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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화 : 함께하는 싸움 (5) (189/210)


189화 : 함께하는 싸움 (5)
2022.09.14.


와아아아!

크라라라!!

그것은 인간과 괴물의 싸움이었다.

수백의 괴물 대 천여 명의 인간의 싸움

그만큼 싸움은 격렬할 수밖에 없었다.

덥석!

괴물이 원숭이처럼 긴 팔로 눈앞의 무인을 붙잡았다.

도무지 인간의 힘으로 풀 수 없는 괴력.

하지만 붙잡힌 자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무인이었다.

우우웅!

그는 곧바로 내공을 운용해, 평범한 사람은 엄두도 낼 수 없는 힘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콱!

괴물이 황소개구리처럼 큰 입을 벌려 제 손에 붙잡힌 무인의 머리를 깨물었다.

그 큰 입 안에 수십, 수백의 날카로운 이빨이 숨겨져 있었다.

콰직! 콰직! 콰지직!

무인은 입이 닫히기 직전 저항하려고 급히 내공을 모았지만, 결국 몸을 몇 번 부르르 떨다 그대로 축 늘어졌다

“이 자식!”

그 끔찍한 광경을 본 맹의 무인들이 분노하며 무기를 들었다.

앞서 말했듯, 이들은 전원 범인을 아득히 뛰어넘는 무인들이다.

푹!

-크라라!

괴물들은 어린아이 주먹 크기의 비늘을 관의 무장들이 입는 갑주처럼 촘촘히 몸에 둘렀지만, 정예 무인들의 우윳빛 검기를 두른 검 앞에서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다.

“네놈이 감히 해청을!!”

쌍심지를 치켜들며 도사가 고함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그는 조금 전 괴물에게 머리째 먹힌 이와 똑같은 갈색 도복 차림이었다.

그 외에도 같은 복장의 도사들이 괴물을 상대했다.

푹! 푹푹푹!

이들은 금세 사제의 복수를 해냈다.

허나 그걸로 안심할 수 없었다.

휙!

“아니?!”

“아래! 괴물이 땅을 기며 이동한다!”

“사형!”

순간, 괴물 중 하나가 허리를 바짝 엎드리고 땅을 기었다.

곰 같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움직임.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무인들의 생각이었고, 놈들은 곧바로 땅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놀란 도사들이 급히 신법을 발휘해 그 자리를 빠져나갔지만, 아쉽게도 모두가 자리를 피한 건 아니었다.

덥석!

“사제!”

갓 아이 티를 벗긴 청년 도사가 달아나다 말고, 괴물의 손에 발목이 붙잡혔다.

그는 곧바로 제 발을 붙잡은 괴물의 손에 검을 휘둘렀지만.

쾅!

“컥!”

눈 깜짝할 사이,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쾅쾅쾅!

“크억!!”

괴물은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들고 흔들듯, 붙잡은 도사를 좌우로 연달아 크게 휘둘렀다.

쾅쾅쾅쾅쾅쾅쾅쾅쾅!!

그렇게 열 번 더 휘둘렀을까?

“…….”

장난감이 더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스륵!

아니, 아예 장난감의 절반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상관없었다.

아직 눈앞에 더 많은 장난감들이 돌아다녔으니까.

-크라라라!

괴물은 다시 몸을 날리려 했다.

그 순간.

“이놈!”

푹!

눈 깜짝할 사이, 아끼던 사제 둘을 잃은 무인이 비상한 몸놀림으로 괴물의 몸에 검을 박았다.

이를 본 다른 사제들이 사형을 도왔다.

“죽어라!”

“죽엇!”

순식간에 십여 개의 검이 괴물의 몸에 박혔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사제들의 원수!!”

맨 처음 괴물의 몸에 검을 박은 도사가 다시 검을 들어 괴물의 목을 쳤다.

비록 큰 희생이 있었지만, 괴물 하나를 처리하는 데 얼마 걸리지는 않았다.

도사들이 곧바로 승리의 환호를 질렀다.

일부러 하늘이 무너져라 더 크게 소리 질렀다.

그래야 하늘로 올라간 사제의 넋을 조금이라도 더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

추가로 다른 괴물들도 겁을 먹고 물러날 거라 예상했건만.

-크라라!

-크랏!

나머지 괴물들은 동족의 죽음에도 아랑곳 않고 달려들었다.

“이놈들 뭐야?!”

“아무리 짐승이라지만, 제 동족이 눈앞에서 죽어가는데도 눈길 한번 안 주다니!”

어쩔 수 없었다.

이것들은 평범한 괴물이 아니었다.

경계 너머에서 철저하게 싸움만을 목적으로 만든 괴물.

그것들은 무서움 따위 모르며, 동료애와 동족의 개념 또한 전혀 알지 못했다.

“이게!”

푹!

그 순간, 조금 전 괴물의 몸에 창을 박아넣었던 도사가 또 새로운 괴물의 몸에 검을 박았다.

곧바로 아까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푹푹푹! 삭!

사제들이 사형을 돕기 위해 앞다퉈 달려들고, 그 사이 그가 또 괴물의 목을 쳐 마무리 짓는다.

“흥, 네까짓 놈들이 그럼 그렇지. 결국 제 죽을 줄 모르고 불 속으로 달려드는 불나방 같구나!”

푹!

도사가 이번에도 또 다른 괴물의 몸에 검을 박았다.

허나 이번에는 뒤따른 추가 공격이 부족했다.

앞의 괴물을 처리하는 데 너무 많은 인원이 몰린 탓에…… 이번에는 그것보다 한참 줄어든 인원만 달려들 수 있었다.

물론 도사는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비록 칼침의 수가 줄었지만, 그래도 괴물의 몸을 넝마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거기다 방금 막 두 번째 괴물을 처리한 사제들이 이쪽을 돕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 탓에 그만 방심했다.

도사는 제 쪽으로 달려오는 동료만 보고, 제 쪽으로 달려드는 괴물을 보지 못했다.

“사형!!”

이를 본 젊은 도사가 급히 경고했지만.

덥석!

그 직후, 피투성이의 괴물이 도사의 머리를 씹었다.

이후의 상황은 처음과 똑같았다.

와그작! 와그작! 와작!

불과 세 번.

애초에 맨 처음 아가리를 다무는 것만으로 가장 나이 많은 도사의 목숨은 끝난 뒤였다.

“이, 이것들이!!”

조금 전 경고하기 위해 크게 소리쳤던 도사가 악에 받친 얼굴로 사형의 복수를 위해 달려들었다.

그뿐 아니라 주위 다른 사형제들도 손을 보탰다.

그렇게 그들은 간신히 세 번째 괴물도 처리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도사들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들은 괴물이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모두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실.

-괴물을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 이것들은 동족애도 공포도 모르고, 고통 또한 모른다. 그러니 무조건 단숨에 숨통을 끊어놔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가 죽는다.

꿀꺽!

이때. 누군가 침을 삼켰다.

분명 그리 크지 않은 소리였는데 이상하게 귓가에 울렸다.

-크라라!

“온다!”

“모두 무기를 들어! 그리고 죽지 마라!”

와아아!!

잠시 뒤, 다시 무인과 괴물의 싸움이 재개되었다.

분명 초반에는 무인들이 유리했다.

그들은 마음을 고쳐먹었고, 수적 우세도 여전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괴물의 능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크라라!

-크라라라!!

-크라라라라!!!

단순히 울음만 터트렸을 뿐인데, 그 울음이 귀청을 울렸다.

그러한 울음을 수십 마리가 동시에 터트리자, 맹의 무인들은 아주 강한 음공에 당한 듯 몸을 비틀거렸다.

덥석!

괴물들이 그 틈을 노리지 않고 다시 달려들었다.

와그작! 와그작!

놈들이 동료의 뼈와 살을 씹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무인들은 분노로 사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동시에 공포로 사기가 내려갔다.

매우 모순적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게 바로 인간이었다.

인간은 대개 어느 정도 동족애가 있고, 공포를 느끼며, 또한 일정 수치 이상의 고통을 참지 못했다.

거기에는 정신적 고통도 포함돼 있었다.

와그작! 와작!

“그만! 그만둬!!”

누군가 괴물이 동료를 씹는 소리를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당연히 이 상황에서 그 같은 독자적인 행동은 용납받을 수 없었다.

휙!

가장 가까이 있던 괴물이 무리에서 튀어나온 멍청이를 날카로운 이빨로 씹어 먹으려 했다.

그 순간.

쾅!

“정신 차려!!”

웬 중년인이 커다란 검으로 괴물의 안면을 후려 패고, 동료를 구했다.

퍽!

그는 동료의 안면 역시 사정없이 후려 팼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미, 미안하네.”

“정신이 들었나? 그럼 바로 무기를 들어!”

“그래!”

다행히 동료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했다.

어느새 우세인 상황이 열세로 뒤집혔다.

또다시 상황이 반전됐으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열세에서 더 최악으로 가는 게 자연스러웠다.

‘방법이 없나?’

그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반전시킬 방안을 찾았다.

-자네는 남겠다고? 왜? 일부러 통로로 들어갈 정예에 넣어줬는데?

순간, 맹주님의 질문이 떠올랐다.

이때, 자신이 뭐라 대답했더라?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돌아올 곳 역시 지키고 싶습니다.

-흐음…….

그 대답에 맹주는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허나 그는 더 묻지 않고, 알겠다며 사내를 원정대 인원에서 빼버렸다.

-마침 자네에게 제격인 역할이 남았네.

그렇게 맡게 된 역할.

경계에서 넘어온 괴물로부터 이 세상을 지키는 일.

백풍대주, 백청강은 기꺼이 그 역할을 맡기로 했다.

-크라라!

괴물들이 귀를 찢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모두 무기를 다시 들어라. 전열을 갖춰라! 동료의 등을 지켜라!”

“존명!”

백청강과 그를 따르는 백풍대들이 괴물을 처리하며 다른 동료를 지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황은 점점 더 극악으로 치달았다.

“아!”

가장 먼저 상황 파악을 마친 그가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대로 가다간 전멸을 피할 수 없다.

백풍대주의 눈이 점점 더 탁한 검은빛으로 물들어가려는 찰나.

-크랏!!

괴물 하나가 그에게 달려들었다.

쾅!

백청강은 바로 자신에게 달려든 괴물을 검으로 쳐냈다.

하지만.

-크라라!

-크라라라라!!

방금 막 쳐낸 괴물 뒤로 또 다른 괴물들이 달려들 줄이야!

자신의 실력으로도 괴물 둘을 동시에 쳐낼 수는 없었다.

수하들은?

그들도 제 눈앞의 괴물과 싸우느라 이쪽을 도울 틈이 없었다.

“아아!”

이렇게, 이렇게 끝나는 건가?

“아니!!”

그가 포기 직전에서 갑자기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의 검을 힘차게 움켜쥐었다.

이 순간, 누군가가 떠올랐다.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무공도 익히지 않고, 심지어 천형까지 지닌 몸으로 자신의 거친 기세를 정면으로 견뎌낸 인물을.

‘진 공자!’

자신과 자신의 수하들은 장가 놈 때문에 본의 아니게 진천우의 가문인 진씨세가를 핍박하여, 그에게 아주 큰 빚을 졌다.

‘그 빚을 다 갚기 전에 죽을 순 없지.’

백풍대주가 어느새 꺾인 고개를 다시 곧추세우고 눈앞의 괴물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상하게 진씨세가의 소가주를 생각한 것만으로 온몸에 힘이 돌았다.

쾅!!!!

그런데 막 몸을 날리려던 찰나, 난데없이 정면에서 커다란 폭음이 터졌다.

“…….”

놀란 백청강이 멍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노리고 달려들었던 괴물들이…….

“이 무슨?!”

모두 사라졌다.

그는 조금 전까지 괴물들이 있던 장소를 바라보다 문뜩 뭔가가 떠올랐는지,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누군가 서 있었다.

“맹주님!!”

분명 맹주는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뒤로 피신했을 텐데?

싸움과 동시에 수장이 피신한다는 건 보통은 좋은 판단이 아니지만, 맹은 그 사정이 달랐다.

맹주는 천하를 삼분하는 거대세력의 수장이지만, 무공을 전혀 모르는 범인인 탓에 오히려 싸움 한복판에 남아있을 수 없었다.

괴물과 싸우던 정예 무인들도 그런 맹주를 탓하지 않았다.

맹주에게는 맹주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 굳게 믿었기에.

그리고 맹주는 그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원군이 왔네!”

“원군!!”

맹주는 잠시 몸을 피한 뒤, 원군과 함께 돌아왔다.

그런데 맹주와 함께 온 원군의 정체를 파악한 백풍대주는, 너무 놀란 나머지 두 눈이 찢어지도록 크게 치켜떴다.

어떻게 저들이?

“과, 관군?!”

한둘이 아니다.

최소. 수천.

거기다 그들은!

“맹의 무인들은 지금 즉시 뒤로 물러나라!”

“존명!”

너무나 갑작스러운 후퇴 명령이었지만, 무인들 중 누구도 그 말에 의문을 지니는 이는 없었다.

없을 수밖에.

콰쾅!! 쾅!!!!

그 직후, 관군이 여기까지 가져온 수십 화포를 연달아 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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