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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 특별한 스킬 (2) (57/210)


57화 : 특별한 스킬 (2)
2021.11.10.


적천석 사용은 이번이 두 번째.

[적천석(赤天石)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예]

사락!

일말의 고민 없이 예를 누르자, 손에 쥔 홍옥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전처럼 눈앞에 ‘나무’ 그림이 나타났다.

[적천석을 사용하면 미습득 스킬 중 하나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단, 적천석으로 습득할 수 있는 스킬은 기존에 익힌 스킬 트리와 관계된 일부 스킬뿐입니다.]

[현재 사용자가 적천석으로 익힐 수 있는 스킬은 ‘7개’입니다.]

“오?”

전과 달리 익힐 수 있는 스킬이 많이 늘었다.

가장 먼저 침, 뜸 등 제대로 된 의술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스킬명 앞에 의선(醫仙)이라 적힌 게 마음에 들었다.

‘의선의 기예(技藝)인 만큼, 전부 범상치 않겠지.’

허나 바로 이것들을 고를 순 없었다.

모두 대단히 뛰어났지만, 흑의 여인의 천형을 고치기에는 부족했다.

이것보다 훨씬 더, 아주 특출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정말 그런 게 있을까?’

걱정되고 불안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았다.

진천우는 의선이 제 천형을 극복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니 제발, 이 중 그 스킬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나 원망스럽게도, 새로 익힐 수 있는 의술은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이다음부터는 의술이 아닌 무공이 나열돼 있었다.

소림 무공과 천마신공과 관련된 무공들.

하나같이 무인이라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뛰어난 상승 무학이지만, 당장 필요한 건 무공이 아니었다.

“제길!”

그래도 혹시 모르기에 그것들의 상세설명을 읽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사람 몸을 고치는 것보다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부술까에만 특화돼 있었다.

‘달리 방법이 없나?’

어쩔 수 없이 한번 넘겼던 의술을 다시 살폈다.

어떻게든 이것들과 요상절초 십팔수를 조합해 흑의 여인의 천형을 고쳐야 한다.

과거 부모님이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진천우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 확고한 믿음 덕분일까?

반짝!

“응?”

만약 그대로 절망하여 고개를 숙였다면 결코 보지 못했을 것이다.

허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진천우는 눈앞의 나무 그림에서 구석에 홀로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었다.

“이건……?”

다만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다.

‘분명 적천석은 기존에 익힌 것과 연관된 스킬만 새로 익힐 수 있을 터?’

헌데, 어째서 마지막 일곱 번째 스킬은 잡기(雜技)라 분류돼, 현판 맨 아래에 홀로 동떨어져 있는 거지?

의문을 잠시 뒤로 하고, 스킬 설명을 읽었다.

안타깝게도 이 또한 천형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반짝!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것이 발하는 반짝임에 절로 눈이 갔다.

“흐음…….”

진천우가 한 손으로 턱을 괴며 깊게 고민했다.

‘어차피 다른 스킬은 안 된다.’

어떻게든 희망을 잃지 않으려 했지만, 앞의 여섯 스킬은 확실히 가망이 없었다.

그렇다면 정체 모를 스킬에 도박을 해 봄직하지 않는가?

반짝!

게다가 여전히 그것은 계속 자신을 선택하라며 빛을 발하고 있으니.

‘오냐, 한번 믿어보마!’

슥!

진천우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 손이 푸른 현판에 닿자!

[‘추천 스킬’을 선택했습니다.]

[특수 스킬 ‘체질흡수(體質吸收)’를 습득했습니다.]

곧바로 현판에서 눈부신 금빛 가루가 흘러나오더니, 그대로 몸으로 흡수되었다.

* * *

“후우!”

진천우는 금빛 가루를 모두 흡수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낮게 숨을 몰아쉬었다.

머릿속에 관련 지식을 강제로 새기는 건 몇 번을 겪어도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후!”

그는 몇 번 더 심호흡한 다음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쩌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스킬을 얻었다.

‘이것도 의선의 기예라니.’

체질흡수는 놀랍게도 의선이 만든 무공이었다.

그제야 체질흡수가 왜 적천석으로 익혀졌는지 알 수 있었다.

‘헌데…… 체질흡수는 정확히 뭘 흡수한다는 거지?’

체질이란 단어는 내포된 여러 의미.

그것은 단순히 체형일 수도, 소질일 수도, 그리고 성격일 수도 있었다.

그중 하나? 아니면 전부?

‘게다가 그것들을 또 어떻게 흡수한다는 거지?’

역시 주입된 지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럴 때는 실천이 최고다.

진천우가 조심스럽게 체질흡수를 운공했다.

우우웅!

생전 처음 겪는 기묘한 감각이 전심을 맴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기운이 양 눈에 주로 몰려,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어?”

잠시 뒤 그 이유를 깨달았다.

‘왜 타이쿤이 내게 체질흡수를 추천했는지 알겠다.’

아니, 단순히 추천이란 말로 부족했다.

체질흡수야말로 흑의 여인의 천형을 고치는 데 반드시 필요했다.

무언가 흡수하려면, 그게 정확히 뭔지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진천우가 가늘게 뜬 눈으로 혼절한 여인을 노려보았다.

지금 그의 눈에 그녀의 체질이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였다.

‘구음절맥(九陰絶脈)?’

선천적으로 강한 음기(陰氣) 때문에 약관이 되기 전에 요절해버리는 체질이 있는데, 그게 바로 구음절맥이었다.

진천우는 가문 서고의 잡서에서 구음절맥에 대한 설명을 본 적이 있었기에 더욱 놀라워했다.

‘그건 말 그대로 전설로만 전해지는 체질인 줄 알았는데?’

허나 그렇게 따지면 천마 전설도 마찬가지.

전설의 천마의 후인은 흑의 여인이 하필 구음절맥을 타고났다니.

이를 깨닫자마자 그는 또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아, 그래서 그녀가 화후의 내단을 원한 건가?’

구음절맥의 치료법은 강한 양기(陽氣)를 취하는 것.

전설의 영물로 알려진 화후의 내단은 천하에 손꼽히는 양기의 결정체다.

‘난 단순히 강한 내공이 필요해 내단을 원하는 줄 알았는데…….’

설마 제 목숨을 구하기 위해 화후의 내단을 구한 건 줄 몰랐다.

그런데 흑의 여인은 마지막에 어렵게 얻은 내단을 자신에게 넘겼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제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건가?

하나 분명한 건, 결국 그녀가 지금 죽어가는 이유가 그 때문이란 사실이었다.

마음 한쪽에 흑의 여인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

‘그럼, 만일 내가 그녀의 체질을 흡수하면 그녀는 살 수 있는 건가?’

그랬다.

체질흡수 덕에 흑의 여인이 지닌 천형의 본질을 알아냈으니, 다시 한번 이것을 사용하면 그녀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상황은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사용자는 ‘구음절맥’을 흡수할 수 없습니다.]

체질흡수로 흡수할 수 있는 체질과 그럴 수 없는 체질이 나뉘어 있었다.

구음절맥은 하필 흡수할 수 없는 체질이었다.

‘그럼 이제 방법이 없다는 건가!’

쾅!

진천우가 주먹으로 땅을 내려쳤다.

그러자 땅이 주먹 깊이만큼 움푹 파였다.

이전의 병약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지금 그가 이만큼 강해질 수 있었던 데는 절반이 타이쿤 덕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흑의 여인의 영향이 컸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그녀를 구하고 싶었다.

확실한 성과에 명확한 보상을 주는 타이쿤에 익숙해지다 보니, 그 역시 은원에 있어 분명하고 단호해졌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잔뜩 눈살을 찌푸리며 흑의 여인을 바라보는데, 놀랍게도 방법이 보였다.

“이럴 수가?!”

이건 생각도 못 했는데!

인제 보니 그녀의 체질은 하나가 아니었다.

체질흡수로 트인 시야가, 흑의 여인이 구음절맥 외에 또 다른 체질이 있단 걸 알려주었다.

그런데 두 번째 체질 역시 구음절맥 못지않게 엄청났다.

“천마지체(天魔之體)?!”

말도 안 된다.

이 또한 잡서에서 보았는데.

‘구음절맥보다 훨씬 대단한, 그야말로 진짜 전설의 체질이잖아?’

게다가 이것은 구음절맥과 달리 체질흡수가 가능했다.

[‘천마지체’를 흡수하시겠습니다. (예 / 아니오)]

‘반드시 흡수해야 한다!’

진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요상절초 십팔수가 그녀에게 크게 효과가 없었는지 이해되었다.

한 몸에 두 개의 체질.

이 말도 안 되는 일로 그녀의 몸이 더욱더 피폐해지는 거였다.

[예]

곧바로 손을 뻗자, 현판에서 눈부신 빛이 튀어나와 그와 흑의 여인의 몸을 감쌌다.

* * *

눈을 뜨니, 자신은 검고 어두운 공간을 부유하고 있었다.

‘여긴?’

분명 처음 보는 공간.

그런데 어쩐지 낯익었다.

하지만 동시에 낯설었다.

그 기묘한 느낌에 진천우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으르르!

“?!”

고개를 돌린 순간, 그만 기절할 뻔했다.

조금의 과정 없이 집채만 한 호랑이가 눈앞에 있었다.

-크라라!

거기다 호랑이 뒤에 용까지.

두 짐승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며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절로 오금이 저리는 광경.

“……!”

진천우는 용케 그 압박을 견뎠다.

모두 천마신공 덕분이었다.

우우웅!

저도 모르게 발동한 천마신공이 심장을 달궜다.

쿵쾅쿵쾅!

심장에서 용솟음치는 혈액이 꺾인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으르르!

이때, 호랑이가 제 쪽으로 다가왔다.

킁!

녀석은 갑자기 그의 품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킁킁킁!

탐색 과정이 꽤 오래 이어졌다.

킁!

그러다 마침내 탐색이 끝난 듯, 흑호는 냄새 맡기를 그만두고 고개를 쳐들었다.

-크르르!

-크라라!

용과 호랑이가 자기들끼리 뭐라 속삭였다.

-크르르르!!

-크라라라!!

놈들은 마치 싸우는 듯 으르렁거리다가도 또 기쁜 듯 소리를 높였다.

도통 이해할 수 없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방심했다.

푹!

‘어?’

느닷없이 호랑이의 손톱이 진천우의 심장을 찔렀다.

분명 방심했다.

‘하지만 방심하지 않았어도…….’

아마 그 공격을 피하지 못했을 터.

그만큼 녀석의 공격은 재빨랐다.

-크르릉!!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흑호가 그대로 심장에 뚫린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

놀랄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욱!”

갑자기 구역질이 났다.

몸속 깊숙이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욱!”

진천우가 크게 몸을 떨며 입으로 그것을 뱉었다.

-커엉!

붉은빛의 호랑이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녀석을 토해낸 직후, 지독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

진천우가 방금 제가 토해낸 호랑이를 보며 생각했다.

‘작구나.’

조금 전 제 몸으로 들어간 호랑이의 십 분지 일도 안 되는 크기.

그제야 그는 집채만 한 흑호의 정체를 깨달았다.

녀석은 흑의 여인의 천마신공이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적호는 아마도 내…….

‘역시 그녀에 비하면, 내 천마신공은 한참 작구나.’

그 생각을 마치며 진천우는 눈을 감았다.

* * *

“큭!”

눈을 뜨자 푸른 하늘이 보였다.

최근 들어 정신을 잃는 일이 늘었다.

진천우는 일어나자마자 주위를 살폈다.

“?!”

흑의 여인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간 거지?

쾅!

그때 갑자기 커다란 굉음이 울렸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쾅!

또 한 차례 굉음.

“이게 대체?”

진천우가 영문을 몰라 하며 급히 몸을 일으켰다.

굉음의 진원지를 찾아야 할까? 그게 아니면, 사라진 흑의 여인부터 찾아야 할까?

다행히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쾅!!

아까까지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커다란 굉음이 울리더니, 그대로 하늘이 요동쳤다.

“……!!”

하늘을 뒤흔드는 천재지변?

진천우가 너무 놀라 입을 크게 벌렸다.

그러다 그는 곧 천천히 입을 뗐다.

믿을 수 없지만 이건 아마도, 아니, 틀림없이…….

“……천마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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