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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 강화! (117/210)


117화 : 강화!
2022.03.30.


“뭐?”

강화…… 해머…… 게임……?

‘이게 뭐지?’

곧바로 타이쿤이 해석해주었다.

‘그러니까 망치를 세게 내려쳐라?’

그 해석이 너무 직관적이라 도리어 이해되지 않았다.

“손을 쉬지 마라!”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대장장이가 소리쳤다.

그의 눈에는 타이쿤이 보이지 않으니,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놈이 기껏 망치를 휘두르게 해줬더니, 겨우 한 번 내려치고 쉬어?’

지금 진천우가 망치로 두들기는 건, 자신이 반나절 꼬박 두들겨 달군 철검.

쇠는 두들길수록 단단해진다.

하지만 그 열기가 식으면, 다시 달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쇠다.

대장장이는 자신의 노력이 그리고 진천우의 망치질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기를 원하며, 더욱 크게 윽박질렀다.

“어서 다시 망치를 들어라!”

“넷!”

다행히 진천우는 말귀를 알아들었다.

땅!

망치가 빠르게 철검과 부딪쳤다.

휙!

그러자 또 철검 끝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대장장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즉, 검에서 튀어나온 저건 타이쿤 효과란 소리.

‘뭐지?’

진천우가 즉시 눈알을 굴려 그것을 쫓았다.

이제 보니 그건 어린아이 주먹만 한 검은 쇠뭉치였다.

‘그런데?’

그게 다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혹시 저 쇠뭉치는 만년한철이나, 현철, 오철 같은 무슨 특별한 금속일까?

아쉽게도 진천우는 대장장이가 아니었다.

그의 눈썰미로 쇳덩이의 정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음?”

그 대신 다른 게 보였다.

검은 쇳덩이가 다시 철검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땅!

진천우가 곧바로 망치를 내려쳤다.

휙!

또 쇳덩이가 솟아올랐다가 다시 사라졌다.

땅!

다시 망치를 내려쳤다.

아까보다 세게.

그러자 쇳덩이가 아까보다 아주 약간 더 높이 올라갔다 다시 떨어졌다.

땅!

이번에는 일부러 아까보다 약하게 두들겼다.

“힘 빼지 마라!”

이를 본 대장장이가 다시 소리쳤다.

그의 마음 씀씀이를 모르지 않았다.

틀림없이 자신이 더 망치질을 잘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거겠지.

‘이제부터 약하게 두들기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조금 전에는 일부러 약하게 망치질해야 했다.

‘역시 철검에서 튀어나온 쇳덩이가 아까보다 더 낮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갔다.’

즉, 쇳덩이는 망치를 강하게 내려치면 내려칠수록 더 높이 올라간다는 소리.

그게 사실이라면, 아까부터 쇳덩이와 함께 자신의 눈에 보이는 저것도 설명이 되었다.

땅! 휙!

진천우가 다시 강하게 망치를 내려쳤다.

그러자 또 철검에서 쇳덩이가 솟구쳤다.

쇳덩이는 처음보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갔다.

그런데 쇳덩이 한가운데 뭔가 적혀 있었다.

[1287]

‘이 앞에는 1119라고 적혀 있었지.’

익숙하지 않은 문자였지만, 진천우는 앞서 몇 번이나 타이쿤을 겪으며, 저게 수치를 나타낸다는 걸 알았다.

‘그러고 보니 강화 해머 게임 아래에 강화도 999999999라고 적혀 있었지?’

아쉽게도 진천우는 그 수가 얼마나 큰 수인지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굳이 실감할 필요는 없었다.

‘어쨌든 망치로 두들기라는 소리잖아?’

그것도 아주 세게!

‘그럼 두들겨 주지!’

진천우가 망치를 휘둘렀다.

땅!

[1895]

땅!

[2017]

땅!!

[2571]

그때마다 수치가 빠르게 치솟았다.

대충 수십 번 내려치다 보니, 어느새 쇳덩이에 새겨진 숫자가 다섯 자리로 늘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수치가 크게 늘지 않았다.

“흠…….”

진천우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계속 두드리니 수치가 늘긴 한다. 그러나…….’

어쩐지 이대로 계속 두드려도 크게 소용없을 것 같은 느낌.

“멈춰라.”

“네?”

“망치질을 멈춰라.”

“하지만 그러면 기껏 달군 철검이…….”

“망치에 망설임이 깃들어 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

“…….”

도중에 끼어든 대장장이의 말에 진천우는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알았지?’

왜 모를까?

상대는 평생 망치를 휘두른 이다.

망치에 어떤 감정이 싣고 휘두르는지는 눈대중으로도 알아챌 수 있었다.

“망치에 좀 더 힘을 싣고 싶은 거겠지?”

그는 한눈에 진천우의 고민을 꿰뚫어 보았다.

“그렇담, 생각하지 마라.”

“네?”

“쓸데없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모두 비운 채, 망치를 내리치란 말이다.”

그리고 그 해결법까지 알려주었다.

“단순히 강하게 내려치는 게 중요했으면, 처음부터 두 치 길이의 작은 망치를 휘두를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이냐?”

“아…….”

맞는 말이다.

더 무거운 망치를 들면 당연히 더 세게 내려칠 수 있었다.

그런데 굳이 이 작은 망치를 택한 이유가 뭘까?

그건 이 망치에 장인의 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바꿔 말하면, 도구에 혼을 깃들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장인이 굳이 이 망치를 택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백련천타(百鍊千打).”

“백련?”

“천타(千打).”

갑자기 뜻 모를 소리를 꺼낸 대장장이가 그 뜻을 설명했다.

“망치로 천 번을 두드리는 걸 천타(千打)라 한다. 그 천타가 바로 일련(一鍊)이다. 보통 제대로 된 검 하나를 만들려면 최소 백련(百鍊)을 거쳐야 하지. 그 모든 의미를 담은 말이 바로 백련천타(百鍊千打)다.”

“그만큼이나?”

일련이 천 번이면, 백련은 십만.

그마저도 최소라 했다.

진천우가 급히 달궈진 철검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금껏 자신이 여기에 몇 번이나 망치를 내려쳤을까?

겨우 백번?

일련조차 되지 않는 숫자.

허나 방금 대장장이가 말한 백련천타에는 애초에 자신의 백 번은 들어있지도 않았다.

“내가 생각하지 말라고 했지?”

“그랬습니다.”

“말 그대로다. 백련을 채우는 데 쓸데없는 생각은 필요 없다. 한 번의 망치질도 진심을 담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일타(一打)라 할 수 없다.”

“그 말은?”

“그래, 그런 의미에서 내가 종일 두들긴 망치질도 일 타조차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장장이가 무척 덤덤하게 말을 꺼냈다.

앞서 그가 한 망치질은 어차피 새로운 망치에 손이 익기 위한 연습.

거기다 진천우가 어디까지 자신의 망치질을 지켜볼 수 있을지 곁눈질까지 했다.

당연히 진심도, 전력도 아니었다.

그런 망치질로 일 타를 채우는 것은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다.

“내놓거라.”

“…….”

진천우가 제 앞으로 내밀어진 상처투성이 손을 향해 말없이 철검을 붙잡은 집게를 내밀었다.

비록 조금 식었지만, 아직도 내부에 뜨거운 열기를 머금고 있는 그 철검을.

치이익!

대장장이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물에 넣어 열기를 꺼트렸다.

“…….”

이를 말없이 지켜보는 진천우를 향해 그가 물었다.

“아쉬우냐?”

“아닙니다.”

“정말?”

“물론입니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모자란 물건은 차라리 만들지 않는 게 낫다.

괜히 이름난 도예가가 기껏 만든 자기를 일부러 바닥에 던져 깨트리는 게 아니다.

도예가에게 자기가 그렇듯, 대장장이에게는 완성된 무구가 곧 자신의 혼이나 다름없었다.

부족한 작품을 내놓을 바에는 차라리 부수고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게 당연했다.

그는 완전히 식어버린 철검을 곧장 화로에 넣었다.

화륵! 화르륵!

화로의 뜨거운 열기에 검 표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옜다.”

그 상태로 대장장이가 다시 철검을 집은 집게를 진천우에게 내주었다.

‘뜨겁다.’

집게 너머로도 열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실제로 그 열기는 철검 속까지 스며들지 못했다.

새로 검을 만드는 게 아닌, 강화를 하는 것이기에 화로의 열기를 겉에만 입혔다.

이 상태에서 망치질해, 열기를 안으로 스며들게 해야 한다.

슥!

진천우가 다시 망치를 들었다.

그리고 내려쳤다.

앞에 휘두른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가짐이 달랐다.

[23311]

과연 시작부터 강했다.

허나 아직 부족하다.

땅!

[37820]

땅!

[52917]

땅!!

[69699]

휘두를수록 그 수치가 올랐다.

그래도 여전히 부족했다.

‘한 타 한 타 정성 들여 진심으로 쳐야 한다.’

진천우가 더욱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는 단순히 망치를 세게 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온전히 망치에 담는 데 집중했다.

그러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스윽!

가장 먼저 변한 건 눈.

이미 말했듯 진천우는 눈썰미가 뛰어났다.

의안, 감별안 등 눈에 관련된 스킬이 절로 발휘됐다.

그러자 망치를 휘두를 때 생기는 미묘한 흔들림이 사라졌다.

흔들림이 없다는 건 힘의 낭비가 없다는 뜻.

땅!

[779813]

단숨에 수치가 열 배로 올랐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우웅!

화후기식법과 역근경이 운용되었다.

화후기식법은 진천우의 감각을 초감각으로 바꿔주고, 역근경은 모든 근력을 배로 끌어 올렸다.

땅!!

[8123398]

또 수치가 확연히 올랐다.

일곱 자리까지 올라가자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났다.

‘분명 처음에 쇳덩이에 새겨진 글자는 녹색이었는데?’

자릿수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색이 변했다.

녹색에서 노랑, 노랑에서 주황.

그리고 지금은 아주 새빨갛게 변했다.

그 뒤, 대장간 천장에 못 보던 금빛 종이 생겼다.

종 표면에 뭔가 적혀 있었다.

[10000000]

‘설마 쇳덩이로 저 종을 쳐야 하는 건가?’

땅!

[8829553]

그러나 지금 자신의 망치질로는 쇳덩이를 천장의 절반까지 올리는 게 다였다.

‘더 진심을 담아야겠군.’

땅땅! 땅땅땅땅!!

진천우가 더욱 매섭고 빠르게 망치를 휘둘렀다.

그때마다 수치가 올랐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했다.

‘대단하군.’

허나 이를 알 리 없는 대장장이는 그런 진천우의 신들린 망치질을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어쩌면…….

‘어쩌면 난 지금 천하제일 대장장이가 될 자의 성장을 지켜보는 걸지도?’

천하제일 대장장이?

엉뚱한 말이지만, 진천우가 오늘 처음 망치를 쥐었다는 걸 생각하면 결코 우습게 볼 게 아니었다.

‘이런! 서둘러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겠군.’

이때, 대장장이가 급히 작업실을 빠져나갔다.

어느새 화로의 불이 약해졌다.

새로 화로에 넣을 흑탄과 강화에 필요한 다른 재료를 가져와야 했다.

지금 진천우의 성장세는 절정.

조금이라도 지체할 새를 주면 안 된다.

땅땅땅땅땅!!

대장장이가 작업실을 나가는 와중에도 망치질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쉬지 않고 망치를 휘둘렀다.

그냥 때린다.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쉬지 않고.

때리고 때리고 또 때린다!

그런데 이거?

“아!”

그 순간, 진천우가 무언가 깨달았다.

아니, 정확히는 잠시 잊었던 무리(武理)를 다시 떠올렸다.

어떻게 이걸 잊었을까?

그냥 때린다.

그냥 팬다.

진천우가 잠시 잊었던 무학.

타구(打狗)가 깨어났다.

마침 그의 손에는 누가 봐도 둔기인 망치가 있었다.

땅! 휙!!

진천우의 망치가 철검을 치고, 거기서 쇳덩이가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솟구치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그는 쇳덩이가 다 솟구치기 전에 벌써 무언가를 직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역근경과 화후기식법으로 강화된 초감각이 쇳덩이에 적힌 글자를 읽어낸 것이다.

[12319773]

땡!

쇳덩이가 금빛 종과 부딪치며 요란한 굉음을 냈다.

땡땡땡!

한 번 큰 충격을 받은 종이 쉬지 않고 울어댔다.

[1차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이벤트 달성!!]

푸른 현판도 나타나 푸른빛을 반짝였다.

‘실패했군.’

허나 진천우는 종소리와 현판의 반짝임에 속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기억한다.

-강렬한 한 방으로 ‘강화도 999999999’에 도전해보세요!!

강화도 999999999.

여기에 도달하려면 자릿수를 한 자리 더 올려야 한다.

그런데 시끄러운 종소리로 정신을 차린 탓일까?

진천우는 자신이 아직도 사용하지 않은 스킬이 하나 더 있음을 떠올렸다.

화륵!

그건 바로…….

“스읍!”

화르륵!

갑자기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때마다 입가로 시뻘건 불길이 넘실거렸다.

허나 그것들은 진천우가 이제부터 피워올릴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흡!”

마침내 숨을 한계 직전까지 들이켠 그가, 그 숨을 단숨에 터트렸다.

화르르륵!!!!

금빛으로 넘실거리는 불길이 진천우의 입에서 토해졌다.

조금 전, 일차 강화에 성공해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평범한 철검쯤은 단숨에 그 열기에 녹았을 터.

땅!!!!

진천우가 제 모든 걸 담아 망치를 내려쳤다.

그러자 금빛으로 달궈진 철검 끝에서 빠르게 쇳덩이가 튀어나왔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진천우의 초감각으로도 따라잡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굳이 보지 않아도 결과를 알았다.

강화는 강한 열기를 망치질로 내부에 전달하는 것.

최고조로 끌어올린 망치질에 최강의 불길인 화후의 숨결이 더해졌다.

당연히 그 결과는 하나밖에 없었다.

챙!!!!

쇳덩이가 대장간 천장의 종과 부딪쳤다.

아니, 그대로 종을 부쉈다.

쇳덩이는 황금 종을 부수고도 전혀 기세가 죽지 않고 위로 솟구쳤다.

아쉽게도 천장에 막혀 그 이상은 볼 수 없었다.

허나 아까 말했듯, 결과는 굳이 보지 않아도…….

쿠우우우웅!!!!

잠시 뒤, 하늘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울렸다.

틀림없이 조금 전 솟구친 쇳덩이가 낸 소리였다.

이를 증명하듯.

[초월 달성!!]

진천우의 눈앞에 푸른 현판이 나타났다.

[초월 달성의 대가로 강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스킬이 주어집니다.]

“호오?”

진천우가 즉시 현판의 글귀를 확인하고 두 눈을 크게 치켜떴다.

‘설마 이런 걸 줄지는 몰랐는데…….’

진천우는 유한한 한계를 뛰어넘는 스킬을 새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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