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 달라진 중간광고 (1)
(138/210)
138화 : 달라진 중간광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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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화 : 달라진 중간광고 (1)
2022.05.18.
‘뭐야, 이 고통?’
머리가 쨍하고 울렸다.
아파도 너무 아팠다.
타이쿤을 얻은 뒤부터 진천우는 단련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니 이 정도 공격에 이렇게까지 고통을 느낄 리 없었다.
그런데도 이만큼 아픈 이유는 하나였다.
‘확실히 이건 내 몸이 아니다.’
진천우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슥!
그러자 손이 들렸다.
마치 제 몸처럼.
‘그러니까 내 몸이 아닌데, 내 몸처럼 움직인다?’
이번 중간광고는 앞서 겪은 다른 중간광고와 다르다.
‘그런데 왜 달라진 거지?’
그때, 머릿속에 굵은 목소리가 울렸다.
-난 ……이다.
‘?’
-난 장인이다. 그러나 어디에도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난 ……이다.
‘??’
진천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목소리의 주인이 이 몸의 주인임을 깨달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 이름을 말할 때만 목소리가 뭉개진다. 정말 이름을 남기지 못한 탓에 나에게 들리지 않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무언가 다른 이유로?
그 뒤, 조금 더 기다렸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너 죽을래?”
휙!
눈앞의 중년인이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진천우가 깜짝 놀라며 주먹을 피했다.
“어쭈? 이게 감히 피해?”
“진정하고, 무얼 확인해달라고?”
-이제 일어났나! 하여간 술도 좀 적당히 마시랬지! 아무튼, 이것부터 확인해줘!
진천우는 조금 전 상대가 자신 앞에 지도를 펼치면서 한 말을 떠올렸다.
다행히 중년인은 지금 이 몸의 주인을 때리는 일보다 그 일이 더 중요한지, 인상을 쓰며 다시 지도 앞에 섰다.
“하여간 술고래 새끼. 그 실력만 아니면 절대 너 같은 놈과 같이 일하지 않을 텐데. 아무튼, 이제 여기서 어떻게 팔지나 빨리 말해봐라.”
“어떻게 팔지를 나보고 정해라고?”
“그런 계약이었잖아. 네가 설계하고 내가 만들고. 뭐야? 그것도 기억이 안 나는 거냐? 죽을래? 내가 다시 기억나도록 도와줄까?”
“아니, 잘 기억났으니까 그 손은 내려.”
진천우가 황급히 양손을 앞으로 뻗으며, 중년인의 기세를 죽였다.
그 뒤 지도 앞으로 다가갔다.
예상대로 그것은 이곳 적룡의 능의 지도였다.
다만.
‘내가 아는 것과 많이 다른데?’
그 지형이 상당히 많이 달랐다.
‘그런데 방금 이곳을 판다고 했지?’
땅을 판다는 소린가?
“무슨 이유로 여기를 파는 거지?”
“야! 너 그것도 까먹었어? 죽을래!”
“그러니까 무슨 이유로 파는지 말하라고!”
중년인이 다시 주먹을 들려다가 진천우의 단호한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 새끼가?’
당장 다시 손을 들어 이놈의 면상을 날리고 싶은데, 녀석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젠장, 일단 이 녀석이 이쪽에서 실력은 최고이니!’
어쩔 수 없이 내가 져준다.
중년인이 마음속으로 그렇게 몇 번이나 곱씹으며, 물음에 답했다.
“당연히 여기 적룡의 능에 천하를 놀라게 할 대함정을 파기 위해서잖아. 그러려고 우리 고용주가 그 많은 돈을 써가며 이 근방 땅과 유적을 산 거고.”
“그리고?”
“뭐?”
“그 외 이 일에 관한 전반 정보가 있으면, 모두 말해봐.”
“너 아까부터!”
“꼭 필요한 일이니까 모두 말하라고!”
“…….”
중년인의 얼굴이 이 이상은 불가능할 만큼 구겨졌다.
허나 그는 끝내 진천우의 기세에 눌려, 천천히 자신이 아는 모든 전반 지식을 털어놓았다.
‘그렇군.’
모든 설명을 들은 진천우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만들어진 유적인 건가?’
적룡의 능은 알고 보니 가짜였다.
‘아니, 정확히는 진짜든 가짜든 상관없는 유적이었군.’
그러니까 누군가 패현에서 한태조(漢太祖) 유방(劉邦)의 능이라 불리는 땅을 샀다.
그리고 거기서 이 유적을 발견했다.
허나 땅 주인은 곧바로 이곳을 개조했다.
이곳 유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조사하지 않고.
덕분에 여기는 이제 진짜도 가짜도 아닌 유적이 되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이제부터 여기에 내가 아는 적룡의 유적을 만들 거라는 사실인데…….’
진천우가 다시 지도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어딘가 익숙했다.
아니라 다를까, 그가 용의 머리에서 맨 처음 이끼 지도로 확인한 지형과 유사했다.
그래서 마음에 안 들었다.
‘맨 처음 이끼 지도에 나온 지형은 엉망이었지.’
더 잘 만들 수 있었다.
더 어렵고, 더 독하게.
실제로 진천우는 그렇게 바꿨다.
종리우와 네 번째 지휘자가 맹의 무인 쉰 명을 데리고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소천마 역시 최후의 최후에 함정에 빠져들도록.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내 마음대로 적룡의 능을 바꿔도 되나?’
이로 이것.
지금 자신은 진천우가 아니다.
그 옛날 적룡의 능이 처음 개조될 때, 그것을 계획한 이름 모를 누군가의 몸.
만일 자신이 이대로 구조를 바꾸면.
‘혹시나 나중에 뭔가가 바뀌는 건 아닐지…….’
진천우는 고민했다.
사실 그는 이 문제의 답을 알았다.
‘그냥 처음처럼 수정하면 된다.’
자신은 맨 처음 적룡의 능이 어떤 형태인지 기억했다.
그러니 그냥 그대로 만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진천우는 여전히 고민했다.
그러나 그 고민은 결코 길지 않았다.
‘결심했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지필묵!”
“뭐, 뭐?”
“뭐든 쓸 걸 내놔! 현재 지도를 전면 수정하겠다.”
“뭐라고! 내가 부탁한 건, 현황 확인이지, 전면 수정 따위가 아닌데?”
“장담하건대, 내 뜻대로 수정하는 게 지금보다 효율이 최소 열 배, 아니 수십 배는 오를 거다. 그런데도 수정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넌 장인이 아니다.”
“뭐라!”
진천우의 발언에 중년인이 바로 쌍심지를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마지막 말은 무시할 수 없었다.
-장인이 아니다!
어떤 사정으로 중년인이 여기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이만한 규모의 공사에 참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가 평범한 장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자를 향해 정면에서 장인이 아니라고 선언하다니.
‘분명 이것보다 그의 속을 긁는 말은 없겠지.’
진천우의 예상이 딱 들어맞았다.
“오냐! 여기 네놈이 원한 지필묵이다. 어디 처음보다 효율이 열 배 이상 올라가지 않으면, 네놈의 양손을 분질러 버릴 줄 알아라!”
휙!
진천우가 곧바로 중년인이 내민 붓을 받아들었다.
그는 곧 눈앞의 지도에 일필휘지(一筆揮之)로 붓을 휘둘렀다.
-난 ……이다.
진천우가 붓을 휘두르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 예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름 없는 장인. 허나 나는 운 좋게 천마의 눈에 띄었다.
‘천마?’
진천우의 손은 여전히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의 온 감각은 전에 없던 집중력으로 머릿속 음성에 집중했다.
-그분 덕에 나는 이곳 적룡의 능과 함께 천옥산의 금지를 만들어냈다.
‘천옥산?’
그리운 단어였다.
그저 가문 뒤편에 위치한 평범한 산인 줄 알았던 그곳에 독괴의 유물이 숨겨져 있었고 또 전설의 영물인 화후와 조우했다.
마지막으로 소천마와 맨처음 만난 장소도 바로 천옥산이었다.
‘이자가 거기에 있는 금지를 만든 장인이었나?’
놀라운 사실.
목소리가 다시 멈췄다.
그러자 진천우의 붓도 잠시 멈췄다.
“어허?!”
이때, 옆에 있던 중년인이 엹은 신음을 토했다.
지도를 수정해 처음보다 효율을 열 배, 아니 수십 배로 늘린다고 했을 때 자신은 코웃음쳤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새 지도를 보니.
“정말이군.”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그의 가슴에 큰 열기가 일었다.
“이대로 만들려면 내가 가진 모든 기술을 동원해야겠군.”
중년인은 다시 진천우를 쳐다보았다.
그의 두 눈이 어서 빨리 마무리 짓지 않고 무얼 하냐고 소리쳤다.
푹!
진천우는 손에 든 붓에 먹을 듬뿍 먹였다.
이대로 다시 일필휘지로 휘갈기려면 먹을 더 흠뻑 적셔야 했다.
슥!
그 뒤, 다시 붓을 들었다.
“……!”
중년인이 한껏 상기된 얼굴로 이다음 장면을 지켜보았다.
허나 그의 기대는 곧바로 와장창 부서졌다.
휙!
오른쪽 상단에서 왼쪽 하단으로 길게 한 번.
휙!
그리고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길게 한 번.
슥슥슥!
그 뒤에도 진천우는 계속 손에 든 붓을 휘갈겨, 지도를 검게 칠했다.
조금 전까지 여러 진법과 함정 그리고 기관으로 눈을 현란하게 어지럽혔던 지도가 순식간에 검게 변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중년인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그렇게나 달궈놓고, 눈앞에서 지도를 먹칠하다니.
경우에 따라서는 이 자리에서 주먹 다툼이 일어도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그는 흥분한 나머지 이미 주먹을 높이 들었다.
그러나 진천우의 한마디에 그의 주먹이 조용히 내려갔다.
“이걸로 부족해.”
“뭐?”
“부족하다고.”
‘방금 게 부족하다고?’
믿기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이 봐도 역작이라 불러도 부족함 없는 걸작이었다.
하지만 진천우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만약 지금 몸의 주인의 정체를 몰랐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 몸의 주인이 천옥산의 금지를 만든 자라고?’
그렇다면 얘기가 달랐다.
그 금지는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치는 엄청난 장소였다.
그에 반해 적룡의 능은, 속된 말로 끗발이 많이 떨어졌다.
아마 적룡의 능이 금지보다 먼저 만들어진 게 아닐까?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도 수준차가 너무 심해.’
정말 그럴까?
어쩌면…… 어쩌면…… 자신이 아직 적룡의 능을 다 확인하지 못한 게 아닐까?
한 번 의문이 들기 시작하자, 그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고하게 만들었다.
‘잠깐 금지?!’
슥!
진천우가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듯, 다시 붓을 들었다.
이윽고 그의 붓이 천천히, 그러나 일정한 속도로 먹칠한 지도 뒤편에 새 구조를 그렸다.
“…….”
중년인이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놀랍게도 진천우는 처음 봤던 지도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그려냈다.
머릿속에 아주 상세한 구조가 박혀있지 않으면 이만큼 정확하게 그릴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새로 그린 지도는 자신이 맨 처음 확인을 부탁했던, 원본 그대로였다.
‘이러려고 그런 먹칠을 한 거냐!’
중년인이 화가 나서 크게 한소리 하려던 순간.
슥! 스르륵!
붓이 여전히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분명 첫 구조를 다 그려놓고 뭘 또 그리는 거지?
“어?”
중년인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스륵!
이게 뭐지?
스르륵!
“어떻게?”
스르르르륵!
“원형을 유지한 채로 이런 구조를!!”
슥!
그제야 진천우가 손에서 붓을 놓았다.
“믿을 수 없다!!”
중년인이 바로 몸을 숙여 눈앞의 지도를 다시 살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살폈다.
“이럴 수가!”
그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분명 원형과 똑같은 형태의 지도인데.
‘어떻게 그 안에 이런 심오한 의미를 담을 수 있지?’
중년인은 몰랐다.
지금 그 지도에 진천우가 지금껏 익힌 진법과 함정설치 스킬은 물론이고, 그가 금지에 갇히면서 겪은 경험까지 모두 녹아있다는 걸.
진천우도 새 지도를 그리면서 깨달았다.
‘적룡의 능은 금지보다 이후에 만들어졌다.’
그렇지 않고서야 적룡의 능에 금지의 구조와 매우 유사한 지형이 몇 가지나 숨어있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적룡의 능이 금지보다 이렇게나 수준 차가 난 이유는 하나다.’
그 이유?
아직은 머릿속의 가정일 뿐이었다.
그러나.
팟!
눈앞에 푸른 현판이 나타났다.
그리고 현판에 새로 적힌 글은 진천우의 가정이 사실이었다는 걸 밝혀주었다.
-나는…….
그리고 다시 들리기 시작한 의문의 목소리가 그 답을 알려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