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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화 : 각자의 싸움 (1) (182/210)


182화 : 각자의 싸움 (1)
2022.08.29.


현석은 어째서 달아나지 않고 남은 걸까?

“둘째 공자님!”

련의 무인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곧 더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을 내렸다.

“너희는 물러나라.”

“하지만!”

“이후부터 나 대신 사제를 따라라. 그리고 소천마를 쫓아라.”

“그런?!”

몇 명이 그럴 수는 없다고 외치려는데, 셋째가 앞으로 나왔다.

“명을 따릅니다.”

“셋째 공자님!”

“따라와라.”

수하들의 반발에도 셋째는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

이 이상의 쓸데없는 문답은 받지 않겠다는 태도.

“존명!”

결국, 그들은 현석과 셋째의 명을 따라 몸을 돌려야 했다.

“누가 그냥 보내준다더냐!”

이를 본 녹의 노인이 코웃음 쳤다.

휙!

거대 인형의 묵직한 팔을 휘둘러 물러나는 련의 무인을 공격했다.

쾅!

그러나 그 팔이 무인들을 붙잡기 직전, 오른편에서 현석의 마도가 날아왔다.

“이이잇!”

소천마에 이어 두 번이나 같은 방식으로 방해받자, 녹의 노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도대체 이것들은 왜 이리도 자신을 방해한단 말인가!

그 사이, 련의 무인들도 교의 무인들이 달아난 통로로 몸을 날렸다.

“둘째 공자님, 기다리겠습니다!”

“꼭 기다리겠습니다!!”

“이기십시오!!”

수하들이 떠나면서도 응원을 잊지 않았다.

그러길 잠시, 광장에 녹의 노인과 현석만 남았다.

달칵달칵!

아니, 거대 인형도 함께였다.

“흥!”

쾅!

거대 인형이 갑자기 땅에 손을 집어넣었다.

뭔가 숨겨둔 무기라도 꺼내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니, 숨겨둔 무기가 맞나?

휙!

거대 인형이 땅에서 커다란 바위를 파내 던졌다.

당연히 저런 느린 공격에 당할 현석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 상관없는 게, 애초에 그것은 현석을 노린 공격이 아니었다.

콰쾅!!

“…….”

인형이 던진 바위로 파괴된 곳을 보며, 현석이 눈살을 찌푸렸다.

“후후후!”

이를 본 노인이 크게 웃었다.

두 번이나 실수했으면 됐다.

세 번의 실수는 없다.

“통로를 부숴버렸으니, 이제 달아날 곳은 없다.”

쾅!!

거대 인형은 내침 김에 그들이 들어온 입구도 박살 냈다.

달아날 곳을 다 막아놨으니, 이제 도망은 불가능했다.

“흥!”

그러나 현석은 처음부터 달아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아까 수하들을 구하기 위해 뽑은 마도를 바로 세우며, 싸울 태세를 갖췄다.

‘저놈이 정말 저걸로 내 인형과 싸울 생각인가?’

현석의 정직한 자세에 녹의 노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의 거대 인형은 맨 먼저 달아난 여자와 눈앞의 사내가 펼친 공격을 맨몸으로 받았다.

비록 그 때문에 공격이 빗나갔지만, 인형 자체는 상처 하나 없었다.

그것만 봐도 격차가 얼마나 큰지 한눈에 보일 텐데?

“흥! 따로 숨긴 수가 있다 해도 내 역작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다.”

노인이 애써 불안감을 지우며 외쳤다.

일단 소리 내 말하고 보니 정말 곧바로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만큼 자신의 역작은 대단했다.

형의 역작인 복사 인형이라 해도, 어디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무인을 복사하지 않는 한 자신의 거대 인형에게는 상대되지 못할 터.

하물며 경계 너머에서 온 저런 애송이 따위야!

“가라!”

달칵!

주인의 명을 받자 즉시 거대 인형이 움직였다.

이번에는 처음과 두 번째 상황과 달랐다.

녀석은 오직 현석을 목표로 하고 팔을 휘둘렀다.

물론 현석도 순순히 당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바로 마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쾅!

곧바로 굉음이 터졌다.

거대 인형이 내지른 주먹과 현석이 휘두른 마도가 정면충돌했다.

그 결과는?

쾅!

현석이 무려 십 장 넘게 날아가 벽에 박혔다.

“커억!”

그는 간신히 일어나면서 마른기침을 뱉었는데, 거기에 피가 섞였다.

“그럼 그렇지!”

이를 보자 드디어 녹의 노인이 모든 불안감을 씻어냈다.

그는 곧바로 인형에게 완전히 끝내라고 명했다.

쾅!

거대 주먹이 조금 전 현석이 서 있던 벽을 때렸다.

당연히 현석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다.

허나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쾅! 쾅쾅쾅!

두 번째, 세 번째 공격이 연이어 터졌다.

워낙 큰 주먹이 날아오는 탓에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진 것 같았다.

그러다 녹의 노인도 이런 단발성 공격으로는 제대로 맞출 수 없다고 느끼고, 거대 인형에게 발로 땅을 쓸어버리라고 명했다.

주먹도 피했는데 발길질이라고 못 피할까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콰콰콰쾅!!

“?!”

발로 땅을 쓸자 곧바로 대량의 흙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것이 해일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그랬다.

거대 인형은 존재 자체가 이미 하나의 자연재해였다.

“쯧!”

현석이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흙의 파도를 노려보며 다시 마도를 휘둘렀다.

쾅!

곧장 강한 충격이 온몸을 뒤흔들었지만, 그 대가로 흙의 파도를 막아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잠시 몸이 굳은 틈을 타 인형의 주먹이 날아왔다.

쾅!!

현석은 거대 인형의 주먹에 정면으로 맞고 또 벽에 처박혔다.

아까보다 몇 배 더 깊숙이 벽에 박혔다.

“쿨럭!”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편.

그가 서둘러 몸을 일으키려는데.

쾅!!

현석이 파묻힌 자리를 향해, 거대 인형이 다시 주먹을 날렸다.

“됐다!”

녹의 노인이 인형의 머리에 앉은 채 환호를 질렀다.

‘이건 저놈도 못 피했겠지.’

아니, 죽었을 거다.

세상에 어떤 인간이 이만한 공격을 맨몸으로 견딜까?

허나 노인은 방심하지 않았다.

“더 쳐라.”

달칵!

거대 인형의 주인의 명에 따라 다시 주먹을 움켜쥐었다.

쾅쾅쾅!

녀석이 쉬지 않고 벽을 때렸다.

쿵쿵!

거기다 발로 짓밟기까지 했다.

우르릉!

어찌나 집요하게 공격했는지, 아예 벽이 무너졌다.

“됐다. 그만.”

드디어 거대 인형이 공격을 멈췄다.

이건 확실하다.

녀석은 확실히 죽었다.

그러나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녹의 노인은 인형에게 새 명령을 내렸다.

“파봐라. 녀석의 시체를 확인해야겠다.”

달칵달칵!

녀석이 커다란 손으로 무너진 벽을 팠다.

인형은 얼마 안 가 집게와 엄지 손가락으로 찾던 것을 집어 들었다.

“뭣?!”

그걸 본 녹의 노인이 신음을 흘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왜 멀쩡하지?”

처음 그는 시체를 찾으라고 명령했지만, 당연히 시체가 아닌 핏덩이나 찾을 거라 예상했다.

헌데 지금 거대 인형의 손에는 사지가 멀쩡한 현석이 대롱대롱 들려있었다.

더 놀라운 건.

“후우!”

“살아있어?!”

그렇게 거대 인형의 공격을 연거푸 당한 그가 아직도 멀쩡히 살아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찌 이런!

달칵!

그런데 그때, 녹의 노인은 현석의 품에서 매우 익숙한 소리가 울리는 걸 느꼈다.

잠시 뒤, 매우 익숙한 외형의 무언가가 녀석의 품에서 튀어나왔다.

달칵달칵!

“그, 그건?”

“그래, 이게 너의 능력이냐?”

노인이 기겁한 눈으로 소리치는 그때, 현석은 아무렇지 않게 제 품에서 나온 인형의 능력을 칭찬했다.

그 능력이 무엇인지 노인도 알았다.

그리고 저 목각 인형의 정체도.

저 자그만 목각 인형이야말로 경계를 넘은 모든 인형사 선인들의 궁극의 목표.

자신이 다루는 손바닥 크기의 인형도 문헌을 보고 저것을 따라한 가짜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진짜의 능력은 바로.

“인형화(人形化)!”

“흠……!”

달칵!

현석이 가볍게 목을 꺾자, 사람의 몸에서 나지 않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 대가는 아주 컸다.

당장 온몸의 강도가 말도 안 되게 강해졌다.

‘저 거대 인형에게 그렇게 맞았음에도 전혀 고통이 없군.’

달칵달칵!

현석의 품에 있던 인형이 칭찬을 바라는 것처럼 연신 고갯짓했다.

“그래.”

확실히 말도 안 되는 능력이었기에, 그는 순순히 자신의 인형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달칵달칵!

녀석은 아직 남은 자신의 능력을 가르쳐 주었다.

“좋아.”

휙!

현석이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금 거대 인형을 향해 몸을 날렸다.

* * *

“괜찮겠습니까?”

“뭐가?”

뒤따라오던 수하의 질문에 소천마가 심드렁하게 답했다.

“그게…… 사도련주의 둘째 제자를 놔두고 온 게…….”

“본인이 남겠다는데 뭐 어쩌라고?”

“그것도 그렇지만…….”

수하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뒤로 돌렸다.

소천마가 수하의 시선을 따라갔다.

자신들을 따라오는 련의 무인들.

확실히 저것들은 꽤 껄끄럽다.

제 수하도 아니고, 제 말도 안 듣는 주제에 일단 동맹이라고 묶여있으니까.

‘저 셋째 놈도 쓸 만하니 괜찮겠지.’

소천마가 얕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둘째 놈은 더 쓸 만했는데.

저도 모르게 아쉬운 감정이 샘솟았다.

확실히 그녀가 이렇게나 평가할 정도로 현석은 뛰어났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특히나 강한 정신력이.

‘마치 그놈 같지.’

후후후, 소천마가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현석과 비슷한 성향의 누군가를 떠올리며 낮게 웃었다.

뚝!

그러다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소교주?”

느닷없이 멈춘 그녀를 보고, 뒤따라오던 수하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물러나라.”

“네?”

“아니, 흩어져라.”

“네?”

“지금 당장!”

“조, 존명!”

그 즉시 수하들이 흩어졌다.

뒤따라온 련의 무인들이 이를 보고 당황했지만.

-꺼져!

“…….”

이들을 이끄는 사도련의 셋째 제자는 소천마의 전음과 현석의 명을 동시에 떠올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교의 무인에 이어 련의 무인도 흩어졌다.

뒤따르던 이들이 모두 흩어지자, 소천마는 홀로 앞으로 나가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설마 했는데…….

“음? 너가 왜 여기 있지?”

‘누가 할 소릴!’

난데없이 눈앞의 공간이 갈리고 천마가 튀어나왔다.

천마가 진법을 다룰 줄 알았나?

‘그럴 리 없지. 아마 누군가가 다루는 진법을 훔친 거겠지.’

진법도 모르면서 그 같은 짓을 한다?

다른 이가 그랬다고 하면 대번에 미친놈이라 욕했겠지만, 천마라면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천마가 왜 여기에?’

“뒤따라오는 놈들이 있군.”

“교의 무인들입니다.”

“그래?”

‘칼받이가 필요해서 온 게 아니었나?’

소천마는 천마와 대화를 나눌수록 혼란을 느꼈다.

당연히 고기 방패가 필요해서 나타난 줄 알았는데, 말하는 어투를 보면 그게 아닌 듯했다.

련과의 동맹은 어디까지나 소천마의 독단.

물론 이번 일과 제 수하들에 관해선 천마에게 전권을 위임받았지만, 그렇다고 굳이 그것을 천마에게 보고할 필요는 없었다.

“거참, 왜 내가 널 찾아왔지? 내가 찾는 놈은 네가 아닌데?”

‘아무래도 잘못 찾아온 것 같은데?’

“댁도 실수를 합니까?”

‘그럼 꺼져!’

소천마가 속마음과 달리 적당히 맞장구를 쳐줬다.

어쨌든, 천마의 목적이 자신도, 제 수하도 아니면 여기서 굳이 날을 세울 필요는 없었다.

적당히 대꾸해주는 척이나 하다가 서둘러 내쫓는 게 상책.

“음……. 그러게. 분명 그 녀석의 흔적을 찾아 이동했는데, 네 앞에 나타나다니. 역시 진법은 나랑 적성이 안 맞는다니까. 흠……. 그러고 보면 그놈이랑 너랑 약간 비슷한 느낌이……. 아니, 그건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지.”

‘나랑 비슷한 느낌?’

소천마가 잠시 쌔한 느낌을 받았다.

설마 지금 천마가 쫓는 자가…….

“그놈이 누굽니까? 그리고 왜 쫓는지?”

너무 급한 나머지, 천마를 서둘러 내쫓는다는 처음 계획도 잊고 그만 질문을 날렸다.

다행히 천마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답해주었다.

“당연히 찾자마자 쥐어짜야지. 그놈, 생각보다 쓸 만해서…….”

휙!

더 들을 필요가 없다며, 소천마가 몸을 날렸다.

“죽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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