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화 : 함께하는 싸움 (3)
(187/210)
187화 : 함께하는 싸움 (3)
(187/210)
187화 : 함께하는 싸움 (3)
2022.09.10.
하늘로 비산한 손은 중년인의 것이었다.
‘휴!’
이를 본 진천우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
사실 커다란 도와 검은 손이 부딪친 다음 손이 하늘로 솟구쳤다면 그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것을 보며 한껏 마음을 졸았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랬을 뿐.
진천우는 빠르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시선을 내렸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크윽! 어떻게 흑암수가?”
휙!
가면 쓴 사내가 중년인을 향해 다시 거도를 휘둘렀다.
한번 붙잡은 승기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역시 철두철미하다.
“흥!”
허나 중년인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챙!
“?!”
“!?”
거도를 휘두른 사내도, 이를 지켜보는 진천우도 동시에 두 눈을 치켜떴다.
대체 내가 무엇을 보고 있지?
“검?”
어느새 중년인의 손에 들린 한 자루의 검.
진천우와 가면의 사내는 중년인이 검을 뽑는 걸 전혀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따로 검집에서 뽑힌 검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무슨……!”
진천우가 황당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피로 이뤄진 검이라니.”
피의 검.
중년인은 그 말 그대로 잘린 손목에서 흘러내린 피로 이뤄진 검으로 거도를 막았다.
“네놈……. 내게 흑암수에 이어 혈루검을 꺼내게 만들다니!”
급한 공격을 막은 중년인이 이를 갈며 적을 노려보았다.
“…….”
휙!
하지만 가면의 사내는 이 이상 당황하지 않고, 냉정하게 바로 다음 공격을 퍼부었다.
쾅! 쾅쾅!
검과 도가 부딪치면서 큰 굉음이 터졌다.
“역시!”
진천우가 그 모습을 지켜보며 혀를 내둘렀다.
가면의 사내야 원래부터 보통이 아님을 알았지만, 중년인 역시 그와 정면으로 상대할 정도라니!
지금껏 상대한 다른 선인들과 크게 다른 모습.
‘하지만…….’
그런데도 진천우는 중년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확실히 그는 선인보다 무림인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중년인에게는 선인에게만 느낄 수 있는 꺼림칙한 느낌이 아주 강했다.
그가 잠시 생각에 빠진 사이, 이변이 발생했다.
쾅!
“큭!”
“어째서?!”
진천우가 다시 눈을 치켜떴다.
방금 중년인과 가면의 사내가 일격을 나눴다.
그리고 놀랍게도 가면의 사내가 뒤로 한 발 물러났다.
그런데 가면 주위로 얼핏 보이는 그의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다.
진천우는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독!’
저건 틀림없이 중독 현상이었다.
그것도 평범한 독이 아니었다.
‘내 독이잖아!’
알고 보니 중년인이 든 혈루검은 독고의 독에 중독된 피로 이뤄져 있었다.
휙!
진천우는 급히 손에 든 필중의 창을 내던졌다.
쾅!
“이놈!”
중년인이 갑작스럽게 날아온 창을 막으며 뒤로 물러난 사이, 진천우가 급히 가면의 사내를 뒤로 데려왔다.
“이걸 먹게.”
꿀꺽!
곧바로 이건 해독제라고 말하려 했는데, 가면의 사내는 어느새 자신이 내민 환단을 삼켰다.
“…….”
“왜?”
“망설임이 없군. 내가 뭘 준 줄 알아서?”
“해독제가 아닌가?”
“아니, 맞긴 하지만.”
“그럴 거라 확신했네.”
확신했다고?
도대체 나의 무얼 믿고?
“물러나!”
그 순간, 가면의 사내가 진천우를 옆으로 밀쳐내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쾅!
그 직후, 등 뒤로 큰 굉음이 터졌다.
필중의 창의 기습에 물러났던 중년인이 어느새 돌아온 것.
심지어 조금 전, 기습은 피의 검이 아닌 중년인의 왼손이었다.
절대 닿아서는 안 되는 흑암수를 양손 모두 쓸 수 있다는 뜻.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부르르!
“아, 돌아왔군.”
진천우가 다시 뒤로 물러나며, 제 곁으로 돌아온 필중의 창을 회수했다.
부르르!!
녀석이 손에 쥐어지자마자 아주 거칠게 떨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은 조금 전에 하마터면 파괴될 뻔한 위험을 무릅쓰고 열심히 성과를 내었는데, 넌 주인이란 놈이 그 모습을 지켜보지 않고 무얼 하느냐는 듯!
“허!”
진천우가 속으로 크게 코웃음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절대 주인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작 아닌 발작을 하던 녀석이 이 무슨 짓인지.
부르르르!!
“아니, 아니다.”
허나 어쨌든 지금 필중의 창의 주인은 자신이었다.
진천우는 이미 독고를 통해 영물…… 보패도 영물이라 할 수 있나?
어쨌든, 이런 신비한 것들의 생리를 조금이나마 이해했기에 가볍게 손으로 창대를 쓸며, 녀석에게 수고했다고 칭찬했다.
그러자 눈앞에 푸른 현판이 떴다.
[보패, ‘필중의 창’의 조련에 성공했습니다.]
[필중의 창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하!”
오랜만에 나타난 타이쿤이 참으로 황당한 내용을 알려주었다.
어쨌든 이로써 필중의 창은 완전히 진천우가 되었다는 말과 진배없었다.
“그럼 이제부터 널 제대로 써야겠다.”
부르르?
“가자.”
부르르르!!
녀석은 처음에는 진천우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다가, 다시 한번 전투에 나아간다고 하자 그제야 말귀를 알아듣고 몸을 잘게 떨었다.
어쩐지 그 직후, 창날에 섬뜩한 기운이 얕게 서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진천우가 바로 중년인과 가면의 사내의 싸움에 참여했다.
“돕지.”
그가 빠르게 창을 내질렀다.
본래 진천우는 따로 익혀둔 창술이 없었지만, 자신은 그저 창대에 손을 올려만 놓는 것으로 충분했다.
애초에 진천우가 지금 들고 있는 창은 보통 창이 아닌 필중의 창이었다.
쉭!
중년인이 몸을 틀어 창을 피하자마자 창끝이 혼자 기이한 각도로 휘더니 그의 심장을 향해 날아갔다.
“억!”
이를 보고 너무 놀란 그가 그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허나 아쉽게도 창이 심장을 찌르기 직전 혈루검이 앞을 막았다.
이 피로 이뤄진 검은 필중의 창과 비슷한 격을 지녔는지 방해불가 효과가 통하지 않았다.
“이놈!!”
그 직후, 중년인이 검을 들고 있지 않은 왼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왼손 가득 검은 기운이 둘러져 있었다.
흑암수.
정체를 알 수 없지만 필중의 창보다도 높은 격을 지녔으리라 추정되는 무언가.
이것에는 절대 닿아서는 안 된다.
진천우는 어쩔 수 없이 손에 힘을 주어 창을 회수했다.
그러나 중년인은 이 기회에 필중의 창을 완전히 파괴하려는 듯 끈질기게 쫓아왔다.
이번에는 창술에 서툰 진천우가 당하는 줄 알았지만.
휙!
흑암수가 창에 닿기 직전, 그 옆으로 무언가가 날아왔다.
그게 가면 사내의 거도임을 알아채자마자, 중년인이 한껏 인상을 쓰며 즉시 왼손의 투로를 옆으로 틀었다.
쾅!
잠시 뒤, 커다란 굉음과 함께 중년인이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무엇이든 분쇄하는 흑암수를 두르고도 이런 충격이라니!
게다가 흑암수와 부딪친 거도는 흠집 하나 나지 않고 멀쩡했다.
혈루검과 필중의 창은 서로 동격이다.
그리고 필중의 창보다 흑암수가 더욱 격이 높았다.
그러나 그 흑암수조차 저 거도보다 격이 낮다니…….
중년인이 알기로 천하에 그 같은 무구는 손에 꼽을 정도.
그중 도(刀)의 형태를 지닌 것은 단 하나!
“마도(魔刀)! 어떻게 네놈이 그것을!!”
중년인이 처음으로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저 도는, 한 쌍을 이루는 또 다른 무구인 신검과 함께 바로 이곳에서…….
휙!
그러나 마도를 바라보며 얻은 그의 상념은 우습게도 바로 자신의 목을 노리고 날아오는 마도로 인해 깨지고 말았다.
챙!
“큭!”
간신히 그것을 피했지만, 대신 혈루검이 희생되었다.
중년인은 그대로 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검 자루만 남은 혈루검을 바닥에 팽개쳤다.
혈루검과 같은 급의 보패는 이곳 경계에서도 매우 희귀했지만, 중년인은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아직도 셀 수 없이 많은 보패가 숨겨져 있었다.
아니, 중년인의 자신감은 단순히 보패의 수에 달려 있지도 않았다.
“…….”
가면의 사내도 이 부분을 경계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어렵사리 붙잡은 승기를 놓칠 수 없기에 그는 지체 없이 중년인에게 달려들었다.
우우웅!
흑암수라고 했던가?
확실히 평범한 능력은 아니었다.
허나 그는 이미 한 번 중년인의 손을 베었다.
그리고 앞서 몇 번이나 마도와 충돌한 그것은, 처음 벴을 때와 마찬가지로 힘이 한풀 꺾여있었다.
‘벤다!’
가면의 사내가 마도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어디 양손이 잘린 상태에서도 흑암수를 쓸 수 있을까?
휙!
“!?”
그 직후, 또다시 하늘에 누군가의 손 한쪽이 비산했다.
당연히 그 손의 주인은 중년인.
‘아니, 또 모르지!’
휙!
역시나!
예상대로 손 하나를 베자마자 바로 역공이 들어왔다.
역공이 들어온 방향은 오른쪽.
그는 바로 마도를 들어 그것을 막았다.
쾅!
“?!”
완벽히 막았음에도 가면의 사내는 두 눈이 부릅떴다.
당연히 중년인이 새로운 보패를 꺼낼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우우웅!
또다시 흑암수였다.
그러나 오른손을 잃은 상태로 어떻게?
“오른손이!?”
그가 더욱 눈을 부릅뜨며, 꽉 다문 입가에서 간신히 신음을 참았다.
믿을 수 없게도 분명 한 번 베었던 중년인의 오른손이 멀쩡히 붙어있었다.
잠깐, 그 말은?!
뒤늦게 무언가를 알아챘지만, 한 발 늦었다.
역시나 왼쪽에서 공격이 날아왔다.
우우웅!
또 같은 흑암수.
이것을 막을 수 있는 건 마도뿐이지만, 그것은 중년인의 오른손을 막느라 뺄 수 없었다.
휙!
이대로라면 당한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가면의 사내가 처음으로 당황해서 몸이 굳은 사이, 그 사이로 진천우가 날아왔다.
쾅!!
곧바로 커다란 굉음이 터졌고, 그 충격에 그만 뒤로 물러났다.
“안 돼!!”
자신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질렀다.
흑암수는 자신의 마도가 아니면 막을 수 없다.
그런데 진천우가 끼어들었다?
그 말은 곧!
“휴!”
하지만 우려와 달리 진천우는 멀쩡한 얼굴로 돌아왔다.
“무사한가?”
“왜? 뒈졌으면 싶었나?”
“그럴 리가!”
가면의 사내가 또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곤 그제야 자신이 크게 소리쳤단 사실을 깨닫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 그는 아주 과묵한 사람이었다.
사부 앞에서도 련의 수하들 앞에서도 자신이 이렇게 감정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자 앞에서는 어째서 이렇게 쉽게 감정을 드러내는 걸까?
혹시 이자는 자신의 잊어버린 과거와…….
“네놈!!”
허나 오래 생각할 틈이 없었다.
충격이 걷히자 곧바로 중년인이 튀어나왔다.
그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가면의 사내가 쥔 마도와 진천우의 손에 들린 걸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급히 입을 열었다.
“저놈은 마도를, 그리고 네놈은 신수(神獸)를 지니고 있구나! 이 무슨 횡재인지!”
신수?
가면의 사내가 그게 뭔가 싶어 진천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의 손에 들린 검은 몽둥이가 들렸다.
왜 몽둥이를 보고 신수라고 하지?
달칵달칵!
그때, 그의 품 안에서 목각 인형이 미친 듯이 몸을 떨었다.
넌 또 왜?
달칵달칵달칵!!
놀란 녀석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아무래도 뭔가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가면의 사내는 곧바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기사(奇事)에 제 인형을 달랠 틈도 없었다.
쩍!
“음?”
진천우가 들고 있던 검은 몽둥이.
마도만이 막을 수 있던 중년인의 흑암수를 막은 그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년인이 신수라 부른 바로 그것.
쩌저적!
그것의 겉에 커다란 균열이 일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검은 것 안에서 은빛 광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