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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화 : 타임어택 (174/210)


174화 : 타임어택
2022.08.10.


다행히 숨겨진 통로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니. 이미 찾았다.

“…….”

슥!

진천우는 사도련주가 펼친 지도에 잠시 눈길을 주다 바로 몸을 돌렸다.

그 지도에는 몇 가지 특이사항이 있었다.

사도련주는 단번에 그것을 찾아, 맹의 기밀과 합쳐 숨어있던 통로를 두 곳이나 찾아냈다.

하지만 진천우는 련주와 맹주마저 놓친 단서를 더 찾았다.

모두 타이쿤 덕분이었다.

그의 눈에는 지도 위에 둥둥 떠 있는 작은 현판이 몇 개 보였다.

그중 두 개가 아까 사도련주와 맹주가 지목한 장소.

그럼 남은 현판이 떠 있는 장소에 뭐가 있을까?

굳이 답을 들을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다.

‘단, 내 눈에 그러한 게 보인다는 사실을 들켜서는 안 된다.’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에게도.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진천우가 일부러 지도 쪽에는 흥미도 없는 얼굴로, 맹주에게 돌아가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다.

아직 윗사람들이 떠나지 않았는데 먼저 가겠다?

무례하기 그지없는 태도지만, 앞서 맹주가 자신을 맹의 진압 인원으로 뽑지 않았기에 젊은이의 치기 어린 태도라 넘길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더불어.

“진 공자…….”

이 자리에는 사도련주나 맹주 외에도 무진이 있었다.

그는 맨 먼저 진압인원으로 뽑힌 탓에, 진천우에게 매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맹주는 무진을 아주 아끼지.’

그러니 자신이 아끼는 사람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함부로 핍박하진 못할 터.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했다.

과연 맹주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아쉽군.”

맹주가 새하얀 수염을 한 손으로 가볍게 쓸며 입을 열었다.

그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저 손의 의미는?

휙!

다행히 맹주의 손은 아래가 아닌 옆으로 휘었다.

가도 좋다는 뜻.

“감사합니다.”

진천우는 순순히 자신을 보내 준 맹주에게, 그리고 이를 가만히 지켜봐준 사도련주에게도 각각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이 모두를 끝낸 후.

“그럼!”

그는 맹주가 가져온 말 중 가장 기운 센 놈 위에 올라탔다.

“이랴!”

히이이잉!!

검은 말이 우렁찬 소리를 토하며 순식간에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 * *

“감사합니다.”

무진이라고 어찌 이 상황을 모를까?

그는 맹주가 진천우를 순순히 보내 준 게, 어디까지나 자신의 면목을 세워준 것이란 걸 잘 알았다.

“되었다.”

맹주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무진에게 쉬어라 명했다.

그가 물러나자 맹주도 천천히 몸을 돌렸다.

곧바로 자신을 따라온 충성스러운 호위가 옆에 붙었다.

-어찌할까요?

호위가 극도로 조심하며 전음을 건넸다.

그러자 맹주가 은밀하게 수신호를 보냈다.

-쫓아라.

-만약 그가 저희가 찾은 통로 쪽으로 간다면?

그래, 그럴 수 있었다.

젊은이의 치기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해버리는 경우가 있으니까.

-처리해라.

하지만 그럴 경우, 온전히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젊은이의 의무다.

그런데 정말 진천우는 거기로 갈까?

난 아닐 것 같은데?

호위는 정말 오랜 시간 맹주를 모신 탓에 누구보다 그의 생각을 잘 읽었다.

그가 곧바로 추가 질문을 올렸다.

-혹 그가 거기로 가지 않는다면?

-그래도 계속 지켜봐라.

-존명.

호위가 미미하게 맹주에게 고개를 숙인 뒤 자리에서 물러났다.

맹주는 그에게 명령을 내린 뒤,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

사도련주가 이쪽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의 무위를 생각하면, 맹주와 호위가 아무리 조심했다 해도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모를 수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완벽하게 비밀로 하려 했다면, 적어도 사도련주 주위에서 백 장은 거리를 벌린 뒤 명령했을 것이다.

‘그리고 저쪽도 나와 비슷한 명령을 내린 모양이군.’

비록 맹주에게는 사도련주 정도의 무공이 없었지만, 대신 그를 뛰어넘는 통찰력이 있었다.

자신이야 무진 때문에 순순히 진천우를 돌려보냈지만, 사도련주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별말 없이 진천우를 보내 주었다는 건, 그 역시 따로 사람을 시켜 뒤를 쫓게 한 거라 이해할 수 있었다.

‘과연 자네가 우리 둘의 추적을 피할 수 있겠나?’

애초에 맹주는 진천우가 달아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 그가 궁금해하는 건 하나였다.

‘무엇 때문에 자네가 그리도 급히 물러나려 한 걸까?’

그게 궁금하다.

“후후!”

맹주가 천천히 맹이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며, 낮게 웃음을 흘렸다.

* * *

“이럇!”

히이잉!

진천우가 쉬지 않고 말을 재촉했다.

맹주가 가져온 그 많은 말 중 가장 굳센 말을 고른 보람이 있었다.

“이럇!”

히이이잉!!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 심할 정도로 몰아붙이는데도, 녀석은 용케 그 지시를 따랐다.

이쯤 되면 조금 쉴 법도 한데.

“이럇!!”

히이잉!!

그는 계속 말을 채근했다.

어쩔 수 없었다.

“…….”

진천우는 여전히 고개는 앞을 유지한 채, 눈동자만 슬쩍 뒤로 돌렸다.

덕분에 시야가 상당히 제한됐지만, 그래도 찾으려 한 걸 찾을 수 있었다.

‘역시 따라오고 있군.’

그의 기감에 자신을 뒤쫓는 기척을 알아챘다.

그런데 한둘이 아니다.

‘최소 다섯. 그리고 두 무리로 나뉘어 있군.’

맹은 물론 사도련에서도 사람을 붙였다는 뜻.

하긴 누가 봐도 대놓고 수상한 낌새를 풍기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으니 추적자가 붙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조금만 생각이 있는 자라면, 맹주와 사도련주가 완전히 그 자리를 뜬 뒤 그제야 아주 조심스럽게 물러났을 것이다.

하지만 진천우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또르륵!

그가 다시 눈동자를 돌려, 눈앞의 현판을 확인했다.

[제한 시간 : 한 시진]

타이쿤이 숨겨진 통로를 찾으라고 할 때, 제한 시간도 함께 나타났다.

‘어쩐지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더라니.’

한 시진은 절대 짧은 시간이 아니었지만, 원래 있던 위치에서 거기까지 거리를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짧았다.

당장 추적자가 따라올 걸 감수하고서라도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옛다. 이걸 먹거라.”

히이잉?

진천우가 소매에서 뭔가를 꺼내 말에게 먹였다.

녀석은 달리는 와중에도 그걸 넙죽 받아먹었다.

그 직후, 녀석이 갑자기 고개를 쳐올렸다.

힝?!

이게 뭐지?

도대체 내게 뭘 먹였길래 먹자마자.

히이이잉!!

이렇게 기운이 샘솟는 걸까!!

“꽤나 약빨을 잘 받는구나!”

약빨!

조금 전 진천우가 말에게 먹인 건, 이전에도 말에게 먹여 단숨에 기운을 끌어올렸던 바로 그 약이었다.

그는 소매에서 다른 약들도 꺼내 말에게 먹였다.

히이잉!!

곧바로 녀석의 굵은 다리 곳곳에 깊은 근육 자국이 새겨졌다.

“이럇!”

그 상태로 진천우가 가볍게 고삐를 들었다 놓자, 흑마는 마치 바람처럼 쏜살같이 앞으로 내달렸다.

히이이이이이이잉!!!

그야말로 검은 폭풍이 땅을 쓸 듯, 무시무시한 가속.

“이럇! 이럇! 이럇!!”

허나 진천우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는지, 계속 말을 재촉하고 또 재촉했다.

놀랍게도 녀석은 그 기대에 부흥하며 점점 더 속도를 올렸다.

슥!

진천우가 다시 고개를 뒤로 돌렸다.

“허!”

꽤나 놀란 표정.

‘이걸 따라오다니?’

그랬다.

과연 맹주와 사도련주가 직접 보낸 이들답게, 그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속도를 용케 뒤따라왔다.

물론 고생깨나 하긴 하지만, 어쨌든 따라온다는 게 대단했다.

추적자들은 이미 은밀히 숨는 건 포기한 지 오래고, 어느새 말에서도 내린 뒤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신법을 펼쳐 필사적으로 따라왔다.

‘어디까지 따라오는지 볼까?’

“이럇!”

진천우가 다시 한번 고삐를 당겼다.

히이잉!

허나 말도 이제 한계인지 이 이상 빨라지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추적자와 거리가 좁혀졌다.

확실히 말이 아무리 빠른 교통수단일지라도, 제대로 된 무인이 전력으로 운용하는 신법보다 빠를 순 없었다.

오히려 잠깐이지만 그것과 거의 같은 속도로 달렸던 흑마가 대단했던 것.

“어쩔 수 없지.”

진천우가 이대로는 추적자를 따돌릴 수 없다는 걸 순순히 인정했다.

슥! 스윽!

“네 잘못이 아니다.”

그는 참으로 열일한 흑마의 목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그것 아는가?

분명 말이 아무리 빨라도 무인의 신법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건, 꼭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휙!

진천우는 말의 목을 쓰다듬다 말고 갑자기 말에서 뛰어내렸다.

‘여기까지 왔으면, 대충 목적지까지 삼분지 일 정도 왔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반 시진.

딱 아슬아슬한 거리와 아슬아슬한 시간을 맞췄다.

“여기서부터는 말이 아니라 내가 열일해야 할 차례지.”

슥!

그가 다시 한번 고개를 뒤로 돌렸다.

추적자들은 진천우가 왜 갑자기 말에서 내렸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제 쪽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휙!

진천우가 진심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화들짝 놀라며 손을 앞으로 뻗었다.

“무슨?”

“어떻게!”

설마 저리도 빠를 줄이야.

허나 이건 아직 전력을 다한 게 아니었다.

일단 추적자들을 따돌리는 것만으로는 소림의 비전인 대나이신법으로도 충분했다.

“멈춰라!”

“서라!”

그들은 얼마나 놀랐는지, 아예 대놓고 고함까지 지르며 진천우를 붙잡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어느새 점이 된 추적자들을 돌아보며.

휙!!

진천우가 드디어 본 실력을 발휘했다.

“……?!”

“……!!”

저 멀리서 추적자의 외침이 공허하게 울렸다.

진천우는 그들을 뒤로 한 채, 더욱 속도를 올렸다.

그렇게 반 시진이 지나고 나서야.

“도착……했다.”

척!

목적지에 도착했다.

비틀!

무려 반 시진 가까이 최상승 신법을 쉬지 않고 운용한 탓에 가진 내공을 모두 소진했다.

진천우가 온몸을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 앞은 막다른 벽.

비틀!

너무 지친 탓에 앞이 안 보이는 걸까?

그는 계속 비틀거리면서 벽을 향해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그런데.

슥!

그의 몸이 벽을 뚫고 들어갔다.

알고 보니 벽인지 알았던 곳은 진법이었다.

[제한 시간 안에 숨은 통로에 도착했습니다.]

‘됐다!’

남은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진천우는 목표를 이뤘다.

이 안에 뭐가 있을지 살피기 위해 간신히 고개를 드는데, 푸른 현판이 시야를 막았다.

그래도 진천우는 짜증 내지 않았다.

[사용자가 숨겨진 통로의 ‘최초 발견자’가 되었습니다.]

[최초 발견자에게는 특별한 특전이 주어집니다.]

씨익!

이렇듯 타이쿤이 자신을 챙겨주는데 어찌 화를 낼 수 있을까?

* * *

진천우가 안으로 들어가고 한참 뒤.

“누가?”

누군가 그 앞에 섰다.

검은 무복 차림의 어린아이.

아니, 천마였다.

그가 황당한 표정으로 막힌 벽을 노려보았다.

“도대체 어느 놈이?”

이곳은 자신이 찾은 통로였다.

누구도 이 통로의 위치를 알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그건 조금 전에 모였던 맹주와 사도련주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안심하며 그들과 헤어진 천마가 잠시 중요한 걸 챙겨 돌아오는 사이, 누군가 자신보다 먼저 이 안으로 들어갔다.

어떤 놈이!

어떤 놈이!!

뿌득!

천마가 말없이 이를 갈며 뒤늦게 안으로 들어갔다.

와르르!

그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통로를 무너트렸다.

자신과 자신보다 한발 먼저 들어간 놈을 제외하면, 누구도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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