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화 : 반신
(166/210)
166화 : 반신
(166/210)
166화 : 반신
2022.07.23.
쾅!!
손과 도가 부딪친 순간, 굉음이 터지면서 두 남녀가 뒤로 물러났다.
“?!”
“!?”
둘 다 서로를 노려보며 눈을 치켜떴다.
‘이 여자, 정체가 뭐지?’
정말 교에서 쳐들어온 건가?
현석은 제 또래 중 이만큼 강한 자는 처음 보았다.
일전 비무를 벌였던 련주의 셋째 제자는 저자와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기세만 살폈던 둘째도…….’
당연히 그녀보다 아래다.
이때, 소천마도 현석과 같은 놀람을 느꼈다.
‘제법…….’
그녀는 이미 셋째, 둘째와 손을 섞었다.
그 때문에 보다 확실하게 비교할 수 있었다.
‘그 둘보다 훨씬 강하군.’
그렇다면, 련에서 최소 장로급 실력자란 건데…….
‘하지만 어려.’
정확히는 젊다.
아무리 봐도 제 또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답이 나왔다.
‘이놈이 첫째인가?’
다소 엉뚱하게.
허나 이 오해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사도련주의 넷째 제자는 련에서도 매우 최근에 알려진 정보인 것이다.
그러니 이를 교가 벌써 알아챌 수도 없거니와, 설령 알아챈다 해도 천마의 명을 받고 급히 교를 떠난 소천마에게 전할 길이 없었다.
아무튼, 교의 정보대로라면 사도련주의 제자들은 대부분 쭉정이다.
자질이 뛰어난 순으로 제자로 받지 않고, 그저 련주의 기분 따라 제자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마저도 자신에게 얼마나 잘 반항하느냐라니!
그딴 기준으로 뽑았으니, 제대로 된 제자가 나올 리 없었다.
소천마는 앞서 상대한 둘의 평가를 이미 끝냈다.
‘셋째는 멍청하고, 둘째는 헛똑똑이지.’
달리 말하면, 머리가 나빠 제대로 몸을 쓸 줄 모르는 놈과, 머리가 좋아 그것만 쓰는 놈.
그러나 교가 수집한 정보대로라면, 첫째만은 그 둘과 달랐다.
몸과 마음이 이미 완성되어, 오래전부터 사도련주와 따로 행동한다고 들었다.
“그게 네놈이구나!”
“?”
아쉽게도 현석은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따라가지 못했다.
사실 이해할 필요는 없었다.
팟!
둘은 원래부터 문답을 나눌 사이가 아니라 손속을 나눌 사이니까.
휙!
소천마가 자신에게 달려들자, 현석이 바로 마도를 휘둘렀다.
쾅! 쾅쾅!
첫수를 나눌 때보다 훨씬 많은 공방이 오갔다.
이때, 현석의 도법은 투박했고, 소천마의 수공은 현란했다.
쾅!
한순간, 둘이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주륵!
놀랍게도 먼저 피를 본 건 소천마였다.
“…….”
그녀는 손끝에서 흐르는 붉은 피를 말 없이 바라보았다.
‘천마수를 익힌 다음부터 내 손에서 피가 흘린 적이 있었던가?’
딱 한 번 있었다.
바로 천마와 싸우던 그때.
천마는 자신을 훌쩍 뛰어넘는 천마신공으로 이 천마수를 박살 냈다.
그 순간, 천마신공과 함께 그녀의 쓸데없는 자존심도 부서졌다.
이후 소천마는 절치부심하며 자신의 무공을 새로 정립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 손에서 핏방울이 맺혔다.
두 번 다시 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내가 또 오만해졌구나.”
“…….”
“고맙다!”
“…….”
여전히 현석은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소천마가 혼잣말이나 하며 한눈을 팔았다면 바로 달려들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녀에게는 어떤 빈틈도 없었다.
대신 현석은 마도를 언제든 휘두를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 판단은 옳았다.
우우웅!
그 직후, 소천마의 손에서 불길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천마신공.
“?!”
현석은 사도련주의 제자가 된 지 반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 말인즉, 그만큼 무림의 견문이 매우 짧다는 뜻.
당연히 전설로만 내려오는 절세마공을 알아볼 수 있을 리 없었다.
팟!
그러나 그는 검은 기운을 보자마자 일말의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렸다.
‘저건 위험하다.’
보통 사람은 위험하면 물러난다.
하지만 저것은 물러난다고 피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다.
저 불길하기 짝이 없는 위험을 해소할 방법은 더 큰 위험이 되기 전에 미리 싹을 잘라버리는 것뿐임을, 현석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핫!”
그러자 소천마도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날렸다.
쾅!!
이번에는 앞의 것과 비교도 되지 않는 큰 굉음이 터졌다.
허나 둘은 전처럼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까강! 까가강!
둘 다 손에 쥔 도와 날 선 수도를 맞부딪친 채, 서로를 가열차게 노려보았다.
“호?”
“큭!”
결과는 소천마의 승리.
너무나 멀쩡한 그녀와 달리, 현석은 천마수의 충격을 미처 다 흘리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천마수가 내뿜는 날카로운 기세가 그의 심신을 파고들었다.
오히려 용케 이 일격을 받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소천마는 자신의 공격을 이처럼 적은 피해로 받아낸 이유를 알아챘다.
“네놈이 휘두르는 물건, 평범한 도가 아니구나.”
자신이 아무리 전력이 아니었다고 한들, 제 손에서 피를 흘리게 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 눈앞의 상대가 휘두르는 도는 투박한 외형과 달리, 신물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물건이었다.
“그래, 이래야 재밌지.”
소천마가 여전히 대치상황을 이어가며 한껏 입꼬리를 비틀었다.
헌데 잠시 뒤, 그녀의 미소를 지우는 상황이 벌어졌다.
슥!
현석이 소천마와 맞붙는 상태에서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조금 전의 충돌로 그는 큰 내상을 입었다.
특히 그녀의 천마수는 가까이 다가올수록 더욱더 거친 기세를 내뿜었다.
슥!
허나 현석은 일말의 주저 없이 또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꽈악!
도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실어서.
그 선택에 성과가 있었다.
까까강!!
잔뜩 날이 선 천마수를 상대로 마도가 시뻘건 불꽃을 튀겼다.
놀랍게도 아주 조금씩이지만 마도가 천마수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 소천마의 눈은 지극히 차가웠다.
‘이게 다냐?’
잊은 것 같은데.
사람에게는 두 개의 팔이 붙어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한쪽 팔로만 현석의 마도를 막고 있다.
즉, 다른 팔이 놀고 있다는 소리.
우우웅!
당연히 소천마는 두 팔 모두 천마수를 펼칠 수 있었고.
휙!
지금 막 놀고 있던 팔이 천마신공을 두른 채 현석에게 쏘아졌다.
“!?”
이를 본 현석이 두 눈을 크게 치켜떴지만, 이미 그는 한쪽 팔의 천마수를 막는 데도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하고 있었다.
설마 이대로 끝?
휙!
아니었다.
소천마가 두 번째 천마수의 방향을 갑자기 틀었다.
깡!
그리고 그것은 첫 번째 천마수와 함께 현석의 마도를 막는 데 사용됐다.
우우웅!
절체절명의 순간, 느닷없이 마도에서 붉은 기운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현석의 단전에서 흘러나온 충만한 붉은 기운이 마도를 타고 소천마의 천마수를 압박한 것.
놀랍게도 그 기운은 한 손인 천마수로 다 막을 수 없을 정도였고, 결국 그녀는 양손 천마수로 마도를 막아야 했다.
주륵!
소천마의 입가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도중에 급히 방향을 꺾느라 막는 게 살짝 늦어지면서 내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잠깐 사이에 이만한 내상을 입다니.
‘저건 신물이 아니라 마물이구나!’
그제야 소천마도 마도의 진면목을 눈치챘다.
제 상대의 내상을 악화시키는 능력.
경악스럽기 그지 능력이지만, 그녀는 이를 알고 오히려 웃음을 터트렸다.
“좋다.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
소천마가 내상에도 아랑곳 않고 몸을 날렸다.
깡! 깡깡!
처음 기세를 가져간 건 소천마였다.
그녀는 마도에 손이 닿을 때마다 조금씩 내상을 입으면서도 결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소천마의 막대한 내공이 펼쳐내는 천마수와 부딪칠 때마다 현석 역시 심상치 않은 내상을 입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입고 있는 내상의 성격은 각기 달랐다.
소천마의 내상이 마도가 지닌 특수한 효과로 억지로 만들어낸 내상이라면, 현석의 내상은 말 그대로 심신을 흔드는 강대한 기운으로 인해 몸 전체에 퍼지는 내상이었다.
주륵!
소천마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조금씩 흘러내렸다면.
주르륵!
현석은 입, 눈, 귀 등 얼굴에 뚫린 구멍이란 구멍에서 전부 피를 흘렸다.
보통 같으면 이쯤에서 물러나거나 손을 내릴 법도 한데.
“으아아!!”
현석은 연신 피를 뿜으면서도 결코 물러나지 않았다.
그 기세만은 소천마도 잠시 멈칫할 정도였지만.
“좋다!!”
그녀 또한 지지 않고 곧바로 현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독종과 독종의 대결.
놀랍게도 두 독종 중 누가 더 지독한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하지만.
쾅!!
승부를 가린 건, 안타깝게도 지독함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
“컥!”
주르륵!
현석은 열띤 공세를 마치자마자 피를 한 됫박이나 쏟아냈다.
사도련의 무공, 마도, 정체 모를 붉은 기운까지.
이 모든 걸 지녔음에도, 그는 소천마를 뛰어넘지 못했다.
무공과 내력, 거기다 경험까지 현석은 아직 그녀보다 한참 아래였다.
그러나 정작 둘의 승패를 가린 건 따로 있었다.
“뭐 하는 짓이지?”
바로 그것이 소천마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녀는 분노로 몸까지 잘게 떨며 소리쳤다.
“왜 중요한 순간마다 도를 비틀어 공세를 줄이는 거지?”
무슨 말?
방금 소천마가 한 말이 맞다면, 현석은 지금까지 그녀를 봐주고 싸웠다는 뜻?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약자가 강자를 봐주다니.
현석에게는 그럴 여유도, 이유도 없었다.
“…….”
그는 침묵했다.
현석이 침묵한 이유는 소천마의 말을 인정하거나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째서?’
본인도 그 사실에 적잖게 충격받았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마도가 자꾸 빗나가는 거지?’
아니, 마도가 아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의 손이 엇나갔다.
현석도 이를 느꼈다.
그리고 그는 사실 손이 자꾸 엇나가는 이유도 알았다.
그 이유를 알기에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네놈, 감히 날 조롱하는 거냐!”
이때, 소천마가 화를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쾅!
다시 마도와 천마수가 부딪쳐 큰 굉음을 냈다.
그런데 너무 화가 난 탓일까?
순간, 그녀에게 빈틈이 생겼다.
‘아니, 저건 일부러 만든 빈틈이다.’
현석은 단번에 빈틈뿐 아니라, 소천마의 의도까지 알아챘다.
저 빈틈은 함정이 아니다.
‘저렇게까지 해서 내가 정말 마도를 비트는지 확인할 셈인가?’
과연 소천마는 지독할 정도로 오만했다.
또한 지독할 정도로 강했다.
휙!
현석이 곧바로 마도를 크게 휘둘렀다.
정확히 빈틈을 노린 일격.
허나 그 틈은 너무나 작기에, 지금이라도 소천마가 물러나면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할 수 있었다.
“…….”
하지만 그녀는 몸이 돌이라도 된 것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 지독한!!”
인정하마!
네가 나보다 더 지독하단 것을!
그 대신 난 인정의 대가로 너의 목을 베겠다.
거짓이 아니었다.
현석은 진심으로 소천마를 벨 생각이었다.
허나 그의 마도가 그녀의 목덜이에 한 치만 남겨둔 그 순간.
-……아!
“큭!”
현석의 뇌리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현석아!!
“아악!”
휙!
그는 한 치도 채 되지 않은 거리를 남기고 손목을 비틀었다.
핏!
그 덕분에 소천마는 목이 날아가는 대신 뺨에 아주 얕은 혈선만 남기게 되었다.
“이걸로 확실해졌군. 네놈, 무슨 짓이냐!”
쾅!
소천마가 처음으로 주먹을 쥐고 휘둘렀다.
현석은 간신히 그 주먹을 마도로 막았지만, 안 그래도 직전에 무리한 오른 손목이 이번 일격으로 완전히 비틀렸다.
이제 오른손으로는 당분간 마도를 쥘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어째서!
현석이 소천마를 향해 소리쳤다.
“어째서 네게!!”
자신이 그렇게 찾던 사람의 기척이 떠오르는 거지?
단순히 소천마에게 익숙한 향기가 난다거나 하는 문제 따위가 아니었다.
현석은 분명 그녀에게서 누군가의 절반을 선명하게 느꼈다.
/20220723160558991798_ECB29CED9598ECA09CEC9DBC2BED8380EC9DB4ECBFA42BED919CECA7.jpg a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