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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화 : 진품명품 (1) (114/210)


114화 : 진품명품 (1)
2022.03.23.


[오른쪽]

슥!

[왼쪽]

슥!

이제 본 맹의 정문에서 꽤 떨어졌는데도 타이쿤의 지시는 끝날 줄 몰랐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지?’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많던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인적이 드문 숲속에 들어왔다.

[왼쪽!]

그때, 타이쿤이 푸르게 반짝거렸다.

‘그래, 네가 원하는 데로 가주마.’

거기에 보상이 있다면, 얼마든지!

진천우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다른 건 몰라도 보상에 관해서 타이쿤은 철두철미했다.

게다가 이렇게 반짝이며 자신을 재촉하는 걸 보아, 이번 보상은 평소와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게 했다.

[왼쪽]

[오른쪽]

[오른쪽]

[왼쪽]

[한 바퀴 돌아]

[뒤로 돌아]

[오른쪽으로 갔다가 다시 왼쪽]

‘뭐지?’

아무리 그래도 무슨 지시가 이렇게 복잡하지?

그래도 진천우는 묵묵히 따랐다.

[멈췄다가 한 호흡 뒤 오른쪽으로 크게 뜀]

[그리고 갑자기 몸을 돌려 뒤로]

황당한 지시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십여 번 더 지시를 따르고 나서야.

[정면]

“응?”

드디어 최종 목적지로 보이는 장소에 도착했다.

‘정말 여기?’

하지만 진짜 여기가 맞나?

[정면!]

타이쿤이 다시 재촉했다.

여기가 맞는 모양.

‘그래도 정말 여기라고?’

진천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앞에 무척 허름한 현판이 보였다.

-강……대장간

어찌나 오래됐는지, 현판 중간부가 떨어져 나가 본래 이름을 알아볼 수 없었다.

여기에 보상이 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별것 없어 보이는데?’

[정면!!]

타이쿤이 또 눈부신 빛을 뿜었다.

마치 어서 안 들어가고 뭐 하냐는 듯.

“그래, 그래…….”

결국 그가 졌다.

슥!

진천우가 안으로 들어갔다.

딱히 인기척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안쪽에서 희미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계십니까?”

바로 사람을 불렀다.

“…….”

그러나 답이 없었다.

진천우는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사람을 불렀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큰 목소리로.

“계십니까!!”

덜컹!

“이크!”

이때, 목소리가 너무 컸는지, 바로 옆 탁자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어?”

이건?

처음에는 그냥 나무 조각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바깥 현판의 떨어진 부위였다.

-화

‘화?’

그러니까 바깥 현판과 이 떨어진 부분을 맞추면.

‘화강 대장간인가?’

아니지.

떨어진 부위는 중간이었다.

그러니까 순서를 바꿔야 했다.

-강화 대장간.

“…….”

뭐지?

딱히 대장간의 이름으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어째선지 진천우는 그 이름을 읊조리며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누구요?”

그때, 안에서 사람이 나왔다.

* * *

“그럼 부탁하네.”

“이를 말입니까!”

강화 대장간의 유일한 대장장이가 오랜만에 의뢰를 받았다.

고풍스러운 백목함.

슥!

가늘고 긴 함인데도 무게가 상당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안에 든 건…….

“다시 말하지만, 잘 부탁하네.”

“하하하, 걱정 마십시오! 제 실력을 잘 알지 않습니까?”

큰 장신에 거친 검은 수염을 한 대장장이가 솥뚜껑 같은 손으로 제 가슴을 탕탕 치며 자신감을 보였다.

“알지. 너무 잘 알아서 문제지.”

그럼에도 백발노인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자신이 맡긴 백목함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실력은 나쁘지는 않은데…….’

나쁘지 않다.

말 그대로다.

눈앞의 대장장이의 실력은 중간이 넘는다.

그러나 부족하다.

최고가 아니라는 소리.

그러나 본 맹 인근에 자리 잡은 대장장이는 모두 천하에 손꼽히는 실력자들이었다.

그 덕에 실력이 뒤떨어지는 대장장이는 어쩔 수 없이 외곽으로 내몰렸다.

그러다 결국 실력의 한계를 깨닫고 떠나는 이들이 부기지수.

‘하지만 그는 떠나지 않았지.’

그러다 놀라운 능력을 개화했다.

맹이 이를 알아챈 건 정말 우연에 우연이 겹친 결과였다.

어느 날, 급히 검날을 세워야 했던 맹의 무인이 우연히 지나치다 들른 이곳에 검을 맡겼다.

다음 날, 그 무인은 날을 세운 검을 받아 맹으로 돌아왔다.

그날 그 무인의 검이 집채만 한 바위를 갈랐다.

무공을 익힌 무인이 바위를 가르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바위를 가를 때 검에 검기를 싣지 않았다면, 이는 대단한 기사(奇事)였다.

‘신기하게도 이 대장장이가 무기를 갈아주면, 그 예리함이 몇 배가 된단 말이지.’

어디 그뿐일까?

그가 망치로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강도가 몇 배가 되었다.

예리함과 강도.

이 둘은 무인에게 있어 어떤 것보다 중요했다.

개중 진정한 고수는 무기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이도 있다.

개소리다.

고수라면 당연히 뛰어난 애병을 지녀야 했다.

애초에 검기와 도기가 난무하는 무림에서 어지간한 강도의 무기는 몇 번 휘두르지도 못하고 부서진다.

진짜 고수라면 전설의 만년한철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철, 한철, 오철 같은 범인들은 듣도 보도 못한 특별한 금속으로 만든 명검보도는 반드시 지녀야 했다.

“후우!”

노인이 갑자기 한숨을 내쉬며 입을 뗐다.

“부디.”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네.”

하마터면 해서는 안 될 말을 꺼낼 뻔했다.

‘그의 대장장이 실력은 평범하다.’

반면 칼을 갈거나 단련하는 등, 무구의 힘을 끌어내는 솜씨는 천하제일!

그러나 그 금단의 효과에는 아주 큰 문제가 있었다.

‘대충 열 번쯤 두세 번꼴로 실패한다는 점이지.’

그것도 그냥 실패가 아니다.

대실패!

그렇게 실패하면, 그다음부터 무구의 성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살짝 갖다만 대도 손이 베는 예리한 검도 단번에 무뎌졌다.

더 큰 문제는, 한번 그리되면 다른 대장장이에게 맡겨도 절대 날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거참, 이상하지.’

마치 사술이나 주술 같은 효과에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품었다.

개중에는 일부러 대장장이가 하는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붉히며 지켜보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 많은 이들 중 누구도 대장장이의 비밀을 밝혀내지 못했다.

심지어 당사자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는 모양.

“잘 부탁하네.”

“맡겨주십시오.”

“정말! 정말 잘 부탁하네.”

“허, 거참 맡겨달라니까요.”

“그러지.”

결국, 백발노인은 몇 번이나 끈질기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미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행여나 대장장이 앞에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내면 그때는 열 번에 두세 번꼴이 아니라 반드시 실패한다는 걸 경험했다.

“후우!”

노인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않느니 죽지.

그렇다고 다른 이에게 저걸 맡길 수도 없었다.

그만큼 중요한 물건이고, 또 조만간 아주 중요한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여기 있는 다른 무구들도 다 그 때문에 모인 거겠지.’

그가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장간의 사방에 각종 보검과 보도, 그 외에도 보물이란 말이 아깝지 않을 여러 무구가 겹겹이 쌓였다.

모두 다 한 가문의 가보거나 그에 준하는 물건.

아마 사정을 모르는 이가 보면, 이런 누추한 대장간에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 소리했으리라.

“이런, 시간을 너무 지체했군.”

잠시 구경하는 새, 할당된 시간을 모두 써버렸다.

백발노인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대장장이에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그 즉시 대장간을 떠났다.

그는 마치 연기처럼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노인이 사라지고 얼마 뒤.

“허참!”

연신 고개를 숙이던 대장장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완전히 갔겠지?”

갔을 터다.

노인은 한번 물건을 맡기면 좀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정말 걱정도 팔자라니까. 내가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담아 망치질하는지도 모르면서 말이야.”

문제는 그러다 가끔 손이 미끄러지는 데 있었다.

어쨌든, 모처럼 의뢰를 받았지만 그 시한이 너무 촉박했다.

“서둘러야겠군.”

대장장이가 바로 망치를 들었다.

두 치 길이의 짧은 망치.

하지만 작다고 무시하지 마라!

이래 봬도 이 망치를 거쳐 간 명검 보도가 백여 개가 넘는다.

아무리 작고 가볍고 볼품없는 망치라도 정확히 타격점을 전력으로 내려치면 놀라운 효과를 일으켰다.

‘이크, 자랑할 때가 아닌데!’

그가 바로 백목함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 순간.

“계십니까?”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잠시 뒤.

“계십니까!!”

‘뭐야? 진짜 손님이야?’

대장장이가 즉시 손에 든 백목함과 망치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덜컹!

밖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쿠, 어떤 놈이 내 대장간을 다 어지럽히나!’

“누구요?”

급히 나가보니 웬 젊은 청년이 떨어진 현판 조각을 들고 서 있었다.

“여긴 어떻게 들어왔나?”

“네?”

“어떻게 들어왔냐니까?”

“네?”

“음?”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사실 대장간 주위에는 특별한 진법이 설치돼 있었다.

본 맹의 늙은이들이 대장장이를 독점하기 위해 설치한 진법인데, 이것 때문에 안 그래도 허름한 대장간에 더더욱 손님이 오지 않았다.

이제 여기 방문하는 이는 정말 가끔 제 가문의 가보를 들고 오는 맹의 수뇌부들과, 그들이 인정한 정말 뛰어난 맹의 젊은 고수뿐이었다.

‘물론 가끔 우연히 여기 들르는 이도 있지.’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낡고 초라한 외관을 보고 바로 등을 돌렸다.

“실례했습니다.”

“됐네. 그쪽이 부순 것도 아니고.”

진천우가 급히 고개를 숙이며 손에 든 현판 조각을 가까운 탁자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그 태도가 사뭇 마음에 들었다.

“자넨 운이 좋군.”

“네?”

“우리 대장간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지.”

“그게 뭔지?”

“첫 방문자는 뭐든지 하나, 대장간에 있는 어떤 것이든 가져갈 수 있다네.”

“네에?”

대장장이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진천우가 황당한 듯 두 눈을 크게 치켜떴다.

무리도 아니다.

당장 대장간 내부에는 허름한 외관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명검 보도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하지만 다 쓰레기지.’

그러나 대장장이는 그것들을 보고 남몰래 쓴웃음을 지었다.

여기 전시된 것들은 확실히 명검보도였다.

다만, 그가 실수로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본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그러자 원주인도 다시는 찾지 않는 물건이 되었다.

“정말 아무거나 골라도 됩니까?”

“그러게. 대신 딱 한 개만일세.”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진천우가 연신 허리를 숙였다.

허나 이를 보고도 대장장이는 계속 쓴웃음을 지었다.

여태껏 여기서 선물을 받아 간 손님도 손에 꼽았지만, 그들 모두 자신이 선택한 물건이 빛 좋은 개살구임을 알게 되자 태도가 돌변했다.

‘이놈도 지금은 내게 굽신거리지만, 나중에는 되레 소리를 지르겠지.’

그러면 애초에 선물을 주지 않으면 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 규칙은 자신이 아니라 선대가 정했다.

그러니 그는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저…….”

잠깐 전통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대장장이에게 진천우가 다시 말을 걸었다.

“뭔가?”

“정말 제가 아무거나 하나 가져가도 됩니까?”

‘거 의심도 많은 녀석이군.’

대장장이가 걱정 말라며, 다시 한번 확신시켜 주었다.

“암! 아무거나 가져가게! 단 한 가지만!”

그가 세 번 확답한 순간, 진천우의 눈앞에 푸른 현판이 등장했다.

[초월 달성에 의한 추가 보상!]

[강화 대장간에서 한 가지 무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장간 안에 있는 것 중 어떤 거든 선택이 가능하나, 단 한 가지만 가질 수 있습니다.]

[특수 이벤트, ‘쇼! 진품명품’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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