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 검박자(劍拍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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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화 : 검박자(劍拍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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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화 : 검박자(劍拍子) (3)
2022.06.18.
슥!
진천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푸른 검을 휘둘러 푸른 벽돌을 단번에 썰었다.
곧바로 붉은 검으로 붉은 벽돌을 썰었다.
슥슥!
이후, 붉은 벽돌과 푸른 벽돌이 동시에 날아오자 두 손을 교차해 간단히 벽돌을 썰었다.
휙!
그 뒤, 또 벽돌이 날아왔다.
이미 자세를 다 잡았고, 이대로 손을 내리기만 하면 끝이었다.
헌데.
“…….”
손을 내리지 않았다.
벽돌이 빠르게 날아왔지만 진천우는 끝까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슥!
마지막 순간, 고개를 젖혀 벽돌을 피했다.
그리고 베어지지 않은 벽돌은 잠시 뒤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기껏 쌓은 점수가 다시 뚝 떨어졌다.
왜?
왜 진천우는 벽돌을 썰지 않은 걸까?
그는 대신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야아앗!”
바로 옆에서 무진이 쉬지 않고 양손을 휘둘렀다.
그는 꽤 오랜 시간동안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고 벽돌을 썰었다.
그러자 신검에서 더욱 많은 벽돌을 쏟아부었다.
허나 그건 도리어 무진에게 큰 기회를 주었다.
슥슥슥슥! 슥슥! 슥슥슥!!
붉고 푸른 쌍검이 눈으로 쫓기 힘들 만큼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것들이 지나간 자리에 부서진 벽돌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역시!’
진천우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눈을 빛냈다.
확실히 저 혼자 휘둘렀을 때는 보지 못한 것을, 남이 휘두르는 모습을 살펴보자 찾을 수 있었다.
‘역시나 이 시험은 단순히 벽돌을 자르는 시험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고?
그럼 지금도 신검에서 쉬지않고 쏟아지는 저 벽돌들은 뭔가?
그리고 중간중간 벽돌들을 썰지 못하게 방해하는 새로운 방해물들은?
‘아니, 그것들은 방해물이 아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확실히 진로를 방해하는 벽과 乂 문양 벽돌은 방해물이지만, 그럼 원이 새겨진 벽돌은?’
……확실히!
원이 새겨진 벽돌은 삼각형이 새겨진 벽돌과 달리, 어떤 방향으로 썰어도 벨 수 있었다.
그건 확실히 방해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의미 없는 새로운 기물인 줄 알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타이쿤은 절대 의미 없는 짓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신검.’
진천우가 다시 고개를 돌려, 공터 중앙 바위에 꽂힌 신검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가 이러한 의문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저 신검 때문이다.
그게 뭐냐 하면.
‘신검은 하나뿐이다.’
그랬다.
신검은 단 한 자루뿐.
진천우가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제 양손에 들린 붉은 검과 푸른 검이 보였다.
하나뿐인 신검의 주인이 되기 위한 시험을 치르는데, 왜 검이 두 개나 필요할까?
“합!!”
이 와중에 무진은 열심히 쌍검을 휘둘러 머리맡의 숫자를 빠르게 올렸다.
그는 지금 반쯤 무아지경에 빠져 검을 휘둘렀다.
그 탓에, 진천우도 깨달은 이 간단한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검수인 무진이 가장 먼저 깨달아야 했을 텐데.
아마 이건 타이쿤을 더 많이 경험했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일 것이다.
‘한 자루뿐인 신검의 주인이 되기 위해 굳이 두 자루의 검을 준 이유가 뭘까?’
슥!
진천우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제 쪽으로 날아오는 벽돌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점수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 대신 시험이란 이름 하에 벽돌을 베어 점수를 쌓는 데 집중하게 만들면서, 그 이면에 숨긴 신검의 진짜 의도를 유추하는 데 집중했다.
슥!
붉은 검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 가장 앞의 벽돌을 벴다.
슥!
그다음은 푸른 검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날아가 두 번째 벽돌을 벴다.
슥! 슥슥슥!
이후, 계속 벽돌을 벴다.
그 모습은 처음과 그리 다를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진천우의 눈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깊어졌다.
‘여기서!’
그러던 그의 눈이 갑자기 날카롭게 바꿨다.
휙!
이때, 원이 새겨진 벽돌이 진천우를 향해 날아왔다.
원이 새겨진 벽돌은 어느 방향으로 베어도 상관없다.
‘그렇기에 지금껏 이 벽돌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이전에 날아온 벽돌을 벤 자세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벨 수 있는 방향으로 검을 휘둘렀다.’
무진 또한 진천우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는 안 된다.’
지금껏 그래왔기에 자신도, 무진도 아무 것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진천우가 곧바로 과거의 자신을 부정했다.
스르륵!
그는 일부러 최적의 효율을 버렸다.
효율을 버리고 몸을 틀었다.
이 순간에도 벽돌은 진천우를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이제 피하기도 빠듯한 아슬아슬한 순간!
휙!
진천우가 급히 몸을 한 바퀴 돌려 원이 새겨진 벽돌에 검을 휘둘렀다.
간신히 그것을 벴다.
그러자 곧바로 다음 벽돌이 날아왔다.
하필이면 완전히 돌리고 있는 등을 향해.
“흡!”
진천우가 그 즉시 허리를 세게 비틀었다.
그것만으로 부족해 더 큰 반동을 주기 위해, 양팔도 같이 휘둘렀다.
그제서야 간신히 다음 벽돌을 벨 수 있었다.
아니, 베기 직전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오른손!’
코앞에 있는 벽돌은 푸른색이다.
그런데 아까 반동을 주기 위해 양손을 모두 휘둘렀기에, 붉은 검과 푸른 검이 동시에 날아갔다.
진천우가 서둘러 오른손을 뒤로 물렸다.
으득!
조금 전까지 온몸을 사용해 반동을 준 탓에, 손목 관절에 무리가 갔다.
슥!
그러나 덕분에 푸른 검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붉은 검보다 먼저 벽돌을 벴다.
그리고 다시 베어야 할 벽돌들이 날아왔다.
“후!”
진천우가 바로 몸을 움직였다.
앞서 몸을 상당히 혹사 했지만, 쉬지 않고 베었다.
베고 베고 또 벴다.
그런데 아무리 베어도, 끝이 없었다.
분명 이전에는 지금의 절반만 베어도 약간의 숨 돌릴 틈이 생겼는데, 이제 그럴 틈이 전혀 없었다.
혹시 시간이 지날수록 벽돌이 점점 더 빨리, 더 많이 밀려드는 건가?
그건 또 아니었다.
슥! 슥! 스르륵!
진천우는 이전과 달리, 원이 새겨진 벽돌과 아무것도 없는 벽을 상대하면서 자꾸만 비효율적인 움직임을 펼쳤다.
그 바람에 자꾸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리고 시간을 지체할 때마다, 양손이 기이하게 한 방향으로 모였다.
‘역시나!’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이를 통해 진천우는 확신했다.
‘역시 신검의 시험은!!’
붉은 검과 푸른 검, 두 개의 검을 따로 휘두르는 게 아니었다.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두 개의 검은 이 시험을 풀 열쇠이자 가장 큰 함정이었다.
신검은 하나뿐.
그리고 그 심검의 주인을 뽑는 시험이라면 당연히.
‘한 개의 검을 휘두르는 거로 시험해야겠지.’
진천우가 어느새 양손을 하나로 모았다.
그러자 붉은 검과 푸른 검이 겹쳐졌다.
마치 하나의 검을 든 것처럼.
허나 이대로는 벽돌을 가를 수 없었다.
붉은 벽돌은 붉은 검으로, 푸른 벽돌을 푸른 검으로.
이 기본만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었다.
그래서 두 개의 검을 동시에 휘두르면 벽돌이 잘리지 않았다.
‘그럼 벽돌 색에 맞는 검만 미묘하게 앞으로 내밀면.’
예상이 맞았다.
아까처럼 종이 한 장 차이로 벽돌 색에 맞는 검을 앞으로 내밀자, 그대로 벽돌이 썰어졌다.
이 미묘함을 지키는 것 역시 신검의 시험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 모든 조건을 지키는 것으로 진천우는 신검의 시험의 진짜 의도를 깨달았다.
‘신검의 시험은 그 자체로 새로운 검법을 전수하는 시험이구나!’
이를 깨닫는 동시에!
스르륵! 스륵! 스르르륵!!
진천우는 손이 검과 하나가 되어 움직였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벽돌들이 우수수 갈려 가루가 되었다.
이 기세대로라면 금방 앞서간 무진의 점수도 역전할 것 같았다.
그런데!
“?”
갑자기 진천우의 움직임이 멈췄다.
퍽!
멈춘 직후, 날아오는 벽돌이 그의 머리와 부딪쳤다.
얼마나 세게 부딪쳤는지 머리에서 피가 흘렀지만, 그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검법…….’
어째서지?
분명 어디선가…….
휙!
그때, 다시 자신을 향해 벽돌이 날아왔다.
조금 전 실수한 탓인지 처음부터 새로 벽돌이 날아왔다.
‘……일단 한 번 더.’
진천우가 서둘러 다시 자세를 잡았다.
기껏 시험의 의도를 파악하자, 새로운 의문이 튀어나오다니.
슥! 스르륵! 슥슥!
그는 곧바로 벽돌을 가르고 또 갈랐다.
지루한 반복이었지만, 결코 무의미한 행위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천우는 더욱 세밀하고 정교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는 지금 막 익힌 검법을 정말 유려하게 펼쳐냈다.
스르르르륵!!
한 번 검을 휘두르자 벽돌들이 다시 우수수 갈려 나갔다.
그 와중에 벽돌 사이사이에 숨겨진, 베면 안 되는 ‘乂’자 모양 벽돌은 건들지도 않았다.
슥!
검을 보다 넓게 펼치기 위해 몸을 펼치면, 기가 막히게 조금 전까지 굽혔던 위치로 피해야 할 벽이 지나갔다.
피하는 걸 깨닫고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몸이 움직이고 난 뒤에 피해야 할 것들이 날아오는 판국이었다.
진천우는 참으로 매서운 기세로 새로운 검법을 익혀나갔다.
“…….”
허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 걸까?
그럴 리가 없는데?
지금 진천우는 바로 옆에 있는 무왕의 재능을 지닌 무진조차 무색하게 만들 만큼 엄청난 기세로 새 검법을 익혔다.
‘아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 탓에 또 검이 멈췄다.
퍽! 퍽퍽퍽!
다시 날아오는 벽돌에 맞아 피를 흘렸지만, 진천우가 인상을 찡그리는 이유는 절대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 그가 짓는 표정은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마주한 표정이었다.
‘어째서?’
도대체 뭣 때문에 이러는 걸까?
단순히 반복을 통해 검법을 더욱 세밀하게 익히려 한 거라면, 분명 대성공이다.
진천우는 처음보다 두 번째에, 두 번째보다 세 번째인 지금, 검 끝이 눈에 띄게 날카로워지고 살아 숨 쉬는 생물처럼 연계가 매끄럽게 이어졌다.
탕!
급기야 발을 한 번 옮길 때마다 좌우에서 붉고 푸른 벽돌들이 셀 수 없이 가루로 변했다.
“?!”
뒤늦게 그 모습을 본 무진이 너무 놀란 나머지 잠시 몸이 굳을 정도.
“엇!”
곧바로 새 벽돌이 자신에게 날아오지 않았다면, 무진은 이대로 시선을 진천우에게 고정한 채 떼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만 했지만, 이미 벽돌을 베는 걸 주안점으로 맞춘 무진에게 이를 바꾸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스르르륵!
마침내, 진천우의 검이 십여 개의 벽돌을 한 번에 날려버리게 되었다.
이미 새 검법을 완성한 거나 다름없었다.
무왕의 재능을 지닌 무진조차 엄두도 내지 못할 성장세.
‘아니다!’
그러나 진천우는 대번에 고개를 꺾으며 이를 부정했다.
당연했다.
자신에게 아무리 타이쿤의 보조가 있다지만, 무공에 있어 무왕의 재능을 지닌 무진을 뛰어넘을 리가 있는가?
심지어 지금껏 제대로 된 검법을 휘둘러 본 적 없는 자신과 달리, 무진은 처음부터 검을 휘두르는 검수였다.
‘어떻게 내가 검으로 뛰어넘겠는가!’
허나 진천우는 뛰어넘었다.
그것도 압도적인 결과로.
그는 자신이 이런 결과를 낼 수 있는 원인을 하나로 꼽았다.
진천우가 그 즉시 그 이유를 꼽았다.
‘이 검법은…… 처음 보는 게 아니다.’
뭣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