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 적룡의 능 (4)
(131/210)
131화 : 적룡의 능 (4)
(131/210)
131화 : 적룡의 능 (4)
2022.05.02.
‘용의 머리라?’
괜찮아 보였다.
적어도 소천마와 종리우가 혈안이 되어 찾으려는 발톱보다 상위의 격이 느껴졌다.
‘아마 발톱 다음인 심장과 동격일까?’
콰쾅! 쾅쾅쾅!!
이 와중에도 벽 너머에서 요란한 폭음이 연이어 터졌다.
이제 와서 발톱 쟁탈전에 참가해도 그 둘을 뛰어넘는 성과는 얻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뭘 선택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찾을 건 머리다.’
결정을 내렸으니, 남은 건 행동뿐.
그러나 아직 진천우는 용의 머리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건 바닥의 붉은 진법에도 따로 설명돼 있지 않았다.
허나 걱정은 크지 않았다.
사실 진천우는 따로 용의 머리가 있을 장소를 생각해놓았다.
그곳을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서, 그는 바닥의 진법을 다시 살폈다.
슥!
먼저 소천마가 첫 번째 발톱을 손에 넣으면서 빛이 꺼진 부위를 살폈다.
정확히 진법의 사분지 일.
쾅! 우우웅!
콰쾅! 우우우웅!!
남은 세 부분 중 둘도 벽 너머에서 터지는 폭음에 반응하며 빛을 반짝였다.
‘다만 남은 한 부분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군.’
그만큼 그쪽에는 큰 소란이 없었다.
……쾅!
아주 가끔씩 폭음이 일었지만, 다른 둘에 비하면 뭘 하기는 하는 건가 싶을 만큼 정말 드물었다.
‘저쪽은 네 번째 지휘관이 향했던 방향이지?’
홀로 넘어간 소천마나 쉰 명의 무인과 함께 넘어간 종리우보다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같은 수의 무인을 데려간 종리우보다 진행이 느린 건 어쩔 수 없다 쳐도, 홀로 넘어간 소천마보다 느린 건…….’
아니지.
그건 네 번째의 잘못이 아니었다.
애초에 쉰 명의 무인과 함께하는 종리우와 거의 비슷한 성과를 홀로 내는 소천마가 괴물인 거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부분도 정확히 진법의 사분지 일이다.’
즉, 바닥의 진법은 정확히 네 개로 나뉘어 반응했다.
각 부분마다 발톱이 하나.
발톱의 숫자는 네 개.
네 개의 발톱 중 최소 세 개를 손에 넣어야 용의 심장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진법의 사분지 삼이 꺼지면 무언가 변화가 생길 거라 예상된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발생한다.
그럼 용의 머리를 나타내는 진법은 어디지?
적어도 여기는 없다.
진천우가 바닥이 아닌 벽 너머로 귀를 기울였다.
콰콰쾅! 쾅쾅!
연이어 울리는 폭음 소리가 벽 너머의 공간을 가늠케 했다.
비록 세 부분 중 한쪽이 유난히 조용하지만.
쾅! 쾅쾅쾅!!
다른 두 부분에서 쉬지 않고 폭음이 터지니, 비교적 정확한 범위를 예상할 수 있었다.
‘벽 너머 공간도 정확히 사분지 일 정도다.’
즉, 벽 너머도 발톱의 수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소리다.
그럼 정말 머리는 어디에 있는 걸까?
슥.
진천우가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조금 전까지 자신과 함께 백 명이 넘는 맹의 무인들이 있었던 장소.
그들이 떨어진 절벽 바로 아래였다.
진천우가 애써 들어온 벽을 넘어 그쪽으로 향했다.
“…….”
거기는 그저 황량했다.
곳곳에 강한 진법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정작 진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따로 기관이나 함정이 숨어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여기에도 없다.
그런데 딱 한 곳.
매우 의심 가는 곳이 이 근처에 있었다.
슥!
진천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보았다.
-적룡(赤龍)의 능(陵)
자신뿐 아니라 종리우도, 네 번째 지휘관도 보았다.
‘절벽 틈새’에 새겨진 커다란 붉은 글씨를.
‘거기구나!’
때마침 의심의 근거도 나쁘지 않았다.
원래 발톱을 땅을 디디는 데 사용하는 거라면.
‘머리는 그 위에 올려져 있는 법.’
진천우는 머리가 거기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아직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휘이이이잉!!
이곳은 천 길 낭떠러지 아래.
그러니까 그들이 본 붉은 글씨는 그 낭떠러지 한가운데 아주 비좁은 틈에 새겨져 있었다.
거기까지 가려면 당연히 절벽을 다시 올라야 했다.
허나 눈앞의 절벽은 하필이면 직각도 아닌 아래로 깊이 깎여, 올라가려면 발돋움은 포기하고 거의 손아귀 힘만으로 올라가야 했다.
한마디로 범인은 물론이고 무공을 익힌 무인도 엄두도 내지 못할 수준이란 뜻.
하지만 진천우는 평범한 범인도, 그렇다고 그저 그런 무인도 아니었다.
‘오랜만이군.’
오랜만?
그는 분명 절벽을 오른 적이 없건만?
‘그래도 이런 말도 안 되는 높이의 벽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
벽……. 아!?
금지를 감싼 무형의 벽.
장담하건대, 그때의 벽이 지금의 절벽보다 더 가팔랐으면 가팔랐지, 절대 더 낮거나 쉽지 않았다.
팟!
진천우가 곧바로 절벽 위를 향해 대나이신법을 펼쳤다.
* * *
휙!
소천마는 느닷없이 제 쪽으로 날아온 커다란 쇳덩이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쾅!
그대로 쇳덩이는 커다란 폭음을 내며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그런데 제 쪽으로 날아오는 쇳덩이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슥!
조금 전, 날아온 쇳덩이의 그림자 밑에 숨어 또 다른 쇳덩이가 날아왔다.
고도로 계산된 함정.
그러나 상대는 그 정도 함정에 당할 멍청이가 아니었다.
“흥!”
콰쾅!
소천마.
비록 천마에게 당해 단전을 봉인 당한 채 수하와 애완동물을 뺏기고 여기까지 떨어졌지만, 그녀는 천하에 두 번째라면 서러울 괴물이었다.
두 번째 쇳덩이 역시 그녀가 휘두르는 손길에 반대편 벽으로 날아갔다.
사실 두 쇳덩이가 날아간 쪽에 숨겨진 기관이 있었다.
당연히 그것들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박살 났다.
이 또한 소천마가 이미 그곳에 기관이 있음을 눈치채고, 쇳덩이를 날린 결과였다.
“끝?”
소천마가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다른 함정은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그녀의 시야 내에서는.
다음 함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또 새로운 함정이 나타나겠지만.
“흠…….”
어쩐지 소천마는 불만있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 쉽다.’
그랬다.
그녀는 지금 욕구불만이었다.
-적룡의 능에서 내가 원하는 걸 가져와라.
분명 천마는 그리 말하며 자신에게 이곳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마음 같아서는 몰래 혼자 오려 했지만, 그 직후 등장한 맹의 추적대를 단전이 봉인된 채로 따돌릴 수 없었기에 결국 여기까지 함께 오게 되었다.
그래도 이제는 단전의 봉인을 풀었으니 누구보다 먼저 원하는 것을 차지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냥 원하는 물건만 가져가는 건 재미없지.’
확실히 재미가 없다는 것도 큰 불만 요소지만,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왜 천마는 내게 이곳의 위치를 알려줬을까?’
원하는 게 있으면 스스로 쟁취한다.
그녀와 천마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한마음이었다.
단순히 귀찮아서?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남에게 맡기고 그걸 확인하는 게 더 귀찮았다.
‘그 말은 적룡에 능에 천마가 직접 가지 못하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는 뜻.’
소천마의 진정한 목적은 이곳에 숨겨진 보물이 아니라 그 비밀이었다.
이것을 풀기 위해서는 적룡의 능에 설치된 모든 진법과 기관, 함정을 샅샅이 살피는 게 중요했다.
‘그러나 남은 함정도 모두 이 같은 난이도라면…….’
실망이 너무 크다.
‘어쩌면 천마는 정말 수준 낮은 곳에 자신이 직접 가기 귀찮아서 내게 이걸 맡긴 걸지도?’
제발…… 그것만은 아니길 빌며, 소천마는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쾅쾅쾅!
‘너무 쉽군.’
종리우 역시 그녀와 같은 생각을 품었다.
콰쾅!!
아무리 그에게 쉰 명의 맹의 무인이 함께 한다지만.
‘단순히 쇳덩이가 날아오고, 바닥이 꺼지고, 칼날이 튀어나오는 함정뿐이라면.’
이곳은 절대 한 태조의 유방의 무덤일 수 없다.
그와 조금이라도 관련된 곳일 수도 없다.
심지어 적룡이란 가당찮은 이름도 쓸 수 없다.
‘그렇다면 정말 실망인데…….’
으득!
종리우가 남몰래 이를 갈았다.
그는 제갈세가를 뛰어넘고자 했다.
그 위대한 천재의 가문을 뛰어넘으려면 평범한 위업으로는 어림도 없다.
자신이 기껏 적룡의 능에 도전한 건, 보물이 탐나서도 아니고 오로지 위대한 위업을 쌓기 위해서다.
‘그러니 제발…….’
이렇게 쉬운 함정으로 끝나지 않길 빈다.
‘제발 위대한 위업에 걸맞은 장애물이 눈앞에 나타나기를.’
종리우는 진심으로,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빌었다.
한편.
“제기라알!!”
네 번째 지휘관이 비명을 질렀다.
“여긴 뭐야?”
어렵다!
무섭다!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사방에서 쇳덩이가 날아들고, 느닷없이 바닥이 꺼지고, 칼날이 튀어나오다니.’
“으으으!”
“제길 금창약 좀!”
이미 쉰 명 중 절반가량이 부상을 입었다.
사실 목숨을 잃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어서 빠져나가야 한다.”
네 번째는 아쉽지만 보물을 포기했다.
그는 지휘관이다.
지휘관은 임무를 마친 수하를 몸 성히 맹으로 돌려보낼 책임이 있었다.
이미 소천마를 놓친 시점에서 자신들의 임무는 끝났다.
적룡의 능에서 보물을 찾는 건 그들의 임무가 아니었다.
“모두 돌아간다!”
네 번째가 급히 후퇴 명령을 내렸다.
* * *
탓!
진천우가 절벽 틈새에 도착했다.
위를 올려다보니, ‘적룡의 능’이라 적힌 커다란 붉은 글자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각도상 낭떠러지 위에서는 볼 수 없었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그 짧은 순간에만 볼 수 있는 글자라?’
예감이 좋다.
아마 이곳에 자신이 찾는 게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예감과는 동떨어졌다.
“음…….”
주위를 둘러봤지만, 이렇다 할 보물은 보이지 않았다.
‘용의 머리라더니…….’
좁디좁은 틈새에 짙은 이끼만 가득했다.
혹시나 특별한 이끼인가 싶어 일부를 뜯어내 손끝으로 문질렀지만, 가루가 돼 부서질 뿐 어떤 변화도 없었다.
진천우는 의선과 학수선의의 전진을 이은 의원인 동시에 독괴의 유지를 이은 독인.
그가 지닌 의원과 독인의 눈에도 이건 그저 평범한 이끼였다.
쾅!
“이런, 안의 폭음이 여기까지 들리는 건가?”
아니, 잠깐!
폭음은 단순히 벽 너머에서 울리는 게 아니었다.
우우웅!
쾅쾅!
우우우웅!
“어?”
그 순간, 갑자기 이끼가 빛나기 시작했다.
어떤 것은 푸르게, 또 어떤 건 붉게, 다른 어떤 건 녹색으로.
사실 발광하는 이끼는 그렇게까지 신기한 건 아니었다.
다만 그 빛들이 서로 조화를 이뤄 하나의 진법을 만든다면, 그건 기절초풍할 정도로 놀랄 일이었다.
‘주위에 석상을 세우거나 바닥을 깎아 진법을 만드는 건 들어봤어도, 이끼를 키워 진법을 만드는 건 듣도 보도 못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진법이 눈앞에 등장했다.
놀랄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진천우의 눈앞에 푸른 현판이 튀어나왔다.
[특수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천하제일 타이쿤’이 ‘적룡의 능’과 동조합니다.]
[하위 타이쿤 ‘둥지 짓는 용’을 실행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