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 적룡의 능 (3)
(130/210)
130화 : 적룡의 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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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 : 적룡의 능 (3)
2022.04.30.
쾅! 쾅쾅!
하늘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아래로 떨어졌다.
처음 위치에서 여기까지 깊이가 상당했다.
쾅!
덕분에 무슨 바위가 떨어지듯 사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터졌다.
하나 다행인 점은 이들 모두 무인, 그것도 맹에 속한 무인이란 점이다.
“크윽!”
“큭!”
“아아아!”
개중 팔이 부서지거나 다리가 박살 난 이는 있어도, 목숨을 잃은 자는 없었다.
물론 몸이 아작났으니 서둘러 응급조치를 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
“그, 금창약!”
“내상약도!”
“누구 붕대 가진 거 있으면 당장 가져와!”
그러나 맹의 무인들 모두 교나 련과의 전쟁을 대비해 훈련했기에 언제나 응급약과 응급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덕분에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차례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보셨습니까?”
간신히 사태가 진정되자, 종리우가 네 번째 지휘관을 찾았다.
그 또한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뭔가를 보았다.
상당히 터무니없는 것을.
“그래…….”
네 번째 역시 그것을 본 모양.
“그런데 그게 뭐라고 그러는가?”
하지만 그는 자신이 본 게 얼마나 대단한지 알지 못했다.
종리우가 급히 그의 무지를 깨우쳐 주었다.
“아래로 떨어지면서 절벽 틈새로 커다란 글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나도 보았네. 적룡(赤龍)의 능(陵)? 그렇게 적혀있더군. 허나 그게 어쨌다는 건가?”
“적룡이 무얼 뜻하는지 모르십니까?”
“뭐?”
당연히 붉은 용을 뜻하겠지.
그러나 네 번째는 종리우가 설마 그 말을 하려고 저리 호들갑 떠는 게 아님을 알았다.
그렇지만, 적룡의 능이라니.
너무 터무니없다.
‘설마 이 아래에 정말 용이라도 묻혀있다고 하려는 건 아니겠지?’
용은 상상 속의 동물이다.
세상에는 영물이라며 인간 말을 알아듣고, 때론 몸속에 극도로 응축된 기운 덩어리인 내단을 만드는 존재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신화 속 존재인 용은 있을 수 없었다.
종리우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다.
“실제 용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
“적룡하면 떠오르는 이가 있지 않습니까?”
“적룡하면?”
그랬다.
종리우가 주목한 건, 적‘룡’이 아니라, ‘적’룡이었다.
붉은 용.
예부터 용은 상서로운 존재로 황실조차 그 상징으로 삼았다.
그러나 주로 상징으로 삼는 용은 황룡 내지 백룡.
물론 청룡과 흑룡, 적룡을 상징으로 내세우는 곳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그 세가 미미하거나 오래 가지 못했다.
허나 고대로 적룡을 제 상징으로 삼아 불멸의 존재가 된 이가 있었다.
그 옛날 항우와 함께 천하 패도의 전쟁에 참여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결국 불멸의 제국을 이룩한 존재.
한태조(漢太祖) 유방(劉邦).
“그가 스스로를 적제(赤帝)의 아들, 즉 적룡왕이라 칭했음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 말인즉, 적룡의 능이란 이곳은 한태조 유방의 묘?
네 번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다소 뜬금없는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확실히 제가 말했지만, 영 엉뚱한 주장이긴 합니다.”
종리우가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결코 뜬금없다고 인정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그중 첫 번째는 이곳이 한태조의 출신지인 패현(沛縣) 인근이란 점이다.
그리고 앞서 설명했듯, 종리우는 종리세가의 자제.
그는 어릴 때부터 다양한 공부를 익혀, 남의 눈에 쉽사리 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절대 평범한 땅이 아니다.’
그런 그의 눈에 이곳은 실로 범상치 않은 장소였다.
사방 눈길이 가는 곳마다 평범하지 않은 기운이 흘러넘쳤다.
아마도 진법 그리고 기관이 숨겨져 있는 게 틀림없다.
이때 기억해야 할 건, 그는 절벽 위에서는 그러한 기운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런 엄청난 기관진식을 밖에서는 조금도 알아채지 못하게 처리했다는 뜻.’
그건 더더욱 놀라운 점이었다.
확실히 이곳은 한태조 유방의 무덤이 아닐지 모른다.
“허나 분명한 건, 이곳은 보통 심상치 않은 장소이며, 적어도 적룡의 무덤이란 이름이 아깝지 않을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을 게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보물?
처음에는 종리우의 말이 어려워 크게 흥미를 보이지 않던 이들이, 그 한마디에 이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맹의 무인도 사람이다.
아니, 다른 곳도 아닌 천하를 삼분하는 맹에 속해있다는 것부터가 남보다 뛰어난 실력과 남보다 더 짙은 욕망을 품고 있음을 증명했다.
-콰쾅쾅!!
그 순간, 벽 너머에서 큰 폭음이 울렸다.
“무슨?”
“또 절벽이 무너지는 건가?”
조금 전까지 탐욕을 드러내던 무인들이 기겁한 얼굴로 얼른 탈출로를 찾았다.
그러나 모두 그런 건 아니었다.
일부 눈치 빠른 이들.
그러니까 종리우와 네 번째 지휘관은 저 소리의 정체를 단번에 파악했다.
“천마의 후예!”
“그러고 보니 함께 떨어졌을 텐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리석긴!
아래로 떨어지자마자 그녀부터 찾아야 했는데!
콰콰쾅!!
벽 너머에서 또 폭음이 터졌다.
후두둑!
그 충격으로 저 너머의 벽 하나가 무너졌다.
벽 너머에서 피처럼 새빨간 빛이 새어나왔다.
“…….”
그 불길한 빛에 누구도 먼저 움직이지 못했다.
슥!
그때, 가장 먼저 움직인 이가 있었다.
진천우였다.
‘저 녀석이?!’
이를 본 종리우도 뒤늦게 몸을 움직였다.
얌전한 듯 멍청한 듯 있으면서도, 꼭 중요한 순간 가장 먼저 움직이다니!
‘하지만 이번에도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
그가 제갈세가가 아닌 이에게 이리 강한 적대감을 보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종리우는 마음속으로 진천우를 인정했다.
진천우에 이어 종리우까지 벽 너머로 넘어가자, 다른 맹의 무인들도 차례로 벽을 넘었다.
“와아!”
“지하에 이런 게?!”
그들은 눈앞의 광경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벽 너머에는 맹의 대연무장에 비견될 만큼 아주 커다란 동공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놀란 이유는 단순히 넓은 공터 때문만이 아니었다.
우우웅!
동공 바닥에 커다란 진법이 깔려있었다.
진법이 내뿜는 은은한 붉은 빛 덕분에 시야가 확보되었다.
“함부로 움직이지 마십시오.”
이때, 종리우가 흥분한 무인들을 진정시켰다.
아직 이 진법이 무슨 효과를 지녔는지 모른다.
섣불리 대처했다간 전멸을 피할 수 없다.
“…….”
그는 말없이, 그러나 머릿속으로는 격렬하게 붉은 진법을 해석했다.
“어떤가?”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 네 번째 지휘관이 진도를 물었다.
“…….”
그뿐 아니라 맹의 무인들 전원 긴장한 얼굴로 종리우를 바라보았다.
“이건?!”
잠시 뒤, 그가 진법의 정체를 알아챘다.
콰쾅!
그와 동시에 다시 폭음이 터졌다.
우우웅!
그리고 진법의 일부가 빛을 잃었다.
정확히 사분지 일이나.
“큰일입니다!”
“왜? 뭣 때문에 그런가?”
“이 진법은 지도입니다. 그러니까 적룡의 각 부분의 상태를 알려주는 지도입니다. 그런데 방금 그중 일부가 꺼졌다는 건…….”
“적룡의 사분지 일이 날아갔다?”
“정확히는 한쪽 발톱이 날아간 겁니다. 천마의 후예가 방금 그 한쪽을 차지한 게 분명합니다.”
“그럼 어찌 되는 건가?”
“여기, 이 부분. 진법 한가운데에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종리우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곧 무거운 목소리로 방금 자신이 해독한 부분은 읽었다.
-연자여 적룡의 발톱을 찾아라!
-네 개의 발톱 중 셋을 먼저 차지한 자가 용의 심장을 얻으리니.
“넷 중 셋?”
“그러나 그중 하나를 천마의 후예가 차지했습니다.”
“그럼 큰일이 아닌가! 아니, 이미 늦은 게 아닌가?”
옳은 말이다.
지금부터 맹이 용의 발톱을 찾으려 해도, 세 개를 모을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종리우의 생각은 네 번째와 달랐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저쪽은 혼자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일백이 넘습니다. 당장 용의 발톱을 얻으려 하면, 저쪽이 새로운 발톱 하나를 차지하는 동안 두 개를 얻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 둘 대 둘.
즉, 어느 한쪽도 셋을 차지하지 못한다.
그렇게만 되면.
“우리가 남은 하나를 천마의 후예에게 빼앗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렇군!”
“오오오!”
알기 쉬운 설명에 맹의 무인들이 환호를 질렀다.
콰콰쾅!!
그때, 또다시 폭음이 일었다.
종리우가 급히 손가락으로 한쪽 벽을 가리켰다.
방금 폭음이 일어난 곳과 정반대 방향.
“당장 저 벽을 무너트리세요. 저 너머에 다른 발톱이 있을 겁니다. 거기로 지금 인원의 절반이 저와 함께 갑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종리우가 또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려다가, 여기 있는 백 명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한 명을 목격했다.
‘또 너냐?’
진천우.
그는 조금 전 자신이 해독을 모두 마친 바닥을 진법을 혼자 계속 살피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내 말을 따르라고 주의를 주고 싶었지만.
쾅!!
다시금 울리는 커다란 폭음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 지금은 이딴 녀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내 해석은 완벽하다.’
혹시나 저놈이 자신과 다른 해석을 낼 가능성은 전무했다.
그만큼 그는 자신이 있었다.
슥!
종리우의 손가락이 진천우를 건너뛰고 그 오른편을 가리켰다.
“남은 인원은 즉시 저쪽 벽을 무너트리고 가주십시오.”
그들의 지휘는 네 번째에게 맡겼다.
지금까지 맹의 무인들을 지휘한 그라면, 어렵지 않게 쉰 명의 무인으로 남은 하나의 발톱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알겠네. 내 바로 발톱을 찾아오겠네.”
“부디 무운을!”
“자, 출발하자!”
와아아!
곧바로 백 명의 무인들이 둘로 나뉘어 벽을 부쉈다.
먼저 동공을 떠난 건 종리우가 이끈 무리였다.
“…….”
그는 동공을 떠나기 전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 진천우가 아직 남아 진법을 살피고 있었다.
“흥!”
그러나 이제 그는 딱히 진천우에게 말을 걸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내가 옳다.’
종리우는 끝까지 자신의 해석을 믿고, 망설임 없이 발길을 돌렸다.
“가지죠!”
그가 제 무리를 이끌고 사라졌다.
반대편에 네 번째가 이끄는 무리도 벽을 부수고 동공을 떠났다.
결국 진천우 혼자 동공에 남았다.
“…….”
그는 홀로 남아서도 계속 바닥의 진법을 살폈다.
쾅! 콰콰쾅! 쾅쾅!!
이제 소천마뿐 아니라 사방에서 용의 발톱을 찾기 위해 움직였기에, 사방에서 연신 폭음이 일었다.
그만큼 보통 진법이 아니란 소리.
이렇게 여유만 부리다간 보물을 얻지 못한다.
그때, 그런 소란에도 집중을 잃지 않던 진천우가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해독했다.”
드디어 해독을 마쳤다.
-연자여 적룡의 발톱을 찾아라!
-네 개의 발톱 중 셋을 먼저 차지한 자가 용의 심장을 얻으리니.
확실히 종리우의 해독은 틀리지 않았다.
허나 진천우는 더욱 시간을 들인 덕분에, 종리우가 미처 찾지 못한 다음 구절을 찾고 해독할 수 있었다.
-연자여, 적룡의 발톱과 심장 그리고 머리를 찾아라!
잠깐!
머리?
적룡의 능에는 발톱과 심장 외에 용의 머리도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