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화 : 공동 전선 (3)
(180/210)
180화 : 공동 전선 (3)
(180/210)
180화 : 공동 전선 (3)
2022.08.24.
와아아!
교의 무인들이 달려가자, 련의 무인들이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렸다.
너무 기세등등하게 달려가서 하마터면 자신들도 달려갈 뻔했다.
하지만 그들의 상관은 소천마가 아닌 현석.
“어떻게?”
이때, 셋째가 조심스럽게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그는 어느새 현석의 아래를 자청한 듯,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
현석은 잠시 말없이 셋째를 바라보다가 다시 녹의 노인을 노려보더니.
끄덕.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치란 뜻.
련의 무인들이 그제야 한 박자 늦게 달려갔다.
와아아!!
련과 교의 무인들 전원 노인을 향해 달려갔다.
한 명 대 십수 명.
말 그대로 수로 찍어 누르는 형국.
“하! 멍청한 놈들이!”
허나 노인이 입을 염과 동시에 형세가 정반대로 뒤바꿨다.
달칵달칵!
“아니?”
“이것들이 어디서?”
땅속에서 갑자기 목각인형들이 튀어나왔다.
모두 사람 크기였다.
그런 게 수십.
달칵!
가장 먼저 노인의 코앞까지 다가갔던 교의 무인들을 향해 인형들이 덮쳐왔다.
“뭐, 뭐야?!”
“이 괴기스러운 것들이!!”
횡급히 무기를 휘둘렀다.
챙!
그리고 곧바로 경악했다.
목각인형이 검과 도를 맨몸으로 막았다.
그런데 나무 팔과 철로 만든 무기가 부딪쳐 쇳소리가 났다.
절대 평범하지 않은 상황.
퍽!
그 직후, 녀석들이 휘두르는 팔에 무인 하나가 복부를 얻어맞고 뒤로 날아갔다.
일격에 삼 장 가까이 날아갔다.
평범한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
그 말은 저 인형들의 힘이 무공을 익힌 무인과 맞먹는다는 뜻.
아니, 무인은 맨팔로 날 선 무기를 막을 수 없다.
그렇다는 건?
휙!
챙!
“큭!”
“조심해라! 이것들 전부 보통이 아니다!”
교의 무인들은 당황한 얼굴로 급히 무기를 휘둘렀다.
잠시 뒤, 련의 무인들에게도 목각인형이 달려들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내 아이들은 이것만 있는 게 아니다!”
달칵달칵!
녹의 노인이 다시 소리치자, 또 땅속에서 인형들이 솟구쳤다.
분명 조금 전까지 일 대 십수 명이었는데, 어느새 십수 명 대 수십이 되었다.
“이런!”
“크윽!”
곳곳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땅속에서 튀어나온 인형들 하나하나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간…….”
그들의 낯빛이 점차 어두워지려던 순간.
쾅!!
오른편에서 아주 큰 폭음이 터졌다.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교와 련의 무인들 심지어 목각인형들조차 잠시 싸움을 멈추고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욱한 먼지가 눈앞을 가렸다.
하지만 그 먼지는 곧 사그라들었고.
달칵!
먼지 너머에서 불쾌한 소리가 울렸다.
“소교주님!”
역시 소천마!
그녀가 맨손으로 인형 셋을 동시에 박살 낸 것이다.
달칵달칵!
소천마의 발아래 토막 난 인형의 팔다리가 혼자 움직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으득! 으드득!!
이번에는 왼편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그 즉시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여기서는 현석이 마도로 목각인형 다섯을 그대로 아작냈다.
그가 날로 베지 않고 옆면으로 인형을 쳐 낸 이유는 간단했다.
수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일부러 참혹하게 연출하는 편이 더 머릿속에 남기 쉬웠다.
와아아!!
역시나 현석의 예상대로 그 광경을 본 련의 무인들이 용기백배가 되어 함성을 질렀다.
“허?”
이를 본 소천마가 잠시 당황한 듯 혀를 찼다.
저놈이 감히 나보다 앞서가?
그녀는 곧바로 빠르게 양손을 사방에 휘둘렀다.
휙! 휙휙!
날카로운 천마수가 단단한 목각인형을 두부처럼 썰어버렸다.
와아아!
그러자 교의 무인들이 련의 무인보다 더 크게 환호를 질렀다.
양쪽 다 크게 기세가 올라, 인형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달칵달칵!
“가자! 모두 저 인형들을 박살 내라!”
“기껏해야 움직이는 인형일 뿐이다. 하나하나 따로 놓고 보면, 그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단숨에 못 베면, 몇 번이고 쳐서 부서트려!”
으지직! 으직!
한껏 기세가 오른 무인들이, 조금 전까지 그렇게 힘겨워하던 목각인형들을 빠르게 밀어버렸다.
이대로라면 곧바로 상황이 정리될 줄 알았지만.
“이놈들!”
역시나 또 방해가 들어왔다.
“일어나라, 나의 아이들아!!”
녹의 노인이 급히 소리 질렀다.
지금까지 지른 소리 중 가장 컸다.
달칵달칵달칵달칵!!
그러자 땅속에서 조금 전의 배가 넘는 목각인형들이 일어났다.
챙!
“윽!”
그것들 역시 한 번에 베이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두드리면.
챙챙챙!
“부, 부서지지 않아?!”
새로 일어난 인형은 전의 인형보다 훨씬 단단했다.
휙!
“큭! 이것들, 움직임도 훨씬 빨라졌다.”
“젠장, 모두 당황하지 말고 저것들을 상대해라!”
단주급 인물이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리 그래도 인형들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다.
휙!
그것들의 변화에 조금도 반응하지 않는 이는.
으지직!
오직 현석과 소천마 둘뿐이었다.
쾅!
아니, 한 사람 더.
“셋째 공자님!”
“셋째 공자님께서 저 인형을 동시에 둘이나 쓰러트리셨다!!”
사도련주의 셋째 제자가 단숨에 정면에 있는 두 인형을 베어버렸다.
물론 그의 성과는 현석과 소천마보다 적었다.
하지만 무인들이 환호한 이유는 그 둘 외에도 이렇게 큰 성과를 보이는 이가 한 사람 더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제법이군.”
이것만큼은 소천마도 인정해주었다.
“흥, 그나마 너희 셋만이 간신히 내 인형들을 상대할 수 있는 모양이지만, 다른 녀석들은 어림도 없다. 일어나라!”
이때, 녹의 노인이 또 목각인형들을 일으켰다.
그는 경계 너머에서도 단둘뿐인 인형술사다.
또 다른 인형술사인 노인의 형은 단 하나의 인형만 부렸다.
그 하나의 인형은 천하의 모든 것을 흉내낼 수 있는 최고의 인형.
아쉽게도 동생인 그는 형의 기술에 아직 닿지 못했다.
‘하지만 내게는 내 나름의 인형술이 있지.’
그랬다.
녹의 노인에게는 단 하나의 인형밖에 다루지 못하는 형과 달리, 최대 백 개에 달하는 인형을 한꺼번에 다룰 수 있었다.
달칵! 달칵달칵! 달칵달칵달칵달칵!!
“으으으, 저 인형들, 또다시 수가 늘었어.”
“무슨, 끝도 없이!!”
사실 이 이상 늘어날 인형은 없지만, 앞서 몇 번이나 인형의 수를 늘린 덕분에 련과 교의 무인들은 이후에도 계속 인형이 늘어날 거라 지레짐작했다.
그 모두가 녹의 노인의 수법이었다.
‘하긴, 이 이상 인형을 늘릴 필요도 없지.’
그가 이번에 일으킨 인형은 지금까지 선보인 인형들과 강도와 속도 그리고 유연성 등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달랐다.
처음 꺼냈던 인형이 삼류, 그다음이 이류라면, 이번 인형은 무려 두 단계 위인 절정 무인급 인형이었다.
그러니까 하나하나 벽을 넘은 무인급의 인형이 무려 백!
달칵달칵달칵!
그만한 수준과 그만한 숫자가 내뿜는 기세는 십수 명에 불과한 련, 교의 무인들의 달아오른 기세를 단번에 꺾기에 충분했다.
“흥!”
으지직!
“모두 무기를 들어라!”
으직! 으지지직!!
“설마 이까짓 거에 겁먹는 쓰레기는 없겠지?”
휙!
허나 셋째와 현석, 소천마만은 여전한 기세로 차례로 정면의 목각인형을 파괴하며, 수하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으직!
으지직!
휙!
확실히 이 셋 앞에서는 절정 무인급 인형도 속절없이 쓰러졌다.
그러나 이들 셋만으로 백이 넘는 수를 다 막을 순 없어 보였다.
달칵달칵달칵!
목각인형은 여전히 너무 많았고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게다가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자, 수적 우세를 믿고 두셋씩 뭉쳐 한 명을 상대했다.
“이놈들이?!”
“인형 주제에 합공까지?”
챙!
“큭!”
그때, 련의 무인 중 하나가 목각인형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손에 든 무기를 놓치고 말았다.
곧바로 다른 인형이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무인은 이제 맨몸이었다.
그러나 목각인형의 몸의 쇳덩이보다 단단했다.
저걸 맞으면, 까닥하면…….
쾅!
“셋째 공자님!”
“뭐 하느냐? 당장 무기를 주워!”
“가, 감사합니다!”
다행히 위험한 순간, 셋째가 수하를 구했다.
그만이 아니었다.
“둘째 공자님!”
“소교주님!”
현석도 소천마도 차례로 수하들을 구했다.
그렇게 수하들을 구했지만, 확실히 이들이 무리한다는 게 느껴졌다.
부르르!
“음?”
이때,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셋째였다.
갑자기 그가 손을 잘게 떨기 시작했다.
“이까짓!”
셋째는 애써 떨림을 무시하고 다시 인형을 공격했다.
으직!
가장 가까이 있는 인형이 반 토막 났다.
그런데 부서진 인형을 부수자마자, 갑자기 온몸을 찍어누르는 탈력감이 몰려왔다.
“독?!”
아니, 독은 아니었다.
정말 독이라면, 이 많은 사람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심지어 현석과 소천마도 몰랐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은 독도 아니면서 확실하게 그의 체력을 깎았다.
그건 일종의 저주였다.
목각인형을 부수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저주.
당연히 이 저주는 인형을 더 많이 부술수록 더 큰 영향을 받았다.
“하아!”
그러나 이 저주로 가장 먼저 쓰러진 건 셋째였다.
분명 저주로 더 많은 체력이 떨어진 건 현석과 소천마였지만, 그럼에도 그 둘은 저주를 견뎌냈다.
하지만 문제는 셋째마저 쓰러지면, 남은 둘이서 자신의 수하들을 모두 지켜야 했다.
“…….”
“…….”
어느새 둘의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하하, 이제야 조금 상황의 심각성이 느껴지느냐?”
반면 녹의 노인의 말수는 배로 늘었다.
그는 이미 승패가 났다고 확신했다.
달칵달칵!
“큭!”
“이 망할 인형들이!”
그 증거로 목각인형들이 침입자를 압박하자, 소천마와 현석은 이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쾅! 으지직!
확실히 이 둘의 실력은 대단했다.
분명 자신이 지닌 인형 중 가장 뛰어난 작품들만 모아왔음에도 둘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슥!
인형이 부서지면 부서지는 대로 거기 걸려있는 저주가 발동해, 둘의 체력을 뺏었다.
휘청!
결국, 현석이 먼저 몸을 비틀거렸다.
우뚝!
그러다 간신히 균형을 잡고 일어났지만, 한 번 몸을 비틀거렸다는 게 중요했다.
‘이제 정말 끝났군.’
“멍청한 놈들. 이 정도 실력으로 감히 경계의 틈에 들어온 것이냐?”
녹의 노인이 더욱더 기고만장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하!”
그의 웃음소리가 사방에 퍼졌다.
이를 들은 무인들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현석과 소천마의 표정은 여전했다.
‘이것들이!’
그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얼굴을 한 주제에 아직도 그런 눈빛이란 말이지?’
녹의 노인은 확실히 쐐기를 박을 게 필요하단 걸 느꼈다.
그는 그 쐐기가 경계 너머의 정보라고 생각했다.
“네놈들, 설마 날 넘으면 다 끝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무슨 소리냐며 고개를 갸웃하는 둘을 향해, 녹의 노인이 몇 가지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
그 소리에 남은 무인들은 금방 낯빛이 창백해졌다.
당연히 그 둘도 그렇게 변하리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둘은 정반대였다.
“그렇군.”
“그래?”
오히려 그 둘은 녹의 노인의 경고에 화색으로 변했다.
“무슨?”
어째서?
저것들이 도대체 뭘 믿고?
“정보는 그게 끝인가?”
“어차피 그 이상은 네놈도 모르는 것 같군.”
이놈들…… 설마?!
“네놈들 설마 내게서 그 정보를 알아내려고?”
“이제 와 그걸 알아서 뭐하게?”
휙!
그 순간, 소천마가 녹의 노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달칵달칵!
곧바로 목각인형들이 노인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으직! 으지직!
소천마를 뒤따라 몸을 날린 현석에 의해 박살 나버렸다.
이제부터 이 둘이 본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