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화 : 공동 작업
(137/210)
137화 : 공동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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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화 : 공동 작업
2022.05.16.
우우웅!!
상황이 갑작스러웠다.
그나마 반쪽짜리 용의 심장을 삼킬 생각을 했던 소천마와 다르게, 진천우는 미처 각오할 시간조차 없이 영약의 기운을 받아야 했다.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전혀 대비치 못하고 느닷없이 밀려오는 영약의 기운에 주화입마에 빠졌을 것이다.
허나 진천우는 달랐다.
‘의안!’
그는 기부좌를 튼 채로 곧바로 의안을 사용했다.
의원의 눈, 의안은 그 즉시 진천우의 몸을 객관적으로 관조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진천우는 제 단전에서 거대한 기운이 용솟음치는 걸 보았다.
서둘러 이 기운을 자신의 몸에 가장 알맞게 배치해야 한다.
다행히 그는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파이프 게임!’
스륵! 스르륵!
맨 처음 대환단을 먹을 때를 떠올렸다.
진천우는 제 몸 전체에 굵고 긴 관을 연결시킨다는 마음으로 용의 심장의 기운을 돌렸다.
단전에서 기운이 뻗어 나오는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빨랐지만, 진천우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이 기운을 어디로 뻗게 해야 할지,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였다.
‘오른쪽, 왼쪽, 왼쪽, 오른쪽!’
이대로라면 큰 무리 없이 용의 심장의 기운을 몸 전체에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이대로라면.
휙!
‘음?!’
느닷없이 단전에서 뻗어 나온 기운이 옆으로 틀었다.
‘분명 왼쪽으로 인도한 기운이 왜 오른쪽으로?’
서둘러 기운을 다시 왼쪽으로 틀었다.
휙!
‘어?’
그런데 간신히 왼쪽으로 튼 기운이 다시 오른쪽으로 틀었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진천우는 이미 제 눈으로 몇 번이나 있을 수 없는 일을 겪었다.
‘어쩔 수 없지. 일단 기운을 오른쪽으로 튼 걸로 다시 계획을 수정한다.’
다행히 이 정도는 그럭저럭 전체 계획에 큰 무리 없이 수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고는 그것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휙!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튼 기운이 왼쪽으로 기울었다.
휘리릭!
그러더니 또 제멋대로 기운이 한 바퀴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뭐야?’
당연히 진천우가 이를 수정하기 위해 기운을 조절했다.
휙! 휘리릭!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어떻게?’
다시 말하지만,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 기운이 움직이는 장소는 다름 아닌 자신의 몸.
그런 이상 그 기운은 제 의지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 주인의 의지를 초월하는 움직임을 보이다니.
‘잠깐, 내 몸?’
아!!
[사용자의 ‘반신’이 ‘용의 심장’을 삼켰습니다.]
[현재 사용자는 ‘반신’과 신비한 힘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반신의 급격한 변화는 곧 사용자의 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드디어 진천우가 제 실수를 깨달았다.
지금 일어난 현상은 순수하게 자신의 몸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원래는 소천마, 아니 제 ‘반신’에게서 일어나는 일.
당연히 용의 심장이 뿜어내는 기운은 자신뿐 아니라, 소천마의 몸에도 똑같이 일어났다.
‘하지만 거기서 왼쪽으로 뻗어나가는 건 있을 수 있지만, 한 바퀴 원을 도는 건 왜……. 아!!’
곧바로 진천우가 속으로 또 한 번 감탄했다.
‘내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구나.’
과연 소천마!
확실히 용의 심장의 기운이 단순히 오른쪽 왼쪽으로만 틀었다면, 이 사실을 알아채는 데 한세월 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소천마는 일부러 보통의 영약을 흡수할 때 절대 일어날 리 없는 현상을 일으켜, 이 사실을 자신에게 알렸다.
자칫 잘못하면 주화입마를 일으킬지도 모를 짓을 태연하게 하며.
‘……아니, 어쩌면 가볍게 주화입마를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각혈은 반드시 했을 거다. 제길!’
뒤늦게 진천우가 자신의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그리고 자신은 여전히 소천마에게 보호받는 입장임을 깨달았다.
‘내가 좀 더 영리했다면, 그녀보다 훨씬 강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분하다.
으득!
너무 분한 나머지, 온정신을 내공 운용에 집중하는 중에도 이를 갈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분함만 곱씹을 수만은 없었다.
‘보답해야지.’
자신을 믿어준 보답을.
소천마의 능력이면 진천우의 운용을 깡그리 무시하고 제 뜻대로 기운을 운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건, 이 기운의 운용을 자신에게 맡긴다는 뜻.
그렇다면, 이걸 반드시 해내야 했다.
그것도 제 몸과 소천마의 몸 모두에게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일단 왼쪽으로.’
진천우가 기운을 왼쪽으로 틀었다.
일부러 여유 되는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튼 이유는 간단했다.
‘내게는 없지만, 소천마의 몸의 오른쪽에는 그게 있다.’
그는 일전에 소천마의 몸을 살폈을 때를 기억했다.
자신에게 없지만, 그녀의 몸에는 있는 것.
구음절맥.
‘다행히 내게도 구음절맥과 비슷한 게 있지.’
아홉 개의 절맥.
원래 절맥이 아홉 개나 되는 신체를 뜻하는 게 구음절맥이지만, 진천우의 절맥은 그녀의 것과 미묘하게 달랐다.
그 미묘함을 깨우치는 게 가장 중요했다.
‘여기서 왼쪽.’
휙!
진천우가 조심스럽게 기운을 돌렸다.
그는 머릿속에 자신의 몸과 소천마의 몸 두 개를 모두 띄우며, 최대한 용의 심장의 기운을 가장 효율적으로 돌리는 방법을 떠올렸다.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기운을 모조리 심장에 집어넣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자신의 몸이 문제였다.
이미 진천우의 심장에 화후의 내단이 깃들어 있었다.
화후의 내단 역시 전설상의 영약으로 분류돼 있다.
여기서 적룡의 심장의 기운을 집어넣었다간 두 개의 기운이 충돌할 가능성이 컸다.
더군다나, 자신과 소천마 모두 사용하는 천마신공은 심장의 기운을 다루는 무공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둘 다 앞으로 천마신공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몰랐다.
‘그럼 이 기운을 어디로 몰아야 하지?’
되도록 심장과 유사한, 그러면서도 이만한 기운을 모두 포용 가능한 주요 장기를 골라야 했다.
‘아!’
진천우가 곧바로 어느 한 곳을 떠올렸다.
우우웅!
급히 용의 심장의 기운을 그곳으로 몰랐다.
스륵!
하체가 아닌 상체.
스르륵!
그리고 가슴 쪽.
스르르륵!
허나 심장은 아니다.
그보다 더 아래.
‘바로 여기!’
슥!
진천우가 용의 심장의 기운을 최종 장기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최종 장기에 기운을 집어넣으려는 순간, 그조차 예상 못 한 변화가 생겼다.
딱!
“?!”
용의 심장의 기운이 갑자기 제멋대로 둘로 나눴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용의 심장이 하나가 아닌 두 개이고 그걸 소천마가 한꺼번에 삼키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
‘그게 아니면, 그녀가 용의 심장을 반으로 나눈 뒤 한꺼번에 삼켜야만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왜 소천마가 일부러 멀쩡한 영약을 반으로 쪼갠 뒤 그걸 또 한꺼번에 삼키냔 말이냐!
진천우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오만상을 찌푸렸다.
‘됐다!’
그러나 그는 곧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어차피 지금 와서 생각해봤자 늦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오히려 더 좋아졌다.’
사실 진천우는 처음부터 용의 심장의 기운을 둘로 나눌 생각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이 기운을 정확히 둘로 나눌지 고민하던 차에, 알아서 기운이 둘로 나뉜 것이다.
그가 용의 심장의 기운을 둘로 나누려 한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의 폐는 두 개니까.’
진천우가 심장 대신 용의 심장의 기운을 담으려 한 최종 장기는 바로 폐(肺)였다.
폐는 호흡으로 움직인다.
비록 심장처럼 언제나 반드시 일정하게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기에 최상의 효율을 내지 못하지만, 대신 폐는 심장과 달리 양쪽에 하나씩 둘이었다.
더군다나 호흡은 심박과 달리 의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다른 이도 아닌, 소천마와 자신이라면 이 부분을 활용하면 오히려 심장보다 훨씬 뛰어난 효율을 장담할 수 있었다.
우우웅!!
양 폐로 들어간 용의 심장의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반발을 가라앉히고, 기운이 완전히 장기에 스며들게 해야 ‘흡수’가 끝난다고 할 수 있었다.
“…….”
진천우가 땀을 뻘뻘 흘리며 기운을 갈무리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역시 멀쩡한 기운을 반으로 나누니 억누르기가 배로 힘들어지는구나.’
그래도 그는 가능하리라 믿었다.
아마 반나절 정도면 충분히 이 기운을 조율할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갈(喝)!
순간, 머릿속으로 엄청난 기합이 울렸다.
슥!
그 직후, 폐에서 요동치던 기운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이게 무슨 일?
‘방금 목소리는?’
틀림없이 소천마의 목소리였다.
설마 기합으로 요동치는 기운을 잠재웠다고?
‘그게 말이 되는 일…… 아니지.’
이미 말아 안 되는 일이 몇 번이나 벌어졌는데, 이 정도로 놀랄 수 없었다.
어쨌든, 용의 심장의 기운이 완전히 폐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진천우는 이후 벌어질 일을 짐작했다.
예상대로 눈앞에 푸른 현판이 나타났다.
[적룡의 심장의 기운이 사용자의 절맥 중 한 곳을 뚫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최종 장기로 폐를 택한 건, 그 부분에 그의 절맥 중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서 내 절맥이 개방된 것도 대환단과 화후의 내단을 흡수한 직후였지.’
그러니 이번에도 어쩌면이라 생각했던 방법이 먹혀들었다.
스르륵!
앞서 두 번이나 겪은 덕분인지 새로운 절맥의 개방은 순식간에 끝났다.
너무 순식간이라 혹 잘못된 건 아닌지 불안했지만.
[세 번째 절맥이 개방되었습니다.]
타이쿤의 확인이 있었으니, 확실했다.
“그럼 이제…….”
다 끝난 줄 알았다.
아니었다.
[사용자는 절맥 개방의 구체적인 공략법을 찾아냈습니다.]
[그 보상으로 ‘새로운 중간광고 시청’이 해금됩니다.]
[‘중간광고’를 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참으로 오랜만에 중간광고가 나타났다.
“흠…….”
진천우가 눈앞의 현판을 보고,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허나 그뿐.
사실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다.
[예]
그는 곧바로 ‘예’를 선택했고, 잠시 뒤 시야가 빠르게 어두워졌다.
* * *
-……나!
‘음?’
-일어나!!
‘윽!’
정신을 잃고 얼마 뒤, 머리를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진천우가 눈을 떴다.
낯선 천장, 아니 낯익은 동굴 천장이 보였다.
‘여긴 적룡의 능?’
아직 여기라니, 설마 중간광고가 시작되지 않은 건가?
-이제 일어났나! 하여간 술도 좀 적당히 마시랬지! 아무튼, 이것부터 확인해줘!
촤락!
그때, 웬 우락부락한 인상의 중년인이 눈앞에 다짜고짜 지도를 펼쳤다.
그제서야 이미 중간광고가 시작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누구 기억에 들어간 거지?’
진천우는 정신을 집중했다.
아무래도 적룡의 능과 관련된 누군가의 기억에 들어간 것 같다.
이번에도 그는 누군가의 몸에 들어가, 마치 제 몸처럼 상대의 시선과 감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제 이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듣고 그의 정체를 유추해야 했다.
-…….
헌데 이 몸의 주인은 계속 아무 말이 없었다.
‘뭐 하는 거야?’
-야! 야!!
조금 전 지도를 편 중년인도 진천우처럼 짜증을 냈다.
“…….”
그래도 몸의 주인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야!!!!
퍽!
결국, 중년인이 짜증을 참지 못하고, 이 몸의 주인의 뒤통수를 갈겼다.
“억!!”
한 대 맞은 몸의 주인이 비명을 질렀다.
‘억!!’
동시에 진천우도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뭐야, 왜 나도 아픈 거지?’
“뭐야, 왜 나도 아픈 거지?”
너무 뜻밖의 고통이라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어?”
그런데 왜 내 생각이랑 똑같이 이 몸이 말하는 거지?
‘우연인가?’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 자식이 아직 술이 덜 깼나, 뭔 미친 소리야?”
“어?”
“어는 무슨 얼어 죽을!”
그 순간, 중년인의 주먹이 진천우를 향해 다시 날아왔다.
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