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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 두 번째? (32/210)


32화 : 두 번째?
2021.09.13.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설마하니 영물 마스터가 사람에게도 적용될 줄 몰랐다.

하지만 이게 정말이면?

[예]

[삼살이견(三殺二犬)을 펫으로 들입니다.]

‘진짜 이게 되네.’

살짝 어처구니없어, 그만 웃어버렸다.

“소가주님!”

“공자!”

한편, 한참 입씨름하던 보부상과 현석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뒤늦게, 자신들이 백날 뭐라 해봤자 결정권은 진천우에게 있음을 깨달았다.

삼살이견은 동아줄에 묶여있기에, 현석만 이쪽으로 다가왔다.

“소가주님, 절대 안 됩니다.”

“무엇이?”

“저들을 어찌 믿습니까. 절대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맞는 말이지.”

“역시 소가주님도 저와 같은 생각이시군요!”

둘의 대화를 엿듣던 보부상이 다급히 소리쳤다.

“우, 우리를 살려주지 않으면 동굴의 위치도 알려주지 않을 겁니다!”

목소리가 떨렸다.

저놈도 알았다.

자신들이 우연히 동굴을 발견했듯, 비동을 찾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 외에 달리 제시할 게 없었다.

“소가주님, 도적과의 거래는 있을 수 없습니다!”

현석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애초에 제 주인이 왜 이런 거래를 하려는지 알았다.

“괜히 저 때문에 저들과 거래할 필요는 없습니다. 설사 제가 독에 중독돼 잘못된다 해도…….”

“그만!”

이 녀석이 무슨 큰일 날 소리를!

진천우가 잔뜩 인상을 쓰며 하인을 함구시켰다.

그러자 다른 쪽이 입을 열었다.

“동굴의 위치는 화후의 사당 뒤편에 있습니다. 딱히 아무것도 없는 외진 곳에 있고, 우리가 입구를 수풀로 가려두었지만, 조금만 눈여겨 찾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네놈, 지금 무슨 소리를!”

약초꾼이 알아서 동굴 위치를 밝히자, 보부상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어차피 동굴 위치만 가지고는 우리가 원하는 거래는 힘들다.”

“그렇다고 해도, 그냥 알려줄 건!”

“우린 이미 도적질로 믿음을 잃었어. 그러니 미리 가진 패를 보며 신용을 사야지.”

“허어!”

가만히 듣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놈은 방금 알려준 정보가 자신들의 유일한 구명줄이란 걸 모르는 걸까?

‘아무리 잃어버린 신뢰를 찾겠다고, 그걸 그냥 알려줘?!’

이러다 저쪽이 그냥 우리를 버리고 가면!?

“최소한 지켜볼 가치는 있는 놈들이군.”

믿을 수 없게도, 진천우는 저들을 버리지 않았다.

휙!

그는 둘에게 해독환을 하나씩 던졌다.

“소가주님!”

현석이 말리려 했지만, 이미 둘은 몸을 날려 해독환을 받아먹었다.

마치 진짜 개처럼.

[삼살이견의 호감도 +100]

‘호감도가 뭐 이렇게 훅 올라?’

아마 목숨을 구해줬으니 그만큼 가파르게 오른 모양.

그래, 여기까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다음은.

[삼살이견에게 ‘먹이 받아먹기’를 가르쳤습니다.]

[삼살이견의 호감도 +10]

“…….”

이걸 어떤 식으로 이해해야 할까.

“휴!”

결국 진천우는 생각하기를 멈췄다.

“됐고, 아까 말한 동굴 위치나 자세히 말해라.”

“알겠습니다.”

보부상이 즉시 그 위치를 말했다.

“화후 사당 오른편으로 수풀을 헤치고 나가면 사람이 아닌 짐승이 만든 외길이 있는데, 거길 따라가면…… 아닙니다. 그냥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절 따라오시죠.”

“그래, 그게 좋겠군.”

그 즉시 진천우와 삼살이견, 그리고 현석이 자리를 옮겼다.

* * *

“저기 보이는 저 넝쿨만 헤치고 들어가면, 안에 동굴이 보일 겁니다.”

약초꾼이 고갯짓으로 정면을 가리켰다.

그와 보부상은 여전히 동아줄에 묶인 채였다.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 들어가마.”

“안됩니다!”

현석이 기겁하며 앞을 막았다.

“저 동굴 안에 정체 모를 독이 있다는데 어찌 소가주님이 들어갑니까!”

“하지만 내가 들어가지 않으면, 그 독을 해독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

“그래도 안 됩니다. 어떻게 소가주님이 그런 위험한 곳에……. 차라리 절 버리십시오!”

“그만!”

현석이 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자, 곧바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충성심 강한 하인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소가주님께서 아무리 소리치셔도 이것만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쯧!”

녀석이 이리 나올 줄 알았다.

“보아라.”

그렇기에 진천우는 바로 제 양 소매를 걷었다.

오른쪽과 왼쪽 팔뚝에 각각 붉고, 푸른 반점이 보였다.

“이, 이건!”

“나도 중독되었다.”

“그런!”

“그러니 내가 동굴에 갈 이유가 충분하겠지?”

“……큭! 알겠습니다.”

자신 때문이 아니라 소가주, 본인이 중독된 독을 해독하기 위해서라면 현석도 이를 말릴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순순히 옆으로 비켜주었다.

‘미안하다.’

진천우가 그런 하인에게 마음속으로 사과했다.

사실 그는 괴혈독에 중독되지 않았다.

붉고 푸른 반점은 괴혈독이 아닌, 독괴록에 적힌 다른 독이었다.

이것들은 해독환이 아닌, 전에 만든 해독제로도 해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너희는!”

진천우가 동굴로 떠나기 전에 몸을 돌렸다.

제가 떠나면 여기에 현석과 두 도적만 남게 된다.

이 둘은 일시적으로 해독되었기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동아줄을 풀 수 있었다.

“다녀오십시오.”

“돌아오실 때까지 이 줄을 풀지 않겠습니다.”

“진짜 얌전히 기다리겠습니다!”

“놔두고 간 하인도 절대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삼살이견이 차례로 돌아가며, 미리 알려준 당부사항을 외쳤다.

“그래야지.”

물론 진천우는 믿지 않았다.

대신 타이쿤을 믿었다.

[호감도가 100이 넘은 상태의 펫은 쉽사리 명령을 어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호감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합니다.]

‘일단 당장은 내 명령을 듣겠군.’

마지막에 ‘먹이 받아먹기’를 익힌 덕에, 삼살이견의 호감도는 100보다 높았다.

그래도 살짝 불안한 마음에 엄포를 놓았다.

“이미 알겠지만, 너희가 먹은 해독환의 효과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이다. 그러니 만일 도망쳐도!”

“얌전히 기다리겠습니다!”

“절대 줄을 풀지 않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있는 하인은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둘에게 몇 번이나 다짐받은 뒤에야 진천우가 현석에게 다가갔다.

“금방 돌아오마.”

그는 삼살이견이 보지 못하게 조심하며, 종이에 싼 남은 해독환을 건넸다.

그 안에 든 해독환은 모두 다섯 개.

‘혹시라도 내가 가고 난 뒤, 저것들이 돌변하면…….’

모두 내주거라.

저들은 따로 해독환을 더 만들 수 있는 줄 모른다.

‘그러니 그때는 이 종이에 적힌 장소로 가서…….’

‘알겠습니다.’

짧은 순간, 두 주종은 눈짓만으로 모든 필요한 정보를 교환했다.

현석이 해독환을 품에 넣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평소 그답지 않은, 무척 단호하고 굳센 목소리.

그러나 진천우는 바로 동굴로 들어갈 생각에 이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제가 반드시!’

이때, 떠나는 주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하인의 두 눈에 묘한 기운이 서렸다.

‘저놈들을!’

그리고 그가 고개 돌려 두 마리 맹견을 바라보자.

‘반드시!!’

그 눈에 서린 기운이 귀기(鬼氣)로 돌변했다.

* * *

‘이곳의 독괴의 비동인가?’

수풀 너머에 숨겨진 동굴은 생각보다 작았다.

‘딱히 함정 같은 건 없는 것 같은데…….’

꿈틀!

그때 소매에서 독고가 튀어나왔다.

녀석은 서둘러 동굴 입구로 가, 몸을 움찔거렸다.

“왜 그러느냐?”

진천우가 의아해하며 손짓했지만 독고는 오지 않았다.

[동굴 안에 충멸독(蟲滅毒)이 깔려 있습니다.]

“뭐?”

그런 독이 왜 여기에?

‘곤란하게 됐군.’

원래라면 여기서부터 독고의 독 탐지를 쓸 생각이었지만, 쓸 수 없게 되었다.

‘어쩔 수 없지.’

“넌 돌아가거라.”

꿈틀?

돌아가란 말에 독고가 머리를 치켜들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움찔! 움찔!!

녀석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온몸을 비틀었다.

누가 봐도 억지로, 간신히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뭔가 오해하고 있군.’

설마 내가 자신을 버릴 거라 여긴 걸까?

“돌아가서 현석을 지켜주거라.”

움찔!

그제야 독고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놈도 제 주인이 하나뿐인 하인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았다.

그를 지키란 말은 곧 자신을 버리지 않겠다는 뜻.

꿈틀?

“내 걱정은 할 필요 없다.”

휙!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고 독고는 몸을 튕기며 사라졌다.

‘그럼 이 안은 나 혼자 뒤져야 하는 건가?’

진천우가 이미 이곳을 뒤진 삼살이견의 말을 떠올렸다.

-안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딱 하나, 동굴 구석에 누운 시신을 제외한다면.

둘의 말대로, 안으로 좀 더 들어가자 구석에 낡은 천으로 싸인 뭔가가 보였다.

‘이 시신이 독괴?’

진천우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저게 정말 시신일까?

그가 그리 생각한 이유는, 동굴에서 어떤 냄새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괴가 활동한 시기를 생각하면, 진작에 썩어 사방에 지독한 냄새를 풍겨야 했다.

‘일단 시체 주변부터 살펴볼까?’

조심스럽게 사방을 둘러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이상하다.

‘이쯤 뒤지면 저번처럼 숨은그림찾기가 나타날 줄 알았는데…….’

푸른 현판은 언제나처럼 시야 구석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쉽지 않군.’

하긴, 지금껏 타이쿤이 제 뜻대로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만 현판이 튀어나왔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한 가지뿐.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냈을 때, 현판이 모습을 보였지.’

그렇담 진천우가 할 일은 간단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는 독괴의 시신 쪽으로 손을 뻗었다.

“?!”

그리고 곧바로 손을 뺐다.

[‘괴혈독(중급)’이 몸에 스며듭니다.]

[스킬 ‘독 저항(최하급)’이 발동합니다.]

[스며든 독이 극미량이라, 운 좋게 최하급 독 저항으로 견뎠습니다.]

‘아직 시신에 손도 대지 않았는데…….’

이전에 미혼산을 견디면서 얻은 독 저항이 없었으면 속절없이 중독될 뻔했다.

이로써 삼살이견이 시신을 뒤지다 괴혈독에 중독된 게 확실해졌다.

‘둘은 시신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했지.’

그 둘이 허투루 뒤졌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 안에 독괴의 유물이 반드시 있다.’

분명 타이쿤이 그리 말했다.

진천우가 백회를 개통해 얻은 오감을 총동원했지만, 동굴 안에 다른 숨길 공간은 없었다.

시선이 다시 시신 쪽으로 향했다.

뒤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뒤져야 했다.

‘그래야 괴혈독을 해독할 수 있다.’

진천우가 앞으로 손을 뻗었다.

[‘괴혈독(중급)’이 몸에 스며듭니다.]

[스킬 ‘독 저항(최하급)’이 발동합니다.]

[최하급 독 저항으로 중급 독을 견딜 수 없습니다.]

“…….”

결국 중독되었다.

이제 멈출 수 없다.

그는 곧장 시신을 싼 천을 뒤졌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천이 정말 오래되었고, 지금은 색이 바랬지만 원래는 푸른빛이었을 거라 추정되는 흔적만 찾을 수 있었다.

진천우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시신을 싼 천을 벗겼다.

마치 죽은 이의 옷을 벗기는 것 같아 매우 꺼림칙했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데 천을 모두 벗긴 뒤에도 시신은 여전히 깨끗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걸까?

‘절대 그럴 리 없다!’

진천우가 이리 확신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진정한 독인(毒人)의 몸에는 평생 익힌 독이 깃드는 법.

독괴록의 맨 첫 장 문구였다.

그리고 독괴는 사파제일 독종이라는 오독궁이 인정한 독인.

당연히 그의 몸 어딘가에 독이 깃들어 있을 터!

“찾았다!”

진천우가 깨끗한 시신에서 희미한 검푸른 반점을 찾았다.

바로 독괴의 단전.

그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독괴의 단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눈앞에 고대하던 푸른 현판이 나타났다.

[독괴의 유물을 찾았습니다.]

[특수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천하제일 타이쿤의 하위 타이쿤, ‘독공 매니아2 – 물과 불의 노래’가 개방됩니다.]

“아니 독공 매니아가 두 번째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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