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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 사마대전 (2) (164/210)


164화 : 사마대전 (2)
2022.07.18.


일이 이리될 거라 누가 예상했을까?

“뭐, 뭣?!”

사도련주의 둘째가 기겁하며 손을 뻗었다.

본래 그 손은 련의 심부로 달려가는 교의 무인들을 막기 위해 뻗은 것이지만.

“어딜!”

이미 다 예상한 소천마가 마주 손을 뻗었다.

“?!”

앞서 셋째를 통해 그녀의 실력을 확인한 그는 즉시 뻗은 손을 내공을 둘렀다.

쾅!

“큭!”

그 직후, 강한 충격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만약 내공을 두르는 게 조금만 늦었으면 그대로 손이 폭사할 뻔했다.

‘무서운 실력이군!’

이제 둘째의 관심은 오로지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

“놓칠 성싶으냐!”

허나 당연히 소천마가 이를 두고 볼 리 없었다.

“이 지독한!”

둘째가 이를 악다물며 서둘러 뒷걸음질 쳤다.

휙!

동시에 그는 품에서 암기를 꺼내 던졌다.

당연히 평범한 암기가 아니었다.

련의 보물고에 보관된 연화비(蓮花匕)란 물건이었다.

연화비는 연꽃이란 이름과 달리 평범한 바늘처럼 생겼는데, 그 바늘이 몸에 꽂히면 그대로 꽃처럼 펼쳐지는 특수한 암기였다.

이때 활짝 핀 모습은 그야말로 피처럼 선명한 붉은 색과 지방의 흰 빛이 적절히 어우러진 분홍빛 연꽃이었다.

그런 연화비가 무려 백 개가 넘게 쏟아졌다.

“훗!”

그리고 그걸 본 소천마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설마 연화비가 어떤 물건인지 모르는 걸까?

맞다.

그녀는 연화비가 뭔지 몰랐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빠르게 한 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팔 전체가 칠흑처럼 검게 변했다.

연화비는 곧바로 소천마의 팔에 박혔지만, 끝내 꽃을 피우지 못했다.

오히려 팔에 닿자마자 모두 산산이 부서졌다.

둘째는 이 광경을 보고 두 눈을 치켜떴다.

자신도 연화비 백 개를 저리 간단히 처리하지는 못한다.

그 말인즉, 소천마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고수란 뜻.

‘그쯤이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소천마를 시기 질투할 시간에 한 걸음이라도 더 달아나는 데 집중했다.

당연히 그렇다고 사냥감을 순순히 놓아줄 그녀가 아니었다.

허나 이 경우는 어쩔 수 없었다.

“컥!”

“생각보다 훨씬 지독한!”

“모두 정신 차려!”

저 멀리서 수하들이 힘겨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죽음의 함정.

아무리 교의 정예라도 사도련주를 죽이기 위해 만든 함정을 뚫는 건 쉽지 않았다.

아니, 반드시 소천마가 필요했다.

이것은 그녀도 인정했다.

좀 더 정확히는.

‘이러다 저것들이 재밌는 부분을 쏙 빼가겠군.’

소천마는 행여나 혈마도와 그 아랫것들이 자신이 즐길 걸 빼앗지 않을까 걱정했다.

결국, 그녀는 사도련주의 둘째 놈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냥은 안 되지.’

팟!

소천마가 한 팔로 허공을 길게 그었다.

그러자 그녀의 손끝에 붉은 살덩이가 잡혔다.

뚝!

방금 막 뜯긴 살덩이에서 신선한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이를 확인한 소천마는 곧바로 수하들에게로 달려갔다.

한편, 그녀에게서 도망치느라 한쪽 팔을 거의 잃을 뻔한 둘째도 급히 련의 심부로 돌아가 죽음의 함정을 완벽히 개방하기 위한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 * *

“재밌군.”

현석이 제 어깨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의 어깨는 지금 아주 크게 부풀어 올랐다.

조금 전, 목각 인형의 공격에 정통으로 맞은 탓이다.

뼈가 부서지진 않은 것 같지만, 심하면 금이 갔을지도 몰랐다.

허나 현석이 놀라는 이유는 단순한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틀림없이 내가 공격을 당한 순간, 마도가 반응했다.’

그 반응은 그야말로 한순간이었지만, 마도는 분명히 반응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마도의 주인인 자신이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그리고 목각 인형의 공격에 반응한 건, 마도 외에도 또 하나 있었다.

‘어째서 이것도 함께 반응하는 거지?’

현석이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붉은 천.

사부인 사도련주가 아주 특별한 것이라고만 알려주고, 다른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은 물건.

그것이 방금 마도와 함께 목각 인형의 공격에 반응했다.

‘그럼 마도와 붉은 천이 따로 뭔가로 연결돼 있다는 건가?’

그리고 이 둘과 목각 인형에도 그런 게 있고?

아쉽지만, 단 한 번의 반응으로 이 모두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현석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다시금 입꼬리를 비틀었다.

조금 전, 머릿속에서 정답을 내지 않았는가?

‘한 번으로 모든 걸 알 수 없다면.’

두 번, 세 번, 아니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알 때까지 그것을 반복하면 된다.

다행히 그는 몸의 튼튼함만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현석이 바로 목각 인형의 숲으로 몸을 날렸다.

휙! 휙휙휙!

그 즉시 인형들이 달려들었다.

처음과 달리 여러 관절을 사용한 인간다운 공격.

그 공격 하나하나가 뛰어난 고수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한 것이 하나둘도 아닌 수십에 달하자, 단순히 피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당연히 막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피하지도 막지도 않고, 그저 맞으며 나아가는 거라면?

현석이 이를 직접 시험해 보았다.

퍽퍽퍽!

무수한 목각 인형의 공격이 쏟아졌다.

그 공격 하나하나가 살을 아리고 뼈를 울렸다.

“!!”

미리 각오를 다졌음에도, 지독한 고통에 저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슥!

그럼에도 현석은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당연히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슥!

두 발.

퍽퍽!

세 발을 내딛기 전, 등에 묵직한 충격이 터졌다.

입고 있던 무복이 순식간에 찢기고 살갗이 붉게 달아올랐다.

당장 뒤로 몸을 날리고 싶었다.

그게 안 된다면 허리춤의 마도를 꺼내 공격을 막고 싶었다.

차라리 애초부터 아무것도 못한다면 모를까,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니 더욱 속이 쓰렸다.

허나 현석은 몸을 뒤로 날리지도 허리춤의 마도를 뽑지도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퍽!

그 모든 고통을 참고 참을 때마다.

퍽!

보다 확실히.

퍽퍽퍽!

마도와 붉은 천이 반응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부르르!

역시나 이번에도 마도가 진동했다.

품 안의 붉은 천 역시 이와 호응하듯 잘게 떨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도 변화가 있었다.

우우웅!

‘맞은 부위부터 시작해서 몸 안에서…….’

강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그의 몸을 감쌌다.

셋째와 싸울 때, 갑자기 제 가슴에 뭉쳤던 붉은 기운.

‘모두 흡수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 기운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컸던 모양이다.

당시 다 흡수되지 않은 기운이 목각 인형에게 맞은 충격으로 산산이 흩어졌고, 그게 다시 마도와 붉은 천에 반응하더니 몸에 완전히 흡수되었다.

어떤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두 기물이 붉은 기운을 더욱 증폭해 몸에 흡수시켜주는 게 분명했다.

이러면 말이 달라졌다.

인형의 공격이 상상 이상이다?

그러나 그걸 견디는 보상도 상상 이상이니, 당연히 참아야 하지 않겠는가?

슥!

현석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네 걸음, 다섯 걸음, 여섯 걸음…… 열 걸음.

퍽퍽퍽퍽퍽!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그 배의 배로 타격이 날아왔지만, 그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뼈를 부수는 고통?

그것도 여덟 걸음을 밟은 다음부터는 단전을 가득 채우다 못해 흘러넘친 기운이 온몸을 감싸면서 충격을 완전히 흡수해주었다.

이제는 오히려 현석이 일부러 내력을 조절해 맞을 부위를 무방비하게 바꾸는 게 더 고생일 정도.

퍽퍽퍽!

그렇게 백여 대쯤 더 맞았을까?

“끝났군.”

그는 그렇게 뜻 모를 소리를 낮게 중얼거리더니.

휙!

곧바로 몸을 날렸다.

슥! 슥슥!

그 뒤 다시 몇 걸음을 빠르게 밟았다.

허나 이때부터의 걸음은 이전까지 걸음과 비교를 불허했다.

한 걸음이 마치 수십 걸음을 걸은 듯, 놀랍도록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퍽!

당연히 목각 인형들이 이를 가만두지 않고 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잠시 뒤, 인형조차 놀랄 일이 벌어졌다.

으직!

현석은 그저 앞으로 나아갔을 뿐이다.

더는 피하지도 막지도 않고, 그저 맞으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으지직!

그런데 그런 현석을 두들기는 인형의 손과 팔이 되레 박살 나기 시작했다.

으지직! 으직!

녀석들이 얼마나, 어떻게 부서지든, 현석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그가 새로 다시 여덟 걸음을 더 밟더니.

슥!

그대로 천천히 몸을 돌렸다.

딱히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턱!

현석이 몸을 돌린 채 등을 기대었다.

그의 등 뒤는 벽이었다.

어느새 이 길고 긴 복도의 끝에 도달했다.

복도 끝은 텅 비어있었다.

무언가 보상이 있을 줄 알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실망은 없었다.

오히려 여기 오는 중 넘치도록 보상을 받았다.

챙!

그런데 몸을 돌리자, 목각 인형들이 어디서 구했는지, 각종 검과 도, 창, 부, 극 등을 꺼내 무장하기 시작했다.

날이 시퍼런 무구들이 모두 현석을 겨눴다.

맨손으로도 보통이 아닌 인형들이 무기까지 들다니.

두렵기 짝이 없는 광경이지만, 현석은 전혀 몸을 떨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이 지나왔던 긴 복도를 말없이 훑어보더니.

“끝났다니까.”

방금 전, 자신이 했던 말을 아주 낮게 읊조렸다.

목각 인형들이 그 말을 알아들은 걸까?

휙!

아직 현석이 걸음을 옮기지 않았음에도 놈들이 그를 공격했다.

단순히 무기를 든 게 끝이 아니었다.

날 선 무기들 하나하나가 전부 현석의 치명적인 요혈만 노렸다.

게다가 당장 달려드는 인형 뒤로 또 다른 인형들이 곧장 추가 공격을 날릴 자세를 취했다.

완벽한 군진.

철저히 수로 압박한다.

아무리 약하고 연약한 생쥐라도 그 수가 백이 넘으면 사나운 삯도 방도가 없다.

이처럼 아무리 대단한 고수라도 이만한 목각 인형 앞에서는 손쓸 방도가 없었다.

그러나.

슥!

현석이 천천히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이 순간에도 인형들이 휘두르는 칼날이 날아왔다.

허나 그것들이 현석에게 불과 한 치 앞까지 다가온 순간.

휙!

마도가 도집에서 뽑혔다.

쾅!!

그 직후,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인형들은 설령 첫 공격이 막혀도 바로 이 차, 삼 차 공격까지 생각해 대열을 짰다.

삯이나 족제비뿐 아니라 그 이상인 여우라도 사냥할 수 있게.

하지만 상대가 집채만 한 호랑이라면?

겨우 백 마리 쥐로는 호랑이를 쓰러트릴 수 없었다.

단 일격.

붉은 기운을 완전히 흡수한 현석의 일격이, 백이 넘는 목각 인형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달칵달칵!

이제 움직이는 건, 조금 전 충격에 휩쓸려 완전히 반파된 인형들의 너덜거리는 팔다리뿐.

“…….”

현석이 무심한 눈으로 눈앞에 광경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움직이는 인형이 있지 않을까?

‘그럴 리 없지.’

그는 자신했다.

복도 끝까지 오면서 그냥 맞기만 하지 않았다.

몸 안의 기운을 완벽히 갈무리하고, 목각 인형들의 재질과 강도까지 직접 확인했다.

저것들의 재질로는 조금 전 일격을 절대 견딜 수 없었다.

그만큼 아까 전 공격은 일체 군더더기 없이 완벽했다.

그런데.

달칵?

“음?”

현석의 눈에 뭔가가 포착되었다.

달칵달칵!

그것은 온전히 움직일 뿐 아니라.

달칵!

심지어 ‘온전한 외양’이었다.

“?!”

다만 현석은 그것을 보고 상당히 놀란 듯 두 눈을 치켜떴다.

달칵달칵!!

그건 다른 인형과 상당히, 아니 아주 많이 다른 이질적인 무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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