 게 아니라 잘려도 다시 돋아나고, 독에 중독되지 않는 게 아니라 중독된 뒤 다시 해독되는 현상이 모두!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도주가 아닌 탈환이다.

중년인의 정체 모를 불사성을 이뤄주는 것을 찾으면 이 상황을 반전 시킬 수 있다.

‘그 상황에서 이런 역전의 수를 찾다니!?’

현석이 놀란 눈으로 진천우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는 어느새 다시 눈을 감고 있었다.

이미 자신보다 먼저 불사성의 원인을 찾지 않았나?

그럼 지금 진천우는 뭘 탐지하는 거지?

“찾았다!”

그 순간, 그가 갑자기 두 눈을 치켜뜨고, 뒤로 몸을 날았다.

“찾았다고?”

뭘?

‘설마 벌써 불사성의 원인이 숨은 장소를 찾았다는 건가?’

놀랍다.

아니,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란 믿음이 들었다.

휙!

현석은 곧바로 진천우의 뒤를 따랐다.

그러면서 각오를 다졌다.

냉정히 말해 경공은 진천우가 현석보다 위.

상대가 본 실력을 발휘하면, 자신은 전력을 다해야 간신히 그 뒤를 따를 수 있다.

‘거기다 틀림없이 우리 뒤를 저자가 따라오겠지?’

그때, 자신이 방패막이 되어 최대한 적의 발길을 붙잡아야 한다.

현석이 막 그 각오를 다지려는데.

팟!

“응?”

갑자기 진천우가 걸음을 멈췄다.

왜 벌써?

‘설마 벌써 찾은 건가?’

도대체 그는 자신을 몇 번이나 놀라게 하려는 건지!

“!?”

그 직후, 현석은 확실히 크게 놀랐다.

그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너무 놀란 나머지 두 눈을 치켜뜨고 입을 크게 벌렸다.

도대체 왜?

‘천마가 여기에?’

“음? 찾았군.”

천마 역시 자신들을 발견하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역시 이쪽이 진짜였군. 내가 네놈을 찾으려고 얼마나 헤맸는지…….”

슥!

진천우가 불경하게 천마의 말을 끊고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천마는 제 말이 중간에 끊기자 불쾌해했지만, 그와 동시에 호기심을 느끼고 손가락 끝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게 뭔가? 웬 검은 금속 덩어리가…….”

“저게 경계 너머의 수뇌입니다. 그리고 부서지면 부서질수록 강해지는 불사신이기도 하고요.”

“호?”

그 말을 듣자마자 천마가 눈을 반짝였다.

그러니까 그 말은…….

“천마 어르신의 가짜 천마 인형보다 더 흥미로운 상대가 아닙니까?”

휙!

진천우가 또다시 천마 특급 마차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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